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한 눈으로 나를 빤히 바라다보는 쑨양. 그 눈빛이 부담스러워 고개를 돌려 눈빛을 피했다. 그러자 양 손으로 내 얼굴을 살며시 감싸고 다시 눈을 마주보게 하는 쑨양. 우리 얼굴은 서로의 숨이 닿을정도로 가깝게 위치해있다. 좀만 더 가까이가면 키스할 것 같은데..나는 조용히 눈을 아래로 향하고 있고 그는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것 같았다. 살얼음판을 걷는듯한 정적에 그의 가슴팍을 밀치며 말했다.
“쑨양, 이러지말아요. 쑨양이 이럴수록 난 더..”
“꼭 나한테 뭘 해달라는 게 아니에요. 그냥..옆에만 있어줘도 태환한테 정말 고마울 것 같은데..그것도 안되나요..?”
“...”
끝끝내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않자 쑨양은 한숨을 푹 쉬더니 얼굴을 두손으로 가볍게 쓸었다.
“말하기 싫으면 하지않아도 되요. 그냥 제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지금은 이런 말도 소용없을 것 같네요..후, 그럼 저 가볼게요..”
쑨양은 아련한 눈빛으로 나를 한 번 더 쳐다보더니 내가 끝까지 그와 시선을 마주하지 않자 곧이어 쿵- 문을 닫고 나가버린다.쑨양이 집을 나가고서 한참을 문만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침대에 철푸턱 엎어졌다. 그는 내가 그렇게 좋을까?이미 수영과는 거리가 멀어진 자신의 옛 우상이 대체 뭐가 좋은걸까. 아, 도저히 모르겠어. 곧 밤인데 잠이나 자야지.베개를 꼭 끌어안고 머리 한 구석을 차지하고 나가지않는 쑨양을 억지로 눌러 양을 한 200마리 정도 셌을때야 잠이 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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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일어나보니 몸이 찌부둥하니 영 좋지않은 컨디션이다. 오늘 수영 연습가려고 했는데..나는 은퇴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수영 연습을 계속하고 있다. 물론 선수 생활을 하고 있을 때 만큼 잦은 횟수는 아니지만서도..수영장을 가려고 주섬주섬 옷을 입고 구겨신은 신발을 제대로 고쳐신는데 현관 앞에서 나를 빤히 바라보던 그의 생각이 난다.전화라도 한 번 해볼까..핸드폰을 꺼내들고 그의 번호를 찾으려 했지만 곧 부질없는 짓이란 걸 깨닫고 휴대폰을 주머니 속으로 쑤셔넣었다.지금 전화해봤자 내가 그에게 무슨 말을 하겠는가. 오히려 그를 흔드는 일인것만 같아 차마 전화를 걸 수 없었다.후, 깊게 한숨을 쉬고 문을 열어 수영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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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의실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간단한 준비운동을 하는데 나와 같은 수영복을 입은 사람이 눈에 띈다.뒤돌아서있어 등밖에 보이지 않는데 뒷태가, 수영 많이 한듯한 뒷태인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기도 하고..?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에게 다가갔다. 타박타박 둘밖에 없는 수영장의 인기척을 그도 느꼈는지 뒤를 돌아본다.
“태환..?”
“어, 쑨양..여긴 웬일로..”
“전 그냥 연습하러.. 그러는 태환은 어쩐 일이에요?”
“아..저도 그냥..”
이 어색한 기운은 대체 어떻게 해야하는걸까. 나란히 앉아서 애꿎은 수영장 물에 발장구만 치고 있는데 마침 쑨양이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나에게 제
안을 한다.
“우리, 내기할래요?”
“무슨 내기요..?”
“400m 빨리 들어오는 사람 소원 들어주기. 어때요?”
“...네, 해요.”
장난스럽게 말하는 그에 나름 비장하게 그러겠다고 답했다. 하겠다고 하긴 했지만 한창 전성기인 쑨양을 내가 이길 수 있을리가 만무했다.만약 쑨양이 이긴다면 어떤 소원을 빌까. 혹시 사귀어달라거나..그런 소원을 빌면 어쩌지..
“말나온 김에 바로 시작해요.”
“아, 네!”
“여긴 실격같은 거 시킬 이상한 심판은 없으니까 긴장 풀어요.”
그가 나를 향해 씨익- 웃는다. 나도 덩달아 씨익 웃고는 수경을 쓰고 준비자세를 취했다. 셋에 출발하는 거에요. 그가 나를 바라보며 말하고.이윽고 그가 하나,둘.. 숫자를 세는 소리가 수영장에 울려퍼진다. 그가 셋이라고 외치는 순간 우리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동시에 출발했다.시야가 가려져 쑨양이 어디쯤에 있는지 조차도 파악하지 못하고 그냥 무작정 수영만 했는데 몇 초 사이로 승패가 갈렸다.지금은 둘 다 바닥에 드러누워서는 헠헠, 숨을 몰아쉬는 중. 그런데 쑨양이 고개를 내 쪽으로 돌리더니 말한다.
“소원, 지금 말해도 될까요?”
“네, 말하세요.”
“제 소원은..”
나는 그 때까지만 해도 왜인지 모르겠지만 내심 그가 사귀자는 말을 하길 기대했는지도 모른다.쑨양이 계속 머뭇거리고 말을 하지 못하자 내가 자꾸 뭐냐면서 재촉을 했다. 그러더니 곧 열리는 그의 입.
“태환이..내 앞에 나타나지 않길 바래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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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에는 여러분이 바라고 계실 것만 같은 떡설이 나올 예정이에여..y//y
그러니 댓글 좀 많이 달아주세옇ㅎㅎ헿헿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