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녀 1 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드려요 ^0^
송민호 l 남태현 ㅣ 강승윤
하녀 2
W.이현웅
01
게이바를 즐겨다니는 편은 아니다. 그저 다른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게이바에는 생각보다 좋은 사람이 많았다. 성적인 목표를 가지고 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저 술을 한 잔 마시기 위해, 같은 성적 취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얘기를 하면서 더 편하게 마시기 위해 뭉친 사람들도 꽤나 많았다. 이 사람들은 열린 생각을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중에는 능력 있는 사람들, 사회에서 나름 성공한 사람들의 집합 안에 드는 사람들도 몇 있었다. 이런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 어딘가 모르게 마음이 뻥 뚫린다고 해야하나, 하여튼 그러했다.
난 게이는 아니다. 꽤나 이쁜 외모를 가진, 누가 봐도 착한 몸매를 지닌 여자친구가 있었다. 윤슬. 슬이도 내가 게이바를 종종 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 이유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슬이는 내가 게이바에 오는 것을 싫어하지 않았다. 종종 슬이와 함께 같이 들어간 적도 있었으니깐.
그렇다고 동성애자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슬이는 모르지만, 알아서도 안 되는 일이겠지만 딱 한 명. 한 명에게 꽂혀 설렌 적이 있었다. 게이바에 가면 종종 볼 수 있는 그 남자. 아마 그 바에서 가장 매혹적인 남성이 아닌가 싶었다. 다른 이들보다 눈에 띄는 외모와 스타일, 몸에서부터 풍겨나오는 그 아우라까지. 범상치 않았다. 나는 그런 남자와 한 번 대화를 나누어 본 적이 있었다.
“저를 계속 쳐다보시던데….”
찔렸다. 이 사람이 한 말이 맞았으니까. 이 남자는 한 손에는 빨간색의 칵테일을 들고 내 옆자리에 앉았다. 칵테일을 한 모금 마셨다. 예. 경직된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그의 칵테일과는 상반된 색인 파란색 칵테일을 나는 한 모금 마셨다.
“저는 빨간색을 참 좋아해요. 매혹적이잖아요.”
“저도 빨간색 굉장히 좋아합니다. 빨간색과 잘 어울리는 사람은 더 좋구요.”
그를 위한 말이다. 철저히 계산되어진 말이었다. 그 남자는 내 말에 가볍게 웃었다.
“하하, 제가 빨간색보다 더 좋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다고 할 수 있죠.”
“그거 기분 좋네요.”
남자의 눈빛은 퇴폐적이었다. 살짝 스치는 그 눈빛은 온 몸에 전율을 불러일으켰다.
“무슨 일 하고 계세요?”
그 남자가 나에게 물었다. 한참을 생각했다. 나는 무슨 일을 하고 있지. 백수지, 참.
“집사 면접 결과 발표 앞두고 있습니다.”
사실이었다. 어디 귀한 집의 저택의 집사 면접을 앞두고 있었으니까. 단순히 페이가 세다고 해서 지원서를 넣어보기는 했지만 할 수 있을지는 몰랐다. 경력도 썩 좋지 않은 내게 합격이라는 말이 주어질까는 좀 생각해보아야할 문제였다.
“집사라……. 혹 이름 물어봐도 될까요?”
그 남자는 골똘히 생각하는 듯 하더니 싱긋 웃으며 내 이름을 물었다.
“송민호입니다.”
그 남자는 내 이름을 몇 번 중얼거렸다. 섹시했다. 어두운 조명 아래 비친 그의 입술이, 섹시했다. 이름이 참 남자다우시네요. 그 남자는 말했다. 키스를 부르는 입술이었다.
“실례가 안 된다면.”
“….”
“키스해도 됩니까? 조명 아래 당신 입술이 굉장히…. 퇴폐적이군요.”
그 남자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실례 한 번 해보세요.”
