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후배 5
“나 이거 짤로만 봤지 책으로는 처음 봐.”
애초에 슬램덩크를 처음 봤지만 그렇게 말했다. 민윤기는 내가 불편해 보였는지 쿠션 하나를 넘겨줬다.
크리스마스 이브는 크리스마스만큼이나 붐볐다. 거리 곳곳에서 종소리가 들리고 트리가 세워진 것을 보니 정말 크리스마스구나 싶었다. 실내든 실외든 울리는 캐럴도 빠지지 않았다. 우리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만났다. 밥 먹기 전 간단하게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겨보자는 뜻에서였다. 길거리를 걸으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기기에는 너무 추워 만화카페로 도망치긴 했지만.
만화카페에 오면 주로 웹툰 소장본을 읽는 터라 이번에는 민윤기의 추천으로 슬램덩크를 뽑아 들었다. 몇 권인지도 모르면서 가져온 것에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짤로 유명해진 장면이 있었다. 이에 민윤기는 신나서 설명했다. 강백호가 뭘 했고…… 왼손과 오른손이 뭘 했고……. 눈치껏 알아들은 부분에는 맞장구를 쳤지만 그보다 설명하는 민윤기의 얼굴 때문에 집중이 흐려졌다. 좋아하는 만화 이야기를 할 때는 이렇구나. 그냥 웃는 얼굴과는 다른 표정. 히터 때문인지 슬램덩크 때문인지, 상기된 볼에 마주 웃었던 것도 같다.
“커플이세요?”
“네?”
시간을 다 채우고 찾아간 레스토랑은 꽤나 가까운 곳에 있었다. 짧은 거리에도 금방 얼어버린 손을 녹이며 들어서는데 카운터 직원이 물었다. 커플로 오면 어쩌고저쩌고 혜택이 있단다. 제대로 못 들은 내가 민윤기를 쳐다보면.
“네.”
라고 대답해버린다. 그러고 시선이 짧게 맞물렸다 떨어졌다. 잠시였지만 처음 보는 눈이었다. 어차피 예약권에 공짜라서 할인혜택은 필요 없지 않나 생각하다 순간 복잡해졌다. 희재가 했던 말들이 떠오른 것이다. 몰아가는 것이라 여겼건만 이렇게 얽히니 신경 쓰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꾸만 표정과 눈빛 같은 걸 읽고 생각하니 더욱 더. 의미를 부여하면 한도 끝도 없다. 애써 고개를 휘휘 젓고는 자리에 앉았다. 바깥이 훤히 보이는 뷰가 좋았다.
“누나는 졸업하면 뭐해요?”
목도리를 풀어 의자에 걸친 민윤기가 물었다. 두꺼운 코트 안에 입은 초록 니트가 잘 어울렸다. 크리스마스와도, 이곳과도.
“나 아는 사람이 스튜디오 차려서, 거기서 경험 삼아 일 해보려고.”
“아아. 그럼 방은 안 빼요?”
“응. 본가보다 지금 자취방이 거기랑 더 가깝거든.”
이어 직원이 주문지를 들고 왔다. 민윤기는 주문지에 뭐라 뭐라 적더니 사장님께 보여드리라며 직원을 보냈다. 오오, 하고 장난스럽게 쳐다보자 어색한지 뒷머리를 쓴다. 금색 머리칼이 그의 손길에 가볍게 흩어졌다.
“근데 이런 데 아무나 데려와도 돼? 아무리 형 레스토랑이라지만…….”
“안 될 건 없죠.”
그 말에 할 말이 없어져 입을 다물었다. 맞다. 안 될 건 없다. 희재의 입을 막기 전에 그렇게 말 할 것을 그랬다. 그럼 이렇게까지 신경 쓸 일도 없었을 텐데.
“그리고 누나는 아무나가 아니잖아요.”
“그래? 그거 고맙네.”
순간 당황했지만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이러면…… 이러면 오늘 해야 할 말을 하기가 힘든데. 왜 힘든지, 그 이유도 복잡해진 머릿속에서 찾기 어려웠다. 만화 잘 읽어놓고 갑자기 왜 이런담. 수저와 사이드가 하나씩 나오면서 생각을 정리했지만 자꾸만 꼬였다. 몇 주 전부터 끈질기게 들어왔던 캐럴과 재즈가 유독 이곳과 잘 어울렸다. 짜임이 올곧은 터틀넥 니트도, 냅킨을 건네는 손가락도. 다를 게 없는데 자꾸만.
