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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방탄소년단 정해인 더보이즈 변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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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김석진] 계약결혼의 법칙 06 | 인스티즈


계약결혼의 법칙





아우 찌뿌둥. 여주가 앓는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켰다. 방 안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마냥 노곤했다. 따스함이 방 안에 가득했지만 어제의 여파인지 그렇게 상쾌하기만한 아침은 아니었다. 20대 중반에 들어서더니 하루하루 체력이 달라서 그런가, 오랜만의 과한 알코올이라 그런가.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만은 않았다. 


[방탄소년단/김석진] 계약결혼의 법칙 06 | 인스티즈

"아 삭신이야... 뭐야 벌써 아홉시 반 넘었네..."


하아암 하고 게으른 하품을 한 여주는 그래도 이번엔 숙취가 별로 없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작년의 메스꺼움은 다신 겪고 싶지 않은 것이었으니까. 진짜 나 이제 술 그만 마셔야겠어. 몸이 안 따라주네. 또 인사불성될 때까지 마시면 내가 개다, 개. 배여주 아니고 개여주 한다, 진짜.



아, 잠깐만.

또 주량 넘게 술 마시면 성씨까지 갈아버리겠다는 효험없는 다짐을 하며 양 볼을 챱챱 때리던 여주의 등골이 싸하게 식었다. 시벌 지금 숙취 없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분명 어제는 윤기선배 집에 있었는데. 

여주가 뒤늦게 쿵쾅대는 심장으로 애써 기억을 되짚었다. 그러니까... 어제 교수님이 찾아왔고, 윤기선배가 밀어서 억지로 업혔고, 그리고...아, 망할 기억이 안난다.

기억해내, 여주야, 제발 기억해내....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너* 이름은' 주인공처럼 괴로워하는데, 섬광처럼 기억 한 조각이 뇌리를 스쳤다.



'사실은 뽀뽀할라고 했거등여...'




[방탄소년단/김석진] 계약결혼의 법칙 06 | 인스티즈

..? 이거 뭐야. 무슨 기억이야. 





'겨슷님, 저 왜 안 조아해여...? 저는 계속 좋았는데.'




아?





[방탄소년단/김석진] 계약결혼의 법칙 06 | 인스티즈

"아아아아아아아아아ㅏ아아ㅏㅏ악미친아아아아아앍"




꿈이어야 했다. 제발 꿈이어야..하는..데... 근데 진짠 거 같애, 시바... 여주는 떠오른 새 흑역사를 견디지 못하고 주먹으로 침대를 내리쳤다. 그 와중에 아프긴 겁나 아프네. 씨이.

흐릿한 기억들 사이로 이질적일만큼 선명한 저 말들은 분명 제가 뱉은 것들이 맞다. 술 더 마시면 개여주라고 했는데, 더 마실 필요도 없이 이미 그렇게 된 것 같았다. 


술이 들어가면 항상 이게 문제야. 끝도 없이 솔직해지는 거. 사람이 좀 어느 정도는 내숭도 있고 아닌 척하는 것도 있고 그래야 하는데, 어? 하, 교수님은 얼마나 당황하셨을까. 

어제 밤의 자신이 최악이었다는 생각이 들자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그나마 정말 다행인 건 진짜로 입술을 갖다댄 것 같지는 않다는 거. 취중에도 마지막 이성은 살아있었다니, 하늘이 아직 날 버리지는 않았나 싶을 무렵, 여주는 다시 마른세수를 했다. 그러면 뭐하냐고. 교수님은 이미 나한테 있는 정 없는 정 다 떨어지셨을텐데. 짝사랑도 이제 접을 때가 온 건가..?

여주는 진지하게 1년 조금 넘게 이어져 오고 있는 외사랑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하다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불가능하다는 걸 본인이 제일 잘 알았다. 그렇지만.... 따로 사는 거면 모르겠는데 한 지붕 아래 살면서 자꾸 이렇게 있는대로 좋아하는 티를 내는 건 석진을 배려하지 않는 행동처럼 느껴졌다. 감정을 강요한다고 느끼시면 어떡해. 너무 애 같아보일 것 같기도 하고.(제일중요) 

어쩔 수 없이 티나는 거면 몰라도, 오바는 하지 말아야지. 예를 들면 어제 왜 나 안 좋아하냐고 칭얼댄 거...핫쒸 아무리 생각해도 노답이네. 제발 쓸데없는 불편함까지 남기지는 말자, 여주야... 1년은 좋은 기억만 남기기에도 모자란 시간이다.




본인 나름으로는 크게 마음먹은 여주가(그래봤자 하루도 못감) 여느 아침처럼 기지개를 펴며 방에서 나왔다. 오늘도 여지없이 적막했다. 하긴 9시가 넘었으니 석진은 이미 출근해 회사에 있을 것 같았다. 좀 이따 선배들한테 잘 들어갔다고 문자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여주는 정수기에서 물을 마셨다. 찬 물이 목과 가슴을 지나가는 게 시리게 느껴졌다. 크으, 속 풀린다. 근데 저 방 왜 문이 열려 있지. 

석진의 서재로 추정되는 방이었다. 매번 잘 닫아져 있었던 거 같은데, 오늘따라 그 견고하던 문이 조금 열려 있었다. 

실수로 안 닫고 갔나 싶어 여주가 걸음을 옮겼다. 안에는 들어가지 말고 조용히 잘 닫아놓으면 되겠지, 하고 문고리를 잡았을 때였다.



"허어어어어ㅓㅓ업"  



[방탄소년단/김석진] 계약결혼의 법칙 06 | 인스티즈

"..."



왜 여기서 잔 건진 모르겠지만 석진이 서재 안 소파에서 이불을 끌어안고 곤히 잠들어 있었다. 놀란 여주가 허업, 하고 입을 틀어막았다. 

당연히 출근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금요일 아닌가..?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노란 빛무리 안에서 가만한 숨을 쉬는 석진은 중력이기라도 한듯 그대로 백스텝을 밟던 여주의 온 신경을 잡아끌었다. 


깨워 드려야 겠지? 그래, 이건 오바하는 거 아니야. 진짜 그냥 도리 상 깨워드리는 것 뿐이야. 여주는 아까의 다짐을 의식하며 행동 하나하나를 검열했다. 

스스로 합리화를 하며 마침내 이건 괜찮다는 결론을 내린 여주가 쭈그려 앉아 석진의 얼굴에 눈높이를 맞췄다. 


근데 진짜 어쩜 이렇게 생겼을까.(진심19921204%) 

조각처럼 예쁘게 자리잡은 얼굴을 저도 모르게 넋 놓고 보는데, 그 눈빛을 느끼기라도 한 듯 석진이 조금 뒤척였다. 옆으로 살짝 몸을 움직이며 언뜻 보인 석진의 목덜미에 불그스름한 자국이 있었다. 저게 뭐지. 긁다가 상처 나신 건가, 아니면 어디 물리신 건가? 

혹시 다치기라도 한 걸까 걱정이 앞선 여주가 자국을 살피기 위해 조심스럽게 붉게 자리잡은 부분을 손가락으로 쓸었다. 난생 처음보는 유형의 상처였다. 피가 났던 것 같진 않은데. 멍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기엔 어디에 부딪힐 만한 부위도 아니었다. 

저가 어제밤 열심히 물고 빨아서 남은 거라는 건 기억하지도, 아니 상상하지도 못한 여주가 연고라도 발라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며 살짝 부푼 살결을 연신 쓰다듬었다. 잠든 줄 알았던 석진의 손이 목 언저리를 만지던 여주의 손 위로 얹어진 건 순식간이었다.     


"뭐해요."

"흐어어어어,(개놀람)"

"왜 자꾸 만져요..."

"아,아니 그게 아니고 상처나신건가해서... 죄송해요, 저 또 오지랖..."


방금 잠에서 깨어나 그런지 석진은 잔뜩 잠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니 근데 뭔가 저렇게 말씀하시니까 내가 되게 막 엄청난 변태가 된 기분이야; 여주의 볼이 따갑도록 홧홧하게 달아올랐다. 잠긴 목소리, 조용한 집의 분위기, 손을 감싸쥔 온기, 저를 보는 올곧은 시선. 이 모든 게 김석진으로 합쳐진 탓이었다. 아무리 티내지 말자고 다짐해도, 뺨에서 드러나는 물증만은 불가항력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여주씨 볼 빨개졌어요' 하며 장난끼가 얼핏 어린 눈으로 봤을 석진이,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뭔가를 원하는 것처럼 집요하면서도 누구든 홀릴 듯 싶은, 깊은 눈이었다. 

평소랑 분위기가 조금 다른데. 잠이 덜 깨셔서 그런건가..? 여주는 용케도 그 생소한 시선을 오롯이 받아냈다. 그러자 하얀 손을 쥐고 있던 석진의 악력이 무심결에 세어졌다.


"..자꾸 만지고 그러지 마요. 위험하잖아."

"ㄴ...느에.."


뭐가 위험한 건지 모르겠지만 여주는 되묻는 대신 대답부터 했다. 그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냥, 뭔가 기분이 그랬다.


아 맞다, 근데 내가 여기 들어 온 목적이 있었지. 정신머리 무엇.


"근데여, 교수님 일어나셔야 해요..! 지금 열 시예요."

"응."

"...에? 아니, 응만 하지 말구... 오늘 금요일인데... 교수님 지금이라도 안 가시면 결석, 아니 결근인데...회사는..(안절부절)"

"나 오늘 회사 안 가는데."

"어?왜요?"

"갔으면 좋겠어요?"

"ㄱ,그게 아니고 회사는 원래 가기 싫어도 가야되는 거니까..."

"오늘 쉰다고 해서 괜찮아요. 어제 잠을 좀 설쳐서."

