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애인이 있고, 원나잇을 했다
w.1억
정현은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학생들의 인사 받아주느라 바쁘다. 교무실로 들어 온 정현은 책상 위에 있는 먹을 것들에 익숙한 듯 한쪽으로 몰아넣고선 자리에 앉는다.
보나마나 이것들은 학생들이 매점에서 사다 놓은 것이고, 옆자리에 앉은 한쌤이 웃으며 무언갈 건네준다.
"이거 제가 만들었어요. 드셔보세요 ㅎㅎ."
"아,네. 감사해요. 근데.."
"…네?'
"저 여자친구 있어요."
"네?"
"…제가 오해한 거면 죄송하구요."
"…아,하하하."
한쌤이 뻘쭘한지 얼굴이 붉어져서는 자리에 털썩 앉았고.. 정현은 일단 받은 쿠키를 책상 끝으로 놓고서 컴퓨터를 킨다.
1교시는 1반 수업이네... 정현이 피곤한지 목 스트레칭을 하다가도.. 의주에게서 오는 카톡에 웃는다.
[출근했ㄲ꼤뇨]
잠결에 보낸 건가보네. 귀여워..
동윤이 쉬는 날인지 집에 누워서 핸드폰을 하다가 의주와 찍은 사진을 지우지도 못 하고 한장씩 보고 있는다.
그러다 sns에 들어가 평소처럼 시간을 떼우는데.. 학생들이 찍은 정현의 사진을 보고 멈칫한다.
[아이여고 체육쌤인데요! 인기짱 많아요! 익명이요 !!!!]
"……."
동윤이 소리내어 웃다가 곧 게시글에 댓글을 달기 시작한다.
정현은 점심시간이 되어서 교무실에서 나왔을까, 학생들이 갑자기 정현을 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이다.
평소였으면 쌔애앰! 같이 밥 먹어요! 하며 농담도 하는데. 이번엔 자기들끼리 귓속말을 하며 지나가는 것이다.
별 생각 없이 평소처럼 정현이 밥을 먹고 나오자, 그때서야 의주에게 전화가 온다.
"어."
- …오빠!
"응?"
- …그게.
[이 사람 쓰레기예요. 전여친이랑 저는 지금은 헤어진 상태지만. 제 전여친이 저랑 사귈 때.
이 체육쌤이라는 남자랑 원나잇하고, 둘이 현재 사귐]
생각도 못 했다. 학교에 그런 얘기가 떠돌다니. 페이스북 게시글에 댓글을 단 건 동윤이었고.. 정현은 학생들 사이에서, 쌤들 사이에서 이미 소문이 퍼진 상태다.
그래도 정현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 듯 수업을 하는데.
"쌤...완전 멋있어요오 키야아아아아. 페이스북 댓글 진짜예요???"
"야야 조용히해."
"치...!!"
확실한 건 평소엔 엄청 까불었던 애들이 조용해졌다는 것이다. 그런 반응에 상처 받고, 신경 쓸 정현은 아니지만.. 그래도 확실히.
학교에서는 학생들로 인해 떠들석 해졌고.. 결국엔 교장에게 까지도 얘기가 들어간 것이다.
상황은 생각보다 조금 심각해졌고, 정현은 혼자 있을 때만 한숨을 쉴 뿐.. 학생들에게 티를 낼 수 없었다.
솔직히 너무 화가 났다.
그래서 내가 댓글을 달려고 했는데. 가만히 있으라며 혜윤이가 대신 댓글을 달아주었다.
[@장동윤 ㅋㅋㅋ어이없다. 그쪽이 의주랑 사귀면서 다른 남자랑 잔 것도 눈 감아주고, 욕해도, 때리려고 해도 눈 감아주면서 3년이나 사귀었으면 말 다 했지.
의주가 그쪽 만나면서 얼마나 힘들어했는데. 선은 넘지 말자. 쓰레기 새끼야.]
