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감성 장착하고 보세요.
BGM : 인피니트 우현 - 시간아
사랑에 눈 먼 당신에게
1.
백현의 등이 덜덜 떨렸다. 현관문에서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날이 밝은 것인지, 아니면 아직 어두운 것인지, 아니면 이 집이 어떤 구조로 되어있는지 백현은 아무것도 몰랐다. 그저 보이지 않는 앞을 자각하고 입술을 꽉 깨물고 지금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이가 누군지 알아내려 귀를 기울였다. 입 속의 여린 살을 미친듯이 깨물어 댔더니 안 쪽에서 비린 향이 확 올라왔다. 그러나 백현은 자신의 입 속에서 피가 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그저 미웠다. …이, 미치도록 …이 미웠다.
"백현이 오늘도 잘 있었어?"
"…"
"…오늘도 말이 없네. 백현아 얼른 말을 해야지."
"…"
"이야기 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아, 현아. …아, 피 냄새."
남자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백현은 그저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였다. 귀신같이 피 냄새를 맡은 남자가 쫙 가라앉은 목소리로 백현에게 속삭였다.
"피 보면 내가 미치는 거 다 알고 있으면서, 우리 백현이 깜찍하네. 나랑 그렇게 하고 싶었어?"
남자의 야한 말에 백현의 손이 덜덜 떨려왔다. 싫었다, 싫어. 끔찍해. 백현이 차마 그 말을 남자의 면전 앞에 그 말을 뱉을 수가 없었다. 분명 더 심하고 거칠게 다뤄질 게 분명했다. 자신의 순결도, 가족도 그리고 자신의 눈 마저 잃었다. 백현 자신의 모진 말 한 마디에. 백현은 보이지 않는 눈으로 눈물을 흘렸다. 멍하게 눈을 떴지만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새까만 어둠, 자신의 미래인 것만 같아서 다시 눈물이 흘렀다. 이젠 눈물조차 차가워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 이젠 희망 따윈 없다.
2.
백현은 침대 위에서 몸을 둥글게 말았다. 오늘따라 추웠다. 아니 늘 추웠지만 오늘만큼이나 싸늘하고 공기마저 무거웠던 날은 처음이였다. 요 근래 다정해진 남자는 제게 약속했었다.
'맨날 맨날 일찍 와서 같이 있어줄게.'
…그래, 알고 있었지만 속아주었다. 아니 속고 싶었던 건지도 몰랐다. 보이지 않는 눈만큼이나 알 수 없는 자신의 마음 속 깊숙한 곳에 파문을 일으키는 남자에게 자신은 흔들리고 말았다.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 남자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이다. 잠깐이라도, 따뜻함을 갖고 싶었다. 낮은 목소리가 흘리는 나긋한 목소리는 너무나도 달콤했으니까. 백현은 가느다랗고 긴 손가락으로 이불을 말아쥐었다.
"바보같긴, 겨우 이틀 약속 지킨 것 뿐이였는데…. 늘 여자 향수 냄새를 달고 왔었는데…. 바보같…이. 변백현 바보…."
하얀 얼굴에서 눈물 한 줄기가 스스륵 흘러내렸다. 초점 없는 눈이 감겼다, 떠졌다는 반복하며 눈물을 내보내었다. 그렇게 백현의 마음도 그의 눈처럼 멀어가고 있었다.
3.
"잘못했어, 잘못했어. 백현아. 미안해…."
"…그만해요."
"내가, 내가 다 잘못했어. 이젠 알아. 내 마음도, 네 마음도 그리고 이게 사랑이라는 것도."
"그만…."
"내가, 정말… 내가… 널 사랑해. 백현아, 현아…."
남자가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게 느껴졌다. 백현은 희미하게 웃었다. 이것도 잠시일테지. 남자에겐 많은 기회가 있었다. 능력도, 외모도 게다가 성격도 나쁜 편은 아니였다. 자신에게만 거칠고 끔찍했으니까. 백현은 남자의 거짓고백에 또 다시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사랑한다니…. 그런 말도 안되는 거짓말은 질이 나쁘다. 백현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리고 옆의 경수의 손을 잡았다. 경수가 자신의 손을 꼭 잡는 것이 느껴졌다. 종인 또한 자신의 몸을 부축해주었다. 한동안 이 아이들에게 신세를 질 예정이였다. 백현은 희미하게 웃었다. 이젠 끝이다.
"백현아!"
"백현아, 저 남자, 너무 간절해…. 이야기 정도는 들어줄 수 있…"
"아니…. 더 이상은 내가 죽을 거 같아."
"하지만…"
"경수야, 백현이가 힘들대잖아. 얼른 가자."
남자의 울부짖는 소리가 귓가에 윙윙 울린다. 경수가 멈칫했지만 종인이 조금 냉정하게 경수에게 이야기했다. 나 또한 고갤 끄덕였다. 힘없는 남자의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귀에 들렸다. 그리고…
"백…현아…."
이젠 정말, 영원히 끝이다.
4.
