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개가 조금 빨라집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영원히 학생일 줄 알았던 나는 졸업을 해 사회인이 될 준비를 하고 있었고, 김재환도 자신의 길을 선택하고 목표를 세우기 시작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동거 생활도 끝이 났다. 나는 다시 집으로 들어갔고, 김재환은 졸업 전까지는 거기서 지낸다고 한다.
"허전하지."
-응, 기분 되게 이상하네.
"그래도 잔소리 없으니까 편하지?"
-응.
"뭐라고?"
김재환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장난인 걸 알면서도 김재환을 놀리고 싶은 마음에 빈정이 상한 척 끊어, 한 마디와 함께 전화를 끊었다.
다시 전화가 걸려왔지만 받지 않았다. 아, 나 진짜 짓궂은 거 같다.
장난이야 ㅋㅋㅋ>
전화받아조>
자기야ㅠㅜ>
반응 봐, 맨날 놀리고 싶게.
김재환의 카톡에 만족하며 다시 전화를 걸었다. 물론 김재환은 이런 내 속내를 모를 것이다. 영원히.
5년째 연애 중
졸업을 했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여러 회사에 이력서를 내고, 합격 결과를 기다리고. 면접을 밥 먹듯이 나가고. 이게 무슨, 다시 돌아온 입시 생활 같기도 하고...
그렇게 몇 개월을 보내고, 정말 운 좋게 최종 합격까지 한 곳에 입사하게 되었다. 내 소식을 접한 김재환은 자신의 일처럼 좋아했고, 주변 지인들도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내가 취업 준비를 하는 동안 김재환과 만나는 날이 뜸했는데, 그래서 그런가. 오랜만에 만나니 괜히 벅찬 기분이 들었다.
김재환도 나와 같은 기분이었을까. 나를 보자마자 장난스럽게 팔을 벌린 모습에 그 품에 안겨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기타랑 피아노 둘 다?"
"응. 낮에는 피아노, 오후에는 기타 위주로."
곧 졸업을 앞둔 김재환은 아는 형이 운영하는 음악 학원에 강사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강사라고 보면 되나, 아무튼. 선생님은 맞으니까.
또 보컬 학원도 따로 들어갈 수도 있다고 한다. 와, 나보다 더 바쁠 거 같은데. 내 말에 김재환은 웃으며 자신의 손을 뻗어 엄지손가락으로 내 볼 쪽을 쓸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뭐가 묻었나 보다.
"너랑 비슷할 걸. 아직 확정은 아니라서 잘은 몰라."
"확정일 거 같은데? 보니까 점 찍어두고 데려가신 거 같은데. 너 캐스팅 당한 거야, 재환아."
"캐스팅까지야."
그래도 내 말에 기분이 좋아 보였다.
입사 5일 차.
사실 회사에 들어가기 전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아니, 엄청 괜찮았지.
나보다 먼저 회사에 들어간 친구에게 들은 후기로는, 매일이 스트레스라고 하던데. 업무량도 괜찮았고. 모든 게 잘 풀리는 기분이었다.
여기에 뼈를 묻어야지... 그렇게 다짐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입사 1개월 차.
사소한 일로 깨지기도 하고, 난 절대 안 할 것 같았던 실수까지 했다. 그래도 괜찮았다.
월급을 타니 전에 있었던 일들은 모두 기억에서 삭제되었다.
...
입사 1년 3개월 차.
사직서... 일단 이번 월급은 받고... 아니, 그래도 사직서...
"나 사직서 낼까..."
-이번엔 왜.
"이유랄 게 있을까..."
내 허탈한 목소리에 여전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미안, 웃으면 안 되는데 귀여워서.
미친 게 분명하다. 그 소리를 듣고도 퇴사란 말만 머릿속에 떠다닌다.
-오늘 저녁에 볼래?
"너 레슨 있다고 안 했어?"
-좀 일찍 끝날 거 같아서. 같이 저녁 먹자.