더 쓰려다가 학생들이 다 보는 게시물이라 더 못 썼다며 혜윤이가 답답해했고.. 옆에 앉은 남주혁이 말한다.
"아니 그 새끼는 뭔데 그렇게 당당히 댓글을 달아? 지도 예전에 다른 여자랑 잤다며?? 진짜 병신이네, 병신."
"…어떡해요."
"괜찮아! 저런 애들은..원ㄹ.."
"저 말구요.. 정현이오빠는 어떡해요."
"……."
"학교에서 소문이란, 소문은 다 퍼졌을 거 아니에요. 오빠 이미지도 그렇고.. 다 나 때문인 것 같고.."
"……."
"잘못 되면 어떡하죠."
"…아닐 거야. 그리고 형 학교에서 인기 짱 많잖아!"
"……."
"…괜찮겠지!.. 어? 진정해! 워 워!"
전혀 진정이 되지 않았다. 나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 거니까. 너무 신경이 쓰였다. 카톡은 아까부터 안 읽고.. 난 어떡해야 되지.
일단 장동윤 부터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치만.. 분명히 만나도 말이 안 통할 걸 알기에.. 용기가 안 났다.
그냥 우울해졌다. 다 나 때문이니까.
"진짜 장동윤 그 새끼는 끝까지 지랄이네, 지랄.. 그리고 내가 댓글 달았으니까! 그래도.. 애들이 오해는 풀었을 거야..!"
오해를 풀면 뭐해. 그래도 원나잇이란 말이 좋게 들리지는 않을 거란 말이야.
어째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학교는 더 시끄러워졌고. 결국 정현은 최악의 상황까지 오게 된다.
"학교를 위해서.. 다른 학교로.. 가는 건 어떤지."
다른 학교로 가라는 거 보니까. 내가 쪽팔린가 보다.
정현은 콧방귀를 뀌며 표정을 굳혔다가.. 교장이 넉살좋게 웃으며 말한다.
"학생들이 말하는.. sns에 있는 댓글..이 정말 맞는 말이에요?"
"에?"
"원나잇이란 단어가 학생들이 들어서 좋을 것도 없는데. 이미 학생들 사이에 원나잇하는 선생님이 있다는 얘기가 돌았고.. 학교 이미지도 안 좋아졌고.
지금 그 얘기 듣고 학부모가 전화해서 얼마나 항의를 하던지.."
"……."
대충 나오지 말란 얘기다. 다른 학교로 보내주는 것도 아니고, 직접 알아서 찾아 가란 소리고.
이 학교엔 당장 나오지 말라는 저 말이 어찌나 주옥같던지. 평소에도 인기가 많은 정현이 아니꼽던 교장은 살짝 웃으며 말한다.
"내일은 일단 출근 하고. 모레 부터는 안 나와도 돼요."
모레는 출근 하지 말라는 소린가 저거? 정현은 그래도 어쩔 수 없으니까. '네'하고 짧게 대답하고서 방에서 나온다.
교장실 앞에서 엿듣던 학생들은 정현이 나오자 아무것도 안한 척 하며 정현에게 인사를 하고선 도망쳤고, 정현은 마른세수를 하고선 교무실로 들어가 의자에 앉는다.
쌤들이 정현의 눈치를 보기 바쁘고.. 정현은 속으로 생각한다. 하루만에 이렇게 학교에서 짤릴 줄 어떻게 알았을까.
편의점으로 데리러 온 김정현 차에 타면, 김정현은 아무렇지 않게 내게 '왔어?'하고 작게 웃는다.
그럼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앉아서 벨트를 먼저 맨다. 말 없이 차를 타고 가다가 김정현이 공원 옆에 차를 세웠고, 나는 내리기 전에 김정현에게 말을 건다.
"학교 상황은 어때요?"
"…학교?"
"네."
"그냥 뭐. 조금 떠들썩 하다가 말았어."