그리고는 눈을 감는 그의 입술 위로 내 입술을 포개었다. 슬이에게 드는 죄책감도 잠시 그와의 입맞춤은 나를 황홀경으로 이끌었다. 곧 입술을 벌려 그의 혀와 맞닿았다. 두 혀가 얽히고 섥혔다. 그는 팔로 내.목을 감싸안았다. 그의 향이 코끝을 타고 전해졌다..주위 사람들은 처음엔 우리를 보고 쑥덕이더니 곧 관심을 껐다. 서로의 타액을 나누고 그의 입 안 이곳저곳을 자극했다. 그도 마찬가지로 나를 얽어맸다. 그는 지독히도 지기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그저 키스만으로도 어딘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마음만 같아서는 그에게 한 번 더 실례를 저지르고 룸으로 끌고 들어가고 싶었으나 순간 슬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하- 이러면 안 되지. 한 번의 물컹거림과 함께 나와 그는 입술을 뗐다. 그의 입술이 번들거렸다.
“지기 싫어하시나봐요.”
“예, 제가 어디 가서 지고 그러는 거 되게 싫어해요. 어떻게 아셨어요?”
“사람의 키스에는 그 사람의 성격이 묻어 있죠. 딱 느껴지던 걸요.”
“하하, 그러던가요.”
그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평생을 이성애자로 살아온 나를 남자에 반하게 하고 키스까지 하게 만들 정도로. 그가 그와 어울리는 빨간 칵테일을 들고 어딘가로 가려하자 나는 그의 팔울 잡고 물었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볼 수 없었울 것 같으니까.
“이름이 뭐예요? 나는 알려줬잖아요.”
그는 눈을 나애게 색정적으로 흘기며, 어딘가로 떠나며 말했다.
“남태현이에요. 잘 기억해둬요. 어딘가애서 볼 수 있게 될지 누가 아나요?”
그리고 남태현이라는 이름을 가진 저 미묘한 남자는 떠나가려 했다. 그때 머리 안에 팍- 하고 든 생각은 저 사람과의 잠자리는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었다. 태어나 난생 처음으로 같은 성을 가진, 같은 그것을 가진 남자에게 반해 입을 나누고 이제는 심지어 잠자리까지 꿈을 꾸고 있었다. 허허. 그저 실 없는 웃음만 나왔다. 태현 씨는 내 웃음을 들었는지 다시 뒤를 돌아다 보았다. 나를 살짝 흘기는 그 눈빛이 참으로 야살스러웠다. 물론 태현 씨는 그런 의도 하나 없이 나를 봤을 지는 모르겠지만, 원래 본디 생긴 게 그렇게 생겨먹은 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랬다. 나는 반응했다.
"무슨 일 있어요? 왜 웃어요?"
의자에 일어나 의아한 표정으로 나에게 묻는 그에게 다가갔다. 그의 핏줄이 도드라져 보이는 하얀 손목을 잡았다. 흥분됐다.
"룸 하나 잡고 얘기 할까요?"
****
나는 게이다. 이성애자인 줄 알았던 내가 동성애자를 꺠닫게 해준 곳은 호기심에 찾아온 게이바였다. 이곳은 색달라고 또 색달랐다. 일탈에서 주는 흥분과 내 성정체성을 알았다는 쾌감이 나를 행복하게 했다. 나름대로 게이바에 유명하게 소문이 났다. 게이바에 종종 보이는 얼굴들 중에 유일하게 동정이라는 이유 때문에. 강승윤 이라는 이름과 함께 '동정' 이라는 수식어가 함께 따라다녔다. 그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그 사람과 몸을 섞고 싶은 것 뿐인데 그런 걸 가지고 이렇게 말하고 다니는 건 기분이 좀 나빴지만 주목 받는 건 그렇게 나쁜 일 만은 아니었다.
