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가던 학교였지만 오늘만큼은 가는것이 두려워졌다. 윤제...화 많이 났겠지. 같이 지낸 기간은 꽤 되었지만 그런눈은 처음보았다. 뭔가 잡아먹을듯한, 그런 무서운 눈이었다.
내가 올 수 있는 시간내의 가장 빠른 시간이었다. 원래 가던 시간에 가면 등굣길에서 마주칠게 뻔하니까. 난 윤제눈에 보이면 안돼. 싫어하는 사람은 하는짓 하나하나가 미워보이고, 눈앞에 있는것 자체로도 화가난다. 눈에 보이지 않는것이 그 사람에게 그나마 미움받지 않는 방법이다. 혹시나 학교에 윤제가 일찍올수도 있다는 생각에 가방만 내려두고 재빨리 매점으로 내려와버렸다. 생각해 보니 우린 같은반이었던것이다. 바보같이. 이런것도 기억못하고, 한창 내 자신을 원망하고 있을때 즈음 멀리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시원이었다.
"준희 니 어제 윤제한테 맞은건 아니제?"
"내가 맞긴 뭘맞노, 윤제 아무나 패재끼는 그런놈 아니라 안카나."
"그라도...어제 방에서 나오는데 아 눈빛이 얼마나 쩔었는지 아나? 평생을 지겹게 본사이라 해도 그런눈은 처음본다."
시원이 일부러 나를 찾아 매점까지 내려왔다. 시원은 그냥 그런놈은 그만 좋아하고 다른 놈이나 찾아보라고, 세상엔 남자는 많다고 하지만 아쉽게도 난 윤제가 남자라서 좋은게 아니라 윤제 자체가 좋은것이었다. 그리고 날 싫어하는것을 알면서도 그것조차 좋아하는데. 그렇게 쉽게 버려질리가 없지. 그래, 차라리 내가 남자를 좋아했으면 좀더 편해졌을까.
"윤 윤제가 니한테 또 뭐라 쳐 씨부리면 나한테 온나. 알았제?"
"내도 사내새끼다 아니가.괜찮으니까 반에 가라, 니 이번주 주번아니었나?"
내가 말하고서야 시원이 아, 맞다,맞다. 잊고있었다! 씨, 그러면 먼저 간다! 하고 교실쪽으로 달려갔다. 나도..반으로 가야겠지. 윤제를 봐야겠지. 얼른 뛰어가 교실문앞까지 도착했지만 도저히 들어갈 용기가 나질 않았다. 한참을 망설이고 있는데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무심코 고개를 돌려 뒤돌아 보았다. 어...
윤제야.
"니 여서 뭐하는데? 안들가나?"
"들어갈려고 했는데...교실에 있는거 아니었나?"
슬쩍 눈을 보니 어제와 같은 눈을 하고있었다. 결국 변한건 없던것이다. 내일이 되면 조금은 풀렸겠지 하는 자그마한 나의 희망까지 버려졌다. 반사적으로 고개가 떨구어 졌고 다시 들수없었다. 당장 사랑해서 미안하다고 무릎꿇고 빌고싶지만 여기서 무릎꿇는다면 무슨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계속 이렇게 서있을수 없어 겨우 발걸음을 떼어 자리에 앉았다. 다른때라면 즐거워 마다하지 않는 윤제의 옆자리지만 지금은 불편하기만 했다.
-학교마치고 내집으로-
수업중 윤제가 나에게 내민 쪽지의 내용이었다. 교과서 한구석을 찢어 제맘대로 접은, 지우개로 지운 흔적이 잔뜩 남아있는, 그런 쪽지였다.수업시간에 슬쩍보니 지웠다 썼다를 반복하더니, 이것이었나보다. 이 쪽지에 대한 의미가 뭘까. 내가 널 용서한다는 뜻?아니면...나를 받아주겠다는 뜻? 아니, 오늘 윤제의 분위기를 봐선 그런것은 전혀 아닌것같았다. 친구들에게 먼저가서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황급히 짐을 챙겨 학교를 빠져나와 윤제의 집으로 향했다.