“졸업식은 언제예요?”
“2월 둘째 주 목요일.”
“가도 돼요?”
“안 될 건 없지.”
그렇지. 안 될 건 없지. 하나도 다를 게 없는데 자꾸만 뭔가 다른 느낌이 드는 건 전부 크리스마스라서다. 특유의 춥지만 포근한 분위기가 사람 감정을 자꾸 특별하게 만든다. 집에서 트리나 꾸밀 때는 몰랐던 것들. 그래서 더 특별하다 여겨 곱씹게 되는 것들.
음식이 나오고서도 음식 대신 생각을 씹는 듯했다. 저번처럼 나도 모르게 민윤기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도 시선이 마주치려 하면 후다닥 물을 들이켰다. 이 이상한 기분도 빨리 삼켜지기를 바라면서.
“잘 먹었어. 진짜 맛있게 먹었다. 완전 포식.”
“그동안 누나가 술도 사주시고…… 저 놀아주셔서 보답하는 거예요.”
“보답이 너무 거창한데.”
내 말에 민윤기가 웃으며 냅킨을 집었다. 또 어느 틈에 묻은 소스가 민윤기의 손길에 닦였다. 그래, 모든 게 평소와 같고 이건 보답일 뿐이니까. 희재의 목소리 또한 저편으로 밀어 넣고 입을 열었다.
“내가 대외활동 하면서 알게 된 애가 있는데.”
“네.”
“아는 애 있으면 소개시켜 달라더라.”
“…….”
“……혹시 소개 받아 볼 생각 있어?”
그리고 사레가 걸려 켁켁거리는 민윤기에게 황급히 물 잔을 건넸다. 냅킨을 쥔 손이 잔을 받았다.
“갑, 갑자기요?”
“어……생각나는 애가 너밖에 없어서.”
“아.”
“싫으면 거절해도 돼.”
“그러면 누나 곤란해지는 거 아니에요?”
“곤란까지는 아니고, 조금 귀찮아지겠지.”
“…….”
“…….”
“……할게요.”
“아…… 그럴래?”
어쩐지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평소와 다름없다 생각했던 게 모두 착각인 것 마냥. 나는 머리를 굴려 할 말을 더듬었다.
“그…….”
“…….”
“부탁 말이야. 내가 마지막으로 했던 거. 아직도 생각 안 나거든. 그냥 말해주면 안 될까?”
“…….”
“둘 다한테 좋은 게 뭔지 모르겠어.”
“……저도요.”
민윤기가 망설이는 듯 말을 이었다.
“저도…… 둘 다한테 좋은 건 줄 알았는데. 나 좋자고 하는 것 같아요.”
그러고는 남은 물을 들이켰다. 내려놓은 컵에는 한 방울의 물도 남지 않았다. 유리 너머로 비치는 배경이 일렁거렸다. 내가 부탁한 거라면서 저렇게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민윤기도 그랬다. 컵을 내려놓는데 내 속에서 무언가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다를 게 없는 하루가 아닌 것처럼.
크리스마스는 집에서 뒹굴거리며 다름없이 보냈다. 희재의 폭풍 같이 몰아치는 연락만 아니면 작년과 아주 똑같았다. 나는 부러 논문이나 쓰라며 답을 돌렸다. 대신 신예빈과 민윤기의 약속을 잡았다. 시간이 안 맞아 만남은 신년이나 되어서야 성사될 것 같았다. 나는 주선자가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텔레비전에서 케빈이 제 뺨을 치며 비명을 질렀다. 그렇게 크리스마스가 끝났다.
트리를 정리하고 자취방으로 돌아오자마자 일이 바빠졌다. 스튜디오 오픈 일에 맞춰 준비할 게 많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민윤기와는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약속 날짜와 장소, 시간을 맞추기만 했다. 원래도 사적인 이야기를 자주 하지는 않았는데, 묘하게 조용한 카톡이 신경 쓰였다. 퇴근 후에는 스튜디오 사람들과 밥을 해결하는 바람에 민윤기를 불러낼 명분도 없었다. 생각해보면 애초에 명분 없이도 잘 만났던 것 같은데. 자꾸만 민윤기의 얼굴을 관찰하던 것도, 희재가 몰아가던 것도, 레스토랑에서의 미묘한 분위기도 생각이 나서 꺼려졌다. 무엇보다, 망설이는 듯 이었던 민윤기의 목소리가 자꾸 턱턱 걸렸다.