"진짜요?"
"응."
"…에휴."
"왜 한숨 쉬어?ㅋㅋㅋ"
"…다 저 때문이잖아요. 잠깐 그런 거면 괜찮은데.. 혹시라도 오빠한테 뭔 일 생겼을까봐."
"아아.. 괜찮아. 뭐.. 댓글에 걔가 뭐라 달았길래?"
"대충.. 자기 전여친이랑 원나잇했다가 사귄다~ 하면서 비꼬았죠 뭐.. 근데 그 댓글에 혜윤이가 막 댓글 달았어요! 잘못 없다고 하면서.."
"아아~ 그래?"
"네!..."
"나 담배 좀 사올게. 더우니까 잠깐 여기 있어."
"네!"
김정현이 차에서 나가자마자 나는 조금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조금 그랬다 말았으면 다행이긴 한데.. 근데.. 그래도.. 뭔가 기분이 좀 그래.
그 게시물 댓글에 뭐라고 달렸을까.. 김정현이 나간 틈에 확인을 했는데.
-@이민지 아까 교장쌤이랑 얘기하는 거 들었는데 정현쌤 내일까지 일하고 다른 학교로 가는듯....
ㄴ 와 ㄹㅇ??? 에바야.........;;;
ㄴ 교장이 가라고함. 학교 이미지 위해서 가달라고 ㅋㅋㅋ
ㄴ 그게 짤린 거지 뭐냐 ㅅㅂ..? 대박이다
- 와 근데 원나잇 할만한 얼굴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잘생겼다 그치.. 우리 학교 다닐 땐 저런 쌤 왜 없냐 ㅅㅂ
- 야 댓글 봐봐 ㅋㅋㅋㅋㅋㅋ 저쌤 여자친구 전남친이 댓글 단 거 봄?? 근데 그거 대댓글 보면 여자친구 친구가 댓글단 거 보니깤ㅋㅋㅋ
먼저 바람폈고, 때리려고 하고, 욕도 하고 그랬대 ㅋㅋㅋ 존나 쓰레기 아니냐??
- 이 글 핫플이누~~
- 잘생겼다 ㅅㅂ..
다른 학교로 간다고? 저 댓글을 보자마자 진짜 눈물이 먼저 나왔다.
김정현이 차에 타자마자 내게 음료수와 젤리를 건네주었다. 담배를 사면서 같이 산 것... 받지도 못하고 가만히 김정현을 바라보니 김정현이 조금은 놀란 듯 말한다.
"왜 그래? 왜 울려고 해?"
"…오빠 학교에서 짤렸어요?"
"…누가 그래?"
"…댓글 봤는데. .어떤 학생이 들었다고."
"…아, 그거."
"……."
"잘린 건 아니고.. 그냥 다른 학교로."
"그게 잘린 거잖아요."
김정현을 보고있으면 눈물이 펑펑 날 것 같아서. 결국엔 차에서 내려버렸다.
그리고 목적지 없이 걷는데 김정현이 뒤에서 날 부른다. 멈춰서서 울고 있으면, 김정현이 내게 말한다.
"야 정의주."
"…다 나 때문이잖아요. 장동윤이 저러는 것도 내가 못나서 저런 애 만나가지구.."
"……."
"진짜 미안해서 짜증나요. 어떻게 해야 돼요. 나 때문에 학교도 잘리고..진짜.."
"어유 별 생각을 다 해. 아줌마가.. 밥이나 먹으러 가자."
"……."
"울지 마."
"……"
"나 저 학교 말고 갈 곳 엄청 많아. 몰라? 나 인기 많아."
"……."
"웃으려면 웃어. 웃음 참지 말고."
본인 입으로 인기 많다고 하니까 솔직히 조금 웃기긴 했는데...
"그리고 나한테 미안해 하지 마. 내가 너 좋아서 만난 거니까. 네가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 잘못했다고 해도 장동윤인가 뭔가 하는 그 새끼가 잘못한 거야."
