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are one! 01 (짜증난다, 너희.) w. Claude "꺄악, 세훈아! 오세훈!" "우민! 우민 오빠!" "꺅! 찬열아! 찬열!" 어김없이 스케줄이 끝난 방송국 앞을 가득 메운 팬들은 성인 남자 열 두명을 위화감에 들게 하기 충분했다. 경호원들마저도 소용이 없었다. 서로가 서로를 밀고 부딪혀대며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제 '오빠'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안감힘을 쓰고 있었다. 매니저들과 경호원들 사이에서 일렬로 열을 맞춰 겨우겨우 발을 옮기던 멤버들의 입에서 자연스레 한숨이 새어나왔다. 남들은 데뷔 이삼년은 되야한다던데, 우리가 뭐가 그렇게 잘나서 햇병아리 신인 주제에 이런 대우를 받을까 싶었다. 엠, 케이 멤버들은 원래 두 개의 벤으로 나눠서 이동을 했는데 요즘은 그것의 경계도 불필요하게 되었다. 미친듯이 몰려드는 팬들 사이에서 그런 사소한 규칙을 지킬 여유가 없어지게 된 것이다. 선두로 나가던 경수와 백현, 민석이 차문이 열림과 동시에 몸을 구겨넣었고 뒤따라 찬열과 레이, 타오가 올라탔다. 빠른 속도로 닫혀진 문을 좀비마냥 두드리는 팬들을 보며 벤 안의 멤버들은 인상을 찌푸리는가 하면 낮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앞 차가 빠진 뒤로 곧장 대기된 두번째 벤의 문이 열리자 나머지 멤버들이 벤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루한 역시 가방끈을 쥐어잡으며 겨우 몸을 옮기려는 찰나, 어디선가 쑥 튀어나온 팔이 그의 가방끈을 잡아챘다. 몸을 휘청이며 루한이 경호원에게 부딪히자 큰 소리가 터져나왔다. "손 놔! 놓으라고!" "뒤로 물러나세요!" 경호원의 외침에 동시다발적으로 주변 경호원들과 매니저들의 입에서 고함 소리가 튀어나왔다. 겨우 가방끈을 떼어낸 루한이 발을 옮기려 앞을 바라보자 먼저 가던 세훈이 매니저에게 잔소리를 들어가면서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다시금 루한에게로 돌아오고 있었다. 이젠 제법 루한과 키 차이가 많이 나는 세훈이 루한의 손목을 잡아 품으로 끌어당겼다. 어깨를 감싸 몸을 보듬으며 제가 매니저인 양 루한을 보호하며 벤까지 무사히 도착한 세훈이 루한을 차에 태우곤 입술을 꾹 다문 채 뒤따라 올라탔다. 닫힌 문 위로 플랜카드와 손바닥들이 날아들었다. 유리창을 부술 기세로 사납게 내려쳐지는 손들에 멤버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크리스는 이미 익숙하다는 듯 맨 뒷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이어폰을 꽂고 눈을 감고 있었다.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눈을 감고 귀를 닫았다. 준면이 그런 크리스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나마 가장 활발한 종대 마저도 인상을 찌푸리며 옷을 추스렸다. 잔뜩 잡아당겨진 탓에 코디들이 손수 제작한 의상이 늘어날대로 늘어나있었다. 질린다는 듯한 멤버들의 무거운 정적을 깨고 루한의 비명이 터졌다. "세, 세훈아. 너 목에 피...!" 가방을 끌어안고 옷을 정리하던 루한이 의자에 기대 눈을 감은 세훈을 돌아보다 하얀 목덜미에서 새어나오는 핏방울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고보니 세훈의 목에 걸려있던 얇은 체인의 목걸이가 사라져있었다. 언제 또 액세서리까지 잡아채간 것일까. 세훈은 미동도 없이 손등으로 눈을 덮은 그대로 가만히 숨만 내쉬고 있었다. 