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는 동안에도 생각을 해봤다. 우현의 말은 하나 틀린 것이 없었다. 갑자기 동우가 보고싶어졌다.
이제서야, 이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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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내가 저지른 잘못 앞에서는 늘 관대했으면서… 장동우의 조그마한 잘못에는 그의 숨이 막히도록 몰아세우고, 말 끝마다 칼을 심어 그의 가슴 깊은 곳을 찔러대었다. 그게 단지 장동우라서 이해가 안됐다. 아니, 그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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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우는 밥을 잘 챙겨먹지 않는 호원을 위해 가끔 집에 들렀다. 그 날 역시 동우는 호원을 기다리며 옷 방에서 옷가지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조용한 집안에 급하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울리고 동우는 반가운 얼굴을 하고 거실로 나왔다. 반가웠던 얼굴이 금새 울상으로 변했다. 호원은 여자를 벽으로 밀쳐내며 진하게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동우는 들고있던 옷걸이를 놓쳤다.
"으음… 오빠. 누구 있는데."
"신경 쓰지 마."
호원은 동우에게서 시선을 거둬버렸다. 안 나가고 계속 서 있을꺼야? 호원의 짜증스러운 목소리에 동우는 이를 악 물었다. 금새 차오른 눈물이 뚝뚝 떨어져 동우의 볼을 적셨다. 겉옷을 챙겨든 동우는 도망치듯 호원의 집에서 빠져나왔다.
고개를 푹 숙이고 걸어가다가 우연히 명수를 만났고 놀란 명수는 한참을 당황해 하더니 동우의 슬며시 끌어안았다. 머리도 쓰다듬어주고, 등도 토닥여줬다. 동우는 목 놓아 엉엉 울었다.
떨어진 담배를 사러 나오던 호원은 익숙한 뒷모습에 걸음을 멈췄다. 장동우…. 꽉 쥐어진 두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호원은 단걸음에 걸어가 동우의 팔목을 잡아당겼다. 얼떨결에 뒤를 돌아보게 된 동우는 제 앞에 서있는 호원의 얼굴에 놀라기는 커녕, 다리까지 풀려가며 오열했다.
"야. 장동우, 야."
"……"
"야. 장난 치냐, 나랑? 여태까지 저 새끼랑 끌어안고, 비비적대던 년이 갑자기 왜 질질 짜고 지랄이야! 연기대상감이네 진짜…"
"하, 저기요. 저 동우 대학선밴데요. 저 동우랑 아무사이 아닙니다. 울고있길래, 세상 다 잃은 것 처럼 울길래 달래 준 것 뿐이에요."
"…쌍으로 지랄을 해라."
"남자친구 분이신 거 같은데 위로좀 잘 해주세요. 그 쪽 때문에 운 거 같으니까.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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