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헤메는동안에 경수는 자연스레 종대의 집에서 생활했다. 물론 정신을 차려도 그 몸으론 걸음도 힘들었다. 십 여일 을 눈도 안뜬채 가만히 누워있으니 죽은줄 알았던 경수가 눈을 뜨자 종대가 놀라 칠칠맞게 물을 흘리며 크리스를 불러왔다. 아무것도 먹지못하고 계속 잠들어있던탓인지 흰손목이 말랐다. "안ㄴ....." 반갑게 웃으며 다가오던 종대가 바로 코앞에서 멈췄다. 정수리의 밑부분에서 갈색의 긴뿔이 오독 솟아나 빠르게 종대의 목과 손목주위에 결계를 쳤다. 종대가 눈을 내려본 경수는, 얇은 울음소리를내며 눈동자가 푸른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정신을 잃어 깊은 잠에 빠져 있었고 여기가 제 서식지가 아니란걸 몸으로 느낀 경수에겐 주위를 경계하는것이 당연하였다. 몸을 조금만 움직인다면 베일게 뻔해 종대가 경수와 크리스를 쳐다보며 눈만굴렸다. 새로 입은티안으로 식은 땀이 젖어들어갔다. 아무 미동이 없는 종대에 저를 해한거라 생각해 뿔과의 간격을 좀더 조이려는 때였다. "停下." (멈춰)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느낌의 소리가 머리에 울리자 휙 눈을 돌렸다. 눈과 눈이 마주치자 종대를 조여오던 뿔이 서서히 작게 사라져들어갔다. 서로의 눈에서 푸르고 거먼 빛이 오갔다. 경계가 풀리자마자 종대가 바닥에 주저앉더니 쿵소리를 내며 숨을 몰아셨다. 손바닥에 땀이 축축하고 뜨거운침이 위로 올라왔다. "지금 우리는 널 해한게 아니야." ".........." "쓰러져있던 널 데리고온것 뿐이지." "............왜?" "그래!...크리스말이 맞아. 내가 널발견한거고, 너 계속 잠들어있었어." "거짓말치지마." "........." "너희는 식육목과잖아? 생각을해봐. 너같은것들이 날 데리고 있는 목적이 뭐겠어? 너희 논리부터가 말이 안되잖아. 입이 있으면 변명 계속 해봐. 뭐, 백현이처럼 날 죽이게? 죽여봐.왜, 먹이감 나두고 직접 삼자대면 하면서 죽이려니까 동정심생겨? 백현이도 니들이 죽였지? 걔는 죽이고 나는 못죽여?" "............." "왜. 날 발견했대메. 말 계속 해봐. 왜 못해? 미안해?" "...... 너 뭐라 했냐?" 순식간에 벌어진일이라 종대는 힘을쓸 겨를도 없었다. 크리스의 큰손이 경수의 목을 한번에 잡았다. 흰 목에 손자국이 올라왔다. 마치 동물을 제지하듯 잡은 손에는 핏줄이 서있었다. 제가 지금 이런상태에, 이런 더러운 취급을 받아야하는 수치심에 눈을 피하지 않고 울음소리를 냈다. 동물간의 눈을 서로 피하지않는것은 두가지 경우가 있다. 자신을 건들리지 말라는 경고. 그리고 맞서 싸우겠다는 도발. 그 두 눈동자가 한데 섞여 서로에대해 풀리지 않은채 셋의 공간에 흰실처럼 돌아다녔다. 종대가 제지하려던 참에 크리스가 그대로 경수의 목을 돌려 잡은채 밑으로 내려갔다. 점점심각해지는 상황에 종대또한 빠르게 계단을 내려갔지만 성난 크리스의 발걸음을 따라잡을수가 없었다. 잡고있던 앞목엔 이미 악력으로 빨갛게 부어있었다. 정신없이 내려가는 밑에 안그래도 어물지 못한 상처가 부딪혀 터져도 마주한 눈동자를 끝내 꺾을수가 없었다. 일종의 반항이 잡아먹을 심보로 노란 뒷통수를 노려보았다. 종대가 사라진 크리스의 행방을 찾으며 계단을 밟으려 했을 때 그만 놀라 바로 앞에서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뒷걸음질을 치다 숨을 삼키고 계단의 이어진 핏자국을 쫓으며 뛰어내려갔다. 지하 2층의 다락방으로 갔을때 크리스와 경수가 함께 있었다. 종대가 할수있는거라곤 지금 크리스를 말리는 일밖에 없었다. 물론, 그건 거의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지만. "크리스! 손놓고 이야기로해, 이야기..." "..........................." "지금 애도 깨어난지 별로 안됬잖아..! 응? 그러니까 모를수도있지. 이야기로 풀자. 애 놓고. 흐 세상에나. 애 다리좀봐봐... 넌 불쌍한생각 안들어? 야! 크리스! 개새끼야! 놓고 이야기하자고!" 가만히 경수를 노려보던 크리스가 문을 열고 그대로 뒷목을 던져버렸다. 얼마나 세게 던졌는지 그대로 날아가 벽에 부딪혀 굴렀다. 그래도 화가 안풀린건지 여전히 매서운눈으로 경수를 쳐다봤다. "니가 아까처럼 구구절절 논설을 하든, 깽판을 부리던 지랄을 하던간에 어차피 다보이고 니말 들어줄 우리같은 것들 하나도 없으니까 니 맘대로 해. 창문으로나가서 니네 동네 가든지 말든지. " "크리스!" "..어차피 삵떼들한테 뜯겨 먹히겠지만. 크리스! 목에 핏줄이 설정도로 고래고래 외치던 종대가 망했다 는 표정으로 머리를 잡아뜯다가 경수가 있는 방안을보았다. 검은 머리칼 속에 엇갈린 푸른 눈동자가 저를 뚫어보자 괜시리 소름이 돋아 팔을 쓸었다. 으. 가을바람인가? 쌀쌀한 감이 있었다. "이름이뭐야?" "......." "하긴. 날 죽이려 했는데 이름을 왜가르쳐주겠어." "......." "이렇게 날 쳐다바주는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지. 아! 맞다. 그리고 저새끼 신경쓰지마. 크리스 저새끼 저 확돌면 저러니까 신경쓰지마. 안그래보여도 소녀감성이라서 몇일있으면 돌아오니까 마음에 두지마." "......." "아맞다. 하긴 너보단 쟤가 신경쓰이겠지. 배안고파? 내일 밥도 갖다줄께. 괜찮아~ 크리스 저새끼랑 난 달라서 난 천사거든. 아! 그리고 나갈생각하지마. 너지금 몸상태말이아니야. 넌 모르지? 내일부터 너 치료 받아야 되니까 나갈생각하지마! " 잘자! 듣지도 않는 경수에게 마지막 인사까지 건넨후 웃으며 계단으로 올라갔다. 중간에 올라가며 소리를 지르는 종대의 목소리가 간간히 들렸다. 빛은 네모나게 뚫려있는 창문에서 아슬히 새어나왔다. 위와는 다르게 아침이나 낮이되면 조금이나마 빛을 받을수있겠지만 깜깜한 밤이되면 그야말로 어둠 밖에 존재 안하는 꺼먼 상자용도로 되버리는것이다. 벌써 초저녁이다. 주황빛이 경수의 얼굴에 그늘지었다. 유리속, 소년의 몸이 밝게 빛났다. 아침, 매일 같이 밥을 주러 내려온 종대가 놀라 그만 죽그릇을 던지고 계단위로 재빨리 올라섰다. 위에서 자그마히 울부짖는 소음이 들려왔다. 여전히 소년의 몸은 밝게 빛났다. 언제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