피 얘기에 매니저가 급히 룸미러로 아이들을 돌아보며 안부를 물었다. "야, 괜찮아? 많이 심하냐 세훈아?" "...괜찮아요." "괜찮기는, 너...!" 멤버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그들의 한 마디까지 더해지자 벤은 금새 소란스러워졌다. 세훈은 루한에게로 팔을 뻗어 말 없이 손을 잡아주었다. 루한이 가방에서 꺼낸 손수건을 세훈의 목에 대어주었다. 분홍빛 그라데이션 손수건이 스며드는 붉은 색 피로 무늬를 그려냈다. 가만히 지켜보던 종인이 부들부들 떨리는 주먹을 의자로 내려치더니 작게 욕을 읊조렸다. "씨발...! 질린다 진짜... 미친년들." "종인아..." 직설적인 종인의 욕설에 루한이 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말은 안 하지만 다들 종인과 같은 생각일 것이다. 종대가 한숨을 내쉬곤 핏발이 선 종인의 손등을 부드럽게 손바닥으로 감싸쥐었다. "종인아, 진정하자. 응?" "우리 좋아해주는 거 좋아요, 좋다고. 근데 씨발. 어느 정도것 해야하는 거 아니에요?" 종인은 입술을 깨물며 울먹임을 참아냈다. 울분이 터졌다. "미친년들이, 씨발. 팬이 아니라 그냥 스토커잖아요. 저번엔 머리카락, 또 언제는 휴대폰, 아이팟, 씨발 내일은 또 뭘 뜯어갈지 좆나게 궁금하다고." "휴..." "제발, 그만 좀 해줬으면 좋겠다... 이 따위 인기면, 다 필요 없어 진짜..." 목이 메여오는 종인의 목소리에 모두가 말을 잃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돌 가수에게 가장 생명인 것은 팬들인데, 누구보다 예쁘고 사랑스럽던 팬들인데, 우린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걸까. - 2년 전 즈음, 데뷔 1년여만에 대형 신인 엑소가 정규 1집을 들고 완전체로 돌아왔다는 것은 어디에서나 큰 화젯거리였다. 타이틀 곡 '늑대와 미녀'로 꽤나 인지도를 올린 그들은 후속곡 '으르렁'까지 그 인기를 이어갔다. '으르렁'은 뮤직비디오가 공개됨과 동시에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해냈고 멤버들은 그 날 연습실에서 서로를 부둥켜안고 환호를 지르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독보적인 앨범 판매량으로 단숨에 하프 밀리언을 기록했고 방송 3사의 트리플 크라운도 손에 쥐었다. 연말에는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하는 등 거물급 그룹으로 자리매김을 한 엑소는 그렇게 중국으로 떠났다. '으르렁' 활동 후 1년 간의 중국에서의 활동, 그리고 대략 1년이 조금 넘는 휴식기를 가지다 올해, 데뷔 4년만에 새로 내는 완전체 엑소의 정규 앨범 2집 'Code Name. EXO'. 사건의 발단은 이 때 부터였다. 정규 1집 활동 때 부터 방송 관계자들 사이에서 팬들 덕에 평이 좋지 않았던 엑소였는데 그 이후로 아예 음악방송 출입까지도 엑소 팬들은 통제를 받고 있었다. 팬들 없이 무대를 하기도 여러번, 그 덕에 팬들은 출퇴근 길을 더욱 심하게 마비시켰고 관계자들에게 따가운 눈초리를 받으면서도 무대에 서야만 했다. 그런 그들에게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그림자같은 존재, 팬. 아이돌 가수와 팬은 뗄 수 없는 공존 관계와도 같았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그저 신물나는 스토커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바른 루트로 좋은 관심을 표현해주는 팬들도 많았지만 대형 기획사라는 후광을 등에 업은 그들은 이미 데뷔 전부터 극성 팬들이 많았다. 