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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1164l 1

 

 

 

 

 순간 놀라 꽉 다문 입술을 남우현은 살살 달랬다. 그의 혀가 들어와 천천히 입천장, 입술을 훑었다. 블라우스께로 가져가던 손을 남우현은 잠시 멈추고는 나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는 허락을 구하고 있었다. 무슨 용기였을까. 나는 달달 떨리는 팔로 그의 어깨를 안아 당겼다. 단추가 하나씩 풀리는 소리가 방 안 가득 채우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의 입술이 다시금 내 입술을 스치고 목, 가슴에 사뿐히 내려앉자, 그러한 소리와 생각들은 모두 잊혀졌다. 그의 입술이 지나가는 자리마다 옅은 열꽃이 피어났다. 남우현의 손이 허리께를 스쳐 지나가자 나도 모르게 나온 신음소리에 화들짝 놀라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아래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남우현이 가볍게 톡톡 내 입술을 친다. 그의 손길에 꽉 깨물었던 입술을 천천히 풀자 조용히 입술을 매만져 왔다. 그의 따뜻한 손길이 그리고 뜨거운 입술이 내 허벅지에 닿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두 눈을 질끈 감고 양 손으로 이불자락을 꽉 붙들었다. 그러나 곧 들려온 남우현의 목소리에 꽉 쥔 이불자락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너 설마, 처음이야?”

 

 남우현이 어떤 의도로, 어떤 목소리로 말했는지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다만 그 순간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을 뿐이었다. 남우현도 지금 자신의 아래에 누가 있는지를, 깨달았음에 틀림없었다. 대답 없는 내 목소리에 남우현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몸을 일으키는 남우현의 모습이 꼭 명수와 겹쳐져 엉겁결에 나는 남우현을 다시 끌어당겼다.

 

 

 

 

 

 

 

 

명수와 사귀는 1년 동안, 명수는 나를 한 번도 안지 않았다. 분위기에 취해 입술에 닿던 그의 온기는 딱, 그뿐이었다. 입술, , 가슴 천천히 내려오던 명수의 따뜻한 입술은 결국 얼마 더 가지 못한 채 멀어졌다.

 

‘..미안해

 

그 짧은 한마디가 면죄부라도 되는 마냥, 몸을 떼고 등을 보이는 김명수는 참으로 익숙했다. 그때마다, 버석한 이불을 머리 끝까지 끌어당겨 애써 숨죽여 울었다.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아서 울었고, 그럼에도 헤어질 수 없어서 또 울었다.

 

 그래서 나는 단 한 번도 명수를 내 생명줄이라도 되는 것처럼 온몸으로 끌어안지 못했다. 그렇게 1년 동안 단 한 번도 잡지 못했던 명수 대신 남우현을 끌어당겼다. 그 때처럼 눈물이 자꾸만 비집고 나오는 듯해서 애써 입술을 꾹 물었다. 남우현이 한 마디라도 하면 속에 담아두었던 얘기가 서럽게 터져 나올 것 같았다. 그러나 남우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내 눈가를 조심스레 덮고 가만히 안아줄 뿐이었다.

 

조금이라도 눈 붙여. 깨워줄게

 

한참을 아무 말 없이 안고 있던 남우현이 나지막이 내뱉는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얇은 이불을 덮어주는 손길이 간질거려 소리 없는 심호흡을 내뱉었다. 등 뒤로 느껴지는 남우현의 작은 숨소리에 가만히 눈을 감았다. 눈가를 덮고 있던 손은 입술 쪽으로 내려왔다.

 

입술 그만 깨물어. 다 상하겠다.”

 

그의 말에 천천히 입술을 풀자, 연이어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술만 먹으면, 입술이 예뻐 보이더라

그래서 술 먹을 때 마다, 아무한테나.. 뽀뽀해?”

, 그래도 뽀뽀한 적은 없어.”

 

키스는 한 번 있지만. 웃음기 담긴 남우현의 목소리에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

 

 

 조심스레 일어나는데 지난 밤 기억이 왈칵 밀려와 남우현의 눈을 마주치기가 힘들었다. 고맙게도 남우현은 그런 내 모습을 못 본 척 침대 맡에 떨어져 있던 겉옷과 가방을 주워 건넸다.

 

따뜻했던 남우현의 방과 달리 이른 새벽의 공기는 조금은 쌀쌀하고 또 습했다. 그의 발걸음에 맞춰 천천히 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어느 샌가 남우현의 손이 살포시 어깨에 내려앉아있었다.

 

, 편하다. 생각보다 너 좀 작구나?”

그거 네가 할 말은 아니란 거 알고 있지?”

 

괜히 아무렇지 않은 척 남우현의 말에 툴툴거렸지만, 사실 어깨에 올려져있는 그의 팔에 온 신경이 쏠려 아무 말이나 주워 넘기고 있을 뿐이었다. 정말 미쳐 버린 게 틀림없었다. 어제부터 남우현 말 한마디, 손짓 한 번에 나는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발이 닿지 않는 듯한 이 무서운 일렁임 속에서 빠져나올 때였다. 남우현은 두 손으로 내 볼을 살며시 감쌌다. 옅게 떨리는 그의 손이 느껴져서, 어울리지 않게도 나는 살풋 웃었다.

