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캐들
초능력물
"응?"
"아직."
"....노잼."
이들 사이에서 열나게 키보드를 두드리던 해커의 움직임이 멈췄다. 해커의 눈이 향한 그곳, 모니터엔 이들이 이번으로 서른한 번째 돌려보는 영상이 재생됐다. 원본 영상의 심한 훼손 탓에 매끄럽지 않은 화면엔 천장의 콘크리트가 모래 먼지가 되어 사방팔방 흩뿌려져 있었고 여기저기 사람의 팔과 다리가 각각 분리되어 자리한, 몹시 끔찍한 현장이었다.
"아잇 징그러버."
남자가 차마 보지 못하겠다는 듯 등을 돌리며 손등으로 눈을 가렸다. 연신 끝났어? 끝났어? 하고 묻던 남자가 입을 다물자 모니터 속의 영상이 멈췄다. 뚝 끊긴 영상에 놀란 해커가 허겁지겁 마우스를 좌우로 움직였다.
"끝났어."
묵묵히 영상을 보고 있던 남자가 자켓 품을 뒤져 선글라스를 꼈다. 나직이 목소리를 내던 그는 조금 전 호들갑을 떨던 남자처럼 등을 돌렸고 그대로 걸어 나갔다.
문 닫히는 소리가 났다. 여태껏 등을 돌려 서 있던 남자는 해커 쪽으로 몸을 틀었다. 해커는 여전히 컴퓨터를 만지고 있었다. 키보드 위의 손이 현란하게 움직였다.
남자가 천천히 해커 뒤로 다가갔다. 해커는 눈에 띄게 움찔거렸다.
ESP(초능력자)끼리 느낄 수 있는 이 어마어마한 기. 최소 S급 에스피(ESP)라 추정되는 남자는 해커의 잘게 떠는 어깨에 손을 올려놓았다.
검지만 뻗어 해커의 볼을 쓰다듬던 남자는 여전히 광대처럼 입꼬리를 귀까지 끌어올려 소리없이 웃었다.
"차라리 고장을 내지 그랬어."
스피커가 지직거리며 소리를 냈다.
"오호, 소리까지... 그래도 여전히 쓸모없이."
- ..려!...정신 차려 이태민!!!
남자가 해커의 정수리에 손을 얹었다.
"――――――!!!!!"
"재미있는 기억이 있네? 지상 에스피는 이런 곳에도 놀러가고 그러나봐? 김여주가 입고 다니던 것보다 훨씬 화끈해. 여기 가면 여자들이 다 이러고 있어?"
"아아악――――――――!!!"
- 시우민!!!
스피커에서 나온 소리에 남자는 해커의 정수리에 얹었던 손을 내리고는 영상을 쳐다보았다. 여전히 재생되는 영상 속의 여자는 무너져가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으며, 조금 전 먼저 방을 나선 남자는 몸이 상체, 하체로 이등분 잘린 시체의 어깨를 흔들어대었다.
"왜? 무서워? 난 이번이 서른한 번째야."
남자의 눈을 따라 영상을 바라 본 해커의 안색이 눈에 띄게 질려있었다. 영상은 처참한 광경을 담고 있었다. 용암이 지반을 무너뜨린 듯이 온전한 바닥이 없었다. 흰색이 분명했던 카펫은 먼지로 뒤덮인 곳은 회색으로, 다른 부분은 피로 물들여 있었다. 그리고 곳곳에 널브러진 사람들의 몸. 어림잡아 한두명의 것이 아닌 듯 토막난 몸가지가 흩어져있다.
"어, 저기 내 페페도 있다."
남자는 검지를 뻗었다. 남자가 가리킨 곳엔 거울이, 거울 속엔 앵무새 한마리가 비춰졌다.
"내 애완동물이었는데 이 기억만 남기고 뒤졌어."
"..ㅅ..려...."
남자가 해커의 관자놀이께를 검지로 톡톡 두드렸다.
해커가 조금 전과 같이 고막이 찢길 듯한 비명을 질렀다. 해커의 허벅지가 도자기 부서지듯 잘게 파편화되고 있었다.
"엄마한테 처맞은 기억은 남겨둘게. 누나한테도 꽤 맞고 살았구나? 그렇다고 여자를 때리면 돼? 에? 죽었네 니 누나? 니가 죽였어? 와― 새끼, 대단한 쓰레기였구나! 그래도 어릴 적엔 티격태격 잘 놀았구만 어쩌다 죽였어. 이 똥꼬발랄한 기억만 가져갈게. 다음 생엔 이만큼 환히 웃지 마?"
"....."
"..아. 잠만."
