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우리 집 앞에 서있다. 문 고리를 잡았는데 힘이 들어가지 않네... 왠지 문을 열면 눈물이 날꺼 같았다. 문을 열면 최준홍이...보일까봐 아직 18살인 최준홍이 있을까봐 겁이 난다. 난 준홍이를 마주할 자신이 없다.
미국에서 피아노만 쳤다. 그리고 콩쿨에도 나갔고 세계 공연도 다닐 정도로 어느정도 인지도도 생겼다. 하지만 내가 상을 받아도 많은 사람들한테 인정받고 수많은 갈채를 받아도 내 마음은 공허하기만 했다. 준홍이가 나를 축하해주는 모습 그거 하나 보고싶었다.
그래서 나는 도망쳤다. 내가 버린 이 곳 추억을 다시 찾기위해 새로운 출발지에서 도망쳤다.
하지만 날 반겨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눈을 질끈 감고 문을 열었는데 집이 깨끗했다. 2년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집치곤 엄청나게 깔끔했다. 먼지 쌓인 것도 없었고 그릇들은 새 것처럼 깨끗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나는 집안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누군가 집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급하게 손에 집히는 프라이팬 하나 집어들고선 천천히 현관쪽으로 다가갔고 현관쪽에는 노란 뒷통수가 보였다.
설마...설마....내 눈이 잘못 된걸까 왜 어째서 이 녀석이 내 눈앞에 있고 우리집에 있는 것인가
나는 손에 꼭 쥐고 있던 프라이팬을 바닥에 떨어뜨렸고 바닥에 부딪힌 프라이팬은 엄청난 굉음을 냈다. 그 굉음을 들은 노란 뒷통수는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보고싶었던 그 얼굴이 지금 내 눈앞에 있다. 내가 인정받고 싶었던 단 한사람이 날 계속 바라보고 있다.
"최준홍"
덜덜 떨리는 손과 다리를 주체하지 못한 채 나는 최준홍한테 다가갔고 다리에 힘이 절로 풀리자 넘어질 뻔 한걸 준홍이가 날 급하게 잡아주었다. 그리고 나는 눈물을 글썽이며 최준홍을 바라봤다.
"너 왜 여깄어 니가 왜..여기있는건데?"
"...어..저..이..집..주..인이에요?"
머리가 멍해진다. 최준홍이 날 모른다고 한다. 게다가 준홍이가 이상하다 어눌한 말투에 어수룩해보이는 행동이 내 가슴이 미친듯이 찌르고 있다. 최준홍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한명 더 들어왔다.
"야 최준홍 너 또 여기 왔냐? 여기 안와도 된다니ㄲ..."
고등학교때 준홍이랑 친한 친구 였던 영재였다. 영재는 날 보더니 표정이 굳어졌고 나는 준홍이의 품에서 살짝 나오자 영재는 급하게 내 손을 잡고선 밖으로 나갔다.
"선배 왜 돌아왔어요"
"..."
"무슨 낯짝으로 여기까지 온거에요? 아예 오지말지"
"그게..나는.."
"선배도 봤죠 최준홍 완전 병신 된거"
"...나 때문이야?"
"저 새끼 선배 사라지고 나서 계속 선배집 찾아왔어요 처음에는 계속 울기만 하더니 선배집 청소 해주고 아주 지극정성이길래 내가 수도 없이 말렸어요 근데 저 새끼는 계속 선배 집 와서 돌아올꺼라는 말만하고서 그러고 1년반을 보냈는데 졸업식날 저 미친 놈이 무슨 짓한줄 알아요?"
영재가 날 바라보는 눈빛은 거칠고 슬펐다. 내가 원망스러운게 당연하다 그래도 친한 친구 하나를 저 꼴로 만들어 놨으니까 내가 못된거다 정대현 니가 모든 악의 근원이였던 거다...
"뭐..했는데?"
"졸업식날 애들이랑 술마시고 집에 가는데 저 새끼가 그대로 도로로 뛰어들었어요 그대로 죽을뻔한거 겨우 살아났는데 의사가 최준홍 뇌가 손상되서 생각하는 거 행동하는거 말하는거 전부 어눌할지 모른데요 이게 다 누구때문인데요 선배가 애 반병신으로 만들어 놨는데 무슨 낯짝으로 찾아 온건데요!!!!"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저렇게 만들었다는 것에 나도 모르게 눈물만 자꾸 흘렀다. 난 너에게 뭐였길래...최준홍 넌 이 미친짓을 벌인거야...
"근데 더 개같은건 선배에 대한거 하나도 기억안나면서 선배집은 꼬박꼬박 찾아가는 거에요 집 주인오면 기뻐할꺼라면서 매일 매일 청소해놓고 빨래하고... 내가 얼마나 말렸는데..최준홍...저 병신..."
영재도 말을 결국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준홍이는 나에게 세상을 걸었다.
*
쪼그만한 남자가 운다. 내가 항상 청소하는 이 집의 주인인거 같은데 왜 우는 거지? 내가 청소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그런걸까? 내 친구 영재도 울길래 나는 영재랑 쪼그만한 남자에게 다가갔다.
"두..둘이..왜우러?"
내가 말하니까 영재는 급하게 눈물을 닦았는데 다른 사람은 계속 고개를 숙이고 운다. 근데 왜 자꾸 내 맘이 아픈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영재가 울 때는 별로 안슬펐는데 왜 저 사람만 보면 가슴이 아픈거지?
가슴이 자꾸 아프길래 나는 그 남자에게 다가가서 등 토닥거리면서 달래주었다.
"울면..아파 울지마.."
"준홍아...준홍아.."
"응응...나 주..준홍이야 울지마"
"미안..내가 너무 미안해..내가..죽일놈이야...준홍아..최준홍.."
남자는 뚝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영재는 내 팔을 잡아 당기면서 집으로 돌아가자고 하는데 이 남자 두고 가면 안될꺼 같아서 영재를 바라보았다.
"여.영재야 나 조금만 있다가..."
"시끄러 그냥 집에 가자 저 사람 냅둬도 상관없어"
"...왜에"
"내가 그렇다면 그런거야 저 사람 많이 아파야돼 아주 나쁜짓 한사람이야"
거칠게 내 팔을 끌어당기는 영재에게 끌려가는 나는 계속 바닥에 앉아 우는 저 남자가 계속 신경 쓰였다.
왜 울어요...울지마요...
아 근데 저 사람 이름을 모른다 이름이라도 물어볼껄... 근데 머릿속에서 무언가 스쳐지나간다. 많이 익숙한 배경...피아노가 보였고 누군가가 앉아서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마치 요정 같아 보였다. 근데 그 요정이 저 사람이랑 자꾸 겹쳐보인다.
요정...저 사람은 요정인걸까?
꺼이꺼이꺼이 |
저질렀어요 하하하하ㅏㅎ 6~7편에서 완결할려던걸 10~15화 늘린 기분이네요 ...하..... 독자분들이 재밌으면 된거죠 뭐.. 젤현 행쇼 해주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