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니/종현] INSPIRATION 上
w.웰치
그를 처음 만난 날은 유독 사람이 더 많아 보이던 홍대 놀이터였다. 미끄럼틀 주위, 벤치 할 것 없이 사람들이 모여 그의 버스킹 공연을 관람했다. 근처를 지나가던 나도 궁금해져 가까이 다가가 그의 연주를 들었다. 부드러운 목소리가 깔끔한 기타 선율과 잘 어울린다고 했다. 평범한 사람한테선 찾기 힘든 독특한 목소리도 가지고 있었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가려던 발길을 멈추고 홀린 듯이 그의 버스킹을 지켜보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는 뭔가 달랐다. 사람들을 홀리는 재주도 가지고 있었고, 몰리는 인파를 즐길 줄 아는 노련함도 있었다. 특별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제 버스킹에 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저는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이 시간때 쯤에 홍대 올 것 같습니다! 관심 있으시다면 그때 또 봬요-"
밝게 웃음을 지으며 그의 인사가 끝나자 주위를 둘러 싸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모두 한 마디의 칭찬을 건네며 바쁘게 발을 옮겼다. 공연 잘봤어요, 수고했어요, 목소리 너무 좋아요. 흔하디 흔한 짧막한 한 마디들이 점점 사그라들고 악기를 정리하는 그의 앞에는 어느새 나 한 명의 관객만이 남아있었다. 짧게 눈웃음을 지어주며 인사를 해 주는 그의 모습을 놓치기 싫었다. 정리를 끝낸 건지 자리를 뜨려 하기에 바로 그의 손목을 덥썩, 잡아버렸다.
"연주 정말 좋았어요. 시간 되면 커피 한 잔 할래요?"
그가 놀랐는지 네? 하고 되물어 온다. 물론 그의 다음 공연 때도 올 의향이 있었지만, 그 전에 일단 이 남자와 얘기를 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컸다. 그는 살짝 생각을 하는 눈치였는데 이내 가봐야 할 것 같다고 발걸음을 떼려고 했다. 그래도 이대로 포기할 수가 없어, 그에게 그럼 같이 그 쪽길로 가면서 얘기해도 되냐며 무례를 저질렀다. 당황했을 법도 한데 입가에 미소를 띄고 흔쾌히 허락을 해주었다.
-
커피를 손에 들고 그와 어색한 걸음을 하고 있었다. 내가 생각할 틈도 없이 나와버린 말과 행동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있었을 때, 그가 짧았던 정적을 깨주었다.
"이렇게 뜬끔없이 대시해오는 여자는 또 처음이네요. 이름이 뭐에요?"
"아, OOO라고 합니다. 그 쪽은?"
"김종현이에요. 보시다시피 가끔 이런 데서 버스킹 자주 해요."
대시를 하려는 의도는 아니였지만 일단 김종현이라는 남자와 말을 트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어떻게 이 남자를 끌어들일 수 있을까. 정말 잘 어울릴 것 같단 말이지. 한참을 고민하다 김종현에게 말을 건넸다.
"종현씨 작업실 좀 가봐도 될까요?"
-
결국 첫 만남에 종현씨의 작업실까지 와버리고 말았다. 이론을 중시하기 보다는 행동이 먼저 나와버리는 이 개같은 성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번 더 무례를 저질러 버렸다. 혼자 사는 것 치고는 넓어보이는 오피스텔에 악보와 CD, 현재는 쉽게 구할 수 없을 법한 LP판까지 정말 다양하게 매워놓았다. 종현씨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그러니까 버스킹을 하는 것도 아예 모르는 그런 사람이 온다고 해도 딱 음악하는 걸 눈치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남자치곤 꽤나 깔끔한 것 같아 속으로 감탄하며 구경을 했다. 한참 돌아다니다 피아노 의자에 앉았다. 종현씨를 쳐다보자 표정이 좀 많이 굳어있다.
"통성명도 하기 전에 대뜸 남의 공간 들어오는 거 정말 무례한 거 알죠? 나원 참, 어이가 없어서. 집 보러 왔어요?"
조금은 화나 보인다. 사실 화내는 게 정상이다. 처음 만난 여자가 사적인 공간까지 물어보고 찾아오고 구경하고. 종현씨 말대로 집보러 온 여자, 어쩌면 그냥 또라이로 보였을 수도 있겠다. 이제 내 목적과 의도를 밝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부탁을 들어줄지 않을지는 확실치 않지만, 그래도 말은 해야겠지.