"……."
"그래서 피자 먹을 거야, 파스타 먹을 거야."
"…파스타."
"일단 밥 먼저 먹자. 너 아까 배에서 꼬르륵 소리 들리더만."
지가 제일 속상할 거면서 왜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는 건지.
나는 미안해 죽겠는데..
결국에는 김정현이 나를 달래주는 꼴이 되었다. 집 앞에 차를 세워놓고서 집 앞 놀이터에 앉아서.. 김정현은 내게 계속 말을 걸고, 나는 뾰루퉁하다.
"난 괜찮은데. 네가 그러고 있으니까 웃기잖아. 배부르게 만들어줘도 그러냐, 넌.."
"……."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 진짜."
"진짜 장동윤도 진짜 개패고싶은데. 교장이란 새끼도 진짜 개패고싶어요. 그 새끼는 뭔데 지랄이에요? 진짜 평소에도 오빠를 미워했다면 백퍼!! 백퍼! 때를 노려서 오빠 짜른 거예요.
그 새끼 진짜 내가 가서 확! 고추를 자르던가 해야지... 아, 진짜 개빡쳐 시불!!"
"…고추를..?"
"…아오!!!!"
"……."
내가 이렇게 소리 지르는 건 또 처음이라, 김정현이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길래 힝- 하면, 김정현이 '귀여워 ㅋㅋㅋㅋ'하며 내 볼을 잡아당긴다.
원래 눈치는 내가 보는 게 맞는 건데. 눈치를 보는 김정현은 나름 귀여웠다. 어울리지 않아서 말이다.
그렇게 내 기분이 풀릴 때까지 계속 옆에 있어준 김정현은 너무 괜찮은 척을 해서 걱정이 됐다.
정현이 출근을 했을까, 쌤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고.. 한쌤은 괜히 욕먹는 정현이 안쓰러운지 계속 눈치를 본다.
정현은 별 상관 없다는 듯 자리에 앉아서 아무렇지도 않게 박스 안에 짐들을 천천히 정리해서 싸면, 한쌤이 묻는다.
"쌤.. 정말 가요?"
"…아, 네."
"…아니 무슨 그런 소문 돌았다고! 쌤을 잘라요?? 이 여고에 유일한 낙이 쌤인데!!"
"ㅋㅋㅋ.. 아, 말만이라도 감사합니다."
"…가지말지."
정현이 어색하게 웃으며 짐을 싸면, 남자 쌤들은 꼴 좋다는 듯 바라보고.. 여자 쌤들은 아련한 표정으로 정현을 바라본다.
1교시 수업이 없어서 교무실에서 컴퓨터 파일들을 정리하고 있었을까.. 갑자기 한쌤과 다른 여자쌤이 허겁지겁 교무실로 들어온다.
정현은 신경 쓰지 않고, 화면을 보고 있었을까.. 한쌤이 정현에게 말한다.
"정현쌤.. 진짜 대박."
"에?"
"애들이 시위 하고 있는 거 알아요???"
"시위요?"
"쌤 잘리는 거 반대한다구 수업 거부 하고 있어요!!"
"…네?"
"교실에 갔더니.. 칠판에 '정현쌤 그만두시면 저희도 수업 안 해요'라고 써져있었다니까요. 학생들은 지금 다 체육관에 있어요."
"……."
"대단하다 진짜.. 쌤은 역시.. 인기가...키야.."
몇분 안 돼서 벌써 소문이 터져 모든 선생들이 체육관으로 향했고.. 정현은 문을 열자마자 학생 전체는 아니지만 100명 정도 되는 학생들이 체육관에 앉아 있자..
당황한 듯 인상을 썼고, 학생주임 선생님이 무대 위로 올라 마이크로 말한다.
"너네 지금 당장 교실로 안 들어가면! 다 벌점이야!!!"