연말은 언제나 그렇듯 사람을 센치하게 만든다. 퇴근하고 걷는 길을 괜히 눈에 하나하나 담았다. 올해의 마지막이 다가오니, 모든 건 그대로고 시간만 흐르는 건데도 주위를 둘러보게 됐다. 길가의 전봇대와 가게의 간판, 바닥에 날리는 광고 전단지와 입을 벌릴 때마다 피어오르는 입김 같은 것들. 그리고, 빌라 현관에 서 있는 익숙한 금발까지.
“민윤기?”
내 목소리에 단번에 돌아보는 얼굴은 민윤기가 맞았다. 전에는 대각선에서 봐도 긴가민가했었는데 이제는 뒷모습만 봐도 알 정도로 익숙해졌구나.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라 반가움이 서리기도 전에 어딘가 이상한 느낌에 얼굴을 훑었다.
“술 마셨어?”
고개를 끄덕이는데, 왠지 저번과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꾸 내려가고, 내려가서, 가라앉았다. 뭔가 잘못됐는데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알 수 없었다. 속이 헛헛했다.
“누나.”
“어어…….”
“누나 저한테 부탁 많이 한 거 알죠.”
“…….”
“기억 안 나요? 되게 많이 했는데.”
“응 나는 것 같네.”
눈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의중을 알 수 없는 눈빛이 내 얼굴 곳곳을 훑어내다가도 꾹 감았다.
“편하게 불러 달래서…… 누나라고 불렀는데.”
“…….”
“나 아직 말 안 놨거든요.”
“으응.”
“왜 그런지 알아요?”
“…….”
“말 다 놓으면 대화거리 하나 사라지잖아. 자주 웃어 달래서 자주 웃었는데…… 말까지 놓으면 이제 부탁 다 들어준 거니까…… 괜히…… 그러면 멀어질까 봐…….”
자주 웃어달라는 게 두 번째 부탁이었구나.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다가도 휘청거리는 민윤기에 다급히 어깨를 잡았다.
“그……윤기야. 너 술 얼마나 마셨어?”
“누나보다 많이요.”
“그래…….”
“누나.”
“응.”
“여주누나.”
“……응.”
“나 웃는 거 예쁘다면서요.”
“…….”
“근데 왜 소개시켜줘요.”
……응?
“나 웃는 것도 예쁘고 말도 조곤조곤하게 잘해서 좋다면서요.”
“…….”
“있는 대로 다 흔들어놓고 왜 소개시켜 주냐고.”
내려가다 못해 쿵 하고 떨어지는 느낌. 민윤기는 내가 저를 흔들어놨다고 했지만 나는 내가 흔들리는 기분이었다. 냄새만으로도 취하는 것처럼 머리가 아찔했다.
“나는……나느은……나는 누나 귀찮은 거 싫어요. 그래서 나가는 거예요. 근데 가기 싫어요.”
“윤기야…….”
“응? 김여주…… 나 소개시켜주지 마요.”
“윤기야.”
“……네.”
“나 빙빙 돌려 말하면 잘 몰라. 내가 이해한 게 맞는지 모르겠어.”
말하는 내내 곡선을 타는 것처럼 목소리가 떨려 몇 번이고 멈췄다. 민윤기는 그런 나를 참을성 있게 기다려줬다. 천천히, 느리게 올라왔다 내려가는 것은 내 목소리뿐만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너도 내일 이 부탁 기억하면…… 대답할게.”
나는 휘청거리는 팔을 잡고 민윤기네 빌라로 향했다. 매번 우리 집 앞에서 헤어졌던 터라 여기까지 오는 건 처음이었다. 현관 앞에 다다르자 민윤기가 뒤 돌아 나를 봤다. 얼마간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봤다. 처음 만났을 때처럼 변화 없는 표정이었으나 그 안에 서린 무언가가 느껴지는 듯했다. 조심히 들어가. 내 말에 민윤기가 뒤돌았다. 1층의 센서등은 민윤기가 엘리베이터를 탈 때까지 켜져 있었다. 마침내 등이 꺼지고 민윤기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서야 눈을 감았다.
나는 희재의 말이 맞았음을 인정해야 했다.