"아...어이구..그렇구나. 제가 괜히 깨웠네여, 죄송해요, 더 주무세요.(머쓱)"


아침부터 연달아 괜한 오지랖을 부렸단 생각에 무안해진 여주가 석진에게서 손을 빼내려고 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고상한 도련님같은 분위기의 석진은 의외로 힘이 센 것 같았다. 


"교수님, 저 손 좀..."

"아."


그제서야 저 안에 갇혀있던 여주를 자각한 석진이 민망한 듯 손을 놓고서 상체를 일으켰다. 방금 일어나 흐트러진 검은 머리카락과 단추 몇 개가 풀린 잠옷이 귀여우면서도, 지금까지 봐온 석진답지 않았다. 왜인지 열이 오르는 것 같았던 여주가 서재에서 나가려 황급히 일어났다.


"ㅈ..저는 그럼 이만,"

"다 깨워놓고 혼자 어디 가요."

"넹..?"

"다 깼어. 아침해줄게요, 가자."

"엇, 좋아요!"


대충 이불을 정리한 석진이 하품이 나오는 입을 손으로 가리며 말하자 여주가 뒤꿈치를 들어올리며 제자리에서 콩콩 뛰었다. 세상에, 교수님이 해주는 아침을 먹다니.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인생 잘 살았어...천지신명님, 조상님 앞으로도 착하게 살겠읍니다...(감격) 


여주는 석진이 세수하러 간 동안 잔걸음으로 부엌에 갔다. 대충 수저부터 놓고 식탁에 앉아 기다리는데 석진이 뽀송한 얼굴로 냉장고를 열더니 하나하나 익숙하게 아침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원래 요리 좋아하세요?"

"그냥 취미로 조금 하는 정도예요. 여주씨 입에 맞을 지는 모르겠네."

"괜찮아여. 개구리 반찬도 미슐랭 3스타 요리처럼 먹을 자신있어여."

"진짜죠?"

"..마 최선을 다해보겠슴니다.(비장)"

"못할 것 같은데. 괜찮아요, 나도 개구리는 좀."


두 사람 다 웃음기 하나 없이 진지하게 말 같지 않은 말을 나눴다. 아직 잠에서 깬 지 30분도 되지 않아 둘 다 제정신이 아닌 게 분명했다.



[방탄소년단/김석진] 계약결혼의 법칙 06 | 인스티즈

"근데 여주씨 속은 괜찮아요?"

"아아..네에...괜찮습니다..아직은 간이 쓸만한가봐요..."

"그래도 너무 많이 마시지 마요. 술도 잘 못한다던데."

"윤기 선배가 그래요?"

"응. 주량 반 병이라면서요."

"그 선배는 참, 왜 그런거까지 얘기해주고..."


여주가 작게 투덜거렸다. 밈윰기 가만안도...쒸익쒸익. 과묵한 거 같으면서도 쓸데없이 말이 많다니까. 


"교수님은 주량이 어느 정도신데요?"

"3병 반 정도."

"헤에엑, 근데 그럼 주사도 있으세여?"

"잘 모르겠어요, 웬만하면 그 이상 안 마시려고 해서."

"궁금하다..."

"그게 왜 궁금해요ㅋㅋㅋ"

"아니 좀 그릏잖아여...나는 어제 못볼 꼴 다보여줬는데...나도 봐야 공평하져.."

"그런 게 어딨어."


석진의 핀잔에 싱그럽게 웃던 여주가 혹시 어제 저가 뭘 실수한 게 있는지 물어보려다 입을 다물었다. 혹여 석진이 뽀뽀얘길 꺼내면 도저히 표정관리를 할 수 없을 것 같았기에. 

그 사이 석진은 먹기좋게 썬 계란말이와 아주머니가 해놓은 밑반찬 몇 개, 냉장고에 넣어놨던 시원한 콩나물국을 하나씩 식탁에 놓았다. 여주가 잠든 사이에 어제 미리 끓여놨던 콩나물국이었다. 가만히 있기 좀 그래서 일어났던 여주도 밥을 곱게 퍼서 날랐다. 이러니까 꼭 진짜 '평범한' 신혼부부가 된 것 같아서 괜히 기분이 몽글몽글했다. 



"아 그런데 그 목에 상처는 어디서 나신 거예요? 알러지 같은 건가...?"

"컿."

"헉, 여기 휴지요!"


콩나물국을 떠먹고 있던 석진이 사레가 걸린듯 한참 기침을 했다. 여주가 건넨 티슈를 받아들고 숨을 가다듬는 귀가 잔뜩 붉었다. 진짜 어제 일 하나도 기억 안 나나 보네. 휴지로 입을 막고 살짝 본 여주는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쩐지, 아까도 상처가 있어서 그랬다며 아무렇지 않게 목을 만져댄 탓에 잠결임에도 꽤 당황했었다. 정말 하나도 기억이 안 나서 그럴 수 있었던 모양이다. 이걸 말해야 해, 말아야 해. 사실대로 말하면, 또 엄청 미안해하겠지.


"..강아지가 살짝 물었어요."

"강아지요? 지니가요?" 

"아뇨, 다른 강아지."

"병원은요? 근데 강아지가 물었는데 어떻게 멍만 들었지..."

"심하게 문 건 아니라서요. 몇 시간 지나면 없어질 거 같은데."

"그렇구나...심하게 문 거 아니면 애긴가? 애기가 이빨 나서 간지러웠나.."

"아직 애기긴 하죠."

"그래두 사람 물면 안된다고 딱 혼내야 돼여. 안 혼내면 계속 물지도 몰라요."


자기 얘긴지도 모르고. 

본인이 그 혼나야 할 애기 강아지인 걸 모르는 채, 짐짓 엄함을 담아 말하는 여주 때문에 물을 마시는 석진의 입꼬리가 점점 상승했다. 


[방탄소년단/김석진] 계약결혼의 법칙 06 | 인스티즈

"그래요? 어떻게 혼내지."

"제가 강아지는 안 키워봐서 잘 모르지만...그래두 크기 전에 따끔하게 혼내줘야될 것 같은데. 딴 데 가서도 막 물면 어떡해요. 다른 사람도 물고 그러면은,"

"..그러네. 안 되는데."


유려하게 웃고 있던 얼굴이 조금씩 굳어졌다. 

그러고 보니 여주가 저에게만 그러리란 법이 없었다. 지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도 못하는데. 석진은 곰곰 생각에 잠겼다. 안 그래도 여주에게 안 좋은 일이 있을 뻔 했던 걸 잘 알고 있는 입장에선 더 마음이 쓰일 수 밖에 없었다. 


"여주씨."

"?"

"앞으로 술은 나랑 마셔요."

"예..?"


어쩐지 떨떠름한 얼굴을 하고 되묻는 여주에게 석진은 좀 마음의 상처를 입어야했다. 

싫은가..? 하긴, 술은 또래 친구들이랑 먹고 싶겠지. 서른 넘은 아저씨랑 술 마시는 게 무슨 재미야. ...그래도 나 좋다고 했으면서. 좋아하는 거랑 재밌는 건 또 다른걸까.

석진은 저 답지 않게 속상해했다. 원래 이런 건 일절 신경쓰지도 않았는데, 처음 느껴보는 종류의 섭섭한 감정이 여간 낯설지 않다. 그 낯섦이 아릿함으로 번져갈 때 쯤 석진은 계약서 조항을 떠올렸다. 아, 사생활 간섭 안 하기로 했지. 

심지어 그 조항은 모두 제 손으로 작성한 거였다. 특별한 이유없이 계약을 어길 순 없다고 생각한 석진이 이번엔 한 발 물러서서 타협안을 내밀었다. 

 

"싫으면 술 마실 때 나한테 연락해줘요."

"아, 싫단 건 아니었는데..!"


어딘지 마음에 안든단 얼굴을 하고 있던 여주가 단숨에 표정을 풀고 양 손을 내저었다. 여주가 마음에 안 드는 건 또 어제밤같은 실수를 할까봐 겁이 나서 그런 거였다. 어제는 뽀뽀하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앞으로도 저의 마지막 이성이 계속 열일을 할 거라는 확신을 가질 수가 없었다. 지금도 틈만 나면 석진의 넓은 품에 폭 안기고픈 마음이 가득하니까. 더 이상 감정을 앞세워 피해주지 않기로 다짐했는데, 함께 술을 마신다면 그 모든 게 말짱 도루묵이 될 터였다.


"저 이제 술 많이 안 마실 거라서.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그래요."


여주가 해맑게 대답했지만 석진은 어쩐지 마음이 좋지 않았다. 취할 때까지 안 마실 거라면 애초의 걱정거리는 사라진 셈인데도 마음이 헛헛한 게, 이상했다. 저가 지금 이런 마음일 이유가 없었다.


"제가 설거지할래요!"

"그럴래요? 하다가 힘들면 얘기해요."

"아유, 설거지할 것도 별로 없는데요, 뭐. 그리고 저 설거지 좋아해요."


그냥 하는 실없는 소리는 아니었다. 남들은 귀찮아 하는 일이지만, 여주는 창문으로 바깥을 구경하고 노래를 들으면서 일할 수 있다는 이유로 집에서 하는 설거지를 꽤 좋아하는 편이었다. 석진과 여주가 남은 식기를 크고 깊은 싱크볼에 갖다 넣고 여주는 무선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로 흐흥, 콧노래를 부르면서 회색 고무장갑을 끼고 일을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교수님 집은 고무장갑도 회색이네.


저도 모르게 신나는 비트에 몸을 맡기고 둠칫둠칫 움직이는 여주의 뒷모습을 보게 된 석진의 아빠미소는 서재에서 울리는 전화 소리에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누구지. 오늘은 출근 안 한다고 했는데. 항상 일에 열심인 석진이지만 쉬는 날에 온 연락은 얼굴을 찌푸리기에 충분했다. 예전에는 일이 취미냔 소리를 들을 정도라 크게 상관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굳이 쉬는 날까지 회사에 연연하고 싶지 않았다.    


