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 뒤론 어떻게 됐는데?”
“기집애가 기차 화통을 삶아먹었나.. 왜 이렇게 시끄러워.”
“궁금하니까 그렇지!”
친구에게 지난밤에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반응이 아주.. 격하고 좋네. 그 뒤로 어떻게 되기는. 이렇게 됐지 뭐.
“......”
“......”
아.. 또 어색해져버렸다. 이런 분위긴 싫은데... 어쩌지...?
“햄버거 먹으러 가자...! 아까 너 졌잖아. 나 사줘야지.”
“아...! 그래, 그래야지.”
전정국도 조용한 게 싫긴 한가보다. 나한테 계속 먼저 말 걸고 그러는 거 보면.. 패스트푸드점으로 가는 길엔 별 의미도 없는 대화로 간신히 정적을 피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도착.
“뭐 먹을래?”
“음.. 난 이거. 너는?”
“난 아까 먹고 와서 별로 생각이 없네.”
학원가기 전에 친구와 먹었던 빵과 음료수가 아직도 배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아무래도 내일 학교에 가면 내 입에 빵을 우겨넣던 친구에게 한 소리해야할 것 같다. 네 덕에 전정국과의 오붓한 저녁식사를 놓쳐버렸다고.
“뭐야? 그래서 둘이 데이트 못한 거야? 나 때문에?”
“데이트래, 미쳤나봐.”
“내가 미안하다 김탄소. 죽을죄를 졌다 내가.”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던 친구가 미안하다며 다 자기 잘못이라며 연이어 사과를 한다.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하는데.. 성질이 급하네.
“미안할 거 없고, 니 말대로 데이트 했다. 됐냐?”
“진짜?”
뭐라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기에 친구의 말을 빌려 데이트 했다고 했더니 아주 난리 났다. 그러더니 빨리 얘기해보라며 내 등짝을 때린다. 밥 먹고 힘만 키웠나..
“그럼 햄버거 말고 다른 거 먹자.”
“어?”
“다른 거 먹자고.”
얼떨결에 전정국에 의해 질질 끌려나오다시피 패스트푸드점을 나와서 근처에 있는 카페로 들어섰다.
“배고픈 거 아니었어?”
“배고픈 거 맞는데?”
“......”
“배고픈 거 맞고 이거 먹으면 될 것 같은데?”
“아니.. 그럼 됐고.”
“햄버거는 다음에 사줘.”
‘다음에’가 생겼다. 그럼 다음에 햄버거 사준다고 하면 만나는 건가?
"넌 뭐 먹을거야?"
"어?"
"왜 이렇게 정신 빼놓고 멍하게 계실까?"
너 때문이잖아, 이 바보야. 밖으론 절대 꺼내지 못할 말이 속에서 웅웅거리며 맴돈다.
"난 고구마라떼. 아, 시원할 걸로!"
"고구마라떼 시원한 걸로 하나랑 아이스카페모카 하나, 티라미수 하나요. 계산은 이걸로 해주세요."
"어, 내껀 내가 계산할게!"
"됐어, 햄버거나 사줘."
결국 나의 더치페이 논리에 진 전정국이 꼬리를 내리고 내가 계산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내가 사줘도 되는데.."
"너도 다음에 사줘."
'다음에'가 하나 더 생겼다.
"근데 너 나랑 취향 비슷하다."
"왜?"
"나도 카페모카랑 티라미수 좋아하거든."
"그래?"
취향. 이 한 단어 덕분에 나와 전정국은 서로에 대해 상당히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와 전정국은 생각보다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도.
"좋아하는 건 뭐야?"
"범위가 너무 넓은데.."
"그럼 아무거나 좋아하는 거 세 개만."
마음 속으론 전정국, 전정국, 전정국을 외치고 있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음.. 먹는 거, 옷, 노래."
"오.. 나 소름 돋았어."
"왜?"
"나랑 완전 똑같아."
"... 누구나 다 좋아하는 거 아니야? 먹는 거, 옷, 노래..."
"그런가.."
토끼같아. 귀여워. 순간 시무룩해 하는 전정국의 모습을 보니 괜한 말을 한 것 같아 스스로를 자책했다. 그런데.. 너무 귀여운 거 아니야...?
"영화 좋아해?"
"안 좋아하는 사람도 있어?"
"내 친구는 어두운거 싫다고 영화관 안 가던데?"
"말 나온 김에 우리 영화 보러 갈래?"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다. 한 마디에 포인트가 너무 많잖아. 우리라니.. 게다가 영화 보러 가자고...?
"지금?"
"아, 너무 늦었나?"
핸드폰을 켜 시계를 보니 어느새 11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벌써 11시네."
"영화도 다음에 보는 걸로 하고, 데려다줄게 가자."
으아.. 데려다준다니... 머리가 어질하다. 너무 다양한 감정들이 뒤섞여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다.
"그거 알아?"
"뭐?"
"우리 오늘 처음으로 말한거."
"아... 이렇게 친해질 줄 알았으면 진작에 말해볼걸 그랬네."
"그러게."
그 말을 하며 전정국이 씨익 웃는다. 심장이 아주 요동을 친다. 전정국, 다시보니 참 잘생겼다. 잘생겼던 것 같은게 아니라 진짜 잘생겼다. 이제서야 전정국의 얼굴을 제대로 보았다.
"왜 그렇게 쳐다봐?"
"너 진짜 잘생겼다.."
"어?"
"어?"
나도 모르게 본심이 튀어나와 버리고 말았다. 아.. 어떡하지...
"너도.. 예뻐."
"어?"
"... 너 예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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