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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모든 조건이 남들보다 우월했다.
누가 신은 공평하다 했는가?
신은 항상 불공평했다. 공평하다면, 그 여자에게도 하나의 흠집이라도 내주면 안될까요.
그녀의 몇없는 친구마저, 자신의 생일때 소원을 저렇게 빌었다. 일년의 딱 한번 간절한 소원을 빌 수 있는 날인데. 자기를 위한 소원이 아닌, 그녀가 망하길 원하는 간절하고 허무맹랑한
그런 얄팍한 소원.
허나 신은 공평했다.
그녀는 모든걸 다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사는데에 재미를 모느꼈다. 이유는 자신도 몰랐다.
그냥 시시하기 짝이 없었다. 그 이유를 찾기는 더욱 힘들었다. 모든 조건을 다 갖췄는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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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취미,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책.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도 벌써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육년이나 지났다. 이십대 중반이라는 소리이다.
그녀에게 벌써 자리를 만들어준 것도 벌써 일곱번째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것 도 동요하지 않았다.
그녀의 맞은편에 앉은 남자들은 초반에는 가벼운 농담을 던지고, 분위기를 풀어보려 노력해도 자신 앞에 앉아있는 그녀의 미동도 없는 반응에 자신들이 지쳐 자리를 나가버리기 일 수 였다.
아무리, 그녀가 김사장의 딸이더라도, 아무리 유명한 집안이더라도. 그녀와는 얽히고 싶지않았다. 저 여자랑 살면 나도 미쳐버릴 것 같다고요. 선 자리를 벅차고 나가버린 남자가 집으로 들어와 부모님께 한 말 이였다.
그녀는 아무말도 안했을 뿐인데. 그저 남자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였는데.
슬슬 그녀의 부모님도 심각성을 느낄때였다.
내 딸이 싸이코패스 일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고개를 힘차게 저엇다. 그냥. 그저. 감정이 뎌딜뿐이야. 우리딸 학생때 많이 웃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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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네. 아가씨."
얼마만인가 그녀가 자신을 부른게?
어느덧 이 집에서 일한지도 이십년.
어느새부터인가 자신을 찾지도 않고, 부르지도 않을때. 그녀가 2층에서 젖은머리를 수건으로 꾹꾹 눌러 닦으며, 밥을 준비하는 자신을 불렀다.
자기가 그녀를 꼬마 아가씨라 불렀던게 분명 엊그제 같았는데 어느새 저렇게 성숙한 여인이 되었는가. 길게 뻗은 하얀 다리로 그녀는 한계단. 한계단 내려왔다.
허리에 닿을라 말락한 그녀의 머리카락은 축축히도 젖어있었다. 방금 씻은 모양인지 기분좋은 샴푸향이 코끝을 지나간다.
"여기서 일한지 얼마나 됐더라?"
"..20년 좀 넘었죠?"
불안했다. 후라이팬을 잡고있는 아주머니의 손목을 말도 안되게 떨리고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자신은 그녀가 무서워 지기 시작했다. 분명 항상 자신을 보며 웃기만 했던 그녀의 눈은 어느새 자신을 재미 없다는 듯이 쳐다보고있었고,
저를 보면 항상 웃으며 이모! 하고 부르던 그녀의 입은 어느새 딱딱하게 아줌마라 지칭 할 뿐이다. 어떻게 저런식으로 자라버렸을까, 저 아이는.
"20년이면, 지겨울만 했죠?"
"...전혀요. 여기서 평생 가족들 밥 지으는게, 제 소박한 소원인걸요."
소원은 개뿔. 자신도 그녀 몹지 않게 돈이 많았더라면, 잘난 남편을 두었더라면, 잘난 부모를 만났더라면 이 짓은 일분일초라도 하지 않을 것 이다. 세상 어떤 사람이 가정부를 하고 싶겠나?
하지만 이 일이 아니라면, 갈때도 잘때도 아무것 도 남는게 없었다. 그리고 이미 20년을 가정부로 생활한 저였다.
이 일을 놓아버리면 무슨 일 을 해야할지 감조차 오지 않아 일 을 그만두는 생각조차 해본적이 없었다.
그런 그녀의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의 표정은 읽을 수 없었다. 언제부턴가 그녀의 표정은 항상 무 였다. 아무것도, 아무감정도 담지 않은 그저 얼굴.
그런 그녀가 한쪽 눈썹을 꿈틀 거린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듯이.
"아니. 내가 지겹다고."
"..네?"
"몇십년쨰, 아침마다 아줌마 얼굴 보는게 너무 지겨워요."
그녀의 분위기며, 말투며, 표정이며. 모든게 달라졌다.
누가 아가씨를 바꿔치기 한게 분명했다.
내 아가씨. 그리 착한 아가씨는 어디로 가시고, 왠 마녀가 아가씨 행색을 내고 있는 것 인가.