남자는 양쪽 귀에 손가락을 후벼넣어 비비더니 입으로 후 불어 먼지를 날렸다.
"그만하고 나오라네. 그럼 이건 이번이 마지막인 거 같으니 기념으로 가져가 볼까."
남자는 키보드 위의 해커의 손을 조심스레 치웠다. ESC 버튼을 누른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고개를떨군 그가 다시 한 번 ESC 키를 눌렀다. 여전히 영상을 재생되었다. 이번에 그는 엔터 키를 눌렀다. 처참한 상황을 담은 영상은 끊길 줄을 몰랐다. 남자가 이마를 쓸며 내려온 앞머리칼을 위로 쓸어올렸다. 고개를 살짝 틀어 고통 탓에 침을 흘리며 초점이 나간 해커를 돌아보았다.
"이거 어떻게 꺼내?"
- 이번 은행 금고 털이 습격 사건도 '핵'의 소행인 것으로 코스모스(cosmos)는 발표했습니다.
예년과 비교하여 '핵' 범죄율은 최근 크게 늘어난 30퍼센트로 일반인 범죄율과 비교하여...
- 최근 급증한 핵 범죄와 관련하여 코스모스의 김아무 박사님 모셨습니다. 박사님, 최근 임두환...
- 핵 범죄와 관련한 이선혁 대통령의 공약이 대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는 현재...
휴게실에서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며 뉴스를 보고 있던 여주의 시선을 끈 건 급하게 달리다 넘어진 찬열이었다. 여주의 루즈가 묻은 커피 담긴 종이컵이 테이블 위에 놓여졌다. 여주는 느리게 걸어 찬열 앞에 섰다. 잡고 일어나라며 손을 뻗은 여주는 땅에 고개를 처박고 도리도리 젓는 찬열을 보며 살풋 웃었다.
"쪽팔려서 못 일어나겠어."
"그러고 있는 게 더 눈에 뜨여 찬열아."
"..나 지금 일어나?"
"응, 당장."
여주의 손을 잡은 찬열이 눈을 질끈 감고 몸을 일으켰다.
"김여주 나 이제 쪽팔려서 회사 어떻게 다녀? 나 지금 사표 내러 갈랭ㅠㅠㅠㅠ"
"오버하지 마."
여주에게 머릴 비비적 대던 찬열이 자꾸만 조잘거렸다. 여주가 귀찮다는 듯 검지로 머릴 밀자 아랑곳 않고 다시 몸을 붙인다.
"갓 걸음을 배운 아새끼는 조금만 주의를 돌려도 곧잘 넘어지니 어른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들리는 목소리에 인상을 찌푸린 찬열이 몸을 꼿꼿이 세웠다.
근처 테이블에서 잡지를 읽고 있던 경수는 점점 커지는 발걸음 소리에 책을 덮었다.
"여주야!"
찬열의 어깨를 치며 쌩하니 지나간 경수가 여주 앞에 멈춰 방글방글 웃었다.
"찬열이 저 나이 처먹고도 애교부리는 꼴을 보니 이미 소화된 엊저녁 삼계탕 역류 하는 거 같아."
그치 여주야? 하고 여전히 방실방실 잘 웃는 경수를 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 웃던 여주가 경수 뒤를 보며 손을 까딱였다.
여주의 손을 따라가던 경수가 인상을 찌푸렸다.
"김종대 개새끼."
코너 사이의 벽에 숨어 있던 종대가 능청맞은 표정을 지으며 이쪽으로 걸어왔다. 공부벌레 안경을 끼며 걷는 걸음이 꼴사나웠다.
"3시 세미나실."
스쳐 지나가며 공지를 때린 종대에게 엿을 날리며 여주에게 다가온 찬열이 경수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얼굴이 무너져내릴 듯이 인상을 찡그리던 경수가 파리 쫓듯 찬열의 손을 치웠다.
"임무야?"
경수에게 물었으나 찬열이 대신 답했다.
"엄청 큰."
찬열은 두 손으로 큰 원을 만들었다.
"개소리 낭낭하네."
중얼거리던 경수는 여주의 손을 잡고 세미나실로 걸었다.
3시 정각을 알리는 소리에 맞춰 경수는 PPT를 띄웠고 여주는 세미나실 불을 껐다.
['핵'없는 사회]
이선혁 대통령의 슬로건이자 PPT에 띄워진 글귀를 소리 내어 읽던 여주가 자리에 착석하자 방안의 불은 더욱 어두워졌다. 뒤이어 리더가 들어와 착석하자 줄곧 앉아있던 경수가 몸을 일으켰고 마우스 포인터로 PT를 시작했다.
