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은 한꺼번에 듣기를 추천해드립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대로 침대에 몸을 뉘였다. 개학 첫 날부터 뭐 이리 힘든건지 모르겠다. 씻고 나와서 밥먹으라는 엄마의 말에 그저 알겠다고만 답하고서도 몸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냥, 이대로 푹 자고 싶었다.
"너 정말 밥 안먹을거야?"
"아 먹을거야"
"그냥 손만 씻고 나와서 밥먹어. 오늘 너 좋아하는 갈비찜했단말야."
"아 알았어."
결국 방으로 들어와 호통치는 엄마에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대충 손만 씻으려는데, 손가락의 밴드가 신경이 쓰인다. 떼야하는데, 떼고 싶지가 않아서. 결국엔 조금 이따가 샤워하면서 떼어내야겠다 하곤 그대로 나와 의자에 앉았다. 숟가락을 드는 내 손을 보더니 엄마는 또 그랬냐는듯 물었다.
"또 베었어, 또?"
"책장 넘기다가 ..."
"책을 어떻게 넘기면 벤다니?"
"몰라, 아 그나저나 나 밴드 좀 줘. 다 떨어졌더라, 붙이려고 봤더니."
"아 그래? 너 샤워하고 나오면 책상 위에 올려둘게. 근데 그러면, 오늘 그 밴드는 누구껀데?"
"짝꿍거."
"짝꿍? 남자??"
"응."
남자라는 말에 의외인듯한 표정을 짓던 엄마가 갑자기 진지하게 내게 또 묻는다.
"잘생겼어?"
그 질문을 듣다 하마터면 먹던 밥알을 그대로 내뿜을 뻔 했다. 아니 무슨 소리야, 그게. 밴드 붙여준거랑 잘생긴거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건 왜."
"아니, 요즘 남자애들이 밴드도 가지고 다니는게 세심한 것 같아서."
"전학생이야, 전학생."
"전학생? 잘생겼냐니까?"
"어, 잘생겼 ..."
나도 모르게 잘생겼다는 말을 하는 것에 그대로 입을 닫아버렸다. 아 뭐라는거야, 진짜. 정신차려, 정신.
"오, 진짜 잘생겼나보네? 우리 딸이 잘생겼다고 말할 정도면."
"......"
"이것 봐봐. 부정하는 말도 안나오고 말야."
"아, 밥이나 드셔요. 엄마 오늘도 이게 첫 끼일거 아냐."
"아냐, 오늘은 오빠가 도시락도 가지고 왔는데."
"도시락?"
오빠란 말에 바로 오빠 방을 바라보는데, 집에 있는 줄 알았더니 없던 모양인 듯 했다. 꼭 칭찬받을 일은 자기가 다 한다니까.
"오빠 어디갔어?"
"학교 좀 가봐야겠다고 나갔는데?"
"여자친구 생긴건 아니고?"
"뭐 생기면 생기는거지. 엄만 빨리 우리 진환이같은 손자보고싶은데. 어디가서 사고 안쳐오나?"
"아 엄마!!! 엄마는 무슨, ...!"
"얘, 그럴 일이 없으니까 말하는거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
오빠는 어릴적부터 그랬다. 성적이며 성품이며 모든게 완벽했다. 물론 지금도 내노라하는 명문 대학교에 다니며 엄마와 아빠의 자랑이기도 하다. 나에게도 너무 완벽한 오빠라 솔직히 깔게 없다. 그러다가도 가끔 의심이 들 때가 있다. 항상 저렇게 완벽하더라도, 사람이라면 분명 어디 한 구석은 부족한 부분이 있을텐데 하고. 아직도 그 부족한 부분이 어딘지는 찾기 어렵지만, (생각해보니 키가 좀 딸리긴 한다.) 언젠가 기필코 찾아내고야 말거다. 분명 있을텐데, 그 부족한게.
"잘 먹었습니다."
"밥 더 안먹어?"
"배불러."