회사를 오고 갈 때면 자연스럽게 붙어 팔짱을 끼고 물을 건네주는가 하면, 억지로 자신의 번호까지 찍어주기도 했다. 멤버들 모두가 도가 지나친 행동에 질려가고 있었다. 숙소로 올라가니 잠깐 쉴 틈도 없이 라디오 스케줄을 가야하는 백현과 경수, 준면이 매니저에게 칭얼거리며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경수와 백현, 준면은 데뷔 3년 만에 공백기에 라디오 DJ자리를 꿰차게 되었다. 아무리 방송 관계자들이 좋아하지 않는 그룹이라고는 하지만 역시나 그들을 통한 청취율이나 시청율은 관계자들로 하여금 포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끼니도 거른 채 다시 숙소를 나서는 아이들을 보며 가장 맏형인 민석이 안쓰럽다는 듯 그들을 쳐다보았다. 밝게 웃으며 다녀올게, 하며 인사를 하는 백현이 조금은 이질적이게 느껴졌다. 루한은 숙소에 도착하자 마자 세훈을 쇼파로 끌어당겼다. 구급상자를 꺼내 와 세훈의 턱을 올려젖히는 루한을 보곤 찬열이 빵조각을 우적이며 가까이 다가왔다. "왜, 세훈이 다쳤어?" "응... 아까 차 타다가 목걸이를 뜯겼나봐. 목은 휑하고 피만 나고 있더라..." "어휴... 미친년들 진짜. 질린다, 질려." 찬열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시금 부엌으로 몸을 돌렸다. 아, 우리 백현이도 배고플텐데. 찬열의 말에 루한이 작은 웃음을 터뜨리며 세훈의 목에 하얀 연고를 펴발라주었다. "상처 남겠다... 손 절대 대지 말구, 알았지?" "알았어요." "내일 또 무대 서야하는데 어떡해... 화장으로 가려지겠지?" "루한." "응?" 세훈의 부름에 루한이 반창고를 붙이곤 세훈과 눈을 마주했다. 멤버들은 어느새 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 것인지 거실이 조용했다. 세훈이 그의 곁에서 동그란 눈동자를 굴리며 저를 바라보고 있는 루한의 손을 잡아당겼다. 세훈의 품으로 기대다싶이 한 루한이 세훈의 허벅지를 짚으며 얼굴을 들어올렸다. "왜, 왜 이래..." "그냥. 좋아서요." "으휴... 배 안 고파?" "배고프다. 밥 먹을래요?" 고개를 끄덕거린 루한이 세훈을 다독이며 몸을 일으켰다. 부엌을 뒤적이니 마땅히 먹을 것은 나오지 않았고 별 수 없이 라면이나 끓여먹기로 한 둘은 두 사람 몫의 라면 물을 올리고 식탁에 마주앉았다. 젓가락을 입에 물고는 세훈을 보며 개구진 표정으로 웃어보이던 루한이 제가 생각해도 제 모습이 웃긴지 금새 푸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막 샤워를 하고 나온 것인지 물이 뚝뚝 흐르는 머리를 털며 타오가 부엌으로 들어왔다. 단 둘이 앉아 라면을 기다리고 있는 둘의 모습에 타오가 아직까지도 조금은 어눌한 발음으로 라면을 외쳤다. "머야 나도, 라면! 타오 배고파!" 타오의 말에 세훈 역시 소리없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사람이 더 늘었다간 라면을 끓일 냄비가 부족해질 것 같은 예감에 루한이 타오의 귀를 잡아당기며 조용히 하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당겨진 귀에 악 소리를 내던 타오도 금새 눈치를 채곤 고개를 끄덕이며 푸스스 웃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소소한 행복감에 아이들은 웃음을 피워내고 있었다. - "네! 오늘도 달콤한 목소리로 찾아온 엑소의 스윗 박스! 엑.스 오프닝을 열었습니다!" "오늘도 활기찬 도 디제이, 디오 씨! 디오 씨가 오늘 무대에서 실수를 하셨는데 말이죠," "아, 아 그런 걸 왜 말 하고 그래요. 수호 씨!" "두 분 다 진정하시구요, 뭐 어쨌든 오늘 디오 씨가 무대에서 가사를 틀렸죠. 네, 도 바보입니다. 저는 변 디줴 백현이구요!" "네! 