라는 말에 학생들은 소리친다.
"정현쌤 자르지 마요!!!"
"야이씨 내가 짤랐냐!"
"원나잇이 나쁜 것도 아니고오!!!"
결국엔 학생들과 학주의 싸움이 번졌고.. 체육관에 있는 학생들의 수업을 맡은 선생님들은 모두 벙쪄서 학생들을 바라보기 바쁘다.
그리고 결국엔.. 교장까지 체육관에 와서 모든 상황을 보고 입을 쩍- 벌린다. 학생들의 반대 시위에 교장이 정현에게 말한다.
"이게 무슨 일이에요???"
그 말에 정현이 어깨를 으쓱- 하며 말한다.
"글..쎄요.. 저도 잘.."
아니 무슨 아이돌도 아니고..!
교장이 뭐하는 거냐며 화를 내자, 학생들의 목소리가 다 겹쳐서 안 들릴 만큼 모두가 교장에게 소리를 쳤다.
"쌤이 뭘 잘못했는데 잘라여!!##@$@$"
"다 오해라구여!!#!#!!#$!$*@$*$(&$!"
"쌤 자르면 자퇴할 겅뗴ㅕㅇ@*!ㄸ#*(*(@"
"쌤 보내실 거면 쌤처럼 잘생긴 쌤 데리고 와여어!!"
"쌤 얼굴 보면서 공부했는데 이제 못해여8@(**(&(*@"
몇분간 모두가 시끄럽게 떠들자, 결국 교장이 그만하라는 듯 한숨을 내쉬며 허공에 손을 젓는다.
"그만! 그만! 알겠으니까 ! 그만!!! 김정현쌤 안 보내!!! 알겠지? 어!?"
그 말에 모두가 환호를 했고, 정현은 학생들에게 몰래 따봉-을 한다.
"……."
한쌤도 정현이 여친이 있는 걸 알면서도 괜히 이 광경이 찡하고 그런지 입을 틀어막고 허흡- 한다.
"진짜요????"
"응. 웃기지."
"와 무슨 그 학교 아이돌이야, 김정현???"
"그런가봐. 무대 올라가서 춤 출 걸.."
"ㄱ-..."
"ㅎ."
"그래도..."
"응?"
"다행이다.. 안 잘려서.. 진짜 잘렸으면! 나 죄책감에 며칠 잠 못 자...!"
"뭘 못 자. 어제도 잘 잤으면서."
"…-_- 아니 근데 맨~날 뒷좌석에 저 과자들이랑 편지는 뭐예요?"
"아, 저거."
"설마 애들이 준 거?"
"어."
"와.......진짜.......나 아이돌이랑 사귀는 거 같아."
"ㅋㅋㅋㅋㅋ"
무슨 인기가 하늘을 찌르네 아주 그냥... 어떻게 쌤 보내지 말라고 수업 반대를 하냐..
"근데 그 교장도! 지가 보내고 싶어서 그랬던 거 확실하네! 원래 같으면 그래도 애들 다 보내고 어떻게든 시간 뻐길 텐데.
30분 정도 애들이 시위했는데 바로 포기하네.. 대머리 색기."
"대머리인 거 어떻게 알았어."
"촉."
"오 멋있네."
"영혼 없는데."
"오~"
"^^ 저거 편지 읽어봐도 돼요??"
"아, 응."
괜히 궁금해서 차에 불을 키고 뒷좌석에 있는 편지들을 가져왔다. 한 15개 정도 되는 편지들에 언제 받은 거냐고 했더니.
이 15개가 오늘 받은 거랜다.. 오늘.... 와우.. 박수를 치고선 편지를 열어보는데... 보나마나..
[ 쌤! 저 3반 이뿌니 가은이 >3< ㅎㅎㅎㅎㅎㅎㅎ 쌔애애앰 얼른 졸업ㅎㅐ서 쌤한테 시집 갈래여어어어어엉어어어어어어~~~
쌤 여자친구분 있으니까 헤어지실 때까지는 참을게요 흥흥흥!!]
