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반복
(이거 아세요?ㅋㅋ)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학교 대표로 뽑혀서 촬영을 하게 되었다나 뭐라나. 일방적인 통보에 적잖이 놀랐지만 난 착하니까 순순히 응하기로 했다. 사실 입학하면서 그러기로 했던 게 떠오른 것이었다. 문자로 통보온 날짜는 일주일 후였다. 오랜만에 있는 휴가에 늘어지게 늦잠이나 자려는데 문자 하나에 꿈이 산산조각 나다니, 말할 수 없는 허무함이 피곤함과 함께 몰려왔다.
방을 따뜻하게 덥혀놓긴 했지만서도 아무리 봄이라지만 꽃샘추위라 추운건 추운거였다. 이불을 돌돌 말아 몸을 감싸고 다시 잠을 청하려 했지만 한번 깬 잠은 다시 쉽게 들지 못했다. 결국 포기하고 방을 나왔다.
자취하는 집엔 당연히 아무도 있지 않았다. 뒷머리를 긁적이며 고픈 배를 셔츠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만지작 거렸다.
"밥 해먹기 귀찮네."
하품을 한번 하고 나온 방으로 도로 들어가 침대에 풀썩 앉았다. 벽에 기대에 멍하니 앉아 있으려니 귀찮은건 고사하고 심심했다.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다가 이불을 도로 덮고 방금 일어난 것 처럼 설정샷도 찍었다. 큭큭거리고 웃으며 트위터에 올렸다. 셀카도 찍었겠다, 트위터도 했겠다, 또 할 일이 없어져버려 인터넷을 들어갔다.
별로 재미있는 가십거리는 없었다. 그러던 도중 검색어 1위에 올라와있는 경기대학교를 보게 되었다.
"오, 왜 1위지? 설마 나 입학한다고 1위인가?"
키득거리며 검색어를 눌러봤는데, 예상 적중이었다. 하지만 그거 하나뿐인 것은 아니었다.
"이용대?"
배드민턴 국가대표, 이용대도 같은 때에 입학하기 때문에 저렇게 난리란다. 아니 무슨 운동선수들 있는 대학교가 여기 하나뿐도 아닌데…. 심심했던 찰나에 이용대를 검색해보았다. 이것저것 그에 관한 기사도 봤고 프로필이나 이미지도 찾아봤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보는 내내 멍하게 얼빠져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 잘생기긴 잘생겼구나. 새삼스래 느꼈다.
사실 이용대의 사진을 이렇게 본 적이 없었다. 유명한 국가대표이다 보니 이름과 얼굴은 아는 정도였지만 그냥 그러려니 싶었지 그가 이렇게 잘생긴 사람은줄은 미처 몰랐다. 이것저것 둘러보다가 인터넷을 끄고 카메라를 켜 셀카 렌즈로 얼굴을 보았다.
"음… 내가 더 잘생기지 않았나?"
고개를 요리조리 돌려가며 얼굴을 감상했지만 이내 부질없는 짓이라고 생각하고는 카메라를 껐다. 두리형의 번호를 빠르게 누르고는 통화버튼을 눌렀다.
신호흠이 얼마 가지 않자 반가운 두리형의 여보세요?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형! 아인이 보러 형네 가도 되?"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더니 들려오는 대답은 안되. 였다. 헐, 왜? 이미 우리끼리 놀러 나왔다, 이눔아. 아, 헐… 알았어.
정말 혼자서 휴가를 맞게 생겼다. 아, 심심해… 이용대나 검색하자.
-
일주일은 훌쩍 지나가버렸다. 입학식 이후 처음 오는 학교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미 오는 순간 날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싸인을 받으러 오느라 그 사이에 묻혔다. 느낌이 썩 나쁘진 않았다. 우월감에 차있을 때, 뒤에서는 왠지 모를 꺄악 하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놀라서 뒤를 돌아봤는데 나를 둘러싸고 있을 때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몰려있었다.
뭐지, 누굴까? 궁금했지만 일부러 확인하지는 않았다. 짐작가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에이 설마.