여태껏 게이바에는 내 마음에, 내 눈에 들어오는 사람은 없었다. 허나 요 근래에 자꾸만 눈에 밟히는 사람이 있었다. 그렇게 자주 오는 사람은 아니고 종종 보이는 사람이었는데 5 대 5 가르마에 신비한 아우라. 알아가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 그는 항상 빨간색 칵테일을 바에서 시켰는데 그 빨간색이 참으로 잘 어울렸다. 그와 친해보이는 바텐더에게 가서 물었다.
"지금 칵테일 받아간 사람, 여기 자주 오나요?"
"그렇게 자주 오시는 건 아니고, 종종 오세요. 남태현이라는 분인데, 꽤 부잣집 도련님인 것 같아요. 큰 저택에 혼자 산다고 했던 것 같은데."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나는 감사하다는 표시로 살짝 바텐더에게 웃어보이고는 내 자리로 돌아왔다. 자꾸만 눈에 밟혔다. 남태현이라, 남태현. 그냥 무턱대고 그에게 가서 말이라도 하나 붙이고 싶었다. 이 게이바에 종종 오는 사람이라면 분명 내 기분 나쁜 수식어와 함께일지라도 내 이름을 알 것이 분명했다. 이름은 몰라고 얼굴은 알겠지. 혼자 쓸쓸히 의자에 앉아 칵테일을 마시고 있는 그에게 다가갔다. 그는 나를 보며 의아해했다.
"남태현 씨, 맞으시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매력적인 사람이다.
"혹, 제가… 누군지 알고 계시나요?"
"순수한 사람으로 잘 알구 있죠."
그는 장난끼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하하, 그렇군요. 이렇게 저렇게 말을 열심히 붙였다. 남태현은 나와 같은 나이였고 부잣집 도련님이 맞았다. 그는 부모님께 물려받은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것에 반해 나는 집에서 놀고 있는 백수에 불과했다. 가끔 번역일과 통역일을 종종 한다고 하나 안정적인 직장, 이라는 것이 없었기에 나는 그저 백수에 불과한 청년이었다. 그와 얘기를 하고 있자면 내가 조금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 하시는 일이 없으시다구 하셨죠?"
"뭐, 따지고 보면 그렇죠?"
"제 집에서 일하지 않으실래요?"
"태현 씨 집에서요?"
네. 그가 웃었다. 참, 가슴을 설레게 하는 웃음이었다. 처음으로 상대방에 대해 뛰어보는 가슴이다. 사람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기를 수십 번, 나는 그와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고 싶은 마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꿈만 같았다. 한눈에 반해버린 사람의 집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되다니. 물론 태현 씨는 일을 하느라 온종일 나가 있을 테지만 상관 없었다. 거의 매일매일을 보게 될 거였으니까. 처음 게이바에 들어왔을 때보다 가슴은 더욱 세차게 뛰었다. 가슴이 펑- 하고 터질 것만 같은 기분이랄까.
태현 씨는 돌연 내 손을 꽉 잡고 말했다. 승윤 씨가 제 집에서 일을 하게 된다니 기분이 갑자기 좋아요! 아이 같은 웃음을 지었다. 나는 태현 씨의 그 어떤 것보다도 그의 웃음이 좋았다. 그 누구는 이 사람의 몸을 원하고 이 사람의 색정적이고 에로틱한 부분을 원할 것이 분명했지만 나는 아니었다. 그의 순수한 모습이 좋았다. 나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는 것, 나에게 환하게 웃어주는 것 , 그것이 좋았다.
"근데 승윤 씨 저한테 관심 있어요?"
"예?"
"그렇잖아요. 혼자 칵테일 마시고 있는 사람한테 와서 말 걸구, 평범한 술집에서 그런 거면 몰라도 여기는 게이바인데?"
정곡을 찔렸다. 할 수만 있다면 바로 무릎 꿇고 그에게 고백하고 싶었다. 태현 씨에게 한눈에 반해버렸다고.
"태현 씨는 너무 아름다운 사람이에요. 한눈에 반할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