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국 빙의글] 첫사랑 기억 조작남 전정국 1 잠깐 진지한 대화라도 나누자던 태형이 데리고 온 곳은 버거킹이었다. 여긴 왜 온 거야. 태형은 제 말에 답을 하지 않고 아르바이트생에게 먹고 싶은 메뉴들을 끊임없이 이야기했다. 아니 저걸 다 먹는다고? 그제서야 태형은 이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시킨 음식들이 나오자 태형은 햄버거 껍질을 빠르게 벗기고 햄버거를 입에 한가득 물었다. 입속에서 퍼지는 달달한 소스 향연에 입맛을 돋게 하는데는 햄버거만 한 것이 없다고 태형은 생각했다. 아니 그래서 왜 불렀냐고! “나 궁금한 거 있어” “뭔데 도대체 그 궁금한 게 뭐길래 이 귀하신 분이 절 이곳으로 부르셨나요” “너 말이야” “정국이 좋아하지?” 푸흡. 입에 가득 담았던 콜라를 단숨에 내뱉게 만드는 발언이었다. 내가? 내가 전정국을 좋아한다고? 누가 그래 내가 전정국 좋아한다고. “아니면 아닌 거지 왜 그렇게 흥분을 해 여주야” “아니 흥분 안 하게 생겼어? 꿈에도 안 나왔으면 하는 앤데 내가 왜 걔를 좋아해” “그냥 요즘 네가 전정국 보는 눈빛이 달라진 거 같아서 해본 소리였어” 태형은 정말 그게 다였다. 요즘 따라 여주가 꿀 떨어지게 바라보는 시선을 향해 바라보면 항상 그 주인공은 전정국이었으니까 당연히 여주가 정국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 이렇게까지 발뺌하는 거 보면 안 좋아하는 거 같기도 하고.... 또 너무 흥분하는 모습을 보니 마치 좋아하던 걸 들킨 사람 같기도 하고 모르겠다. 내 연애도 아닌데 여주가 정국을 좋아하든 말든 그건 관심이 없었지만 여주가 좋아한다고 말하면 이어줄 생각이 조금 있었기에 물어본 거였을 뿐 다른 마음은 없었다. 그거 말하려고 나 부른거야?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는 태형이었다. 이걸 때릴수도 없고 그냥 혼자 햄버거가 먹기 싫었다고 이야기를 하던가 괜히 햄버거를 먹고 있는 김태형이 미워져 감자튀김을 입에 가득 넣었다. 어 쟤 내 햄버거 쳐다보는 거 같은데...? “이건 안 돼” “여주야아....” “애교 부려도 안 돼” 이번엔 김태형이 삐쳤다. 아니 애초에 왜 내 건데 왜 삐치냐고! 후드집업을 뒤집어 쓴 태형은 그대로 얼굴이 안 보이게 후드 끈을 잔뜩 조여왔다. 하 내가 졌다. “너 다 먹어라” “김여주 넌 진짜 내 최고의 친구야” *** “아니 내가 평소에 걔를 어떻게 봤으면 김태형이 그런 소리를 하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돼....” “내가 걔를?” 웃기지 말라 그래... 태형과 헤어지고 여주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태형이 했던 말을 곱씹는 중이었다.
“야 혼자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아 깜짝이야 놀랐잖아”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진지하게 하냐 죽상이던데” “아 있어 그런 게” “비밀이라도 만들겠다는 거냐 우리 사이에?” “우리 사이가 무슨 사인데” 이런 사이. 순식간에 무게가 앞으로 잠시 쏠렸다. 뒤에서 덥석 안아오는 바람에 정국 품에 안긴 꼴이 됐다. 평소처럼 행동하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아 너 뭐 하는데 팔 풀어라 죽고 싶지 않으면. “싫은데.” “아 좀 너 무겁다고!” 팔을 아무리 내려쳐도 풀 생각을 전혀 안 하는 정국에 여주는 정국의 엉덩이에 팔을 허우적거리며 엉덩이가 잡힐 때마다 계속해서 꼬집었다. 그제서야 몸이 자유로워졌다. “아 김여주 그건 반칙인데 겁나 아프네 진짜” “그러게 풀라고 할 때 풀라고 했잖아” "너 기분 안 좋아 보여서 그런 건데 섭섭하다 그렇게 말하면” “닌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야” 정국은 그 이후로 여주 집 앞까지 단 한마디도 섞지 않고 핸드폰만 보며 걸었다. 여주는 갑자기 말을 안 하는 정국이 신경 쓰였지만 곧 풀릴 장난이라고 생각했기에 별 신경 쓰지 않았다. 여주는 곧 집 앞에 도착하고 평소라면 서로 인사와 안부를 물으며 헤어지는데 올 때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도착하자마자 제 얼굴을 한 번 보고는 바로 뒤도는 정국이 당황스러웠다. ㅇ.... 야! 당황스러운 마음에 버벅거리며 그를 불렀다. 아 그냥 쪽팔렸다. 하지만 정국은 듣지 못한 듯 그저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어폰을 꽂은 것 같다. 여주는 멀어진 정국을 쫓아가려 발걸음을 빨리했다. “야 너 뭔데” 순식간에 귀에서 빠진 이어폰에 깜짝 놀란 정국이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뜨곤 여주를 쳐다봤다. “사람이 말하면 들어야지 뭐해?”
“뭐 하는 건데” “뭐?” “왜 네 맘대로 이어폰을 빼” 순식간에 분위기가 사나워졌다. 이러려고 널 불러 세운 게 아닌데 좋게 이야기하고 풀려고 한 제 마음을 모르는 건지 정국은 제게 뺏긴 이어폰을 낚아채고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었다. “너 내가 우스워?” 그 말에 정국은 들고 있던 핸드폰을 교복 바지 주머니에 넣고 시선을 돌려 저를 쳐다봤다. 뭐라고? 내가 우습냐고 전정국. “그게 무슨 소린데” “봐 너 지금도 나 무시하잖아 내가 말해도 핸드폰만 보고 있고 내가 불러도 이어폰 끼고 너 노래 듣느라 바쁘고 아까도 하지 말라니까 계속 나 힘들게 하고” “김여주 너가 먼저 날 무시했겠지” “뭐?”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라며 그래서 조용히 있었더니 이젠 무시한다고 하면 난 어떡하라는 건데” 아. 큰 실수를 했다. 아무래도 아까 정국에게 말한 게 화근이 된 모양인가. 어처구니 없게 혼자 되려 화를 내고 있었다. 할 말이 없었다. 정국 말대로 저는 정국에게 조용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라고 했고 그래서 정국은 그 이후부터 제게 말을 걸지 않은 것이다. 그제서야 정국의 행동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쓸데없이 이럴 때만 전정국이 말을 잘 들어서 이 상황이 당황스러울 뿐... 이미 입이 댓발 나온 정국을 달래주기엔 오늘 하루가 굉장히 길게 느껴질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