너네는 살면서 제일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해?
나는 먹는 거. 먹기 위해 살고, 먹기 위해 일하는 내 인생에 어떤 아저씨 하나가 들어왔는데 생각보다 재밌어. 들어봐.
새로 이사온 집이 정말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생각보다 꽤 단순했다. 전세대란 속에서 귀하게 얻은 첫 전세집. 월세 탈출도 큰 몫은 했지만 정확하겐 집 바로 옆에 있는 도나쓰집
![[주지훈] 매주 일요일 같이 밥 먹을래요? | 인스티즈](http://www.instiz.net/images/blank.gif)
도넛도 아닌 도나쓰. 시장에서나 사먹을 수 있는 요즘은 보기 드문 음식이 바로 옆에 있다니. 이거 완전 도세권이잖아.
도세권에 흡족해하며 설탕 뿌린 꽈배기를 한 입 베어물고 엘레베이터에 탔다.
아직 이사 전이지만 미리 집 상태를 몇 번 확인해야 하니까.
뒤따라 탄 남자가 층수를 누르길 기다리는데 미동도 없는 남자에 도나쓰가 담긴 봉투를 꼬옥 쥐었다.
뭐지...
"안녕하세요..."
![[주지훈] 매주 일요일 같이 밥 먹을래요?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file3/2020/05/13/d/1/8/d18a5c49949ed91db4ae9e2fc520e83b.gif)
"아, 예 안녕하세요."
“저어... 몇 층 가세요?”
“8층이요.”
“아 8층...”
8층은 내가 살게 될 집이잖아. 나도 모르게 휙 뒤돌아 본 남자의 모습은 생각보다 컸고... 엄청 컸다...
세상 지 혼자 사나. 뭘 먹고 저렇게 커.
“801호 사시는구나... 전 802호로 이번 주 토요일에 이사 들어와요. 잘 부탁해요.”
사실 잘 부탁할 것도 없지만 뭐 그래도 인사라도 하면 좋잖아? 그래서... 인사를 했는데 무뚝뚝하네...
엘레베이터 가득 채우는 도나쓰 냄새에 나도 모르게
“좀 드실래여?”
됐다며 많이 한창 클 나이 같은데 많이 먹으라면서 먼저 내리더라.
아 재수 없어. 작다고 무시하는거야 뭐야.
그게 801호 남자의 첫인상이었어.
뭐 집에 들어와서 그 남자가 왜 그랬는지 알게됐지.
집청소한다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는데 그게 하필 고등학교 체육복일건 또 뭐야.
아 뭐야 이 남자 나 지금 고딩으로 본거야? 내가 동안인가? 한 순간에 그 남자의 호감도가 높아졌어.
도배랑 가구 때문에 몇 번 왔다갔다 하면서 본 결과 801호 남자는 생각보다 퇴근이 빠르고 혼자 사는 것 같더라고.
띵똥-♬
“누구세요”
“저 802호인데요!”
![[주지훈] 매주 일요일 같이 밥 먹을래요? | 인스티즈](https://file3.instiz.net/data/file3/2020/03/07/e/c/0/ec08d1b260869b37f7cce373b0e85b88.gif)
"무슨 일이시죠"
“아 혹시 저녁 드셨어요?”
“그걸 제가 그 쪽한테 말해줘야 하는 이유는?”
“혹시 같이 드실래요?”
어이없단 듯이 바라보는 남자의 시선을 조금 이상하게 보이겠지...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 걸 어떡해. 나도 다 그럴만한 상황이라고.
“전 괜찮습니다. 학생 가족들이랑 먹던가 아님 친구들이랑 먹어요.”
“가족이랑 친구 없는데...”
작게 읇조린 내 목소리에 멈칫 하더니 남자는 작게 한숨을 내쉰다. 뭔가 오해한 듯 하지만 틀린 말은 안했으니깐.
가족들이랑 친구들은 다 지방에. 혼자 서울에 올라온거니깐
“집은 안되고 밖에서 먹어.”
생각보다 꽤 착한 사람인가봐. 시무룩한 내 얼굴에 선뜻 같이 먹어준다는 걸 보면.
싱글벙글 웃으면서 알겠다며 남자를 데려간 곳은 작은 중국집이었다. 이 황당하고 기막힌 상황에 어리둥절한 남자의 모습은 신경도 쓰지 않고 주문을 한다.