눈길이 갔고, 누군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일부러 그러지는 않았다. 왠지 인파 몰린 것이 비교당하는 것 같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짐작대로 아까의 인파는 이용대였다.
총장실로 오라는 문자대로 총장실로 가는 도중에 화장실을 들렀다. 볼일을 보고 손을 씻으려 세면대 앞에 섰는데 내가 선 세면대 옆에 다른 남자가 입에 손수건을 물고 손을 씻고 있었다. 왠 소녀틱한 행동인가 하고 그의 얼굴을 슬쩍 쳐다봤는데 우연찮게도 손을 씻던 사람은 이용대였다. 나는 순간 돌이 되면서 입을 떡 벌리고 그를 쳐다보았다. 손을 씻던 그는 내 시선을 느꼈는지 슬쩍 돌아보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음? 안녕하세요. 아…"
내 시선에 깜짝 놀란 그는 인사를 건내다가 입에 물고있던 손수건을 떨어뜨렸다. 당황한 나는 우왕좌왕하며 그가 떨어뜨린 손수건을 집어주었다. 그는 얼떨떨하며 아, 예… 고맙습니다. 하고 내게 인사를 건냈다.
실물로 보니 인터넷에서보다 빛이 나는 것 같았다.
"아… 음, 저기…."
"네, 네?"
바보같이 말을 더듬었다. 그가 뭐라고 생각할까, 쪽팔리다.
"제 얼굴에 뭐 묻었나요? 왜 그렇게 쳐다보시는……."
그는 말을 채 잇지 못하고 말끝을 흐렸다. 쑥스러워하면서 자신의 얼굴을 더듬거렸다. 나는 왠지 속내를 들킨것만 같아 얼굴이 붉어지는 느낌이었다.
"아, 아뇨. 잘생기셔서요."
꺄아아아아아 본심을 말해버렸다. 어쩌지?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쩌지? 그가 뭐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난 정말 바보같다.
"아… 감사합니다. 기성용 선수도 잘생기셨어요."
그의 칭찬에 누군가 심장을 치는 기분이 들었다. 배가 싸 한게 기분이 이상하다. 낯선 느낌에 움찔했는데 그를 보니 그가 나에게 웃어보였다. 강아지 같은 눈꼬리가 살짝 휘고 두드러지는 애교살이 드러났다. 키가 큰편이지만 나보다는 작아서 매우 귀여워 보이기까지 했다. 남자를 상대로 이건 좀 아닌가, 생각도 들었지만 내 앞에 있는 그는 정말 잘생겼다. 그 이상으로 뭐라 형용할 수도 없었다.
"감사합니다."
최대한 태연한척 그의 말을 받았다.
"아, 그런데 학교… 다니고 계신건가요?"
"네? 아, 아뇨. 기성용 선수랑 같이 학교 홍보대사라고 한번 나와달라 그래서요."
"아… 그러시구나…"
순간 위화감을 느꼈다.
"저랑 같이 홍보대사요?"
"네. 그러던데요?"
왜 나한테는 이용대랑 같이라고 말을 안해준것인가. 이 학교가 진짜…….
1년 전의 자세한 기억은 화장실에서의 첫만남이었다. 그 뒤로 우리는 홍보용 사진을 촬영하고, 같이 밥을 먹고,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헤어졌다. 아, 촬영을 할 때 컨셉이 좌우 대칭이라며 비슷한 시계를 학교 쪽에서 선물 겸이라며 줬는데, 조금 꼴불견이지만 이용대에게 그것을 채워주던 여자에게 질투를 했던 기억도 있다. 그 후로 특별한 연락은 하지 않았다. 이유는 이용대 때문이었다. 그는 전화번호를 바꾸면서 내게 통보 한번 없었다. 친해지고 싶었던 마음이 있어서 조금 화도 났지만 다신 만날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1년 후, 올림픽에서 만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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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진짜 뻘글이네요 제가 쓰면서도 뭔지 모르겠따....
한일전 이겼으니 약속 지키러 왔습니다!
내 고3 물어내 기성용, 이용대... 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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