저는 김 디줴 수호입니다! "어휴... 네, 도 디제이 디오까지 함께하는 엑! 스! 오늘도 두 시간동안 알차게 달려볼게요~" 언제나처럼 힘차게 라디오를 시작하는 도백수 트리오는 팬들뿐만 아니라 일반 청취자들 사이에서도 세 명의 각기 다른 매력의 목소리를 지닌 디제이들이 너무나 재밌고 활기차게 라디오를 이끌어간다며 평이 좋았다. 분명한 안티와 팬의 경계는 존재했지만 데뷔 4년차인 엑소는 여느 그룹들 부럽지 않게 상당한 인기를 호사하고 있었다. "네! 이번 코너는 청취자분들의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죠, 이름하여 엑소에게 물어봐! 디오 씨, 코너 소개 부탁해요~" "네, 엑소에게 물어봐는 청취자분들의 사소한 고민부터 정말 해결하고픈 궁금증이 생겼는데 어디에 말 할 곳이 없을 때! 문자나 온라인 댓글을 통해 질문을 보내주시면 되는데요, 아무리 제가 모든 것을 다 안다지만 십구금은 안 되요! 저희는 아직 아이돌이랍니다~" "아이, 디오 씨 참. 네. 디오 씨가 좀 밝히는 것 같아요. 디오 씨, 밝히죠? 아무도 안 물어봤는데 혼자 설레발!" "아, 아니거든요? 저 대본대로 읽은 거에요!" 처음 라디오를 시작할 땐 더듬거리고 낮은 목소리로 조곤조곤 말을 하던 경수가 이제는 방송 중에도 백현과 두두두 말 싸움도 해가며 많은 발전을 해있었다. 준면이 그런 둘을 중재하며 도착하는 문자들을 살혀보던 도중 눈에 걸리는 것을 짚으며 그것을 읽어나갔다. "아, 참. 두 분은 비글라인 92년생 인증하세요? 맨날 투닥거려, 맨날. 자, 제가 지금 마음에 드는 문자를 발견했는데요! 도백수 디제이들! 이거 정말 완전 사소한 건데 쩜쩜쩜 도백수 디제이는 애완동물을 키운다면 엌던 걸 키우고 싶어요? 부모님이 애완동물을 사주신다는데 뭘 키울지 고민 유유, 라고 윤이나 씨께서 보내주셨어요! 네, 애완동물! 백현 씨는 어떤 동물 좋아하세요?" "아, 잠깐. 잠깐만요. 제가 좋아하는 것보다 지금 막 생각난 거 있어요. 저희 멤버 중에 찬열 씨가 어릴 때, 큭, 크흡." "백현 씨? 아니 왜 말을 하다 먹으세요? 찬열 씨가 어릴 때?" "아, 아 저 이거 알 것 같아요, 큭, 큽. 그거, 그거 아니에요? 찬열 씨 페럿, 큭, 끅. 아, 아 진짜 저 찬열 씨 그 과사보고, 찬열 씨 아닌 줄 알았어, 아, 아학. "경수 씨, 백현 씨? 두 분 왜 이러시죠? 웃다가 숨 넘어가시겠어요. 제가 정리를 할게요. 엑소 멤버 중에 찬열 씨가 어릴 때 페럿을 키웠었는데 페럿 동호회다 뭐다 사진이 많아서 그 때 과사가 많아요. 근데 그 때 사진이 엄청... 지금과 다르죠." "네, 지금과 다르죠, 끕, 큭. 아무튼 저 변 디제이는 페럿 추천! 엄청 귀엽다고 하더라구요~" "네, 페럿 추천 나왔구요. 다음 질문 볼까요? 삼천포로 빠질 뻔 한 이야기도 금새 정리해 착착 진행을 해나가는게 세 디제이 모두 라디오 진행이 소질에 맞는 것도 같았다. 두 개의 질문을 더 받고 나서 경수가 자신의 눈길을 잡은 질문을 읽어갔다. "네, 오늘의 마지막 질문! 도백수 디제이들! 엑소 컴백했는데 완전체 게스트 한 번 안~ 나~ 오~ 나~ 요~ 하고 보내주신 김민정 씨! 어, 완전체 게스트 계획이 있나요? 피디 님?" "아! 예, 다다음주 이 시간에 저희 스케줄이 있다고 하네요! 그렇답니다 민정 씨~" "완전체! 다다음주에 만나요!" 시끌벅적하게 진행되던 라디오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마지막 코너를 남겨두고 광고가 나가는 사이 준면의 휴대폰이 소리없이 깜빡였다. 이 시간에 카톡도 아니고 문자가 올 데가 있나, 하며 고개를 갸웃대던 준면이 휴대폰의 잠금을 해제시켰다.투닥투닥 재밌게도 떠드는 백현과 경수 몰래 확인한 문자는 매니저의 것이었다. [ 사장님 호출 마치고 회사 ] 불필요한 성분을 모두 제한 네 어절은 준면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호출. 