[쌤ㅠㅠㅠ 가지마요ㅠㅠㅠㅠㅠ저희 쌤 없으면 못버텨요 흑]
역시.. 이런 주접 글일 거란 건 알고 있었다. 뭐 설마 진짜 찐으로 김정현한테 편지를 쓰겠어 ㅎㅎㅎ?
[선생님 저 나은이에요. 제가 이번에 전학을 가게 되었어요!.. 아빠는 괜찮으시구요 ㅎㅎ.. 걱정 마세요.
제가 이렇게 뜬금없이 편지를 쓰게 된 이유는요... 쌤은 어차피 별 상관 안쓰실 것 같긴 하지만..
저 쌤 정말로 좋아했어요! 쌤으로서가 아니라, 정말 남자로서요!.. 쌤은 저를 당연히 학생으로만 보셨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쌤이 저를 여자로 봐줬음 좋겠다는 생각도 몇 번 하기는 했지만, 아직 미성년자인 제가 너무 이상한 생각을 했던 것 같네요.
너무 부담은 갖지 말아주세요! 이제 쌤 볼 일도 없으니까.. 창피하지만 솔직하게 말하는 거니까요!..
다들 쌤을 좋아하는데.. 저는 그 이상을 더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애들한테 질투도 했었던 것 같구..
20대가 되어서 쌤이 애인이 없을 때 학생으로가 아니라, 여자로 쌤한테 나타날게요! 쌤 덕분에 학교가 즐거웠어요! 감사했습니다.
보고싶을 것 같지만! 가끔 쌤 카톡 프사 보면서 참을게요 ㅎㅎㅎㅎ 그러니까! 프로필 사진 좀 많이 올려주세요! 너무 안 올리세요 ㅎㅎㅎㅎ]
이 편지를 보자마자 헉- 하고 입을 크게 벌려버렸다.. 와..........얘는 찐이다..ㅉ..ㅣ..ㄴ......당황한 나를 본 김정현이 '왜'하고 편지를 보려고 하길래
급히 편지를 가리고선 '아니요!?!'하자, '뭔데 ㅡㅡ'하며 편지를 가져가려고 한다.
"읽지 마! 읽지 마!!"
"-_- 왜 이래??"
"안 돼! 보지 마!!"
편지를 찢어버릴 수도 없고. 그래도 얘도 진심으로 썼던 건데.. 편지를 버릴 순 없으니.. 화는 났지만 편지를 다시 뒷좌석에 놓고서 고고! 하고 앞을 가리키면 김정현이 '미쳤어..?"하며 고개를 젓는다.
"내가 미쳤어? 그쪽 얼굴이 미쳤지!!!!! 그러니까 이 사단이 나는 거지! 어!?"
"까불어 진짜."
"꿰붸레 진쮀."
"야이씨 ㅋㅋㅋㅋ."
김정현이 내 이마에 딱밤을 맞췄고, 내가 아!! 하고 아파하면 웃으며 내 이마에 뽀뽀를 한다.
한 며칠 지났을까.. 김정현이 그 편지를 읽었을지 안 읽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별 생각 안 하기로 했다.
아마 김정현도 그냥 별 생각이 없었을 것 같았다. 저 사람 성격이 워낙 유해야지 말이야..... 그리고...
"진짜? 그럼 그 새끼는 sns에서 매장 당한 거네?"
"응. 지가 무덤을 판 거지~ 어딜 건드려? ㅋㅋㅋ어휴 속 시원해라! 걔 sns도 다 지웠더라?? 장동윤 꼴 좋다!"
"멋이쪄>< 김혜윤!!"
"나 머시쩌?><!!!!!!!!!!????????"
"머시쪄어엉~! 자기이잉~"
"자기는 선넘었는데."