[어머니]


윤 비서인 줄 알았더니. 어머니가 그 동안 여주를 보고 싶어하는 기색을 조금씩 보이기는 했다. 궁금하시겠지. 어머니 기준으로는 이것도 많이 참고 기다리시다 연락한 거였다. 안 들어도 뻔할 대화지만 석진은 전화를 받아들었다.  



"네."

-많이 바쁘니?

"아뇨, 집에서 쉬고 있습니다."

-어, 정말? 그 여주씨도 같이 있어?

"네."

-어머 그렇구나~ 그럼 혹시 내일 볼 수 있을까? 여주씨한테 한 번 물어봐봐. 아버지가 요즘 바빠서 내일만 시간 될 거 같은데.

"내일이요?"

-너무 갑작스러운가? 근데 6월달에 결혼하려면 이제 슬슬 날짜도 잡고 해야하잖니. 아무리 빠르게 진행한다고해도 지금 벌써 5월말이야, 얘.

"...물어 보고 말씀드릴게요. 네."


그럼 그렇지. 어차피 결혼하기로 한 이상 한 번은 넘어야 할 산이었다. 전화를 끊고 다시 부엌으로 간 석진이 여주를 불렀다.


"여주씨."

"흐흥흥~"

"..여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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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흥에 겨움)



안타깝게도 여주는 music is my life를 온몸으로 실현 중이라 석진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아까보다 미묘하게 격해진 춤사위였다. 웃음을 꾹 참은 석진이 통통 튀듯이 움직이는 여주의 어깨를 두드리자 화들짝 놀란 여주가 옆을 돌아봤다.



"#&*ㄱJ@.."

"네..? 교수님 뭐라구요?"


초승달같은 눈으로 웃은 석진이 여주의 귀에서 이어폰을 빼냈다. 손가락이 닿은 귓바퀴가 불꽃이 튄 듯 뜨거워졌다.



"이걸 빼야 들리지."

"아..."

"어머니한테 전화가 와서요. 내일 아버지랑 같이 만나고 싶으시다는데 괜찮아요?"

"내일이요??(청천벽력)"

"불편하면 좀 미뤄도 돼요. 잘 말씀드릴게요."

"아, 아니에요. 당연히 뵈어야죠..."


올 것이 왔구만... 내일은 메이크업을 워터프루프로 해야할까...(여전히 k-아침드라마에서 빠져나오지 못함) 그런데 곰곰 생각해봤더니 메이크업은 고사하고 입을 만한 옷이 없었다. 1년동안 옷의 기본덕목은 편함이다를 외치면서 알바만 하고 살았는데, 시부모님을 처음 뵙는 자리에서 입을만한 게 있을 리가. 



"여주씨."

"?"

"오늘 시간 되면.. 나 어디서 일하는 지 구경할래요?"

"백화점이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올려다 보는 여주에 석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몇 번은 같이 있는 모습을 보여야 의심 피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아아."


아무리 쉬쉬한다해도 알 사람들은 이미 석진이 곧 결혼한단 소문을 들은 상태였고, 그리 신기해하지도 않았다. 김석진 같은 사람이 갑자기 정략결혼하는 건, 그저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아니라 지극히 현실임을 이 바닥에 있는 사람들이야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정략 결혼이라면 분명 다른 기업 딸이거나 손녀거나, 그게 아니라면 어느 정도는 부와 명예가 있는 집안의 여자일 텐데 그 상대가 이렇게나 밝혀지지 않는다는 건 좀 의외였다. 그 쯤되니 석진의 회사 사람들 사이에선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미래의 사모님에 대해 알음알음 뒷말이 오고갔다. 그리고 입에서 입으로 옮겨지는 말 사이에 와전되어 석진과 이름 모를 그 여자의 관계가 정략결혼보다도 더한 비즈니스가 아닐까 하는 말이 돌았다. 

뭐, 따지자면 맞는 말이긴 했다. 그들의 생각보다 좀 더, 달달한 비즈니스였을 뿐.

그 모든 상황을 대충 파악하고 있던 석진은 증명할 생각이었다. 우리 둘은, 그렇게 살벌한 관계가 아니라고. 일차적으론 부모님 귀에 계약결혼 얘기가 들어가지 않게하기 위해서, 그 다음으로는... 모르겠다. 뭐라고 형언하기 힘들었다. 그렇지만 부모님만이 이 모든 행동의 이유는 아니라는 걸, 석진은 어렴풋이 느꼈다. 


"그리고 여주씨한테 해주고 싶은게 있어서."

"뭔데요?"

"가면 알아요."







석진이 사장으로 있는 백화점은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다. 다른 기업에 비해서 지점이 많은 건 아니지만. 

그가 비서를 대동하지 않고 백화점 내부에 들어서는 건 놀랍게도 거의 처음이었다. 일로 오는 게 아니면 석진은 굳이 백화점을 찾지 않았다. 쇼핑에는 딱히 취미가 없는 탓이었다. 대충 마음에 드는 브랜드 몇 개를 정해놓고 거기서 쓸어오는 게 그의 쇼핑 스타일이었으니. 

다만 이번은 좀 예외였다. 오랜만에 백화점에 오게 된 여주가 안 그래도 맑은 눈을 더 반짝거리며 여기저기를 살피고 있어서. 뭘 굳이 사는 게 아니면서도 쇼핑 자체가 즐거운 모양이었다. 이거 봐요! 이거 잘 어울리실 거 같아요! 하며 팔랑거리는 여주를 보는 석진도 실없이 웃음이 났다.


"안녕하십니까."


그러던 중 석진을 발견한 직원 몇몇이 하나같이 경직된 얼굴과 목소리로 고개를 숙였다. 석진이 고개를 살짝 끄덕여 인사를 받아주자 매니저 격으로 보이는 사람이 말을 걸었다.


"오늘 오신다는 말씀은 못 들었는데, 혹시 마음에 안 드시는 거라도..."

"아닙니다. 오늘은 손님으로 온 거니까 신경쓰지 말고 일들 마저 하세요."

"그럼 비서실에 연락을 드릴까요?"

"괜찮습니다. 데이트 중이라."


눈치를 보느라 꼼지락거리는 여주의 손을 잠깐 잡아주며 말하는 석진의 한 마디에 직원들은 조금 당황한 듯 하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매니저는 미소를 보이며 자리를 피해주는 뉘앙스를 풍겼다. 쏟아지는 직원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에, 여주가 동아줄이기라도 한 듯 석진의 팔을 붙잡고 따라 걸음을 옮겼다. 붙잡은 셔츠 자락이 구겨졌지만, 석진은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교수님 연기 디게 잘하시네여.."

"괜찮았어요?"

"넹, 완전 자연스러웠어요. 역쉬 짬에서 나온 바이ㅂ....가 아니고...문제는 이제 제가 발연기라는 게..."


여주가 소근거리다 한숨을 푹 쉬었다. 누군가를 속이는 데에는 재능이 없었다. 천성이 그랬다. 


"어떡하죠..."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편한대로 해요. 내가 알아서 다 할게."

"으응."


알아서 하겠단 말이 왜 이렇게 든든한 지 몰랐다. 예전부터 느낀 건데, 석진과 함께 있으면 그냥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괜찮을 거 같았다. 정말, 모든 게 다.


"여주씨는 뭐 사고 싶은 거 없어요?"

"사고 싶은 거요..? 글쎄요, 너무 오랜만에 오니까 뭘 사야될 지 모르겠어여."

"저 쪽에 예쁜 거 있을 거 같은데 가볼까요."

"넹!"


여주는 석진이 해주고싶다던 게 정말 견학처럼 그냥 데리고 다녀주는 거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1년 남짓 사모님 노릇을 해야하니까 데려와서 대충 눈도장이나 찍게 하려는 줄 알았더랬다. 


..근데 지금 이 분위기는, 나한테 옷 사주시려는 거 같은데.

석진은 무심하게 원피스나 블라우스 같은 것들을 천천히 들었다 놓으며 누가봐도 여자옷을 고르기 시작했다. 아무리 눈치가 없는 여주라도 이 정도는 알아챌 수 있었다. 

매장 직원은 갑자기 들이닥친 사장님에 동공지진을 일으키며 식은땀을 닦았다. 여주는 그녀를 안타까운 눈으로 보다 쭈뼛쭈뼛 석진에게 다가갔다.


"저기 교수님... 혹시 제 거 사러 오신 거예여..?(눈치)"

"응. 여기 별로예요? 다른 데 갈까?"

"ㅇ, 아니, 아니요. 예뻐요. 그냥 조금 ㅂ,"

"또 부담스럽다고 하려고 그러지."

"ㅇ..(들킴)"


왜냐면 여긴 딱봐도 비싸 보이니까요... 명품 매장답게 아주 번쩍번쩍 고급스러운 내부에 여주는 주눅든 듯 보였다. 이런 데는 들어선 적도, 딱히 올 생각을 한 적도 없었던 곳이었다.

여주가 티나게 불편해하자 식은땀을 흘리던 직원은 의아한 낯으로 여주를 살폈다. 

앗쉬 마따, 교수님이 의심 피하려고 데려온 건데! 여주는 갑자기 이 곳에 와야했던 본 목적을 떠올렸다. 최대한 평범한 연인으로 보여야 해..! 석진이 괜찮다고 했지만, 여주는 최대한 석진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똘똘 뭉쳐 어색한 연기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아니, 부담스러운 게 아니라아...ㄱ, 그, 오빠가 너무 자주 뭘 해주는 거 같아서 그러지..요...."


평생 연애다운 연애를 해본 적 없는 여주는 어깨 너머로 봐 온(?) 연애를 기억하고, 최대한 평범한 여자친구같은 말을 뱉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겨슷님, 알아서 다 해주신댔자나여,,연기가 너무 노답이라서 도저히 못 받아주시는 건가...?(체념)


"..?"