별다른 이유가 있겠는가. 혼날 일이 있거나, 혹은... 접대가 필요한 날이거나. 준면은 차라리 전자이기를 바라며 홀드를 누른채 휴대폰을 엎어놓았다. 순식간에 광고가 지나가고 멤버들의 목소리가 조금씩 담겨있는 마지막 코너의 코너송이 흘러나왔다. 준면은 여느때처럼 웃으며 제 감정을 숨긴 채 라디오에 집중했다. 연예인이라는게 어쩔 수 없는 것인가보다, 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의 마지막 스케줄도 그렇게 끝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 라디오가 끝나고 세 디제이가 벤에 올랐다. 혼자 제일 뒷자리에서 이어폰을 꽂고 눈을 감은 준면이 생각에 잠겼다. 5년. 내 선택에서 비롯된 5년. 준면은 데뷔 전의 목적 없던 연습생 시절을 회상하며 이어폰의 볼륨을 높였다. 제 집도 부자였다. 굳이 이런 생활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준면의 아버지는 대학 교수였고 올곧고 개방적이신 분이셨다. 준면은 뒤지지않는 두뇌와 재능으로 공부와 연예 모두 뛰어난 실력을 보였고 아버지는 흔쾌히 그가 연예계에 발을 들이는 것을 허락해주셨다. 연습생 생활은 꽤나 즐거웠다. 미약하지만 다른 연습생들보다 좋은 평을 들을 때면 기분도 좋았고 학교 생활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꼭 비극은 행복할 때 닥쳐왔다. 불의의 사고로 무릎을 다치게된 준면이 1년 가량 춤을 쉬어야만 하게 된 것이었다. 준면은 눈물을 훔치며 쓸 수 없는 몸 대신 악착같이 보컬연습에 매진했다. 그렇지만 안 되는 안 되는 것이었고 보컬 성량이 발전함에 따라 체력은 날로 떨어져갔다. 춤을 다시 춰도 좋다는 의사의 말에 그 길로 연습실에 뛰어간 준면은 노래를 켰다. 하지만 발전한 보컬 실력에 부족한 춤 실력은 커버가 되지 않았다. 라이브 실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것이었다. 좌절감을 맛 본 준면은 그 때부터 더욱 악착같이 연습에 몰두했고 춤 실력도 어느 정도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신인개발팀장에게 호출을 받았다. 곧 신인 보이그룹을 내보낼 생각이라고, 네가 리더 자리에 올라갈 확률이 크다고 했다. 그 말에 준면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드디어 데뷔를 하는 구나. 연신 감사하다며 인사를 하는 준면에게 팀장은 부연 설명을 붙였다. - 조건이 걸려있어. 사장님께서 네가 스폰을 받길 원하신다. - 남자도 접대하는 거 알지? 왜 그런 인간들 많잖냐. 더러운 새끼들. - 연습생들은 대충 정리 됐어. 너도 잘 아는 애들. 종인이, 경수, 세훈이를 비롯해서 중국에서도 몇 명이 넘어올 거고. 루한도 있네. - 포기할 거니? 니가 포기하면 저 아이들의 꿈까지도 함께 무너져. - 그냥 술 따르고 얘기 좀 나누는 정도로 합의 볼 거야. 샤이니에 기범이 알지? 걔도 거쳐갔던 거야. 역시나 데뷔를 걸고. 팀장의 말에 준면의 머리 속에서 빠르게 두 개의 선택이 대립했다. '네가 원하던 데뷔야, 네가 잘 아는 아이들의 데뷔도 걸려있어. 네가 거절하면 널 비롯한 모든 아이들이 끝이야. 너말고도 한 사람이 있다잖아, 뭐가 걱정이야? 아니야, 남자도 성접대란 걸 하는 거, 몰라? 절대 안 돼. 네 몸을 팔아가면서까지 그렇게 필사적으로 데뷔를 해야해? 이성적으로 생각해 김준면.' 갈림길에 선 준면은 주먹을 꽉 쥐고 고개를 떨구었다. 제 결정에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연습생들의 미래도 쥐어져있었다. 