평탄하고, 평화롭고, 그저 그런날을 보내고 있던 아줌마는 그 날 직업을 잃었다.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아줌마가 가고 이틀이 지났을때, 그녀의 가족은 벌써 새로운 가정부를 들여왔다.
이젠 부모도 그녀의 눈치를 봤다. 새가정부가 마음에 안들어 또 돌려보낼까, 노심초사였다.
자기들도 언제부터 그녀의게 쩔쩔맸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가 성인이 되자마자? 아니면 그 많은 자리 들을 다 망쳐놓을때?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점차 이런 그녀가 익숙해지니
꽤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그녀가 변한지.
"안녕하세요."
가정부는 꽤 젊은 여자였다. 아니 어쩌면 그녀와의 또래일 수도.
자신과 또래인 여자가 뭘 할 수있겠냐며 돌려보낼 줄 알았던 그녀는 꽤 순수히 받아들였다. 가정부의 얼굴을 흘끗 보고는 방에 도로 들어갔다. 그것은 그냥 받아들인다는 의미인거겠지.
부모님은 안도의 한숨을 돌리고, 그제서야 가정부에게 할 일 들을 설명해주었다. 가정부는 고작 그녀보다 한살많은 아가씨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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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야?"
어느샌가 그녀는 자신에게 반말을 해댔다. 자기에 나이를 아는건지 마는건지, 아니면 자신을 하대하고 싶어서 그러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의 핸드폰 배경화면 을 바라보며 하는 질문인걸 알았다. 핸드폰 배경화면은 쌍둥이 오빠와 같이 찍은 사진이였다.
"쌍둥이 오빠요."
"오빠는 뭐하는데 너가 왜 가정부로 일해?"
"오빠도 나름대로 바쁘게 살고 있겠죠. 만난지 삼년이나 더 지나서, 뭐하고 사는지 잘 몰라요."
"그냥 피만 섞인 남이구나?"
"그런 셈이죠."
왠지모르게 혈기가 돋아보이는 그녀의 표정은 처음인지라, 젊은 가정부는 괜히 껄끄러워졌다. 괜히말했나, 후회가 되면서 찜찜한 기분이였다.
사람얼굴에 혈기가 돋는게, 이렇게 긴장되는 일이였나? 여기 들어오면서부터 그녀의 사소한 행동들이 자신을 긴장하게 하고 예민하게 만들었다. 묘하게 시선을 끄는 그녀의 모습에 하루에 침만 몇번 삼키는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자신에게 그런 질문을 한 뒤 갑자기 자기 핸드폰을 들어 자신의 배경화면을 찍어 간다. 뭐하시는거냐 묻고 싶지만, 당장 돈이 궁한 자신은 괜히 그녀의 심기를 건드렸다 짤릴까
가만히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
여기 오는 첫날 그녀의 부모님은 그렇게도 신신당부 하셨다. 절대 그녀의 심기를 뒤틀리겐 해선 안된다고, 그냥 무난하게 행동하고 튀지않게 생활하라고. 너무나도 심각하게 말했던지라 , 아직도 둘의 표정을
잊을 수 없었다. 하나뿐인 외동딸이여서 그런가.
드럽게도 아낀다고 생각했을 뿐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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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내가 결혼했으면 좋겠어?"
"응? 결혼은 바라지도 않아. 하루빨리 애인이라도 생겼으면 좋겠지."
얘가 갑자기 왜이럴까. 그녀의 모는 당황스러웠지만 솔직하게 대답했다. 결혼은 정말로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그녀가 누군가를 사랑했으면 하는거. 그래서 밖에도 좀 나다니고, 평범하게 데이트도하고,
서로 전화도 하고, 사랑스러운 행동 들을 하는거. 그거면 족했다. 어머니의 대답에 그녀는 다짜고짜 바로 핸드폰을 들이밀었다. '이사람 찾아줘.' 그녀가 보여준 사진은 우리 가정부 사진이었다. 아니
초점은 그여자가 아니고, 그 옆에 남자였지만. 하얀피부에, 연한 갈색머리. 선하게 생긴 남자. 우리 딸 취향의 남자인가? 취향이아님 뭐고, 맞음 뭐 어때. '하루빨리 찾을게' 모의 말에 그녀는 평생 못불줄만
알았던 화사한 웃음으로 보답했다. 웃는게 정말 예쁜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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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는 아침부터 꽃단장중이였다.
왜냐, 자신도 모른다. 가만히 길을 걷고 있었는데 옆에서 검정색 대형차가 계속 자신을 따라왔다. 뭔가 싶어 느리게 걷기도하고, 아예 멈추기도 하고, 빠르게 달려보기도 했다.
그럴때마다 자신의 속도와 맟추는 저 대형차가 너무나도 신경쓰였다.
그리고 그 대형차에게 한마디하려 다가갈때 선수친건 그 쪽이였다. 짙게도 썬팅되어있는 창문이 내려가더니, 이내 인상이 너무나도 좋은 아줌마의 얼굴이 보였다.