무반응에 뻘쭘해진 여주가 고개를 들었다. 눈 앞에 보이는 건 뜻밖에도, 지금까지 봐온 모습 중에 가장 당황스러워보이는 석진이었다.


"교ㅅ...아니, 오빠 왜 그래여..?(계속 열연 중)"

"아니에요. 아무것도."

"...고객님, 혹시 고르기 어려우시다면 제가 도와드릴까요?"


조용히 다가온 직원의 물음으로 쿵쿵 거리던 석진의 심장이 비로소 안정을 되찾았다. 내가 왜 이러지. 고작 '오빠' 같은 말로 이렇게 기분이 이상해질 리가 없었다. 그런 호칭에 한 번도 집착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게다가 한 때 제자였던 여주에게만은 더더욱.  

...당황스러워서 그런건가. 




"고객님은 이미지가 귀여우시니까 이런 짧은 기장 잘 어울리실 것 같고, 아 피부가 희시니까 이런 것도 굉장히 잘 받으실 것 같은데. 어떠세요?"

"으음..."

"아니면 한 번 입어보시겠어요?"

"네에, 그럼..."


둘 다 예쁜 것 같아서 고르기 힘들었던 여주가 직원의 도움으로 옷을 입어보는 동안 석진은 건너편 매장을 바라보며 여주한테 가방은 뭐가 어울릴까를 고민했다. 석진은 여주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단장시킨 다음 부모님과의 약속에 데려갈 생각이었다. 여주가 부산에서 들고 온 옷은 다 편안한 옷밖에 없는 것 같은데, 부모님을 만나는 자리인지라 아무래도 여주가 옷차림에 신경을 쓸 것 같아서였다. 여주가 뭘 입든 저는 상관없었지만, 부모님에겐 최대한 잘 보이는 편이 좋을 테니까.


"어머, 너무 잘 어울리세요."


직원의 탄성에 석진이 뒤를 돌았다. 깔끔한 구두코가 여주의 발치를 향하고, 눈이 마주친 짧은 순간 떠오른 건 세 글자가 유일했다.


예쁘다.

여주를 보자마자 든 생각은 그것 뿐이었다. 그 어떠한 수식어가 떠오르기도 전에, 예쁘단 생각만 머릿속을 빈틈없이 차지했다. 

학교에서도 평소에도 깔끔한 캐주얼만 입던 여주가 하늘하늘한 짧은 드레스를 입고 있는 건 새로웠고, 지나치게 잘 어울렸다. 여주는 봄 같은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청아하고 싱그러운 이목구비가 여름을 닮은 것 같기도 했다. 심장이 아까보다도 더 큰 소리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저 괜찮아요..?"


여주는 오랜만에(사실 거의 처음이라 봐도 무방했다) 이런 원피스를 입은 게 민망한 듯 석진을 제대로 쳐다 보지도 못했다. 뽀얗고 여린 몸 위에서 하늘거리는 연한 푸른색의 원피스가 애초에 제 것인 것처럼 어울렸지만 막상 본인은 그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 어깨 부분이 이렇게 트인 옷은 처음이라서(나름 유교걸) 애꿎은 머리카락만 어깨 위로 쓸어내리며 살결을 가려보려고 할 뿐. 


"근데 이거 어머님 아버님 만날 때 입기에는 조금 안 단정한 거 같아요... 저 내일 약속때문에 옷 사주시는 거자나여.... 이거 말고 저거 하얀 거 살까요?"

"그냥 둘 다 사요."

[방탄소년단/김석진] 계약결혼의 법칙 06 | 인스티즈

"엑.(진심 놀람) 그..아무리 교수님이 돈이 많으시다고 해도 이건 조금 과소비,"

"하얀 건 내일 입고, 이건 나랑 놀 때 입어."


여주의 얼굴이 화악 붉어졌다. 대놓고 사지 않겠다고 하면 직원의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을까봐 석진에게만 조용히 말하려고 다가간 거였는데 깨닫고 보니 얼굴이 너무 가까웠다. 낮고 조근조근한 목소리가 여주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귓가에 스몄다. 연기라면 다 들리게 말하는 편이 나았을 텐데, 라는 의문이 들기도 전에 석진은 쉬지 않고 밀려 들어왔다. 



[방탄소년단/김석진] 계약결혼의 법칙 06 | 인스티즈

"예쁘네."


석진이 얼굴 앞으로 넘어온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며 엄지로는 말랑한 볼살을 살짝 문질렀다. 여주는 숨도 제때 내뱉지 못하고 작은 주먹만 쥐었다 폈다. 

...지금 누가 내 심장 쥐어짜고 있는 거 같은데. 아니, 연기를 왜 저렇게 리얼하게 잘 하시는 거야.(괜히 억울) 

여주는 석진이 사실은 경영학과가 아니라 연극영화과를 나온 게 아닐까 하는 뻘한 생각을 했다. 





/




"오빠...?"


연서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하지만 눈에 비치는 모습은 변함없었다. 그래, 내가 김석진을 못 알아볼까 봐. 

넓은 어깨도, 출근하지 않는 날이면 차분하게 내리던 앞머리도, 깔끔한 옷 스타일도, 한 번 보면 눈을 떼기 힘든 수려한 얼굴까지. 분명 석진이 맞았다. 

모든 게 그대로인 석진의 모습 안에 익숙하지 않은 게 있다면, 조그만 여자의 머리를 소중하게 쓰다듬는 손길과 사랑스럽다는 듯이 보는 저 시선이었다. 그 시선의 방향이 다른 사람에게 있다는 게, 연서에게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저런 눈빛은 항상 나를 위한 것이었는데. 남들한텐 보여주지 않던. 


마음도 싱숭생숭하고 어지러워서 스트레스를 풀겸 찾은 백화점이었다. 좋은 향을 맡으면 기분이 좀 나아지는 자신을 알기에 새 향수를 살 생각으로. 많고 많은 서울의 백화점 중에 하필 석진의 것을 찾은 건,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원했기 때문이었다. 평일이니 출근을 했을테고, 운이 좋으면 정말 마주칠 수도 있을 것이었다. 마주친 후 내가 붙잡으면, 언제나 그랬듯이 내 뜻대로 해주겠지. 

하지만 그 마주침이 이 따위일 거라곤, 그녀는 정말 단 한번도 가정해보지 않았다. 


"저 여자 설마."


계속 주시하고 있던 여자의 얼굴을 끝내 확인한 연서가 가녀린 손으로 입을 막았다. 폰 보상해주겠다고 저가 번호를 따간 그 어린 여자였다. 아무리 우연이라도 이럴 수가 있을까. ...그럼 그 때 방이 비슷했던 것도 비슷한 게 아니라 오빠 집이 맞았단 얘기네. 

연서의 낯빛이 싸늘하게 식었다. 그 와중에 석진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기둥 뒤로 몸을 숨긴 지금의 처지가 너무 비참하게 느껴졌다. 내가 왜. 내가 왜 이러고 있어야 해? 원래는 저기가 내 자린데. 오빠는 나랑 제일 잘 어울리던 사람이었잖아. 

석진의 결혼설이 돌고 있단 건 알고 있었지만 정말 소문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속내를 알 수 없어 헤어진 석진이지만, 남들보단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으니까. 그는 이렇게 빠르게 결혼을 결정할 사람도 아니거니와 저가 알기로는 그럴 만한 여자도 없었다. 석진에게 관심을 보이는 여자는 많아도 그 여자들은 하나같이 석진의 마음을 열 수 없을 사람들이었다. 석진은 인간관계에서도 굉장히 시니컬한 편이었으므로.  그래서 저와 헤어지고 계속 일에만 집중한단 말을 들었을 때, 일말의 희망을 가졌다. 후폭풍이라도 왔을까 싶어서. 다른 사람을 만날 생각을 하지 않고 일에만 몰두한다는 게, 그만큼 날 잊기 어려워서가 아닐까. 조금 더 기다리면 후회한다고 다시 날 찾지 않을까. 그랬던 연서의 기대는 바람 앞의 재처럼 산산히 날아갔다. 지금 이게 대체... 대체 무슨 상황인 거야. 그럼 결혼이 진짜라고? 

석진과 여주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연서는 이성을 유지하려 애쓰면서 여주의 카톡 프로필을 확인했다. 배여주. 이제는 외우지 않을 수 없는 이름이 되어버린 세 글자를 되뇌이며 윤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헤어지고 난 이후 몇 달 동안이나 연락하지 않았던 사람이지만 연서는 무람없이 통화 연결음이 끊기기를 기다렸다. 지금 그 따위 체면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네, ㅇ..

"윤 비서님 맞으시죠? 저 유연서예요."

-아아, 네 기억합니다... 근데 무슨 일로...

"혹시... 석진오빠가 결혼한단 거, 정말인가요."

-어어...그건 아직 확정된 바가,

"상대가 배여주 씨. 맞죠?"

-아, 알고 계셨어요? 사장님이 말씀을 하셨구나.

"...네, 그냥 확인 차 전화드린 거니까 신경쓰지마세요. 오빠한테도 제가 전화했단 거 말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네. 수고하세요."


용건을 끝내자마자 연서는 빠르게 통화를 갈무리했다. 맞네, 그 여자가. 김석진과 결혼할 여자가 배여주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된 연서는 긴 손톱이 손바닥에 상처를 낼 때까지 주먹을 꾹 쥐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할 수 없었다. 잠깐 봤지만, 여주는 분명 석진이 좋아할 스타일이 아니었다. 본인처럼 단아하고 귀티나는 여자들만 만나던 일관적인 취향의 그가 갑자기 그저 귀여워보이는 여주를 만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거기다 오래 본 사이도 아닐 텐데. 석진이 약점 잡힐 일을 했을 리 없고, 비혼에 가까웠던 그가 단지 귀엽단 이유로 결혼하자고 했을 것 같지도 않았다. 그리고 김석진 성격에 속도위반은, 가장 말이 안 되는 결혼사유였다. 