눈을 뜨자마자 휴대폰을 확인했다. 연락은 많이 와 있었지만 내가 찾는 사람의 것은 없었다. 평소 같았으면 아무렇지 않게 타자를 쳤을 텐데, 누워서 ‘해장할래?’ 이 한 마디 치는 게 그렇게 어려웠다.
다가오는 새해를 맞아 본가에 들렀다. 그때까지 민윤기 대신 희재와 예빈이가 내 휴대폰을 채웠다. 하지만 네 말이 맞은 것 같다며 희재에게 답장하는 것도, 그날은 추울 테니 따뜻하게 입고 가라며 예빈이에게 답장하는 것도 미뤘다. 온통 네 얘긴데 너만 연락이 없네. 기억을 못하는 걸까. 주량 세다면서 그렇게 휘청거릴 정도로 마신 거라면 얼마나 마신 걸까. 거실에 누워 내내 생각했다. 뉴스에서는 현장을 나간 기자가 제야의 종이 곧 울림을 알렸다.
커다란 종이 화면 가득 잡혔다. 모두가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5, 4, 3, 2, 1……
그렇게 새해가 됐다.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잠들었고, 눈 뜨니 나는 한 살을 더 먹어 있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생각난 건 다름 아닌 민윤기였다. 그래. 신빙성이 없다는 내 말이 신빙성 없던 것이었다. 희재 말을 귀담아 들어도 모자랄 판에 카페음악이나 감상하고 있었으니. 가족을 따라 정동진에 가서 바다를 보는데도 그 애 생각이 났다. 나중에 같이 오면 좋겠다, 같은 거. 도서관에서도 혹시 몰라 한 번 뒤 돌았었고, 만나기 전에는 꼭 창문 밑으로 네가 지나가는 걸 확인했었다. 다른 건 뭉뚱그려져도 담배 없다는 네 말을 기억해냈고, 전엔 미처 보지 못한 표정변화를 알게 된 후에는 네 얼굴을 보는 시간이 늘었었다.
소개시켜줄 남자를 떠올리는데 너무 당연하게도 네 생각이 났다. 그게 너를 소개시켜주고 싶어서가 아니라 네가 가장 먼저 생각났을 뿐이었는데, 너무 당연해서 생각하고 있다는 것도 인식 못 할 만큼. 수저와 물 잔, 먹는 속도, 피우는 담배, 웃는 모습. 온통 민윤기 네가 생각났는데, 너무 예쁘게 스며들어서 그게 원래 있던 건 줄 알았던 거다. 너는 이미 내 일부가 돼 있었구나. 내 버릇이 단정 짓는 건 사람이 아니라 내 마음이었다.
바닷바람이 차서 볼이 얼얼했다. 떠오르는 해를 보고 사진을 찍는 건 엄마에게 맡겨두고 키패드 위에 손을 올렸다. 며칠 전에 끊긴 대화가 볼만큼 아렸다. 그리고 문득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을 땐 이미 해가 완전히 떠올랐을 때였다.
“윤기야.”
“네.”
“너 웃는 거 되게 예뻐.”
“…….”
“전에 학과설명회 때 느꼈어. 몰랐는데 은은하게 말고도 잘 웃더라.”
“…….”
“강요는 아니고…… 그냥 웃는 거 예쁘니까 자주 웃었으면 좋겠다고.”
“그것도 부탁이에요?”
“강요 아니니까…… 부탁이겠지?”
“나 들어줄 부탁 두 개나 생겼네.”
“그 하나가 뭔데 그래서?”
“기억하면 말해 줄게요.”
“그래? 그럼 우리 저기서 담배 딱 하나만 피우고 갈까?”
그제야 둘 다에게 좋은 것이라는 민윤기의 말이 이해 됐다. 단 한 방울의 물도 남지 않은 컵을 내려놓는데, 나까지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던 것도. 온몸으로, 온 마음으로 말하고 있었구나 너는.
이제 그만 가자는 엄마에게 다급하게 방금 찍은 사진 좀 보내달라고 했다. 그리고 한참동안 붙잡고 있었던 패드 위에서 손가락을 놀렸다.
온몸으로, 온 마음으로 말했던 너였으니, 이제는 내 차례다.
부디 그날을 기억하길 바라는 것도. 이제는 내 몫이다.