그 순간 남우현의 입술이 닿을 듯 스쳐지나갔다. 아니, 닿았었나. 기묘했던 지난밤은 이제 그도 나도 묻어둘 차례였다.

 

하룻밤의 꿈같은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알겠어?”

 

홀린 듯,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무슨 정신으로 내 방까지 들어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직 온전히 해가 뜨지 않아 조금은 어둑어둑한 방. 불도 켜지 않은 채 나는 침대에 털썩 몸을 뉘었다. 예쁘게 접히던 눈, 내 눈가에 와 닿던 손, 꾹 눌러온 입술, 어깨를 감싸 안던 팔, 웃음기 담긴 목소리. 남우현의 모든 것이 천장위에 둥둥 떠다녔다. 눈을 감아버리자. 그러나 이번에는 남우현의 눈빛, 손길, 입술이 닿았던 곳이 뜨겁게 타올랐다.

 

 어둑어둑하던 방이 어슴푸레 밝아지고, 방 안 가득 햇빛이 쏟아 내릴 때까지 나는 손가락 까딱도 할 수 없었다. 매일 맞춰 놓은 폰 알람이 울릴 때서야 나는 더듬더듬 폰을 찾아 꺼내 들었고, 명수를 떠올렸다. 어떻게 명수를 까맣게 잊고 있을 수 있었을까. 명수에게 연락을 하기위해 폰 잠금 화면을 풀었다가, 이내 포기해버렸다. 하루정도는 내가 먼저 연락 안 해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일어나자마자 명수에게 연락을 하는 것이 하루 일과의 시작이었고, 명수가 1교시 수업이 있는 날은 일어나지 못할까봐 알람을 맞춰 놓고 일어나 늘 전화로 깨우곤 했다. 여태껏 그것이 귀찮다거나, 서운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이상하게 오늘 처음 그런 생각이 들었다. 1년 동안 나도 모르게 김명수에게 지쳐있었던 걸까. 그래서 단지 다정하게 웃어줬을 뿐이었는데, 남우현에게 그렇게 속절없이 흔들려버렸던 걸까. 네가 나에게 소홀해서 그랬다는, 불륜을 저지른 사람들이 으레 하는 그 변명을 나도 똑같이 하고 있다는 것에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그보다 더 나를 당황하게 한 것은 한 시간 뒤 남우현을 다시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멍한 상태로 대충 옷을 챙겨 입었다. 최대한 강의 시간에 맞춰 들어가 제일 뒷자리에 앉아 남우현과 마주치지 않는 것. 그것이 나의 계획 아닌 계획이었다. 그러나 강의실 앞 복도 자판기 앞에 서 있는 남우현은, 검은 봉지를 달랑거리며 웃던 어젯밤의 남우현과 같이 계획 밖의 일이었다.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흰 셔츠, 베이지색 면바지. 지난 밤 내가 잘 어울린다고 했던 옷을 입은 남우현은 더욱 더.

 

이은봄, 오랜만이네.”

 

평소와 같이 장난스레 인사하는 남우현의 말에 머릿속이 하얘지는 기분이었다. 남우현이 와락 안아주기라도 할 거라 생각했던 건 아니었지만, 오랜만이라는 인사는 선택지에 없던 반응이었다. 남우현의 눈은 어제처럼 예쁘게 휘어지지 않았다. 정말 나만의 꿈이었을까. 아무 말도 못한 채 발이 땅에 붙은 듯 서 있는 내게 남우현이 커피 캔 하나를 따서 내밀었다.

 

잠 얼마 못 잤잖아. 이거라도 마셔.”

 

멍청하게도 엉겁결에 그걸 받아 쥘 때였다.

 

얘 커피 안 좋아하는데. 내가 대신 마셔도 되지?”

 

옆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드니 언제 온 건지, 김명수가 서 있었다.

 

무슨 얘길 하고 있었길래, 사람 오는지도 몰라?”

 

명수가 의미 없이 툭 던진 말에 굳어있는 사이, 명수가 내 손에 쥐어진 캔 커피를 빼내고는 입에 갖다 대었다. 표정을 숨기는 건 내 전문 분야가 아니었다. 왠지 모를 불편함에 먼저 들어가겠다며 강의실로 몸을 향할 때였다.

 

어제 둘이 술 마셨다며?”

 

 

김명수는, 언제나처럼 입가에 잔잔한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독자1
명수가 술 마신거 알았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 와 다음이 너무 기대돼요
9년 전
독자2
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세상에ㅠㅠㅠㅠㅠㅠ 다음 편이 너무 기대되요
9년 전
독자3
다음편은 언제올라ㅠㅠㅠㅜ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명수가 알았...ㅇㅅㅇ 오늘도 잘 보고가구.. 작가님 사랑함당!!!!
9년 전
독자4
작가님 ㅠㅠㅠㅠㅠㅠㅠ 다음편은 안오나요???ㅠㅠ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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