하지만 이런 이유가 아니라면 대체 왜. 김석진이 결혼을 왜 해. 저에겐 그 긴 시간 단 한 번도 꺼내지 않았던 '결혼'이란 단어를, 여주에겐 몇 달 아니 몇 주 만에 꺼냈을 거란 생각을 하니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아니야. 뭐가 잘못 된거야. 

이 상황엔 분명히 오해나 착오 같은 거스러미가 있을 거라고 확신한 연서가 이를 꽉 물었다.









"하, 재밌었다! 오랜만에 쇼핑했어요!"


백화점 로비를 향한 여주의 발걸음이 나비처럼 가벼웠다. 온 김에 좀 더 샀으면 했지만, 아까 산 원피스 두 벌과 가방 하나, 구두 하나. 여주는 칼같이 딱 그것까지만 받아들고 감사하다고 웃었다. 


"정말 그걸로 괜찮아요? 더 사도 된다니까."

"아니에요. 우리 부모님 일도 다 해결해주셨다고 아까 엄마한테 들었는데... 그건 계약조건이니까 그렇다치고 그 이상은 좀... 저도 염치가 있다구여."


코를 찡긋거리며 대답하는 그 말간 웃음이 석진은 어쩐지 달갑지가 않았다. 

조금 더 큰 걸 바라도 되는데. 난 너한테 더 많은 걸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인데. ...나한테 넌 그래도 되는데. 

언제나 속절없이 제게 쏟아지던 여주에게 익숙해져서, 조금이라도 선을 긋는다 싶으면 쓸데없이 조급해졌다. 어떤 상황에서도 깨어지지 않던 석진의 평정이, 조그만 여주 하나로 금이 갈 만큼 위태로웠다. 


나도 모르겠다. 진짜 왜 이러지, 내가. 

누군가 제 선 안에 들어오는 걸 그토록 허용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여주가 더 이상 그 선을 넘으려 하지 않을까봐 겁이 났다. 바라는 것만 많은 염치없는 이들에게 신물이 난지 오래였으면서, 여주가 저에게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생각하니 그건 못내 마음이 쓰렸다. 여주는 항상 제게 예외를 만들어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말 여주에게만 면죄부를 줬던 게 몇 번째일지도 모를 만큼. 왜일까. 너는 나한테 왜 이다지도 특별하게 다가오는 걸까.


"우리 이제 집에 갈까요?"

"그럴까." 


아직 이 마음에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할 지 모르겠지만.... 다 모르겠고 지금은 그저 사랑이 담긴 저 눈빛이 계속 저만 봐줬으면 싶었다. 이것만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많은 연애를 했던 석진이지만 이렇게나 빨리, 이렇게나 맹목적으로 누구를 마음에 담아본 적이 없었기에 지금 이 시간들은 혼란스럽기만 했다. 첫사랑의 열병처럼, 한 번도 겪은 적 없던 감정들이 석진을 훑고 돌았다. 


"...잠깐만."

"네에. 편하게 받으세요."


또 전화 진동소리였다. 이번엔 윤 비서 맞네. 석진은 입을 꾹 다문 채 긴 숨을 내쉬었다. 나는 뭐 휴일도 없냐. 지금까진 한 번도 가진 적 없던 불만이 샘솟았다.


"무슨 일인데."

-아, 사장님. 어려운 건 아니고 이번에 J사랑 협업 관련해서 결재하실 거 올라왔는데, 오신 김에 보고 가시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주 안까지 해야 기한이 맞는데 주말엔 안 나오실 것 같아서. 지금 백화점이시라면서요?

"데이트란 말은 못 들었나 보네."

-듣긴 들었지만...새삼스럽게 왜 그러십니까. 그 전에는 데이트고 뭐고 그냥 오셨으면서.(어리둥절)


내가 그랬나? 아, 그랬었구나.(깨달음)

심기 불편한 목소리의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 대답하는 윤 비서에 석진은 짧게 한숨을 뱉었다.


"...갈게. 기획서 방에 갖다 놔."

"또 회사예요..?"

"응... 미안해요. 비서 불러서 여주씨 데려다 주라고 할게요, 잠시만."

"앗, 아니요!"


여주가 다시 어딘가 전화를 거려고 하는 석진의 손목을 잡았다. 기껏 잡아놓고 저가 더 놀라서 화드득 손을 뗀 여주가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


"그...저도 회사..가 보면 안 돼요?"

"회사를?"

"아, 안 가도 괜찮구요! 그냥 '진짜' 일하시는 곳이 궁금해서.."


물론 그것도 궁금하지만. 오늘은 집에 혼자 있기 싫어.. 

늦게 올 것 같은데, 오늘만큼은 적적한 집에 혼자 있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석진과 함께 있다가 혼자 남으면 그 모든 게 다 꿈이었던 것처럼 느껴져서. 그런 느낌은 유쾌하지 않았다. 1년 후에 있을 일을 미리 경험하는 기분이잖아. 

석진이 제 옆에 없을 날을 체험판처럼 겪는 것 같아서 여주는 그 짤막한 쓸쓸함마저도 싫었다. 

그렇지만 그게 억지로 떼를 쓸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아차,하고 바로 괜찮다고 했는데,


"가요."

"네?"

"가자, 같이."




/





백화점과 붙어있는 옆 건물에 석진의 사무실이 있었다. 완전 반짝반짝..! 역쉬 대기업은 달라..!

석진과 여주가 사장실이 있는 7층으로 내려 복도에 들어서자마자 비서들이 일어나 인사를 하려다 말고 멈칫했다. 


"저..사장님, 혹시 옆에 계신 분이.."

"안에만 있다갈 거니까 신경쓰지말고 하던 일 마저 하세요."


지금 이 공간에선 '나 불편해, 당황했어' 하는 공기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리고 이 불편한 상황이 누구 때문인지는 여주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저 멈칫의 원인은 모두....나게찌...괜히 온다고 했나바... 비서가 한 명이 아닐줄이야...세상...(쫄았음)

그들의 당혹감과 흥미로움이 섞인 시선이 못견뎌웠던 여주가 고개를 떨구고 신발만 보고 있는데 석진이 슬쩍 손을 잡아왔다.


[방탄소년단/김석진] 계약결혼의 법칙 06 | 인스티즈

"들어가자."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뜻 같아서 여주도 빠르게 끄덕거렸다. 다 모르겠고 그냥 지금의 불편한 상황을 빨리 벗어났으면 했다. 


그대로 업무실로 들어서자마자 윤 비서가 다급한 걸음걸이로 따라 들어오더니 문을 닫았다.


"아니이 같이 오신단 말은 안 하셨잖아요(환장), 저희도 좀 마음의 준비를..!"

"여주 오는데 마음의 준비를 왜 해."

"저어기..죄송해요. 제가 괜히 일하시는데 방해를.."

"어우 아니요, 사모님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사장님이 워~낙 누구 데려오고 이런거 안하시거든요. 오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시고."

"아앟..그렇구나..(뜨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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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ㅏ...역시 이렇게 오는 거 별로 안 좋아하시는구나... 그렇긴 하지..일터에 오는 걸 누가 좋아하겠숴....(숙연)


'사모님'이라니. 저와는 영 어울리지 않는 호칭에 흠칫하던 것도 잠시, 뒤이어 따라붙는 윤 비서의 말에 여주의 눈망울이 아련해졌다. 역시 내가 괜한 짓을 한 거야....라는 속마음이 동공에 면면히 드러났다. 


"근데! 무려 이렇게 같이 들어오시다니, 이야 여억시 이 시대 최고의 사랑꾼,"

"쓸데 없는 소리하지 마. 여주는 저기 옆에서 기다릴래?"

"앗, 넵!"


석진은 괜한 말을 해서 여주가 제 눈치를 보게 만든 윤 비서가 더없이 아니꼬와 보였다. 그래서 평소보다 더 날선 말투로 윤 비서의 명랑한 말을 끊어버리고 여주를 집무실에 딸린 응접실로 가게 했다. 

유리문을 열고 들어간 응접실은 새하얀 벽과 베이지색 소파, 한 쪽 귀퉁이에는 비슷한 골드톤의 안마의자가 놓여있었다. 일적으로 찾아온 손님이 없다면, 종종 저기서 휴식을 취하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아. 여주 아직 저녁 못 먹어서 배고플 텐데 좀 챙겨줘."


여주를 응접실에 보내고 올라온 서류를 검토하던 석진이 말을 꺼내자 윤 비서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내가 살다살다 김석진 사장님이 이런 심부름 시키는 걸 하게 되다니...인생은 오래 살고 볼 일이었다.


"거..참...사장님 이러시는 거 진짜 적응 안 되는 거 아십니까?"

"내가 뭘."

"아휴, 말을 말지...사모님 뭐 좋아하시는데요?"

"..."


여주씨가 뭘 좋아하지. 석진은 여주에 대해서 아는 게 지극히 적었다. 당장 몇 주 뒤에 결혼할텐데도. 좀 알아가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여주씨가 좋아하는 건 민트초코랑 바다, ...그리고 나. 이거밖에 모르겠는데...


"아니 사장님 귀는 왜 빨개지세요; 제가 뭐 못 물어볼 걸 물어봤나요..."

"큼, 바로 옆 방에 있는데 가서 물어봐. 오늘 먹고 싶은 건 다를 수도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그리고 간 김에 아이스크림도 사와. 민트초코."

"...? 사장님이 아이스크림도 드세요? 처음 보,"

"여주 먹을 거."

"아이구...예..그러시겠죠..."


