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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 '초코에 빠진 자몽' 님, '늘 그자리에' 님


[샤이니/키] 정략결혼 | 인스티즈



[샤이니/키] 정략결혼

(신청받은 주제입니다!)


w. 웰치



정말 다이나믹한 하루에 정신이 없던 날이였다. 오늘 저녁은 맛있는 걸로 외식하자는 엄마의 말에 스테이크 라며 노래를 불렀다. 예전 같았으면 촐싹댄다며 혼났을텐데 오늘은 뭔가 좀 달랐다. 화도 안 내고 오히려 기분이 좋다는 듯 콧노래를 부르고 계셨다. 그 때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어야 했는데. 간만에 엄마와의 외식에 들떠있던 내가 잘못이었다.




특별한 날이 있을 때마다 방문했던 익숙한 레스토랑을 찾았다. 비싼 감이 있었지만, 그 만큼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식당이었기에 친구들과도 자주 찾는 곳이었다. 엄마의 뒤를 따라 앉을 테이블로 향했다. 그런데 엄마가 멈춰선 곳은 한 아줌마와 내 또래로 보이는 남자가 앉아있는 테이블이였다.





"왜 여기 서있어, 사람 있잖아."
"앉아, OO야. 얼른."
"뭐?"




엄마만 들리게 작게 말했는데 엄마는 개의치 않고 나를 그 테이블에 앉혔다. 그러자 엄마가 손님들을 맞을 때만 내는 예쁜 목소리로 저희가 좀 늦었죠? 죄송해요- 하며 맞은 편 아줌마에게 사과한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도대체. 우리 엄마가 왜 저 아줌마한테 저렇게 굽신거리는 걸까. 뚱한 표정으로 건너편의 남자를 쳐다봤다. 그러자 그 남자도 나를 냉랭하게 쳐다봤다. 도도한 시선에 기분이 나빠져 다시 아줌마에게 시선을 돌렸다.



"음, 참하니 예쁘게 생겼네요. 착해 보여요."
"그쵸, 우리 OO 예쁘게 봐주세요."




저 아줌마가 뭔데 엄마가 이러는 건데! 엄마의 팔목을 세게 잡고 신호를 보내자 엄마가 나를 쳐다봤다.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엄마를 쳐다보자 엄마가 미리 말 못해서 미안하다며 대뜸 사과를 해왔다. 그걸 들은 건지 건너편 아줌마가 상황 설명을 해오는데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이 일었다.




"아직 얘기 못 들었나 봐요. 나는 OO양 시어머니 될 사람이고, 내 옆은 우리 아들. 김기범이라고 해요. 이제 OO양 남편."





남편? 시어머니? 스물 셋밖에 안됐는데 이런 소리가 나와도 되는 걸까? 더욱 혼란스러워져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다며 되묻자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 더욱 친절히 설명해주셨다.



"OO양 아버지 회사 병합 문제에 대한 조건이였어요."




아버지의 사업이 요즘 서서히 번창한다는 얘기를 들었긴 했지만 병합이라니. 그것도 조건이 정략결혼이라니. 어이가 없었다. 기분이 확 상했다. 요즘 학교에 좋은 기류가 흐르는 썸남 오빠도 있었는데 누구 맘대로 결혼을 해.



"전 못하겠어요. 사랑을 조건으로 내세우다뇨."
"똑똑하다해서 이해할 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OO야, 무슨 실례야! 얼른 앉아."



내가 딱 잘라 거절하자 아줌마가 사람 좋은 미소를 곧바로 얼굴에서 지워내더니 물잔을 소리나게 내려놓았다. 엄마는 또 저 아줌마의 비위를 맞춰주고 있었다. 속에서 화가 조금씩 올라오고 있었다. 