방에 다시 들어와 씻으려 옷을 꺼내는데, 핸드폰 울림에 켜보니 반 단톡방이 시끌시끌하다. 한 3-4 월까지만 해도 어느정도 톡이 오가더니 그 뒤로는 한참 잠잠하다 갑자기 이러는 이유가 뭔지. 무슨 얘기를 그리 하나 올려보니, 다름 아닌 김한빈이 초대되어서였다. 아니, 전학생이 오던 안오던 그게 무슨 상관이라고.
구준회: 야 진짜 오늘 김한빈 공던지는거 보고 개놀람
구준회: 성이름이 한번도 안나간건 처음인듯
구준회: 성이름 원래 시작하자마자 나가잖아 ㅋㅋ
죄다 구준회 구준회 구준회. 뭐 이건 지 혼자 독백톡도 아니고 뭐야. 은근히 나 까는 말에 욕을 보내버리려다 그냥 지혼자 떠들고 말라지 하며 관뒀다. 그리고는 위의 아이콘을 눌러 새로 초대된 김한빈 추가버튼을 떨리는 마음으로 조심히 눌렀다. 그냥 추가버튼 누르는건데도 왜이리 떨리지. 친구창에 노란색으로 김한빈이 뜬다. 프사도 없고, 메시지도 없고. 그냥 장식으로 두는건가. 아, 나도 이렇게 두기는 했구나.
"이름아, 오늘 빨리 씻어 이따 10시부터 온수 안나온대."
"아, 응."
엄마의 말에 다시 옷가지를 챙겨 방을 나왔다. 아무것도 없이 비어있는 김한빈 카톡창만 바라보다가.
애들이 다 가고난 뒤, 혼자 다시 학교를 찾았다. 꽤나 으스스한게 악귀들 놀기 최적의 장소인듯하다. 아까부터 자꾸 거슬리던 오른쪽 복도로 걸어갔다. 부시럭 거리는 소리가 누가 있기는 한 모양이었다. 복도 쪽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 어떤 교실 앞에 멈춰섰다. 대충 눈초리로 교실 안과 주변을 슥 훑다 잠긴 문을 통과해 들어갔다. 안에 들어가니 아까까지만 해도 들리던 부시럭거림이 들리질 않는다. 그새 도망친건가.
"... 누구세요?"
"......?"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놀라 돌아보니, 망령도 아니고 악귀도 아닌 웬 사람이 서있었다. 뭐야, 이 시간에. 거의 새벽 2시쯤일텐데.
"... 누구시냐니까요?"
"아, ... 이 학교 학생인데요."
"저도 이 학교 학생인데요."
아 난감하다, 진짜. 이 시간에 사람이 있을 줄 어떻게 알았겠냐고. 설마 문 통과한거 본 건 아니겠지?
"마술하세요?"
"... 네?"
"아니, 아까 보니까 문 통과하길래요."
... 봤네.
"아... 네 마술 좀 했죠."
어색한 웃음과 함께 넘어가려는데 갑자기 쪼그리고 앉아서는 교탁 밑을 이리저리 뒤지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아까 부시럭대던 소리가 이거인듯 하다. 허탕 짚었나. 이런 적이 없었는데 ...
"그럼 저는 이만, ..."
"새벽에 여길 온거면 뭔가 짚이는게 있으니까 온 거 아니에요?"
".......!"
그 말에 뒤를 돌아보자, 여전히 무언가를 찾는데 열중하던 그 아이 또한 날 보며 풉, 하고 웃는다. 뭔가를, 알고 있는건가.
"3분단 세번째 줄이에요. 거기 있어요."
"..... 뭐, 를요?"
"새삼스럽게 왜그래요, 다 아는데. 가봐요, 그가 기다려요."
그 말을 하는 저 아이는 누굴까 의심이 들면서도 한 말에 따라 3분단 쪽으로 다가갔다. 슬슬 형체가 보이더니, 쪼그리고 앉아서 열심히 바닥을 파고 있는 악귀가 보인다. 그리고 바로 그 아이에게로 돌아간 시선.
"신기해 말아요, 그냥 어느정도 육감만 있을 뿐이니까."
"..... 신내림이라도 받은거야?"
"어우, 갑자기 반말하기 있어요?"