이따 데리러 갈게, 응. 이따 봐. 역시 한국인은 밥심인가. 아까 전까지만 해도 안 좋았던 기분이 김재환의 밥 소리에 다시 좋아졌다.
그냥 김재환이 내 기분이 좋아지는 법을 잘 아는 건가. 아무튼, 우리는 아직도 이렇게 잘 지내고 있다. 김재환은 졸업과 동시에 학원에서 피아노 선생님, 기타 선생님을 하고 있었다.
보컬 학원은 아직 자신에게 부담이 돼서 조금 더 준비한 뒤에 하고 싶다고 한다. 뭐, 나는 뭘 하든 좋지만.
퇴근을 한 뒤 회사 근처에 익숙한 차 한 대가 보였다. 창문에 노크를 하자, 잠겼던 문이 열리는 소리에 바로 차에 올라탔다.
"왔어?"
"응. 아, 맞아. 재환아."
"응?"
귀 좀 대봐. 김재환은 내 말에 내 쪽으로 몸을 기울였고, 나는 귓속말을 할 것처럼 김재환에게 다가가놓고, 고개를 틀어 김재환의 볼에 쪽, 입을 맞춘 뒤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가자, 라며 김재환을 부추겼다.
내 행동에 어이가 없다는 듯 옆에서 웃는 소리가 들렸고, 고개를 돌리니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김재환이 보였다.
순간 자신의 벨트를 풀고 내 눈을 맞추며 다가오는 김재환에, 끝까지 김재환의 눈을 마주치다 자연스럽게 눈을 감았을 때였다. 닿아오는 감촉은 없고 철컥, 하는 익숙한 소리에 눈을 뜨니 어느새 자신의 자리에 가 다시 벨트를 찬 김재환이 보인다.
"벨트."
"..."
"벨트 해야 출발하지."
괜히 눈을 감았던 게 민망해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도 못 본 거 같아 다행이었다.
눈치라도 챘으면 계속 놀릴 게 분명했으니 말이다. 이럴 땐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는 게 최선이다.
"파스타 괜찮아? 다른 거 먹을래?"
"응? 아니, 파스타 좋아."
근처에 맛있는 집 있던데, 거기 가자. 내 말에 김재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거리가 꽤 가까운 탓에 얘기를 몇 번 나누다 보니 금방 도착했다.
벨트를 빼고 차에서 내리려는데, 대뜸 나를 불러오는 김재환에 고개를 돌리자 핸들에 손을 올려 그 위로 고개를 기댄 채 나를 바라보는 김재환이다.
할 말이 있나. 가만히 서로를 바라본 것도 잠시, 내 쪽으로 몸을 기울여 고개를 가까이하는 김재환을 가만히 쳐다보기만 했다. 서로의 숨이 다 느껴질만큼 거리가 가까워졌을때, 김재환은 고개를 틀어 내 볼에 짧게 입을 맞춰왔다.
가만히 그런 김재환을 바라보자, 웃으며 내게 말한다.
"이번엔 눈 안 감네."
"..."
진짜...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한다.
5년째 연애 중
비가 쏟아지니 괜히 기분도 가라앉았다. 다행히 오늘 출근하기 전 우산을 챙기라는 김재환의 연락 덕분에 우산을 챙겨 비를 맞는 일은 피했지만, 그래도 비가 그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오늘 레슨이 늦게 끝날 거 같다는 김재환의 연락에 내가 김재환의 학원 앞으로 가는 걸로 결정했다. 날씨가 흐려 안 그래도 어두운 날씨가 곧 더 어두워질 것 같아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어느새 학원 앞에 도착해 안으로 들어가 비를 피하려던 참이었다. 초등학생 4학년 정도로 보이는 어린 아이가 학원 앞에서 가만히 비가 오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타 가방을 메고, 손에 아무것도 없는 걸 보니. 우산이 없어서 그런가.
원래 붙임성도 없는 성격인데, 사회생활이 사람을 많이 바꿔놓는 것 같다. 어느새 그 아이에게로 가 말을 걸기 시작했다.
"혹시 우산이 없어요?"
"...?"