일부러 카톡은 보지 않았다. 답장이 없어서.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보면 좀 그럴 것 같아서. 자취방으로 가는 길 내내 다른 생각을 하려 애썼다. 한 번 인식하고 나니 부정했던 시간에 대한 벌이라도 되는 듯이 감정들이 밀려왔다. 미안한 감정, 고마운 감정, 와중에 보고 싶은, 그런 감정들. 기억 못 하고 있으면 어떡하지. 기억 못 하는 상황에서 내 카톡을 보면 어리둥절 하겠다 싶었다. 그렇다고 카톡을 철회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제 와서 이런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웃겼다. 그동안 민윤기가 이랬을 것 같아서.
그리고 느린 걸음을 재촉하게 만든 것은 빌라 앞에 서 있는 익숙한 뒷모습이었다.
“민윤기?”
“어, 누나.”
“…….”
“…….”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반가운 목소리가 나를 불렀지만 이내 정적이 감돌았다. 짧은 시간 안에 있었던 이야기들이 정적 속에서 되새김질 중이었다. 일부러 말을 반만 놓았다는 말이 떠올랐다. 괜히 멀어질까 봐 그랬다며 발을 툭툭 차던 모습이. 정적이 길어질수록 그때 일만 늘어져 먼저 입을 열었다.
“그……”
“바다 보러 갈래요?”
“어?”
입을 열었으나 무슨 말을 할지 생각도 없었는데 민윤기가 말했다. 나는 민윤기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같이 보고 싶다며.”
아.
“그럼 나 말 놔도 돼요?”
얘 기억하는구나.
“계속 활짝 웃으면 되는 거예요?”
부탁 다 들어줘도, 만날 일 남아있는 사람인 거예요? 그렇게 말하는 민윤기의 얼굴은 조금 굳어 있었지만 눈은 웃고 있었다. 묘하게, 그를 오래 봐 온 사람만 알 것 같은 그런 표정으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럼 나 지금 누나 안아도 돼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웃으며 팔을 벌렸다.
“새해 복 많이 받아, 누나.”
정동진에서 얼었던 볼이 이제야 녹는 것 같았다.
+)
카톡 사진이 안 보이시는 분 |
민윤기 (사진) 바다 예쁘지 새해 첫 바다야 다음에 같이 오자 같이 보면 더 예쁠 것 같아 새해 복 많이 받아 윤기야 신예빈 예빈아 진짜 미안 너랑 약속 잡았던 애가 사정이 생겨서 소개팅 못 할 것 같다네 내가 아는 애가 없어서 다른 애도 소개 못 시켜줄 것 같아 미안ㅠㅠ 괜찮아 그날만을 위해 다이어트 하고 있었지만 난 괜찮아 ... 밥살게 다이어트 하고 있다니까? 난 괜찮아 |
비하인드
1. 윤기는 학과설명회 끝난 날 술 마실 때부터 여주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2. 그래서 같이 해장하자고 했다.
3. 레스토랑 예약권은 남은 게 아니라 형한테 사정사정해서 얻은 것이다.
4. 직원이 커플이냐고 물은 것은 윤기가 부탁해서다. (카운터 직원과 아는 사이임)
5. 윤기는 레스토랑에서 여주가 자신에게 마음이 없다고 생각했다.
6. 그래서 소주 4+a병 까고 찾아갔다.
7. 다음 날 아침에 뒤지게 후회했다.
8. 여주에게 카톡 왔을 때는 눈알 빠질 만큼 정독했다.
9. 지혜 카드는 졸업식 때 돌려줬다.
10. 윤기는 여주 졸업식에 흑발하고 찾아갔다.
11. 여주는 희재가 “애프터 신청 아니라며!”라고 소리쳐서 애먹었다.
12. 예빈이는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고마워 여주야! (?)
안녕하세요? 죄인입니다. (ㅠㅠ)
민후배 4화가 무려.. 한 달 전이더라고요? 민후배 완결내고 바로 다음 글 데려오고 싶어서 그랬는데 너무 안 써져서... 틈틈이 쓰고는 있었으나 본의아니게 휴식기가 돼버렸다는...(머쓱)
아 저는 뭔가 이런... 작정하고 달달한(그렇게 달지도 않았음) 거 못 쓰는 것 같네요. 그냥 가벼운 캠퍼스물을 쓰고 싶었는데...
민후배는 여기서 끝입니다. (독자님들: ??? 뭐요?)
나름 캠퍼스 시리즈랍시고 다른 멤버들도 쓰고 있어요. 다음꺼 바로 데려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