데뷔의 기회는 그리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 이번에 놓친다면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몰라. 전자의 의견이 준면의 머리 속에서 점점 우세해지고 있었다. - 어때. 해보겠니? 팀장의 타이르는 듯 한 목소리에 준면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나 하나가 희생하면 모두가 꿈을 펼칠 수 있다. 결국 고대해왔던 꿈이 승리의 깃발을 흔들었다. 팀장이 잘 생각했다며 사람 좋게 웃으며 그의 어깨를 두어번 두드렸다. 준면은 그렇게 웃었다. '엑소'라는 이름으로 데뷔할 아이들은 저를 포함해 총 열 두명이라고 했다. 제 스폰 하나에 열 두명이나 데뷔를 했다, 실로 기가 차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티저 촬영을 하는 와중에 만난 준면의 스폰서는 여광호, 한국신문 연예부 부장이었다. 얼핏 보기에는 좀 젊은 40대 같기도 한 그는 실제로 곧 쉰을 바라보고 있는 나이였다. 어떻게 붙여도 이런 사람을 붙여줬을까 싶었다. 한국신문 연예부라하면 모든 스캔들과 파파라치 사진들을 가장 먼저 입수하고 터뜨리는 곳으로 유명했다. 나라에서 제일 잘 나가는 신문사 연예부에 잘못 보였다가 무슨 기사가 퍼지라고 이러는 것인지, 준면은 속으로 머리를 부여잡았다. 데뷔 전까지는 그저 만나서 술을 따르고 데뷔 준비는 어떻냐, 하는 이야기가 주였지만 데뷔를 하고 부터는 그 정도가 심해졌다. 가끔 술을 옴팡지게 먹이며 준면의 허벅지를 더듬거리는 일도 부지기수였고 결국 약까지 사용한 그에 의해 준면은 남자로써 할 수 없는 짓까지 당하고 말았다. 그게 벌써 3년 전의 이야기. 처음 다리를 벌리고 난 뒤 숨이 넘어갈 듯 울던 준면을 다독여주고 추스려준 것이 매니저였다. 자기가 미안하다고, 못 막아줘서 미안하다고. 준면을 품에 안아 다독여주던 매니저 덕에 그나마 준면은 믿고 의지할 곳을 만들었다. 서럽게 울면서도 준면은 멤버들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했다. 매니저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준면을 부축해 멤버들이 잠든 숙소까지 그를 데려갔었다. 이제는 제가 말만 잘하면 굳이 몸까지 내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된 준면이라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간혹 술을 먹이고 막무가내로 나올 때는 그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어느새 숙소에 도착한 것인지 백현이 살갑게 준면을 흔들어깨웠다. 잠에 든 것도 아닌데 잠이 들어단 것 처럼 몸이 찌뿌둥했다. 이어폰을 빼고 백현을 올려다보니 도착했다며 안 내리냐고 말을 하고 있었다. "준면이 회사에 사장님 호출. 이번주에 컴백 무대 마쳐서 할 말 있으신가봐." "아 진짜? 면이 형 피곤하겠다... 얼른 다녀와요! 경수야 가자!" 멍한 정신으로 매니저와 백현의 대화를 듣던 준면이 다시금 이어폰을 끼고 눈을 감았다. 아무런 생각도 하고싶지 않았다. 오늘은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까, 편안히 쉬고 싶었다. +) 말도 안 되는 장편을 계획해왔네요... 갠홈에서 뱀파이어물도 하나 찌끄리고 있는데....는 무슴 뱀파이어물이랰ㅋㅋㅋㅋㅋㅋ 퇴마물... 어휴... 저 갠홈 정리해서 만들고 다른 작가분들이랑 트리플홈도 하나 만들었어요! 혹시 오실 분....? 아! 한국 신문 연예부는 디스패치 정도로 생각하시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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