"저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내가 분을 삭히지 못하고 아줌마를 화난 눈빛으로 쳐다보자 맞은 편 남자가 일어나더니 그대로 내 손목을 끌고 나갔다. 뒤에서 놀란 엄마의 목소리와 황당하다는 듯 아줌마의 헛웃음 소리가 맴돌았다. 결국 그의 손목에 이끌려 레스토랑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저기요, 그 쪽은 알고 있었어요?"
"어."
"근데 왜 아무 말 안해요? 화라도 내야죠! 그 쪽은 좋아하는 사람 없어요?"
"없어."




어이가 없었다. 저렇게 말하고선 담배를 하나 입에 무는데 그게 정말 싫었다. 내가 젤 싫어하는 사람이 담배 피는 사람인데. 우리 오빠는 담배 안 피우는데. 머릿 속으로 계속 썸남 오빠와 비교가 되었다. 어깨도 키도 외모도 다 오빠보다 아닌데. 어떻게 이런 사람이랑 결혼을 하라는 걸까. 더 속에서 열불이 나, 앞머리를 쓸어넘겼다.




"나도 니 좋아서 끌고 나온 거 아니니까 조용히 집에 가라. 툴툴대지 말고."
"가지 말라 해도 갈거에요."




누군 지 좋아서 여기 있는 줄 아나? 저 말투 행동들이 너무 싫었다. 서로 안 좋은 인상만 남겼으니 더 이상 만날 일 없겠지. 씩씩대며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다음 날, 아주 상쾌한 기분으로 수업을 마친 뒤 썸남 오빠에게 달려갔다. 점심 약속을 잡았기 때문. 설레는 마음으로 오빠의 강의실 앞에 가서 기다렸다. 오빠가 끝나고 가자, 하며 자연스레 어깨동무를 하는데 그게 또 두근거렸다. 오빠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학교 캠퍼스를 지나고 정문에 다다랐다. 어깨동무를 하던 팔을 내리고 깍지를 끼고 걷는데 눈 앞의 검은 차에 익숙한 사람이 보인다.



그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시발, 그 기범인가 뭔가 하는 그 놈이잖아?




못 본척, 모르는 척 오빠의 손을 끌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눈을 최대한 맞추지 않으려 등을 돌리는데 그 때. OOO! 하고 나를 부르는 기뱀인가 기범인가 뭔가 하는 놈. 아


"누구야? 아는 사람?"
"어, 어? 아.. 아니? 처음 보는데!"
"너 부른 거 아니야?"
"아니야, 얼른 가자. 나 배고파-"



칭얼대며 오빠의 주의를 돌린 후 다시 길을 마저 가려는데, 다시 OOO- 하는 소리가 들리고, 이내 점점 가까워졌다. 가까워져? 잠깐. 그대로 휙, 내 몸이 뒤로 돌려졌다. 잔뜩 굳은 얼굴로 김기범을 째려보았다. 오빠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 보았고 나는 오빠의 손을 더 꽉 잡았다.




"OO야 누구야?"




오빠가 물어왔다. 올 것이 왔다. 아는 오빠? 동생? 친구? 그냥 지나가던 사람? 아니면 친척? 식은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긴장된 채 머리를 이리저리 굴렸다. 하지만 하늘도 무심하시지. 몇 년만에 찾아온 내 연애운을 모조리 깨부실 작정이신가 보다.



"아, OO 남.. 편 되는 사람입니다."
"남편? 남편이요? OOO, 이게 무슨 소리야? 이 사람 지금 헛소리 하는거지?"
"아, 그게 있잖아 오빠-"
"장모님이 여보 데리고 오랬어. 얼른 와. 오늘 밥 같이 먹기로 했잖아."
"여보? 장모님? 야, 말 좀 해봐. 이게 무슨 상황이냐고-"




지금 나도 멘붕에 빠졌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일까. 김기범은 내 학교를 어디서 알고 이렇게 찾아왔으며 오빠 앞에서 이러는 심리가 궁금하다. 장모님이라느니 여보라느니.. 어제 처음 만났을 땐 엄청 도도하다 못해 쌀쌀맞더니만.. 오빠가 화난 표정으로 나를 이리저리 막 흔들어댄다. 머리가 울린다. 아무 생각도 없고 말도 안나왔다.