"코스모스의 오랜 골칫거리이자 이선혁 대통령님의 당선 공약 및 슬로건에 등장한 '핵' 리포트를 시작하겠습니다."
여주의 고개가 삐뚜름하게 기울어졌다.
"지금까지 파악한 핵은 최소 30집단에서 많게는 120집단 정도로 파악됩니다. 체포된 핵의 평균 능력치는 육체계 B급에서 A급. 최근 S급 임두환이 잡힌 전적이 있습니다. 정신계는 D급에서 A급. 임두환의 팀이었던 라지도 마찬가지로 S급이었습니다. 라지의 능력은 일러미네이션*입니다. 그리고 최근 임두환의 탈옥을 도운 제임스 던은 B급 이그노얼*로 에스피 전용 감옥의 허점을 노리고 잠입한 핵으로 추정됩니다. 또,"
*일러미네이션: 기억삭제
*이그노얼: 초능력 무시
"김여주."
"....."
임두환이 검거됐다. 자그만치 30일간의 도주 끝에 동해 연안에서 잡혔다. 발견 당시 그의 여자친구 라지와 함께였고 충분히 도망갈 수 있었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순순히 김종인에 의해 갈비뼈가 부서지고 도경수에 의해 화상을 입었다. 고의성이 다분한 체포였다.
요새 감옥이 아무리 수용자 복지가 잘 되어있다 하더라도 자유와 딜할 만큼 궁하진 않을텐데.
"김여주."
임두환과 라지의 체포, 그리고 제임스 던에 의한 탈옥은 매스컴을 달궜다. 그렇지 않아도 유명한 핵 임두환의 검거가 연신 실시간 검색어와 SNS 급상승 태그에 하루도 빠짐없이 등장했던 나날이었는데 제임스 던이라는 조력자의 등장, 그리고 우리나라 에스피 수용 감옥의 허점이 드러난 이번 사건은 사회에 큰 반향을 일었다.
"김여주."
며칠 전, 임두환은 탈옥했다. 라지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끔찍한 형상을 한 시신으로 독실에서 발견되었다.
"여주야."
아 씨발 깜짝이야!! 진짜 존나 놀랐어.
"귀걸이 예쁘다."
김종인
코드네임 카이
코스모스 Chaser(추격자)팀 리더이자 수색꾼
S급 에스피
육체공방전 마스터
(1) 베이스능력: 괴력, 스피드, 인빈시블(불사신)
(2) 신체변화(자신의 손톱을 낫처럼 날카롭게 바꾸는 능력)
(3) 하이아이(상대의 움직임을 간파할 수 있는 능력)
(4) 신체강화(신체의 한 부분을 강화시킬 수 있는 능력)
미각성 에스피로 추정.
도경수
코드네임 디오
코스모스 Chaser(추격자)팀 파수꾼
S급 에스피
(1) 이그나이트(불꽃을 생성, 조정하는 능력)
- *열력(손에 닿는 모든 것을 강력한 열기로 녹이는 능력)
- *열생산력(몸에서 엄청난 열을 발산하는 능력)
미각성 에스피로 추정.
박찬열
코드네임 없음
코스모스 Chaser(추격자)팀 몰이꾼, 해커
S급 에스피
(1) 날씨조절(날씨를 자유자제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 /슈퍼급 낙뢰,우박,폭풍 등을 사용할 때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
(2) 포탈
- * 텔레포트(염력으로 물체를 이동 시킬 수 있음. /가보지 않은 곳 갈 수 없음)
미각성 에스피로 추정
김종대
코드네임 첸
코스모스 Chaser(추격자)팀 추격꾼
B급 에스피
(1) 염철력(금속을 조종하는 능력.)
각성 추정 능력
(1) 비행(하늘을 날 수 있는 능력)
ESP=초능력자=(부르는 말:에스피)
코스모스=초능력자, 일반인이 공존하는 사회 속에서 국가 인정 공식 초능력자 대표 집단
핵=비공식 초능력자 집단.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며 갱, 양아치 등과 하는 짓이 비슷
에스피 등급엔 A등급이 없어요!
god*(파악불가), / sr, r(royal), S, (신계) / q(능력이 다 밝혀지지 않았으며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자들) /(지상계) B, C, D, E, F, Z
보통은 당연히 B~Z가 다수인데 애덜은 먼치킨으로 써야 제맛이잖아요?
아 그리고 포지션.
추격꾼 탐색꾼 등등이 있는데 사실 막 단어가 안 떠올라서 해리포터 퀴디치 참고했습니다
그리고 초능력은 심심해 닷컴 여기에 나오는 초능력이랑
blog.naver.com/wkdbska77/60208376448 요 포스팅 인용 및 참고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