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24년 41-7월 52.7일
제 3구역 행성.
" 오늘따라 별이 밝다. "
새로 전임 받은 행성으로 가는 열차 안에서 보이는 우주는
기분탓인지 유난히 밝아보인다.
턱을 괴고 바깥을 바라보니, 이리저리 얽히고 뻗어진 열차 노선들과
이미 너무 멀어져버린 지구가 보였다.
세상은 너무나도 많이 발전했고
그만큼 폐해가 많이 따랐다.
' 종착역 입니다. '
열차의 안내방송에 따라 가벼운 짐가방을 들고
앤뉴로 행성 (N.newro planet) 이라 적힌 플랫폼으로 발을 들이면
무표정을 한 뉴보그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제 3차 세계대전이 종결된 후, 많은 사상자들과 부상자들이 생겨났고
세계는 황폐화된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
종말을 막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쏟아 부었다.
그 결과 여태 인간들이 믿어왔던 태양계와 멀리 떨어진 제 2의 태양계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부상자들을 속출해 그 행성으로 가, 치료받은 부상자들을 사이보그로 기계화 하여 뉴보그 라는 새로운 기계적 인종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하여 만들어진 뉴보그들이 이 해성에 모여 살게 되었고
별빛 또한 수 많은 뉴보그들중 한 명이다.
[ 암호화 일치 ]
별빛이의 팔에 심어져있는 코드를 인식한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이 곳은 앤뉴로 행성을 총 관리하는 기관.
별빛이 생활하게 될 곳이다.
군사기지인 밀리터리베이스(military base)를 지나 한참을 걸었더니
별빛이 찾던 기지가 보였다.
" cure and care system. 아, 여기다 "
자신이 들고 있던 조그만한 종잇장에 적혀 있는 메모를 확인하고는 별빛이 들어섰다.
기지에 발을 들이자 별빛을 둘러싸고 있던 경계막이 풀렸다.
' 핵심 구역이라 그런지 보안이 철저하구나. '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주위를 둘러보고 있을 때
자신의 어깨를 톡톡 치는 느낌을 받은 별빛이 고개를 돌렸다.
" 너 누구야? 이번에 새로 왔어? "
별빛이의 또래처럼 보이는 여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 네. "
" 무슨 존댓말이야- 나는 재인이야. 이재인. 너는? "
" ..강별빛이야 . "
아직은 이 곳이 낯선 별빛이 짧게 대답하자 재인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얘기했다.
" 금방 익숙해질 거야. 지금 장관님이 안 계셔서 소개는 내가 시켜줄게. 이쪽으로 와- "
여자는 쾌활하게 웃으며 별빛이의 손목을 이끌었다.
" 대충 설명은 듣고 온거야? "
" 아니.. "
" 음, 기지 이름 보고 짐작 갔겠지만 아직 지구에 남아있는 인간들이 이 곳으로 오면,
치료해주고 적응하게 도와주는 기지야. "
" 인간들을.. 도와줘? "
별빛이 의아해하면서 재인에게 물었다.
" 응. 저렇게. "
재인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니 커다란 지하실이 보였다.
인간들은 각 방 한 곳에 있었고 이 곳 뉴보그들이 부상당한 인간들을 치료하고, 돌봐주고 있었다.
" 치료받고 몸 상태가 완전히 호전되면 익스파이널 이라는 기지로 보내지는거야. "
' 익스파이널 기지..? '
" 거기는 뭐하는 곳 인데? "
별빛이의 질문에 재인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 사실.. 거기까지는 나도 몰라. 그 누구도 얘길 들어본 적이 없어. 완전 철통보안 이라니까?
아무도 알려고 하지도 않고. 그리고 자기가 생활하는 기지 이외에 다른 기지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규칙위반 이거든. "
별빛이는 재인의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도 지구에 남아있는 인간들이 있는건가?
치료된 인간들을.. 어디에 쓸 작정인거지?
별빛이의 머릿속에는 많은 의문들이 가득했지만 괜히 머릿속만 복잡해지는 것 같아 생각을 멈췄다.
생각용량이 최대치를 달하면 뉴보그의 뇌는 고장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인간들을 대체한 뉴보그라는 기계도 완전한 존재는 아니다.
" 나머지 정보들은 칩으로 삽입해줄게. 잠간 머리 좀. "
재인의 말에 별빛이는 살짝 고개를 숙였고 자신의 머리로 들어오는 칩의 느낌에 살짝 눈을 감았다.
" 이 기지에 대한거나 네가 앞으로 인간들을 돌보면서 알아야 할 왠만한 정보들은 다 들어있어.
더 궁금한거나 필요한거 있으면 나한테 물어보면돼! "
" 응. 고마워- "
별빛이는 재빨리 칩을 인식했고 정보들을 읽어냈다.
" 저기가 인간들이 지구로부터 여기로 오는 통로인 웨이투어스. 맞지? "
지금은 닫혀있는 웨이투어스를 가리키며 별빛이 물었고 재인이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 응! 맞아. 벌써 다 읽은거야? "
그때, 웨이투어스가 열렸고 지구에서 온 인간들이 하나 둘 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곳이 어느 곳인지, 자신들이 어떻게 이 곳으로 오게 되었는지 알리 없는 인간들은 모두 겁에 질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부상을 당해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있는 인간들도 많았다.
별빛과 재인은 뉴보그들과 같이 자신이 돌보아야 할 인간의 넘버를 확인한뒤
인간들에게 다가갔다.
뉴앤로 행성으로 들어온 열댓명의 인간들 중에 가장 마지막으로 들어온 남자가 별빛이의 눈에 띄었다.
유난히 아파보이는 얼굴과 좋지 않은 안색.
그리고 힘들어하는 걸음걸이까지..
그 남자의 손등에 새겨진 번호를 확인하였다.
휴먼2305호.
별빛이 확인했던 자신의 넘버였다.
그리고 번호 밑에 작게 적혀 있는 그 남자의 이름을 소리내서 읽어보았다.
" 차..학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