경수와 손을 잡고 오랜만에 나간 공원에서 돌아오는 길이였다. 남자와 헤어진 지 보름. 처음엔 날 찾아와 온갖 패악을 부릴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였다. 다행이였다. 아니 사실은 많이도 울었다. 난 이 정도였구나, 남자에겐 반짝 하고 말 잠깐의 흥미였구나. 일부러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경수와 종인은 내 기분을 많이 이해해주었다. 그래서인지 종인이 녀석도 전과는 다르게 경수를 내게 많이 양보해주었다. 경수가 이끄는 곳으로 익숙치 못하게 발걸음을 비틀비틀 옮겼다. 그런데 갑자기 경수가 우뚝 멈춰섰다.
"왜? 무슨 일 있어?"
"…백현아."
"왜? 왜 그러는데?"
"…박찬열."
"…뭐?"
더 말을 이으려던 찰나 엄청난 악력이 손에서 느껴졌다. 커다란 손과 따뜻한 체온. 아직도 뇌리에서 잊지 못한 남자, 그러니까 찬열의 것이였다. 순간 몸이 굳었다. 반가웠다, 하지만 무서웠다. 찬열에게 자신은 이미 너무 큰 사랑을 주었다, 하지만 이젠 그만두고 싶다. 여러개의 감정이 교차되며 얼어붙어 있으니 찬열이 조용히 이야기했다.
"잠깐… 아주 잠깐이면 되. 너 잠깐만 자리 좀 피해줘."
"…딱 10분만 드릴게요."
경수가 조용히 현관문을 닫고 집으로 들어가버렸다. 난 어찌할 줄을 몰라 옷자락을 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그러자 남자의 손이 내 손 쪽으로 다가와 손가락을 하나하나 풀어주었다.
"그러다가 손에 흉져. 그러지마."
"…"
"…잠깐만 내 얘기 좀 들어줘."
남자의 슬픈 어조에 혼란스러웠다. 당신이, 슬퍼? 왜? 내 눈도 이렇게 만들고 다른 여자들과 놀아났으면서. 날… 날 사랑하지 않았으면서…. 내가 고갤 숙이고 뒤로 조금 물러나자 남자의 목소리에 울음이 섞이기 시작했다.
"백현아, 잠깐만 들어줘. 내가 다 미안해. 물론 처음엔 정말 즐거웠어. 근데 시간이 가면서, 우는 널 볼때면 가슴이 미어졌어. 네 눈에 초점이 잡히지 않고… 가끔 멍하니 있으면 네가 사라질 것 같았어. 그래서… 그랬어. 지금 알았어. 이게 무슨 감정인지. 니가… 변백현 니가 너무 좋아. 아니 이젠 사랑해. 백현아, 현아…."
남자의 숨 쉴틈 없이 이어진 말에 내가 더 죽을 것 같았다. 대체 뭐라고…. 내가 멍하니 서있자 털썩하고 누군가가 주저앉는 소리가 들렸다. 놀라서 보이지도 않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자 낮은 저음의 목소리가 내 아래에서 들렸다.
"내가 잘못했어. 아니, 백현아 그냥 니가 너무 좋아. 사랑해. 그러니까 다시 한번만 기회를 줘…. 내가 대신 네 눈이 되줄게. 그리고 다신 혼자 두지 않을게."
남자가 무릎을 꿇은 것 같았다. 백현이 깜짝 놀라 재빨리 찬열에게로 고갤 숙였다. 찬열이 눈을 꽉 감고 있다가 인기척에 백현에게로 눈을 돌렸다. 백현이 눈물 고인 눈으로 찬열을 바라보았다. 찬열이 눈을 멀게 한 이후로 처음으로 찬열을 똑바로 바라보는 눈빛이였다. 백현의 눈에 희미한 눈웃음이 어렸다. 찬열은 결국 생애 평생 첫 번째 눈물을 흘렸다. 찬열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 아스팔트 바닥으로 떨어질 때 쯤 백현이 찬열의 머리를 자신의 가슴에 안았다.
"저도… 저도예요. 이미 오래전부터."
노을빛이 아름다운 어느 저녁의 일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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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냐고요? 몰라요^^ㅎㅎ전에 써둿던 거 좀 수정 햇어요. 조각글 비슷한 거에 완결까지 대충 낸거ㅠㅠ
하, 밤중에 감성 돋고 좋네요. 박찬열 집착 있는거 좋다..ㅋ
백현인 여기에서 찬열이에 의해서 눈이 멀은 겁니다. 그런 찬열일 빗대서 찬열이를 '사랑에 눈 먼 당신'이라고 한거예요.
여하튼간에 밤에 감성 돋게 보세요, 그리고 찬백을 찬양하세요^^ㅎㅋㅋㅋㅋ
이제 네시간 뒤에!! 한일전 다 같이 응원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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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들 연재 안하고 이거 한다고 욕하기.. 잇기 없기.........
미안해요, 내가 월요일까지 휴가 가서ㅠㅠ 그리고 이제 16일날 개학함 연재 자주 못해여ㅠㅠ
그래서 죄송해서 올린거임여.ㅋㅋㅋ 나도 이제 모르겟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