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강아지 같은 존재 01 |
키가 큰 남자아이가 내가 찬 공에 머리를 맞았다. 고의는 아니었다. 그저, 내게 굴러온 공을 운동장으로 찼을 뿐이었다. 그의 머리에 맞고 땅에 떨어진 공이 힘없이 굴러가다 멈추었다. 주위가 금세 조용해졌다. 몇몇의 아이들이 정적을 깨고 저들끼리 귀에 대고 속닥거린다. 힐끗, 그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가 고개를 숙인 채 제 머리를 감싸 쥐더니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았다. 움찔, 그와 시선이 마주쳤다. 매서운 눈이 나를 노려보고 있다. 얼굴을 찌푸린 그가 성큼성큼 무서운 속도로 내게 다가온다. 주변의 아이들이 헉 소리를 내며 벌어진 입을 재빨리 손으로 가렸다. 그와의 거리가 점차 좁혀진다. 내가 19년을 살면서 이리도 심장이 두근거리던 순간이 있었던가? 키가 크고 위협적인 모습이 호랑이를 연상케 한다. 가늘어진 눈이 나를 차갑게 내려다본다. 나도 작은 키는 아닌데. 나보다 10cm정도는 더 큰 탓에 조심히 고개를 들었다. 가까이 다가온 그가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기분이 더러워졌다. 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여기서 무턱대고 입을 나불거렸다간 반으로 돌아갔을 때 험한 꼴을 당할 수 있으니까.
"니가 찼냐?" "응." "눈깔은 어디다 두고 다니냐? 아니면 발이 호구냐?" "미안, 네가 맞을 줄 몰랐어."
하. 그가 짧게 웃는다. 허리에 양 손을 올리더니 어이가 없다는 듯 쯧, 혀를 찬다. 눈을 아래로 내려 묵묵히 땅만 내려다보았다. 내가 지 머리를 치고 싶어서 친 것도 아니고. 실수인데 이렇게까지 화날 일인가? 소심하게 머리를 긁적이다 정수리에서 느껴지는 노골적인 시선에 힐끔 고개를 들었다. 먹이를 앞 둔 하이에나처럼, 그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문득, 힘줄이 드러난 그의 팔뚝이 눈에 들어왔다. 근육이 적당하게 붙은게 저 손에 맞으면 바로 골로 갈 것 같은데. 저 손에 만져지는 것도 기분이 묘하려나.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손이다. 다시 눈이 마주쳤다. 그가 무서워져 급히 눈을 돌려버렸다. 그의 등 뒤로 누군가가 뛰어온다. 순한 인상의 남자아이가 급하게 숨을 내쉬며 다가오더니 그의 어깨를 잡아 돌렸다. 성용아, 주임 선생님이 부르신다. 빨리 가 봐라. 그가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이름이 성용이구나.
"너, 왠만하면 내 눈에 띄지 마라."
무심히 말한 성용이 등을 돌려 남자아이와 함께 나를 지나쳤다. 남자아이가 나를 보더니 누구인지 알아챈 것인지, 인상을 쓰고선 이내 고개를 돌려버렸다. 주변에 있던 아이들은 성용이 운동장을 나간 순간 뿔뿔이 흩어졌다. 끼리끼리 모여있는 아이들 사이에, 나 혼자 남겨져있다. 누군가 나를 위로를 해 준다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이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익숙하게 홀로 계단을 올랐다. 멍청하게도, 내 두 눈은 운동장을 가로질러가는 그의 등을 쫓았다.
+ + +
"패스! 패스!"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제게 공을 넘기라며 손을 흔들었다. 배드민턴은 좋아하지만 축구엔 흥미가 없어 스탠드석에 앉아 경기를 구경했다. 아이들의 입에서 가픈 숨이 터져나왔다. 잔뜩 긴장한 얼굴로 다급하게 발을 놀리는 모습이 꽤 볼만하다. 하지만 저 얼굴은 금세 질린다. 축 늘어진 채 눈을 감아 등을 기대었다. 눈을 감아 잠을 청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딱딱한 무언가가 내 머리를 맞고 튕겨나갔다. 후폭풍처럼 밀려오는 고통에 눈이 번뜩 뜨였다. 당황스러워 맞은 머리를 손바닥으로 문지르며 고개를 돌려 머리를 친 것을 찾았다. 한 눈에 보기에도 딱딱해 보이는 축구공이 내 발치에 떨어져 굴러가고 있었다. 아이들이 잠시 술렁이더니, 맞은 이가 나 인것을 알아채더니 곧바로 인상을 찌푸렸다. 공을 찬 아이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내게 다가오더니 공을 주워들었다. 미안, 아프면 양호실 가. 전혀 미안한 기색이 없는 남자아이의 목소리는 나를 더 비참하게 했다. 남자아이가 공을 운동장으로 차곤 뛰어가자, 나를 보고 있던 아이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려버렸다. 이대로 다시 잠을 청할까도 했지만, 주변에서 나를 향한 비속어와 불쾌해하는 시선을 견뎌내기엔 부담스러울 것 같았다. 그리고, 공에 맞은 머리가 꽤나 욱신거렸다.