"아, 미안."
장동윤은 sns에서 혜윤이 덕분에 아는 지인들이 그 댓글을 다 보는 바람에.. 지가 지 무덤을 판 꼴이 되었고...
그 게시글은 조금 핫플이 되었다. 그래도 뭐 반응들이 다 나쁘지 않았어서~~... 근데....
"둘이 몰래 사귀면서 우리 앞에서 아닌 척 하는 거 아니지?"
"살짝 그런 것 같아."
진짜 저 둘은 저렇게 맨날 붙어앉아서 잦은 스킨쉽도 하는데.. 언제 사귀는 거야? 내가 보기엔 둘다 마음이 있는 것 같은데?
"야! 그런 소리 하지 마라아!!!"
저렇게 질색하면서 하지 말라고 하는 거 보니. 100프로 좋아한다, 좋아해...
치킨을 먹으면서 둘을 보고 웃는데.. 갑자기 김정현이 날 보고 풉- 웃길래.. 왜요? 하고 김정현을 보니..
김정현이 손을 뻗어 엄지손가락으로 내 입가에 묻은 소스를 닦아준다. 그 모습을 본 혜윤이가 끼요오오오! 하고 소리를 지르기 바쁘고..
뒤늦게 본 남주혁은 '뭔데!!'하며 또 소리를 지르고.. 아주 정신이 없다, 정신이 없어....
그리고... 거의 맨날 보면서.. 김정현은..
"……."
맨날 테이블 밑으로 내 손을 꼭 잡고 있는다. 성격만 보면 되게 안 그러는데. 행동은 항상 이런다. 먼저 손 잡고, 먼저 안고, 먼저 하자 그러고.
처음엔 화만 내는 것 같아서 무섭기만 했었는데. 개뿔... 가끔은........
"……."
내가 뭐만 하면 흐뭇하게 쳐다보는 건 아무것도 아니고.
"자, 잘 생각을 해봐. 내가 갑자기 여사친이랑 1시간 동안 통화 하면서 너랑 안 놀아줘. 그럼 어때."
"아, 여사친이랑 전화 하느라 바쁘구낭~"
"아니지! 넌 나보고 질투 없다고 뭐라 할 땐 언제고. 지가 더 없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어???"
시간이 지나다보니까.. 질투는 나보다 더 많은 것 같고.
"이거 봐라."
"?"
"ㅎ"
"아 에바!!!!! 하지 마요!!!!!!!!!!!!!!!!!!!!!"
갑자기 내 엽사를 배경화면을 하지를 않나.
"소가 죽었다를 일본어로 하면?"
"몰라."
"소가 데스네 ~ ㅋㅋ"
"ㅋㅋ 야 재밌다."
내가 이제 드립 치면 비위 맞춰주고 바로 정색하는 건 진짜 대박이지.
"아! 이걸 왜 가져가요! 이건 내 남사친 거라니까!"
"……"
A형 아니랄까봐.. 엄청 잘 삐진다.
"……."
"워!!!!!!!!!!!"
"…아이고 놀래라~"
수행평가 문제 만드는 김정현 괴롭힌다고 저렇게 놀래켜도 놀래주는 척 하는 것도 늘었다, 늘었어.
"……."
내가 애교를 떨면 항상 정색했는데, 이제는 어이구~ 그래유~ 하고 애기 달래듯 받아쳐주기도 한다.
처음엔 진짜 첫인상이 무서웠어서 다가가기 무서웠는데. 어찌보면.. 뭐...
"……"<- 술 주량 엄~~청 넘어서 술주정 부리는 것
나보다 더 귀여운 것 같...기도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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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끼야............................
정현아.. 잘가....................................................보내주께............
다음엔...................좋은 소재로 보자...히잉 ㅠㅠ.. 이번 글은 너무 막 써서! 재미가 좀 없었던 것 같아서 헤헤.. 좀 일찍 끝내썽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