윤 비서는 적당히 환멸과 체념이 뒤섞인 얼굴로 몇 발자국을 걸어 유리문을 열었다. 오늘 전화 온 연서는(물론 연서와는 인사만 한 두번 나눴을 뿐 전혀 친하지 않은 사람이라 당황스러웠지만) 한 번도 이렇게 회사에 온 적이 없었다. 정정하자면, 연서와 만나는 석진은 한 번도 이런 일을 하지 않았다. 석진은 일과 연애를 아주 칼 같이 분리하던 사람이었고, 사실 제 3자가 보기엔 여자친구보다 일을 더 사랑하는 것 같아 보였다. 근데 이번의 연애는 좀 많이 다른 것 같다. 저 여자분, 그러니까 곧 결혼한다는 어린 사모님의 어디가 사장님을 저렇게 만든걸까. 윤 비서는 악의없는 궁금증이 들었다.


"사모님~"

"앗, 네!"

"어우, 그거 좋죠? 저도 몇 번 써봤는데 역시 비싼 게 돈값을 하더라구요."

"ㅎ..ㅎㅎ...그러네요..(머쓱)"


여주는 안마의자에서 갓 쪄낸 떡처럼 편하게 누워있던 몸을 허겁지겁 일으켰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잠깐 누워만 있을까 했던 거였다. 아무도..안 들어올 줄..알았는데...ㅎ... 머쓱한 마음에 괜히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한다.


"사장님이 사모님 저녁 챙겨주라고 하셔서요, 혹시 뭐 드시고 싶은 거 있으세요?"

"아,맞다 저녁 안 먹었구나. 교수님은 뭐 드신대요?"

"교수님이요...?"

"앗, 아니, 악, 옵..오빠요.(다급)"

"사장님은 사모님한테 물어보라고 하셨는데."

"그럼 그냥 편하신대로 백화점 지하에서 아무거나 사다주세여. 저는 해산물만 아니면 다 괜찮아서여..."

"네에 그럼,"

"비서님은 식사하셨어요?"


여주의 물음에 윤 비서는 방정맞게 입을 틀어막았다. 


"진짜 감동입니다, 사모님..."

"예..?(당황)"

"사장님은 그런 거 안 챙기시거든요...완전 무뚝뚝..물론 그렇다고 제가 밥을 거른 적은 없지만..."

"교ㅅ..오빠가요?"

"어휴 그럼요. 사모님 진짜 대단하십니다. 하루에 말도 몇 마디 안 하는 분을 어떻게 저렇게 만드셨대요."


여주는 그저 허헣, 웃으며 뒷통수를 긁적거렸다. 난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회사 사람들은 교수님 진짜 성격을 잘 모르시나? 일하실 때는 많이 예민하신가 봐. 

다정하지 않은 석진을 본 적이 없는 여주는 무뚝뚝한 모습이 있다는 게 오히려 신기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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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교수님은 일하는 것도 머쉿다... 뒷담화 아닌 뒷담화를 한 윤 비서가 나가고, 어정쩡하게 앉아있던 안마의자에서 그냥 소파로 자리를 옮겼다. 석진의 일하는 모습이 유리문 너머로 더 잘 보였다. 연구실에서 일하던 모습과는 또 색다른 분위기가 있었다. 눈에 보이는 아무 책이나 꺼내, 책을 보는 척 얼굴을 가리고 흘긋흘긋 석진만 훔쳐보던 여주는 아까 여주씨에서 한 글자를 떼고 여주라고 불러주던 석진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처음 여주야,라고 불렸던 작년의 연구실이 생각났다. 그 때는 실수로, 지금은 남들 눈에 친해보이려고 부르는 호칭. 둘만 있을 때도 계속 여주라고 해주시면 좋겠지만... 그것도 교수님한테는 부담이려나...?


"배달왔습니다~ 드세요!"

"감사합니다아. 비서님은..."

"아, 저는 아까 먹었습니다! 사장님, 드시고 하시죠."

"됐,"

"같이 먹어여, 저녁 안 드셨잖아요."


그냥 빨리 끝내고 집에 갈 생각이었는데. 윤 비서 뒤에서 얼굴만 내밀고 같이 먹자고 하는 여주가 눈에 밟혀 망설이던 석진이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두 분 드시게 저는 눈치껏 자리 비켜드릴게요~필요하면 부르시고~"


윤 비서는 의미심장한 얼굴로 문을 닫고 나갔다. 석진과 여주가 죽고 못 사는 연인이라고 생각하는 윤 비서의 능글맞은 태도에 수줍음이 밀려오는 건 여주 뿐인 듯했다. 석진은 태연하게 여주가 먹을 도시락을 세팅해주더니 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었다. 

하기야 교수님은 부끄러울 이유가 없으시구나. 다 연기니깐... 여주는 그만 청승 떨고 밥이나 먹자, 하는 마음으로 양껏 입에 집어넣었다. 한참 말도 없이 밥을 밀어넣다 바닥을 보일 때 쯤, 익숙한 분홍색 통이 눈에 들어와 뚜껑을 열어젖혔다.


"이것도 비서님이 사오신 건ㄱ...응? 교수님 이거 민트초콘데여. 어ㄸ,"

"여주씨가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서. 밥 먹고 먹어요."

"헉, 기억력 좋으시네여... 잘 먹을게요!"


평소보다 좀 조용하던 식사자리는 민트초코 하나로 다시 상큼한 활기를 띄었다. 밥을 다 먹은 여주는 분홍색 스푼을 꺼내 앙, 물었다. 달콤하고 쌉싸름한 맛이 기분좋게 혀를 감고 돈다. 크으으으으. 식후 민초라니 최고된다...근데 교수님은 왜 이 맛을 모르시는 걸까.(진지)


"교수니임."

"응?"

"한 번만 드셔보시면 안돼여? 진짜 마쉿는뎅...이건 치약맛 안 나요."

"나는 좀,"

"한 입도....?"

"..."

"..."

"....딱 한 입이에요."


왜 저 눈빛에는 거절을 못하겠지. 교활함 한 자락 없이 깨끗한 눈동자는 이상하게 마음을 녹이는 힘이 있었다. ...내가 이렇게 마음 약한 사람이 아닌데. 


여주가 정말 조금만 떠서 준 아이스크림을 입에 넣은 석진의 얼굴에는 예상 외로 불쾌함이 서리지 않았다. 그래, 역시 민초는 틀리지 않았어...!(왕뿌듯)


"어때요, 마싯..!"

"아닌 거 같아요."

"앟..?"


여주는 여주고, 아닌 건 아니었다. 석진은 얼굴에 주름하나 생기지 않고 평안하게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저건 진심이다. 찐으로 진심이야....

장난이 심했나..? 그냥 맛있는 걸 같이 공감하고 싶었는데..(시무룩) 여주는 조금이지만 석진을 괴롭힌 게 미안했다. 

그렇담...좋아 이 타이밍이다..!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한 여주가 가방 속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놀린 거 죄송하니깐..."

"?"

"짠! 귀엽죠?"


긍정적인 반응을 원하는 듯 눈을 반짝이는 여주의 하얀 손에 작고 귀여운 인형이 들려있었다. 털이 아주 포슬포슬해보이는 치즈색 햄스터 인형이었다.


"이거 아까 화장실 간다 해놓구 산 건데... 교수님이랑 너무 닮아가지고여.. 보통 에*팟 케이스나 자동차 키에 많이들 단대요!"


또 햄스터와 저를 연결시킨 모양이었다. 취했을 때도 그러더니. 석찌니 햄찌니하며 주정부렸던 걸 또렷이 기억하고 있는 석진이 피식 웃는다. 어지간히 닮았다고 생각했나보네. 


"나하고 닮았어요?"

"네! 근데 교수님이 쪼끔 더 귀여워요."


말해놓고 이건 좀 오바였나 싶었는지 여주가 입술을 고물거리다 살짝 깨물었다. 여주는 항상 저렇게 속마음을 다 들켜놓고 한 발 늦게 후회하곤 했다. 

처음엔 그런 모습이 이해가 안 돼서 왜그러는 걸까 생각했는데. 여주를 계속 보다보니 그만큼 남도 자기 자신도 속일 수 없는 순수한 아이라는 생각에 조금씩 정이 들었다. 정이 제일 부질없다는 걸 알면서도, 하염없이. 석진은 여주에게 필요 이상으로 마음을 쓰고 있었다.


"고마워요. 귀엽네."


고맙다는 말에 뽀얀 얼굴에는 금세 걱정이 지워지고 해사한 웃음이 돌았다. 한두 번 본 웃음도 아닌데, 또 심장이 간질거렸다. 민들레 홀씨같이 뽀송뽀송한 저 웃음이 심장에 앉아서 자리를 잡는 것처럼.



석진은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 그건 자기 자신에게도 해당했다. 알고 있다. 여주를 대할 때 본인이 본인답지 않다는 걸. 31살이나 먹어놓고 처음 느껴보는 이 감정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걸.

그래도 최대한 외면해왔다. 눈치가 빠른 만큼 똑똑했으니까. 여주한테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아니까. 저 아이에겐 끝까지 키다리 아저씨로만 남아주고 싶었고,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이 감정 자체가 석진의 원칙 안에선 용납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근데, 대체 함께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렇게나 신경이 쓰이는지. 어릴 때 로미오와 줄리엣이 단 5일만에 죽음까지 감수하는 미친 사랑을 하는 걸 보고 멍청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예 불가능한 얘기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저도 지금 미친 게 분명했다. 

아닐 거라고 믿고 싶었던 상황이, 이제는 외면할 수 없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와서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하고 있는 그 이유가 아니라면 왜 답지않게 여주에게만 많은 걸 허락하는지, 가슴이 간질거리는지, 여주의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 어제밤에 쉬이 잠들지 못하고 서재에서 시간을 끌다 선잠을 자버렸는지도. 그래서 처음으로 결근을 감행했다는 것까지.


"교수님 에*팟 케이스는 아무것도 안 달려있던데 제가 달아드릴까여? 아닌가, 차키가 나으려나...(진중)"

"...아무데나 괜찮아요."