오늘 하루동안 얼굴도 마주보지 않았다. 유정과 학찬이 학교에 있는내내, 둘이 싸웠냐, 무슨일 있었냐는 질문에 그저 웃고 넘기기를 몇번. 윤제가 아니라고 짜증을 내고서야 그 둘은 무슨일 있었네, 하고 말을 끝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정신을 차리니 윤제네집 현관앞이었다. 떨면서 문을 두드리려고 주먹을 쥐고 문을 세번 두드렸다. 윤..제야. 내 왔다. 목소리가 떨렸다. 나라는것을 알리자마자 기다렸다듯이 덜컹,소리가 나며 문이 열였다.
"윤제야 많이 기다렸...."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이 날것같았다. 그래도 눈물을 보일수 없었다. 어제의 그 기억 때문에. 겨우겨우 억지웃음을 내비치자 윤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눈으로 쳐다보고는 방으로 향했다. 천천히 신발을 벗고 윤제를 따라들어갔다. 아마 저방은..윤제의 방일것이다. 많이 와보진 않았지만 전에 와본 기억이 어렴풋이 났다. 방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 그 순간, 팔목이 낚아채어 졌다.
그리고 어제의 그 일이 한번더 일어났다.
거칠게 입을 부딪히더니 혀를 집어넣었다. 팔로 힘껏 밀어보지만 잡힌손을 더 세게 잡아채곤 더 세게 밀어붙였다. 내가 할수있는것이라고는 눈을 감아 윤제를 보지않고, 주먹으로 윤제의 등을 치는 일밖에 없었다. 시간이 갈수록 더 격해지는 입맞춤에 호흡이 빨라지고, 정신은 몽롱해 졌다. 더이상 숨을 내뱉을수 없다고, 주저 앉아 버릴것같을때 윤제의 입술이 떨어졌다.
"니가, 니가 나 좋다고 했을때 무슨 생각했는지 아나?"
"윤제 니..."
"남자가, 게다가 몇년을 같이 지내온 친구가 나 좋다고, 사랑한다고 하면 어이없어야 하는거 맞제? 근데 왜 나는 기분이 좋았노? 나는 분명히 성시원을 좋아한다. 근데...니가 날 좋아했다는거를 시원이가 먼저 알고있었다는게 너무 화나는거 있제? 니가 한말, 그거 듣고 나서 집으로 바로왔다. 화가나서...그런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화나는게 아니라 더 좋아졌다. 니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리고, 니가 계속해서 나를 부르는것같고! 이거..어떻게 생각하는데? 어? 말좀 해보라고! 강 준희!"
내가 지금 무슨소리를 들은걸까. 윤제는 말을 끝마치고나서 소리를 내질렀다. 얼굴을 찡그리고는 곧 울것같은 표정이 되었다. 그런 표정을 보니 눈물이 흘렀다. 원래 이렇게 눈물이 많지 않았는데. 방금 윤제가 한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머릿속이 하얘졌다.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며 어지러웠고,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다.
"어제부터 울지마라 안했나."
윤제가 어깨를 세게 잡더니 흐르는 눈물을 핥았다. 그리고 품에 나를 담았다. 윤제의 접촉이 많아 질수록, 그만큼 눈물이 났다. 내가 흘리는 눈물의 의미가 뭘까. 기쁨? 슬픔? 그저 내가 윤제를 좋아해서, 사랑하기 때문에 눈물이 쏟아지는 것이라기엔 너무 행복했다. 윤제의 마지막말. 분명 나는 더 눈물을 쏟았겠지. 그리고 윤제를 안았겠지. 제발, 이제 행복하길바라며.
좋아해, 강 준희.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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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만에 올라온 2편이네요..놀러가는 바람에 폰에만 적고 묵혀뒀습니다ㅠㅠ쓰리지도 다쓰고 해서 모스티즈로도 못적고...
뭔가 새드로 가고싶기도 했지만 이번에 5,6편을 보고 새드로 가면 내가 눈물나서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거여...ㅋㅋㅋㅋㅋㅋ
근데 진짜 ㅠㅠ...이 둘 그냥 흐지부지하게 끝내면 제가 시원이 어머님처럼 작가한테 전화때릴겁니다 진짜 레알 참트루....!
읽어줘서 감사함다!!..요런 글을 다 읽어주시다니^//^
썰은 많은데 쓰는게 너무 힘드네요^^;;보고 제일 괜찮은거는 단편으로 하나 쓸생각임다...
이 둘은 드라마가 끝나도 전 밀거예요!!!윤제준희행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