아줌마라고 하기도 뭐한 고급진 차림새에 정우는 침을 한번 삼켰다. 자신이 무슨 잘못이라도 한건가?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 칠 준비를 하려는데 차에 타있던 여자가 이내 문 을 열었다.
구두소리가 아주 정갈하게 딱딱, 맞는 속도로 자신에게 다가왔다. 가까이서 본 여자의 얼굴에는 주름 한점 없었다. 인생 구김없이 사셨구나. 인상이 너무 좋았고, 중년에게 품기는 아우라는 도망가는 생각마저
사라지게해 정우는 그저 가만히 서있을 뿐이였다. 여자는 자신의 가방 안 을 뒤적이더니 명함 한개를 꺼내보인다. 얼떨결에 명함을 받았고, 그 명함조차 볼 자신이 없었다. 초라한 자신이 어째 명함을 쳐다볼 수 있단 말인가.
'제 딸이 그 쪽을 보고 싶어해요.' 얼굴에 맞게 목소리마저 너무나도 부드러웠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 바로 의문증을 품었다. 그 쪽 딸이 왜 날?
한번만, 만나주면 안되냐 부탁한 여자의 표정은 매우 여유로워 보였다. 부탁을 해본적이 없는 사람 같았다. 무슨 부탁을 저렇게 품격있게 한담. 원래의 자신이라면 거절하고도 남겠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궁굼해졌다. 모르는 사람이 왜 날 궁굼해 하며, 이런 사모님까지 나를 찾아온거면. 무슨 얼마나 큰 일 이기에. 그렇게 순수히 그는 자신을 따라오던 대형차에 탑승했다. 뭐에도 단단히 홀린거겠지.
꽃단장을 하고 또 다시 그를 데려간 곳 은 호텔 안 레스토랑 이였다.
그 역시 레스토랑은 처음이였다. 어릴때 부모님이랑 딱 한번 가봤긴 했지만 이런 레스토랑이 아닌 그냥 집주변에 있는, 레스토랑이라 하기도 뭐한 아주 작은 뷔페 였었다. 이런데는 정말 근처에도 걸음을 옮은 적 이 없었다.
레스토랑 커다란 테이블에 그가 안맞는 정장을 입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근데 설마, 레스토랑을 통채로 빌린걸까? 레스토랑 안에는 그와 직원 말고 개미 한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주말에 그것도 점심시간에 사람이 없을리가 없다. 빌린게 틀림없다 생각한 정우는 부담감에 어쩔줄 몰랐다. 안맞는 옷을 입은 기분에 정말로 속이 비렸다. 아무리 맛있고 입에서 녹는 음식이 나오더라도,
넘어가지 않을 거 같다 생각했다. 그냥 저를 보고싶어하는 그녀를 얼른 보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머릿속에 한가득이였다. 그렇게 똥마려운 강아지마냥 어쩔줄 몰라하고있을까.
정적이 맴도는 레스토랑 안에는 카랑카랑하게도 하이힐 소리가 울려퍼졌다. 드디어 그녀가 온건가. 축쳐져있던 등을 꼿꼿하게 펴 보였다.
자 나를 보고싶어하는 그녀는 과연 누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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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마냥 자기를 기리는 그에, 그녀는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 자제가 안되는 입이 굉장히 이질적이였다. 자기가 이렇게도 표정관리가 어려웠던적이 있었나.
그의 맞은편자리에 의자를 빼 앉았다. 그가 담고 있는 표정은 뭘까? 긴장하지 않은척 애쓰는 얼굴인건가, 아니면 긴장하는걸 너무나도 티내고 싶은 표정인건가.
그녀는 인삿말도 없이 아예 테이블에 팔꿈치를 올리곤 턱을 괴어 그를 아주 뚫어져라 관찰하였다. 아. 저 눈이며, 코이며, 입술이며. 너무나도 맑다. 저 흰피부며, 표정에 힘을 줄때마다 들어가는
보조개며, 떨리는 동공이며 안 예쁜 곳 이 없네. 침을 꼴깍 삼킬때마다 움직이는 목젖이며. 너무 투명한 아이다. 자신이 이렇게도 쳐다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말도 못하고 그저 어쩔줄 몰라하는
그의 행동마저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딱 가정부 폰배경화면 사진을 볼때부터 알았다. 순 백의 아이일거라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 일거라고, 천사가 인간의 얼굴을 빌린다면
제 앞에있는 그의 얼굴을 빌릴거라고.
"...저를 찾으셨다고."
아. 목소리마저. 곱다.
너무나도.
망가뜨리고 싶다.
저 순하고 은하수를 닮은 눈망울에는 항상 눈물이 가득차 있으면 좋겠고,
저 너무나도 예쁜 도톰한 입술안에는 피가 가득 고여있으면 좋겠고,
저 흠집 하나 없는 흰피부에는 자신이 만든 상처로 가득했으면 좋겠다.
그그녀에게 , 새로운 취미가 생길 것 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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