성격 상 이런 인형을 달고 다닌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도 여주는 선물을 할 때,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상대방도 좋아할 거란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사랑만 받고 자란 아이가 할 법한, 더없이 사랑스러운 자기중심적 사고였다. 진짜 애긴가. 미치겠네, 이제는 이런 것까지 귀여워. 

여주가 제게 계속 뭔가를 보답하고 싶어한다는 걸 안다. 이것도 오늘 받은 선물에 조금이라도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나름 고심해서 골라온 거겠지. 애초에 삶에 물질적 모자람이 없던 석진에게는, 쓸모 있는 물건보다 이런 의미있는 물건이 더 소중했다. 


제 옆에 쪼르르 다가온 여주가 손을 내밀었다. 석진은 자연스럽게 주머니에 있던 차키를 건넸다. 여주가 조심히 받아들더니 작은 손을 꼬물거린다.


"딴! 됐다! 근데 뭔가 약간 부조화의 조화...그런 느낌이네여....(착잡)"


누가봐도 겁나 비싼 차를 움직일 것같은 키의 중후함과 2만원짜리 인형의 뽀실뽀실함은 영 어울리지 않았다. 괜히...단 거 같은데...


"에*팟...으로 바꿀까여...아님 그냥 소장만 하실..(소심)"

"그냥 이렇게 둘래요. 차키를 더 많이 들고 다녀서."


예상치 못하게 귀여운 햄스터를 달게 된 차키를 다시 건네받는데 여주의 손끝이 닿았다. 궂은 일 한번 하지 않았을 것 같은 말랑한 촉감이 번졌다. 오늘만해도 몇 번은 잡았던 손인데, 손아귀에서 빠져 나가는 게 아쉬웠다. 말랑함이 제게서 멀어지는 게 싫었다. 이쯤되면 정말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숨이 늘어졌다. 


[방탄소년단/김석진] 계약결혼의 법칙 06 | 인스티즈

나는 여주씨를 좋아한다. 그것도, 첫사랑이라는 착각이 들 만큼. 



...진짜 큰일났네.




사랑은 늘 예기치 못한 순간에 들어선다. 그 어떤 계획도, 이성도, 원칙도 진짜 사랑 앞에선 심장을 잃어버린 듯 아무 소용이 없다. 석진의 삶을 지탱하던 그 모든 것들을 그렇게 한없이 무능해지게 만들 수 있는 게 사랑이었다. 그래서 석진은 지금껏 맹목적인 사랑을 달갑지 않은 것으로 여겼다. 근데, 왜 이건 단 것 같을까. 새로운 것 투성이인 이 기분이 이상했지만 본능적으로 알았다. 이 달콤함은, 머리가 일으킨 순간적 착각이 아니라고. 


석진의 강고하던 벽이, 둘에게서 잊혀진 아이스크림처럼 완전히 녹아내리는 순간이었다. 



  

 

--------------------------------------------------


너무 문장에 신경을 안 쓰고 써내린 것 같아서 퇴고를 몇 번 거쳤는데 어차피 거서 거기인 거 같아가지구 그냥 올림니다..ㅎㅎ 

사실 여기서 좀 더 쓸까하다가 그럼 분량이 넘 에바쎄바가 될 것 같아서..나머지는 다음편으로 토스..!


석지니가 생각보다 좀 빨리 마음을 깨달았어요! '진짜' 사랑을 한 적은 없는 캐릭터지만 똑똑하기도 하고 다수의 경험을 보유한 으른이기 때문에 예정보다 좀 빨리 자각하는 걸로 바꿨슴니다..석진 감정선이 잘 드러났으면 좋겠네여ㅠㅠ역시 글로 표현하는 건 어려워...따흐흑... 

고로 삽질은...약간 내려놨슴다 이제 직진남 간다(비장)


우리 독자님들 제가 연재텀이 짧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재밌게 잘 봐주셔서 감사하고 댓글도 너무 감사합니당! 석지니와 함께 자까의 원동력..ㅠㅠㅠ

[방탄소년단/김석진] 계약결혼의 법칙 06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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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꺄아아아아아아아!!!! 여주에 대한 마음을 깨달았군요!! 이제 직진만 한다고 하니 벌써부터 심장이 두근두근해요.. 오늘도 좋은글 읽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아
4년 전
독자2
까아ㅏㅏㅏ 알림 뜨자마자 봤지만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읽는다고 이제 댓글 달아요 작가님ㅠㅜㅠ 석진이가 빨리 깨달아서 직진남 되서 얼른 저 계약서 없애버리거나 기간 평생으로 변경해야할것 같아요(진지) 이번편 정말로 스며들듯이 사랑에 빠진 석진이를 본것 같아요
지난편에 도화선 같았다면 이번편에서 폭발해버린 느낌 사소한거에 귀여워하고 신경쓰이고 예뻐 보이면 끝난고 아닙니까ㅠㅠㅠ

4년 전
독자41
안녕하세요 작가님,, 정주행 하러 왔다가 갑니다ㅠ 끄흡 너무 설레요
4년 전
독자3
이곳에 묻히겠습니다
4년 전
독자4
아악 ㅠㅠㅠㅠㅠㅠㅠ 저 진짜 두근두근하면서 한 글자도 아까운 마음으로 읽어내려왔네요 ㅠㅠㅠㅠㅠ 세상에 석진,, 사랑 자각했네요 ㅠㅠㅠ 넘 좋아여 흑흑 직진남 석진 넘 좋습니다,,,;ㅂ; 작가님 글 넘 재밌게 쓰시면서두 비유도 넘 몽글몽글 예쁘게 잘 써주셔서 감사해요!!
4년 전
독자5
으엉엉..맞아..석진아 넌 여주를 사랑하고 있는 거야... 글이 너무 몽글몽글하잖아요~ 아카짱 같은 여주 조그만 손 꼼지락거리는 거 주먹을 쥐었다 피는 거 아.. 진짜 하나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어요... 이렇게 글만 봐도 여주한테 반할 것 같은데, 석진이는 어떻겠냐고요 후.. 아 심장이 콩닥거려.. 너무 예뻐서...ㅠㅠ
눈치 빠른 만큼 똑똑한 으른 석진이 빨리 깨달았군요 사랑이라는 감정이라는 것을..
넌 잘 하고 있어! 이제 삽질은 그만하고 여주에게 직진만 하자..!! 작가님 소중해요 진짜 글에 작가님의 감정이 다 담겨있어서 너무너무 따뜻해지고 포근합니다.
다음 이야기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4년 전
비회원49.168
To. 독자5(님)
너무 공감 되네요ㅠㅠ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다 전해주고 계세요ㅠㅠ
우리 열심히 정주행 합시다!!