"사실 저도 거리 공연하는 사람이에요. 종현씨 목소리 너무 좋아서 같이 부르면 좋겠다, 싶어서 따라온 거에요. 일단 사과할게요. 정말 미안해요."
내가 그런 사람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듯이 토끼눈이 되어선 나를 이리저리 훑어본다. 아무리 봐도 음악할 얼굴은 아닌데- 혼자 중얼대며 내 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괜히 창피해져 얼굴이 빨개졌다. 종현씨도 못생긴 얼굴이 아니다. 아니 사실 정말 잘생긴 얼굴이다. 쟈이니의 송현님을 닮은 것 같기도!
"노래 해줘요."
"…네?"
"노래, 불러달라구요. 그래야 생각 좀 해보지."
솔직히 조금 부끄러웠다. 지인들 보컬트레이닝 몇 번 해주고, 심심할 때 거리 공연 해 본 것밖에 없는데 이렇게 조용한 곳에서 노래를 부르다니. 이 공간에서 내 목소리만 퍼져 나갈 생각을 하니까 괜히 쿵쾅쿵쾅 떨렸다. 첫 무대를 섰던 때보다 더 긴장되었다.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가만두지 못하고 있을 때 종현씨가 내 앞으로 성큼 다가오더니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었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억! 소리를 내며 종현씨의 어깨를 그대로 밀쳐버렸다. 덕분에 뒤로 넘어진 종현씨의 표정이 더욱 더 굳어졌다. 기분이 상할대로 상한 것 같았다. 헛웃음을 터뜨리며 앞머리를 쓸어넘기더니 일어나서 나를 노려보았다.
"참고 참았는데 이건 너무하지 않습니까? 나가세요. OOO씨."
"…아니 잠깐만요, 종현씨."
"긴 말 필요없고 나가세요. 어이없어서 돌아버릴 것 같으니까."
"진짜 버릇없이 이러는 거 정말 미안해요. 근데-"
그대로 의자에서 나를 일으켜 현관으로 손목을 끌었다. 이게 아닌데… 이렇게 나가면 안되는데… 종현씨에게 잡힌 손목을 뿌리치고 화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종현씨의 눈치를 살피며 입을 떼었다.
"… 처음 널 만나는 날 노란 세 송이 장미를 들고-"
그러자 살짝 누그러진 눈으로 노래를 부르는 나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팔짱을 끼고 나와 눈을 맞추는 종현씨를 향해 내 목소리를 들려줬다.
"…."
"됐죠? 아깐 너무 놀라서 그랬어요. 미안해요."
"알았어요. 아깐 나도 미안. 음-"
"대답해줘요 이제."
"짧게 끝날 얘기는 아닐 것 같은데, 일단 앉아요."
-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내 본능에 이끌린 사람에게 무례하게 다가가, 무리한 부탁을 하고, 버릇없이 굴었다가, 끌려나갈 뻔하다, 화난 사람 앞에서 노래를 부르다니. 인생 참 다이나믹하게 산다, OOO. 살짝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도 내 노래가, 목소리가 맘에 들긴 했나보다. 다시 한 번 불러보라는 그의 말에 전보다는 덜 떨리는 마음으로 편히 흘러가듯 노래를 불렀는데 같이 화음을 맞추며 노래를 불러준 것을 보면.
내가 눈과 귀는 정말 좋은 것 같다. 운빨도 나름 좋은 듯. 이런 사람을 또 어디서 만날까 싶다. 목소리가 정말 예술이였다. 우리 둘도 나름 잘 어울리는 것 같았고… 그가 작곡한 곡들을 몇 곡 들어봤을 때에는 그가 어떤 감정을 지니고 이 곡을 지었는지 바로 알것만 같았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그의 감정에 동요되어 버렸다. 오늘 또 다른 그의 재능을 발견했다. 자신이 느끼는, 전해주고자 하는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그대로 느끼게, 전해 들을 수 있게 하는 재능. 누구나 가질 수 없고 어려운 재능이기에 그가 더 탐났다.
하지만 거의 확실해진 것 같아 기분은 좋았다.
내가 그의 집을 나가려던 때에 종현씨가 했던 그 말이.
"아, 참. OO씨!"
"네?"
"목소리 정말 예뻐요. 다음에 또 봐요."
종현씨, 또 봐요.
***
이번엔 종현이 데리고 왔습니다! 내용이ㅋㅋㅋㅋㅋㅋㅋ 뒤죽박죽..? 총체적 난국..?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ㅋㅋㅋ 뒷 내용도 있으니까여! 이거는 폰으로 써서 보기 편하실거에요!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 편도 기대해주세요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