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라고 너무 늦게 까지 잠을 잔 탓일까, 내일이 월요일인데 잠이 들지 않았다. 새로나온 노래도 들어보고 일부러 눈이 빨리 피로해지라고 깜깜한 방에서 핸드폰을 했는데도 이상하게 눈이 말똥말똥 했다. 할 수 없지. 그냥 책이나 읽을까 하고 책상 위 스탠드를 켰다.
문을 열자 마주친 선생님께 인사를 하고는 열쇠를 찾으려 하니 이미 누가 왔는지 열쇠는 없었다. 우리반에 이렇게 일찍 등교 하는 애가 있었었나..?
창문으로 보이는 한 남자아이가 내 사물함 앞에 서 있었다. 그 남자아이가 서 있는 그 자리엔 찢겨져 나간 종이들이 수북했다.
드르륵-
그 동안 나를 괴롭혀 왔던 아이의 뒷 모습 만으로는 누군지 잘 구분이 되질 않아 문을 열었다. 문 소리가 들리자 순간적으로 확 뒤돌아 보는 그 애와 눈이 마주쳤다.
내가 반장이니까 망정이지 다른 애들 같았으면 이름을 기억하는 데 한참을 걸렸을 것 같다.
"오세훈..."
우리반에서 존재감 없는 오세훈이었다. 조용해도 너무 조용해서 아예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오세훈. 평소의 오세훈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 났다. 소심해서 항상 손톱을 깨물고 있는 오세훈이 아니였다.
"어. 반장 이렇게 이른 시간엔 왠일이야?"
허, 뻔뻔했다.
"이 때까지...전부.. 네가 다 한거야?"
"어.
"내 책 찢고 쓰레기통에 신발 숨기고 체육복에 물감 뿌리고 ...전부...전부 다? 네가 그랬어?"
"너만 알게 했잖아. 다른애들 모르게. 책상 같은데 낙서했었으면 바로 티났을 건데. 그치?"
오세훈은 아무렇지도 않은지 태연하게 말을 하곤 바닥에 있는 찢겨진 종이를 다시 내 사물함에 넣었다.
"이제, 나 확실하게 머리에 꽂혔지?"
오세훈이 점점 다가왔다. 아까보다 꽤 가까워지자 오세훈은 눈을 감고 나에게 더 다가왔다.
짝-
"반장."
"이...이러지마."
"난 그냥 볼에 살짝 입맞추려고 했는데, 그게 그렇게 혐오스러워?"
다가오는 오세훈이 두려워서, 뺨을 힘껏 내려쳤다. 화가 났는지 말투는 상냥한데 행동은 그렇지 않았다. 내 손목을 우악스럽게 잡아 손목이 부러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 목에 얼굴을 파묻고는 계속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소름이 끼치는 느낌에 약간 몸을 떨었더니 오세훈이 살짝 웃어보였다.
"냄새 좋다. 내 몸에도 네 냄새가 났으면 좋겠는데, 넌 어떻게 생각해?"
"..."
"그럼, 우리 위생적이게 양호실로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