3년 전
독자6
진짜 읽는동안 광대가 내려오질 않았어요,, 이제 둘이 행복할 일만 남은건가요ㅠㅠㅠㅠ
4년 전
비회원78.76
까아아아아악ㅠㅠㅠㅠㅠ작가님 보고싶었어요ㅠㅠㅠㅠ다 읽을까봐 아쉬워서 최대한 천천히 읽으면서 내려왔는데 오늘 전개 너무 좋은데요!!!제가 봐도 여주가 사랑스럽다 못해 안아주고 싶은데 석진이 이해해....그리고 뭔가 극 중에서의 석진이는 자기 감정이 무엇인지 알아차리는게 빠를 것 같다고 생각하기는 했는데 역시 으른미 넘치게 바로 인정해버리네요 이제 직진남의 면모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떨려요ㅎㅎㅎ진짜로 작가님 글은 뭔가 그 둘의 감정이 다 느껴진다고 해야하나 그냥 너무너무 좋습니다!!!!!!
4년 전
독자7
저는...여기 뼈를 묻습니다.....세상에...
4년 전
독자8
항항허엏엏하ㅏ핳 드디어 드디어 과제안하고 인티한 보람이 있어ㅠㅠㅠㅠㅠ걍 녹아내려요,..
4년 전
독자9
작가님 오랜만이에유!! 볼때마다 넘 사랑스러운 여주..♡ 글 잘읽고있습니당!
4년 전
독자10
작가님 ,,, 다음편도 너무 궁금하지만 천천히 오셔도 되요 한편씩 주시는 글 너무 잘 읽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ㅠㅠ
4년 전
독자11
작가님!! 으아 새벽에 작가님 글 읽고 기분 좋게 잘 수 있을거같아요💜💜😍직진석진이 기대합니다 으아아악💜 그나저나 작가님 민초 좋아하시나요?
4년 전
코레
넹...민초단임니다....역시 누군가 눈치채실 것 같았어요🤭
4년 전
비회원238.144
저 진짜 너무너무 재밌고 분량도 낭낭하시구 진짜 너무 조크든요ㅜㅜㅜㅜ 작가님 컨디션 조절해서 재밌는 글만 써주시면 됩니다유ㅠㅠ 또와주세요!!!
4년 전
독자12
와 오늘 대박대박 분량도 내용도 대박이에요ㅠㅠㅜㅜㅜㅜㅜㅜㅠㅠㅠㅠ여주에게 확실히 스며들었네요 석진이가ㅜㅜㅜㅠㅠㅠㅠ연서가 뭔가 불안하긴 하지만 작가님말대로 진짜 얼른 직진해서 꽁냥꽁냥 보고싶어여!!!!! 직진하는 석진이 너무 기대됩니다ㅠㅠㅠㅠㅠㅜ
4년 전
독자13
다행이에요 석진이 빨리 알아채서ㅠㅜ 전 여친이 나왔는데 석진 까지 미적거릴까봐 조마조마 했어요ㅠ 너무 잘봤어요 작가님💜
4년 전
독자14
벽이 아스크림처럼 무너져내려놓고 누가 넘어가고 넘어왔는지 모를 이 거리ㅠㅜㅠ 둘 다 왤케 귀여워요 도키도키합니다아ㅏㅠ
4년 전
독자15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아ㅏㅇ아ㅏ아앙아ㅏ아아가가가가가가가가!!!!!!
4년 전
독자16
하 알람떠서 너무 행복했어요....이 글만 기다린답니다:.:...
4년 전
비회원51.185
으앙... 직진남 석진이라니... 벌써 떨리구 있어요ㅜㅜ 이렇게 새벽에 자까님 글 보는 것만큼 소소한 힐링이 없씀니당😆 너무 재밌게 읽고갑니당 히히
4년 전
독자17
하...작가님 저 진짜 얼마나 기다렸는지ㅠㅠㅠㅠㅠ헝ㅠㅠㅠㅠ너무 좋아여 계속 기다릴수있숩니다!!
4년 전
독자18
와 진짜 오늘도 너무 사랑해요 작가님 진짜로 ㅠㅠㅠ 김석진 진짜 미친거 아녜요..? ㅠㅠㅠ 진짜 울어요 저 ㅠㅠㅠㅠㅠ
4년 전
독자19
석진아 이제 직진만 남았다!!!!!힘내주ㅏ🤭🤭
4년 전
독자20
직진남김석진 잔뜩기대해 보겠숴여~~작가님 왜 글이 안끝나지..? 하면서 읽었어요 보는 내내 입이 귀에 걸려가지구 행복했ㅝ요...💜🥰
4년 전
독자21
아 작가님 김석진 너무 좋은데요ㅠㅠㅠㅠ직진남이라니 진짜 좋아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4년 전
독자22
꺄아아악 빠졌지 빠졌지 여주 매력에 폭 빠져버렸찌💜💜💜 아잇 작가님 정말 일케 글을 잘쓰시면 저 역시 작가님 글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짜나여 ㅠㅠㅠ 진짜 근데 울 애기 여주 넘 귀여워서 저두 여주 넘 사랑스럽게 보고 잇답니다 💜💜이제 나온다고 하는 직진남모먼트,,, 기대합니다. 후. 벌써 설레네요. ㅎㅎㅎㅎㅎ 작가님 항상 감사히 읽어요 오늘도 애정합니다💜
4년 전
독자23
하ㅜㅜㅜㅜ드디어ㅜㅜㅜㅜㅜ얼른 둘이 깨볶고 뽑보하게 해주세요 작가님ㅜㅜㅜㅜ감사합니다
4년 전
독자25
미쳤다ㅠㅠㅠㅠㅠㅠㅠ넘 재밌어요
4년 전
독자26
하...작가님? 1회독 완료했고 최소 5회독은 할 예정이에요 ^_^ 행복합니다 작가님... 직진하시는 겨수님이라뇨... 제 취향안에 들어갔다 나오신건가요.... 사랑해요 자 까 님
4년 전
비회원150.170
그저 빛... 자까님 여주 너무 귀여워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런 동생있으면 좋겠는데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직진만 남았다니 둘이 꽁냥하는거 너무너무너무 기대됩니다ㅜㅜㅜㅜ흑흑
4년 전
독자27
직진남 교수님ㅜㅜㅜㅜㅜ너무 기대돼요
4년 전
독자28
와 오랜만에 왔는데 여전히 너무재밌네여 최고에여 작가님
4년 전
독자29
아오 딘짜 내 심장 다뿌서졌어 작가니무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이번편진짜 진심으로 래존드편... 이고 진짜 주기적으로 들어와서 봐여한다ㅠㅠㅠㅠㅠ 가자 직진석지누ㅠㅠㅠㅠㅠ 진짜 각이야... 진심... 우하후하 중간에 발암아닌고구마아닌 뭔가가 있는데 뭐 그건 때려치고 진짜... 후... 이번편.. 진짜 다 찢어버렸다...
4년 전
독자30
으아아아아아 이제 직진남 나오나여ㅜㅠㅠㅠㅠㅠ
4년 전
독자31
꺄아ㅏㅏㅏㅏ작가님~~~석진이 직진남 드디어 나오나요~~ 너무 기대되요 이번편 정말 분량 혜자스러워서 너무 좋았어요 ㅠㅠ 정말 잇몸 다 말라가면서 읽었네요 스크롤 내리는게 아쉬울정도로!! 그리고 정말 햄찌키링 진짜 ㅠㅠㅠ 석진이가 키링 달린 차키 들고다니는거 생각하면 ㅠㅠㅠㅠ 다음편만을 기다립니다...
4년 전
비회원11.117
진짜 저 댓글 처음써봐요 ... 작가님 ㅠㅠ 너무 설레요 흐어어엉엉어유ㅠㅠㅠ 직진남이라니 벌써 설레버려요 꺄핳 !!!!!! 좋은글 써주셔서 너무너무너무 감사합니다 !!!
4년 전
독자32
작가님 새벽부터 정주행 해버렸습니다... 작가님 기다리는거 쪼매 힘들지마는,,, 갠차나여 기다립니다! 작가님 말씀대로 클리셰적이지만 전혀 유치하지 않아서 미치겠어요ㅠㅠ 저격 제대로예요ㅠ 연재하심에 감사할따름입니다ㅠㅠ 그리고 석진이가 드디어 사랑을 싹트게되니 너무 좋네요ㅎㅎㅎ
4년 전
독자33
세상에 입틀막!!! 여주에 대한 마음을 알아차렸수!!!!!♡
4년 전
비회원237.133
작가님 where are you 어디계세여ㅠㅠㅠㅠ 작가님도 보구 싶구 직진하는 김석찐도 보고싶고 시부모님 만나는 여주도 보고싶습니다
4년 전
비회원49.168
인죵이요ㅠㅠ
3년 전
독자34
헉 왜 이제 알고 왔을까요 ㅠㅠㅠㅠㅠ 다음편도 기다릴게요!
4년 전
독자35
최고의 빙의글 추천합니다....
4년 전
독자36
저는 왜 이런 띵작을 이제야 본 걸까요 ㅠ ㅠ
4년 전
비회원227.155
다음편까지 즁ㅠㅠㅠ
4년 전
비회원53.99
진짜 심장 쥐어짠다 짜 미쳤어요 미쳤어...미쳤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어떡해ㅠㅠㅠ너무 좋아ㅠㅠㅠㅠㅠㅠㅠㅠ
4년 전
독자37
오메 나 주거부러,, 작가님,,, 기다리고 있겠스니더 아아아아강강각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김사장님 ㅠㅠㅠㅠㅠ 김겨수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4년 전
독자38
너네 그냥 결혼 내일 해라~~~~~~~~
4년 전
독자39
작가님......기다리고 있을게요......빨리 다음편을........기다려요.....
4년 전
독자40
작가님...기다리고있습니다...빨리오세요...ㅠㅠ
4년 전
비회원11.117
작가니임 ... 기다리고있습니다아 .. 보고싶어요 작가님 ....
4년 전
독자42
우리 작가님 무슨일 있으신건 아니죠? 너무너무 보고싶네요ㅠㅠ
4년 전
독자43
ㅠㅠㅠ보고싶어여,,,
4년 전
독자44
작가님ㅠㅠㅠㅠㅠ아직 기다리고 있어요ㅠㅠㅠㅠ
4년 전
독자45
하 눈물 난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재밌어요
4년 전
독자46
작가님ㅜㅜ 석진이가 마음을 인정했으니 이제 꽃길 걸어야죠!! 우리 여주 행복해야해..☆
4년 전
비회원227.155
자까님 정주행하고 왔어욥 항상 기다리고 있어용
4년 전
독자48
아 작가님 정주행하다가 떨려서 미치는줄 알았쒀여
4년 전
독자49
작가님 아직도 기다리고 있어요ㅠㅠㅠㅠㅠㅠㅠ다음편 보고 싶어요ㅠㅠㅠ
4년 전
비회원181.197
않이.. 김석진.. 이마 탁탁 기절.. 이런 미친 벤츠.. 당신 때문에 별안간 눈물을 흘리는 여성이 되어버렸잖아
4년 전
비회원112.77
작가님 ... 잘 지내시나요 .....!!! 아직 기다리고있어요 ..... 많이많이 보고싶습니다 ......
4년 전
독자51
숨 참고 정주행 했습니다..! 작가님 잘 지내시죠?
3년 전
비회원14.108
중입니다ㅠㅠ 작가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3년 전
비회원49.168
넘모 설래요ㅠㅠㅠ 제발 빨리 돌아오세요ㅠㅠ 제가 제일 좋아하는 빙의글(?) 입니다!! 살짝 이 빙의글(?)에서 석지니의 성격이 아닌 것 같으면서 약간 무표정일 때 석지니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차가워 보이기도 해서 되게 좋아요ㅠㅠ
3년 전
비회원49.168
아뉘ㅠㅠ 넘 설래요ㅠㅠ 이 빙의글(?)에 나오는 비유도 너무 적당하구요ㅜㅜ 맞춤법은 말할 것도 없네요!! 자까님, 돌아오실 때까지 기다릴게요ㅠㅠ
3년 전
독자52
작가님ㅠㅠ 보고 싶습니다
3년 전
독자53
작가님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용 기다릴게요 사랑합니다
3년 전
독자54
작가님 아직 기다리고 있습니다
3년 전
독자55
작가님 보고싶어요ㅠㅠㅠㅠㅠ 잘 계시는 거죠??
3년 전
비회원112.59
자까님❣❣❣❣언제오시나여....힝힝 언제나 는 승뤼합니다 사랑합니다 자까님💜💜💜💜
3년 전
독자56
어머 벽이 녹았대 어머ㅓ머
3년 전
비회원113.70
직진 교수님은 언제오나여ㅠㅠㅠㅠ
3년 전
독자57
작가님ㅠㅠ 보고싶어요
3년 전
독자58
작가님 보고싶어요ㅠㅠㅠㅠㅠㅠ
3년 전
비회원74.186
ㄷ다음화가업써이쒸..༼; ́༎ຶ ۝༎ຶ`༽
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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