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실화, 20%의 과장.
몽상 연애담 01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건 4년 전이었다.
스물 두 살, 학교 축제 따위에 눈을 돌릴 겨를이 없었다.
학교에서 술을 마시고 놀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못 잔 잠을 보충하며 집 안에 틀어박혀 있는 것이 더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학교 가랴 과외수업하랴 너무 바빴던 지라 보지 못했던 밀린 드라마를 결제한 후 몰아 보는 중에 친구 가연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 슬! 어디? "
" 집. "
" 학교에 (연예인1)랑 (연예인2) 왔는데 너 진짜 먼저 갔어? "
" 어. 귀찮아. "
" 어차피 너희 집에서 학교까지 얼마 걸리지도 않는데 그냥 오지그래? "
" 됐어. 귀찮아. 그런 거 봐도 어차피 걔네는 너 안 본다니까? "
" 야. 선우도 너 보고 싶다는데 그냥 와라. "
선우는 내 고등학교 동창이다.
어렸을 때부터 똑 부러지고, 공부도 잘해서 의외로 공부 안 하는, 그러니까 소위 말해 날라리 같은 여자애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리고 날라리는 아니지만 나도 그를 좋아했다.
언제나 옆에서 나를 챙겨주기도 했으며, 항상 내 편을 들어주는 모습이 한몫을 했던 것 같다.
어차피 우리 집과 학교는 버스를 타고 10분에서 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괜찮은 거리였고, 선우도 보고 친구들도 볼 겸 다시 집을 나섰다.
도착하고 나서는 굉장히 막막했다.
이미 인기 가수들의 공연이 시작된 지 오래였고, 아마 가연이와 선우를 비롯한 친구들도 다 무대에 집중하느라 전화를 받을 것 같지도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꽤 먹을만한 것들이 많아 그쪽으로 걸음을 옮기려다가 버스비를 제외하고는 남은 돈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조금 힘이 들어 잠시 주저 앉았다.
순간 내 머리가 어디에 걸렸는지 뒤로 확 몸이 당겨지더니 엉덩방아를 찧어버렸다.
이미 내 머리 몇 가닥은 빠진 지 오래였고, 남은 몇 가닥들이 지나가던 학생 중 한 명의 가방에 걸려 엉망이 돼버린 것이다.
일주일 전, 매직 한 머리이기도 하고 그 당시 내 성격이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부터 버럭버럭 질러대는 욱하는 기질과 다혈질적인 성격이어서 그런가 곧바로 화를 내버렸다.
" 그러니까 조심했어야지! "
그리고 곧바로 내 눈에 들어온 것은 그 학생들이 착용하고 있던 옷이었다.
교복. 그래 교복이다.
" 그리고 너희는 왜 남의 학교 축제에 오는 거야? 고등학생인 거 같은데 그 나이에는 그냥 집에서 공부나 하면 되지 왜 대체 남 학교 축제에 오는거야 진짜. "
대놓고 따박따박 얘기한 것은 아니고 약간 중얼거리는 듯한 투로 화를 냈다.
그리고 학생 중 가방을 들고 있던 학생이 조용히 고개를 까닥이더니 다시 자기 갈 길을 간다.
그리고 그 학생과 내가 한가지 잊고 있던 것은 아직 그 학생의 가방에 내 머리 몇 가닥이 끼어 있다는 것.
나는 결국 그 머리까지 뽑히고야 말았다.
" 악! "
내 비명에 학생이 한 번 뒤를 돌아보더니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제 갈 길을 간다.
이게 스물 두 살의 나와 열 여덟 살 그의 첫 만남이었다.
* * *
제 이름은 윤 슬아 입니다.
사실 윤 슬까지만 제 이름이고 뒷 글자만 다른 이름이긴 하지만.. 실명을 쓰긴 좀 그래서..
줄여서 사람들이 슬이라고 많이 불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