"그럼 이만 우리 OO 데리고 가보겠습니다. 점심 맛있게 드십시오."



김기범도 이런 상황에서 나를 빼내주었다. 위험에 빠뜨린 것도 물론 이 사람이지만. 나는 그의 손에 이끌려 그의 차 앞좌석에 타게 되었다. 아직까지도 멍했다. 이제 내 썸은 정말 쪽박이 나버린건가. 사이드미러로 보이는 오빠가 한숨을 쉬며 앞머리를 쓸어넘기다 깡통을 발로 힘껏 차더니 곧 시야에서 벗어났다.



"넌 왜 찾아오고 난리야. 짜증나 진짜. 보면 무슨 분위기인지 파악 못하겠어?"
"너나 분위기 파악 좀 해. 결혼 확정된 거고 너가 싫다고 파기되는 일 없으니까 정신 좀 차리라고."
"야 솔직히 너도 하기 싫잖아. 서로 기분 나쁘니까 잘 말씀드리자고."


잔뜩 짜증이 묻어난 목소리로 짜증을 내니 조용히 듣고만 있던 기범이 운전대를 쾅, 내리치더니 급정거를 했다. 덕분에 내 몸이 쏠렸고 기범에게 다시 짜증을 내려는 찰나 그의 차가운 눈빛과 마주쳤다.



"분명히 말하는데, 난 싫다고 한 적도 없고 안 한다고 한 적도 없어."





_





무념무상. 아무런 생각없이 살고 있었다. 그 오빠가 퍼뜨린건지 뭔지, 학교에는 이미 소문이 날대로 나 있었다. 그 날 점심을 다 함께 한 번 더 먹을 때에도 기범은 화가 난 듯 아무 말이 없었고, 심지어 집에 갈 때조차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학교에 찾아오는 일도, 연락이 오는 일도 일체 없었다. 편하긴 했다. 그냥 거슬리는 것 뿐.



"OO야, 아빠왔다."
"어, 다녀오셨어요-"


부쩍 살이 빠지신 아빠가 집에 오셨다. 요새 일이 힘들어 밤을 새는 일이 많으신건지 피부도 눈에 띄게 푸석해진 게 보였다. 사실 아빠를 보면 왜 이렇게 된 건지 따지고 싶었는데, 그런 마음이 쏙 사라져 버렸다. 썸도 깨졌겠다, 소문도 났겠다 이제는 그냥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기범에게 먼저 연락을 보냈다.



[샤이니/키] 정략결혼 | 인스티즈





얼른 준비하고, 할 얘기나 정리해야겠다. 침착하게. 또 화내거나 짜증부리지 않도록 조심조심 ㅡ 어느덧 6시 30분이 다 되어가는 시간에 허겁지겁 현관으로 내려갔다. 일찍 나온다고 나온건데 벌써 우리 집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기범에 조금 미안했다. 괜히 머쓱해져 말없이 그의 차에 올라탔다.



"할 얘기가 뭐길래 너가 날 먼저 부르냐."
"그냥.."
"안 한다니 뭐니 또 이런 소리 할 거면 그냥 집으로 가고."
"아 그런 거 아니야."


위험하다. 또 짜증스런 말투가 나올뻔한 걸 억지로 꾹꾹 눌러 삭혔다. 김기범은 내 어느 면 때문에 이 터무니 없는 결혼을 거부하지 않았던 걸까. 오늘은 말할 것도, 물어볼 것도 정말 많은 날이었기에, 신호등에 멈춰서자 기어에 올려진 그의 손 위에 내 손을 살짝 얹은 뒤 말했다.



"노력해볼게. 미안했어."