"내가 누군지 안다며."
"말했잖아요, 그냥 육감만 있을 뿐이라고. 뭐, 대충 짐작해봤자 한 사신정도 되는 것 같은데. 맞아요?"
그 애의 말에 고개를 돌려버리고는 아직까지 바닥만 열심히 파고 있는 그 악귀를 불어 없애려는데, 잠깐잠깐! 하며 이 쪽으로 뛰어온다. 뭘하려고.
"얘는 그렇게 쉽게 분다고 없어질 애가 아니에요. 내가 던지면 효과도 없으니까 사신님, 너가 던져요."
내가 살다살다 별 희한한 놈들 많이 봤지만, 이런 놈은 또 처음이다. 정 1품한테 뭘 가르치는거야, 지금. 아니꼽다는 시선으로 내려다보니, 아무렇지 않은듯 내 손바닥에 나뭇조각도 아니고 숯조각도 아닌 애매한 것을 올려놓는다. 사신님, 너가 던져요. 하며 씩 웃는데 여전히 아니꼽다, 아니꼬와. 속아주는 척 하고 그것들을 악귀위로 던지니 진한 연기를 내뿜으며 슬슬 사라진다. 독한 놈이였나보네.
"그건 어디서 난거야."
"저어기. 내가 아까 저거 찾느라 그랬던거에요. 숨겨놨었거든요."
"... 왜?"
"가지고 다니다 집 가면 엄마가 화내요. 어디서 그런걸 몸에 지니고 다니냐고."
"엄마가 무당인가보구나?"
"... 뭐, 네."
오늘은 이 정도로 넘어가지만 다음 번에 또 이런 새벽에 있다가는 혼쭐을 내줄거라는 말에 아까처럼 그냥 웃어버린다. 아 저거 진짜 거슬리네 웃음. 성이름도 나보면서 그랬으려나. 웃음은 주먹도 피해간다길래 그런건데.
"이름이 뭐야."
"아, 서월이요. 강서월."
강서월. 명줄은 그리 길지 않아보이는데. 잠깐 슥 훑어보다, 다시 뒤를 돌아가려는데 뒤에서 날 부른다.
"사신님 이름은요?"
"..... 나?"
"만약 학교에서 또 마주친다면 그 때도 사신님이라 부를 순 없잖아요."
..... 그건, ... 그렇네.
"한빈. 김한빈."
"이름 멋있네요"
"고마워."
고맙다는 말을 하자마자 교실 문을 다시 통과해 나갔다. 어차피 걸린거, 나에 대해 알고 있는거. 뭣하러 정상인처럼 행동하겠어. 복도 끝자락에 다다랐을 때, 아까 나왔던 교실에서 서월이 나오는 소리가 들린다. 아까 그 교실이 몇 학년이였더라. 2학년이였나.
"조심히 가라,"
어느덧 새벽 3시. 고요하고도 청량한 새벽이다. 신선하네, 나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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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52 입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났더니 선풍기바람이 춥게 느껴지더라구요. 물론 저는 집순이라 밖 날씨는 어떤지 잘 모르겠네요 허허.
저번에는 한강에 돗자리 펴놓고 누워있는데 시원하니 좋던데요? 여러분도 강바람 쐬러 한번 나가보세요, 시원할거에요.
새로운 인물이 나왔죠, 서월이! 앞으로 서월이 이야기도 재밌게 봐주시길 바래용 ㅎㅎ
오늘도, 사신 봐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7편 초록글! 또한 감사드려요ㅠㅠ)
암호닉! (암호닉은 댓글로 달아주시면 됩니다)
주네띠네 님♡ 구닝 님♡ 초록프글 님♡ 핫초코 님♡ 뀰지난 님♡ 바람빈 님♡ 비비빅 님♡ 부끄럼 님♡ 0324 님♡ 마그마 님♡ 까까 님♡ 깜냥 님♡ 준회윙크 님♡ 환생 님♡ 김밥빈 님♡ 바나나킥 님♡ 바뱌 님♡ 괴물 님♡ 뿌요를 개로피자 님♡ 감귤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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