“사장님 여기 불타는 고추짬뽕 곱빼기 하나랑 탕수육 중자랑 어... 군만두 하나 주세요. 아 단무지 많이 주세요! 그리고... 아저씬 뭐 드실래요?”
“그걸 둘이 어떻게 다 먹어.”
“뭔 소리예요. 못 먹긴 왜 못 먹어요. 아 아저씨꺼 얼른 시켜요.”
“짜장면 하나 주세요.”
주문을 마치고 컵에 물을 따라 아저씨에게 전해주면 아직까지 이 상황이 황당하단 듯 부담스럽게 날 바라본다.
“이 동네는 1인분 배달이 안된대요. 도나쓰에 완전 속았어. 일인분 배달이 안된다니. 원래 이사 온 날엔 짜장면을 먹어줘야 하는데.”
![[주지훈] 매주 일요일 같이 밥 먹을래요?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file3/2020/05/13/c/e/b/ceb2eb025bee46dd773c11192cd271fc.gif)
“너 지금 혼자 먹겠다고 시킨 것만 해도 3인분이야.”
“내가 혼자 먹으면 1인분인거예요. 아 근데 원래 중화요리는 시켜서 먹어야 하는데 아쉽네.”
“학생. 내가 학생만한 동생이 있어서 하는 소리인데 혼자 사는 남자 집에 막 들어가려 하고 그러면 안돼. 어디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지금도 그래. 내가 누군줄 알고 이렇게 둘이 밥을 먹어. 우리 서로 이름도 모르잖아.”
“내 이름은 김여주 이에요. 그리고 나이는 27살. 학생 소리 더 듣고 싶었는데 너무 애취급 하길래. 아저씨 이름은 주지훈 맞죠? 택배가 우리 집 앞에 있길래 801호에 옮겨주다가 알게 됐어요. 그나저나 아저씬 나이가 도대체 어떻게 돼요? 나랑 많이 차이나는 건 맞는 것 같긴 한데... 잔소리 하는 게 꼭 우리 아빠 같아.”
![[주지훈] 매주 일요일 같이 밥 먹을래요?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file3/2020/05/14/3/4/2/342294c0f9047189a72e497d686c23bf.gif)
“너 그거 범죄다. 남의 택배 몰래 보는 거. 그리고 나이는 서른 일곱”
"오..."
"왜 말을 하다 말아."
뭐라 말해요. 그 나이대로 보이긴 했어요! 라고 할 수도 없는데
이내 한 마디 하려는 순간 차례로 나오는 음식에 남자는 입을 닫았다.
“아 맛있겠다. 잘먹겟습니다. 많이 드세요!”
![[주지훈] 매주 일요일 같이 밥 먹을래요?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file3/2020/05/13/5/f/4/5f4d0bf56b64909028736cb9af966b20.gif)
얼큰한 짬뽕에 한 입에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하게 먹다가 탕수육 소스가 부어진 걸 보고 문득 궁금해졌다.
이 아저씬 부먹일까 찍먹일까
“여긴 탕수육을 부어서 주네. 아저씬 뭐예요?”
“머가”![[주지훈] 매주 일요일 같이 밥 먹을래요? | 인스티즈](//file3.instiz.net/data/file3/2024/04/24/e/4/5/e45cc99bed570f79af1a08441d101331.gif)
![[주지훈] 매주 일요일 같이 밥 먹을래요?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file3/2024/04/24/e/4/5/e45cc99bed570f79af1a08441d101331.gif)
“탕수육~ 부먹이냐고요 찍먹이냐고요.”
“찍먹”
“아 아저씨 뭘 좀 아시네.”
처음으로 웃은 아저씨는 생각보다 잘생겼었고 그 후에 나눈 이야기들은 주로 다 먹을 거였지만... 아저씨랑 음식 취향은 거의 비슷했다는게 제일 마음에 들었다.
주로 내가 질문하고 아저씨는 짧게 대답하면서 대화를 이어나가며 식사를 계속했다.
이 많은 양을 어떻게 다 먹냐던 아저씨의 걱정은 쓸데없었다는 듯이 깔끔하게 비운 그릇들에 아저씨는 대단하단 듯이 날 바라봤다.
좀 많이 먹긴 했지...
“아저씨. 다음 주 이 시간에 뭐해요?”
“그건 왜.”
“우리 일요일마다 밥 같이 먹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