노골적인 시선들을 간신히 버텨내곤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 양호실로 향했다. 양호실의 문에는 [수업 중] 이라는 종이가 붙여져 있었다. 설마, 선생님이 안 계시나? 손잡이를 잡아 돌려보았다. 다행히도, 문은 열려있었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통증을 없애기에는 찜질이 제일이려나. 선생님이 평소에 냉장고에서 얼음을 꺼내시던 것이 기억이 나 냉장고를 열어보았다. 예상대로 냉장고 안에는 얼음이 가득했다. 이젠 비닐을 찾아야 하는데. 서랍장을 열어 이것저것 뒤져보았다. 저 안 깊숙히 비닐이 있는 것이 보인다.
"읏! 으으......"
손을 뻗어 비닐을 잡으려는 순간, 구석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커튼으로 둘러싸인 침대에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왔을 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는데? 마저 비닐을 잡아 빼내곤 냉장고를 닫았다. 누구지? 비닐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곤 조심히 발을 떼 침대 쪽으로 다가갔다. 커튼 너머로 침대가 삐걱이는 소리가 들린다. 숨이 차는 소리 또한 들린다. 운동이라도 하나? 하지만 침대에서? 커텐을 잡아 옆으로 젖혔다. 침대 위에는 두 남자아이가 몸을 엉킨 채 누워있었다. 둘 중 덩치가 큰 남자아이는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쳤다. 그 남자아이는, 성용이었다.
".....씨발."
작게 욕을 읊조린 성용이 작은 남자아이에게서 떨어졌다. 남자아이는 당황한 눈으로 성용을 쳐다보더니 팔을 벌렸다. 성용이 더럽다는 얼굴로 남자아이의 손을 무시한 채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성용의 행동에 자존심이 상했는지, 나를 보며 노려보더니 바닥에 떨어진 옷을 신경질적으로 주워입었다. 침대에서 내려와 고의적으로 내 어깨를 툭 치더니 양호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멍하니 남자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다 성용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침대 끝에 걸터앉은 성용이 눈을 가늘게 뜬 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두 사람의 행동을 보아하니 내가 방해를 한 것 같은데,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다 힘겹게 입을 열었다.
"미안, 방해해서." "미친년. 알긴 아네."
년 아닌데. 작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숙이자 성용이 뭐? 라는 말과 함께 얼굴을 찌푸렸다. 그래도 사과했는데 받아주면 어디가 덧나나? 입을 삐죽 내민 채 등을 돌렸다. 테이블에 가려는데, 나를 부르는 소리에 몸을 돌려버렸다.
"야, 어딜 가. 잘못했으면 책임을 져야지." "사과했잖아." "씨발, 그럼 이건 어쩔거냐?"
성용이 잔뜩 미간을 찌푸린 채 제 하체를 손으로 가리켰다. 확실히, 서버린 것인지 앞섶이 튀어나와 있었다. 근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어깨를 으쓱이며 성용을 쳐다보자 이를 갈며 가까이 오라고 손짓한다. 때리려는 것은 아니겠지. 주춤거리다 이내 그에게 다가갔다. 그를 내려다보는데, 갑자기 손을 잡더니 잡아당겨선 나를 앉혀 벽에 밀착시켰다. 방금, 뭐지? 당황할 새도 없이 성용의 얼굴이 가까이에서 시선을 마주하며 제 입술을 혀로 훑었다. 뭘, 원하는거야? 날카로운 눈이 나를 훑어본다. 꿀꺽- 저도 모르게 침이 삼켜진다. 몸이 점차 달아오른다. 왜? 의문도 알 수 없이 어깨가 떨리고 그와 얼굴을 마주하기가 꺼려진다. 눈을 돌려 시선을 피하자, 그가 손을 뻗어 내 머리채를 잡아 젖혔다. 축구공에 맞은 머리와 두피들의 고통으로 얼굴이 절로 찌푸려진다. 성용이 얼굴을 목에 묻더니, 흡사 발정한 짐승처럼 깊게 제취를 빨아들인다. 그리곤, 천천히 나를 침대에 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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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떡돌림입니다.
요즘에 기성용대가 너무 끌려서 장편으로 써볼까 생각했는데... 결국 질러버렸네요 ㅋㅋㅋㅋ
이번에 올라오는 팬픽은 수위가... 많지는 않을거예요... 너무 수위만 쓰니까 내용이 없어서...;;
대신 수위는 높을거예요ㅋㅋㅋㅋㅋ
하지만 막상 이렇게 계획해도 언제나 쿵떡쿵떡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전 계획성없는여자;;
쨌든.. 앞으로 또 잘부탁드립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