내 물음에 나를 쳐다보는 아이의 눈빛은 잔뜩 경계를 하고 있는 듯했다. 낯선 사람이 말을 거니 그런가 보다.
학원 쪽을 바라보며 다시 말을 붙였다. 아무래도 공감대가 있으면, 더 얘기하기 편할까 싶은 마음이었다.
"아, 나는 여기 선생님이랑 잘 알아서..."
"저희 쌤 알아요?"
금세 아이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아이의 친화력은 대단했다. 고개를 끄덕이는 내 모습에 화색을 비추며 자신의 선생님, 그러니까 김재환의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저희 쌤이요, 오늘 어려운 코드 알려줬는데 저 한 번에 잘했다고 사탕도 줬다요."
"오, 진짜?"
"네. 근데 우리 쌤이랑 어떻게 알아요??"
우리 쌤이랑 사귀어요??? 너무 돌직구로 던지는 물음에 당황하는 표정을 짓자, 이미 자신은 다 안다는 눈빛이다. 헛웃음을 짓자 나를 따라 웃는 아이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는데, 김재환에게 전화가 오자 그제야 시간이 보였다. 잠시만, 잠시 대화를 멈추고 전화를 받았다.
"응, 여보세요."
-어디쯤이야?
"어... 나 학원 앞에 있어."
-도착했어?
쌤이에요? 아이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자 한 번만 전화를 바꿔주면 안 되냐고 묻는다. 뭐, 상관없겠지. 흔쾌히 핸드폰을 줬더니 반갑게 쌤!! 이라고 외치며 전화를 받는다.
김재환의 놀라는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어? 원이야? 목소리를 듣고 한 번에 아는 게 신기했다. 잠깐의 통화 끝에 내게 다시 핸드폰을 돌려주는 아이의 표정을 보니 들떠 보였다. 그게 귀여워 한 번 웃고는 다시 김재환의 전화를 받았다.
-나 진짜 깜짝 놀랐네.
"미안, 우산만 주고 가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까..."
-괜찮아. 나 그럼 내려갈게.
"응."
곧이어 김재환이 내려오고, 비가 아직까지 꽤 내리고 있는 탓에 김재환이 아이의 집까지 데려다주기로 했다. 셋이 함께 차를 타고, 한참을 떠들다 보니 금방 집에 도착했다.
"내일 뵐게요, 쌤!!"
"응, 조심히 가고 내일 보자."
"그리구 우산 감사합니다!"
차가 입구 앞까지만 들어갈 수 있고, 집 앞까지는 꽤 거리가 있어 보이기에 내 우산을 주었다. 깍듯하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가는 뒷모습이 귀여워 한참을 웃었던 것 같다.
김재환은 그런 내 모습을 바라보다 자신도 웃음을 터뜨렸다.
"근데 내일 주말인데 나가?"
"오후에 잠깐 나가. 어려워하는 거 같아서 보강해 주려고."
"엄청 좋아하겠다. 학원에서도 네가 제일 좋대."
"진짜?"
응, 막 우리 재환 쌤이 제일 좋아요. 이러면서. 내 말에 김재환은 웃음을 짓더니 아, 내일 더 열심히 알려줘야겠네. 라며 중얼거린다.
"아, 비 오니까 국물 있는 거 먹고 싶은데."
"거기다 맥주 한 잔 할래?"
"콜."
자고 갈 거지? 응, 그래야겠다. 오랜만에 기분 좋게 보내는 금요일이 될 것 같았다.
비 때문에 축축했던 기분은 날아간지 오래였다.
2년이나 타임워프ㅋㅋㅋㅋㅋㅋ 완결이 가까워지고 있네욥...!!!
독자님들 잘 지내고 계시죠?!!! 저는 요즘 텍스트 파일 작업 반 글 쓰는 거 반 공부 반...(??)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부족한 글인데도 늘 이렇게 함께 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부지런히 달려볼게요!! 오늘도 감사합니다♥
우리 재환이 솔로 데뷔 1주년도 축하하며 >〈
금방 다음 글로 돌아올게용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