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 짝사랑하던 남자가 사랑꾼이었다
by. 워커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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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선생님 계정에 사진이 올라왔다는 알림에 인스타를 들어가본다.
내가 카페에서 찍어준 사진과 함께 '좋다~' 라고만 써놓은 게시물이 딱 쌤같고 귀엽다.
댓글에 '뭐가 좋아요?' 라고 달자, 곧바로 답글이 달린다.
'너'
가끔 이렇게 훅 들어오는게 익숙해질법도 한데 아직도 심쿵하는거 보면 역시 김태평은 연애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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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힘든일이 있었는지 오늘은 지훈삼촌이랑 술 한잔만 하겠다는 연락에 쿨하게 보내줬는데, 몇시간동안 연락이 안되더니 지훈삼촌한테서 전화가 온다.
"여보세요!"
-여름아
"삼촌 어디에요? 쌤은요?"
-어.. 여기 고깃집인데 태평이가 취해서
"취했다구요?"
-..많이는 아니고! 내가 집에 데려다 놓을거긴 한데.. 너 걱정할까봐
"아..."
취했다는 얘기에 살짝 당황했는데 그 순간 전화기 너머로 선생님 목소리가 들린다.
-누군데
-니 여자친구
-여름이?
-어
-보고싶네
"여보세요?"
-아. 응. 암튼 나랑 같이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구!
"거기 주소 좀 보내주세요!!"
전화를 끊자마자 삼촌이 문자로 보내준 주소로 택시를 타고 찾아가자, 나를 발견한 삼촌이 '여기!'하고 부른다.
"여름이네"
"....많이 마셨어요??"
"뭐.. 좀 마셨는데-"
삼촌 표정을 보니 딱히 좋은 분위기는 아닌것같아, 나도 더이상 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쌤 옆에 앉아 얼굴만 쳐다보고 있다.
'왜-'하고 소리없이 묻는 선생님에 고개를 절레절레 지으며 손을 끌어당겨 잡자, 쌤은 곧 깍지를 끼고 손에 힘을 준다.
그런 우리를 바라보던 삼촌은 '담배피고 올게-'하며 나가버리고 자리에는 우리 둘만 남았다.
"쌤-"
"..."
"무슨일 있어요?'
"아니-"
"근데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내말에 대답없이 날 빤히 쳐다보기에 나도 같이 쳐다보자 점점 가까이 다가오더니 짧게 입을 맞추고 떨어진다.
당황스러워서 '뭐예요!'하고 다리를 아프지않게 때리자, 실없이 웃으며 '좋아서-'하고 대답하는 선생님이다.
"쌤"
"왜"
"솔직히 말해요. 무슨 일 있었죠?"
"없었어"
"뻥치지마요. 다 티나거든요?"
"..."
"말하기 싫어요?"
"그냥~ 뭐.."
"그니까 뭐가 힘든데요"
"여름이가 맨날 보고싶어서"
"아ㅡㅡ"
"ㅋㅋㅋㅋㅋ"
"장난치지말구요.."
"진짜야. 여름이 맨날 보고싶어서 힘들어"
"ㅡㅡ"
"그래서 결혼하고싶어"
..? 뜬금없는 소리에 내가 아?! 하는 표정으로 입을 벌리고 선생님을 쳐다보자 또 웃어 넘기려 한다.
"ㅋㅋㅋ"
"뭐예요?"
"뭐가?"
"평소처럼 그냥 하는 말 아닌 것 같은데"
"평소에도 그냥 한 말 아닌데"
"아니, 그런말이 아니라.."
"..."
"음..."
"됐어~"
"뭐가 됐어요?"
"그냥 해본소리야"
"....."
"그냥 오랜만에 지훈이랑 마시니까 많이 마신거야. 일 없어"
"그런 사연많은 얼굴을 하고서요?"
"....잘생겨서 그럴걸"
"ㅋ......."
분명 맨날 하던 결혼하고싶다는 얘기지만, 술취해서 그런가 오늘은 정말 생각이 많아보이는 말이다.
.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 앞에서 담배를 피는 삼촌과 선생님을 기다리는데 살짝 추워서 몸을 떨자 선생님이 그걸 놓치지 않고 물어본다.
"추워?"
"넹.. 조금.."
담배를 다 핀 선생님이 꽁초를 버리고 팔을 벌리며 나에게 안기라는 제스처를 취하기에 가서 안긴다.
"염병한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름아 추우면 옷을 따뜻하게 입었어야지"
"부러우면 연애를 하세요!"
"아니. 1도 안부러운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쇼파에 앉아있는데 선생님이 아무말도 없이 한참동안 눈을 맞추고 쳐다보길래 '왜 자꾸 쳐다봐요!'하고 쌤 눈을 가리자 손을 들어 내 손을 잡아 내린다.
"예뻐서-"
"...근데 왜 아무말도 없이 쳐다봐요"
"그냥 보고싶어서"
"아 진짜.."
"ㅋㅋㅋ"
"그렇게 보고 있으니까 막 느낌 이상하단 말이에요!!"
"왜?"
"몰라여! 막 간질간질.."
"ㅋㅋㅋㅋㅋ"
선생님이 한쪽팔을 내 어깨에 올리고 귀를 만지작 거리며, 나는 자연스럽게 선생님쪽으로 몸을 기댄다.
"쌤"
"응."
"고민있죠?"
"무슨 고민?"
"다 알아요! 어제부터 이상했어요"
"아닌데"
"맞는데"
"..."
"아 뭔데요!!!"
"나중에 말해줄게. 나중에-"
"..."
"별거 아니야. 나중에 얘기해줄게, 진짜로. 약속."
"..흥"
끝까지 말을 안해주는 선생님에 입을 내밀고 아무말도 안하자, 삐졌냐며 장난을 치는 선생님이다.
"입이 잔뜩 나왔네"
"ㅡㅡ"
"뽀뽀해달라는거야 뭐야?"
"아니거든요"
"하고싶은데"
"안할거거든요"
내 말은 들리지도 않는지 그대로 입을 맞추는 선생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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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 몇없는 친구 중 한명이 결혼한다며 청첩장을 준다고 해서, 선생님이랑 같이 만나기로 한 날이다.
내 친구를 제대로 소개 시켜주는건 처음이라 괜히 내가 더 떨렸는데 말끔히 차려입고 꾸미고 나온 선생님을 보니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와.. 누가보면 선생님이 결혼하는 줄 알겠네"
"ㅋㅋㅋㅋ"
.
생각보다 셋이 잘 맞아서, 청첩장만 받으려고 만났다가 몇시간동안 수다를 떨었다.
소희는 헤어질때까지도 꼭 결혼식에 둘이 같이 와야한다구. 다시 만나자구 신신당부하며 떠났다.
"부럽다."
우리 둘만 남은 카페에서 내가 나도 모르게 부럽다는 말을 하자, 쌤이 물어온다.
"결혼하는거?"
"..음.. 결혼이 부럽다기 보단 그냥.. 뭐.. 이제 진짜 가정이 생기는거잖아요"
"그치"
"그냥 안정적인 삶이 생긴다는게 부러워요"
"그럼 우리도 결혼할까?"
"..? 아뇨"
"왜?"
"그냥...! 아직은 결혼에 대해 깊게 생각하기 싫어요"
"난 하고싶은데"
"그래도 한가지 확실한건."
"응"
"결혼을 한다면 선생님이랑 할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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