그가 고개를 돌려 나와 눈을 맞추었다. 내가 창밖으로 시선을 피하자 처음으로 미소와 웃음소리를 내게 보였다. 호탕하게 웃는 그의 모습에 나도 살짝 웃음이 새어나왔지만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자 기범이 내 고개를 들어 올리더니 손으로 내 아랫입술을 문질문질 만져온다.





"입술 깨물지 말고."
"......."





내가 한 마디한 것이 이렇게 싱글벙글할 정도로 기쁜 일이였던가? 의아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엄청나게 도도하던 김기범이 왜 갑자기 이렇게 바보같이 웃고 있을까? 신호가 바뀌고 능숙하게 차를 모는 그를 다시 쳐다보며 물었다.





"김기범, 너는 왜 싫다고 안했어?"
"뭘?"
"정략결혼. 처음 보는 사람인데, 왜 싫다고 안했어? 진짜 어떻게 되던 상관없었던 거야?"
"그건 아니고."
"그럼 뭔데?"




한 손을 핸들에서 떼더니 내 머리 위에 올리고 아까처럼 부드럽게 문질문질 만져주다 질문에 대한 답을 하였다. 그 대답은 나를 떨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너니까 괜찮았던거야."





-





후에 얘기를 들었는데, 기범도 처음 얘기만 들었을 땐 엄청 화도 내고 집도 나가봤댄다. 반항의 끝을 달렸는데, 어머니께서 내 사진을 보여주자 조용해졌다고 한다. 그 뒤로 언제 얼굴 보러 가냐며 돌려 묻기도 했다고 한다. 이 무슨 귀여운..



초반에 내가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랑 결혼을 어떻게 하냐며 큰 소리를 뻥뻥 치던데 무안할 정도로 금세 정이 들었고, 고운 정 미운 정이 모듀 애정이 되고 그러한 애정들이 사랑으로 싹트게 되었다. 스킨십의 정도도 불쑥 늘었다.



"김기범 이리와. 이리와서 뽀뽀 실시."
"뽀뽀말고. 다른 거."
"저 진짜 저 변태. 일단 와서 맘대로 하세요."


네에- 하며 곱게 대답하곤 부드럽게 나를 안더니 그대로 입을 맞춰왔다. 눈 깜짝할 새 가까워진 우리는 이제 곧 결혼하는 날짜도 잡혔다. 얼마 남지 않은 그 날에 하루하루가 설레고 떨린다. 정략결혼? 이젠 그냥 우리의 예쁜 결혼. 행복하게 살자 기범아.





****


허헝 너무 급전개인가요ㅠㅠ? 이런 주제는 또 첨이라 어색한 감이 좀 많이 있었습니다! 부족한 글솜씨임에도 불구하고 많이들 읽어주시고 댓글 남겨주셔서 정말 다들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다음은 민호 차례입니다!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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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ㅠ설레요ㅠㅠㅠ 아아아 너무 좋아요ㅠㅠㅠ기뱀 ㅠㅠㅠㅠ 진짜 완전 좋어요ㅠㅋㅋㅋㅋㅋ 막 뽀뽀할때 특히
ㅠㅠㅠㅠㅠ작가님
사랑해요♡

9년 전
웰치
허헝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9년 전
비회원97.100
기범이 진짜 설레고 귀여워요ㅠㅠㅠ다음 민호도 기대돼요 ㅎㅎㅎㅎ
9년 전
웰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좋은 글 들고 다시 올게요~
9년 전
비회원143.139
늘 그 자리에요ㅠㅠㅠ 아진짜 너무 예뻐요 다ㅠㅠ.. 다음 민호도 기대할게요!!!♡
9년 전
웰치
쓰차풀려서 이제야 답댓 답니다 감사해요!
9년 전
독자2
어머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귀엽당
서로 물고뜯을것같더니 알콩달콩 좋네용

9년 전
웰치
감사해요! 좋은 밤 되세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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