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 짝사랑하던 남자가 사랑꾼이었다
by. 워커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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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지난 몇주동안 손꼽아 기다리던 미국에 가는날이다. 어제 밤부터 설레서 잠이 안오기에 선생님한테 전화걸어서 떠들다보니 날이 새버렸고, 그대로 한숨도 못잔채 공항에 왔다.
아직 출발도 안했지만 공항에 도착해도 왠지 설레고 들뜨는 기분에 선생님 옷자락을 붙잡고 계속 떠들자 선생님이 지치지도 않냐며 웃으며 물어본다.
"아니요!!!!!!! 완전 쌩쌩한데요!!!!!!"
"ㅋㅋㅋㅋ한숨도 안잤으면서"
"쌤은 피곤해요?"
"약간?"
"아 역시 나이는 못속이나보다 ㅎㅎ"
"?"
"??"
"늙어서 미안"
"아니..."
"ㅋㅋㅋㅋ"
.
"필요한건 없어?"
"필요한건 없는데 갖고싶은건 많아요!"
"뭐가 갖고싶어?"
면세점에서 뭐가 갖고싶냐는 질문에 그동안 갖고싶었던 화장품을 다 말하자 정말 말하는대로 다 사주는 선생님이다.
"...쌤 부자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다 사줘도 돼요..?"
"갖고싶다며"
"아니..그래도...."
"그럼 내가 다 사줬으니까 소원 들어줘"
"싫어요"
"들어보지도 않고?"
"뻔하거든요 ㅎㅎ"
"아 그거말구"
"그럼요?"
"음.. 나중에 말할래. 들어줄거야?"
"뭔지 들어보구요"
"그냥 해준다고 하면 안돼?"
"어려운거에요?"
"아닐걸?"
이상한 소원일까봐 걱정은 되지만, 그래도 오늘 선생님한테 많이 받았으니 '콜!'하고 외쳐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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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 하루가 걸려 도착한 숙소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짐도 풀지않은채 침대에 누워버렸고, 내 옆으로 선생님도 따라 눕는다.
"한숨 잘까?"
"좋은 생각 같아요"
"ㅋㅋㅋ옷만 갈아입고 자자"
편한옷을 입고 위에 속옷도 푸른채로 침대에 누워 씻고 나오는 선생님을 기다리다 잠깐 잠들었는데 다 씻고 내 옆에 누워 뒤에서 날 끌어안는 선생님 손길에 눈을 뜬다.
'여름아'하고 부르던 선생님은 금새 내가 속옷을 안입은걸 알아차리고 옷 안으로 손을 넣어 가슴을 만진다.
"이벤튼가"
"..."
이제 이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은 줄 알았는데 그래도 훅 들어오는 손길에 '헙'하고 숨을 참게 된다. 그래도 오늘은 둘 다 피곤해서 그런지 그 자세로 5분도 안되어 잠에 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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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푹 자고 일어나 저녁쯔음 나와 손을 붙잡고 거리를 걷는데 아무것도 안해도 괜히 좋다.
"쌤이랑 여행오니까 되게 좋아요!"
"나도 여름이랑 와서 좋아~"
"신혼여행같다 ㅎㅎㅎ"
내 말에 대꾸없이 선생님은 웃기만 한다.
사람이 많지도 적지도 않은 길거리 한가운데에 앉아 거리를 구경하는데 선생님이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여름아"
"넹"
"아까 소원"
"아.. 안까먹었네. 까비"
"ㅋㅋㅋㅋㅋㅋ"
"뭔데요?"
"다 들어줄거야?"
"아 한입으로 두 말 안합니다!!"
"..."
"뭔데 자꾸 뜸 들이는거에요.. 이상한건가?"
"아니"
"그럼?"
"결혼하자"
"....??????"
뜬금없는 얘기에 '에??'하며 선생님을 쳐다보자 미묘한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결혼이요????? 갑자기?"
"...지금 당장 말구"
"..."
"당장 하자는거 아니야. 너 준비 됐을때. 그때 하자고"
"..."
"싫어?"
"싫은건 아닌데.. "
"아닌데?"
"음... 좀 당황스러워요"
"..."
"당연히! 결혼하면 쌤이랑 할거구.. 쌤이 진짜 좋은데.. 그냥 좀... 음.. 생각도 안해본 일이라서.."
"5년이 걸려도 되고 10년이 걸려도 돼. 그냥 얘기하는거야"
"헷.."
괜히 어색해진 분위기에 눈도 못마주치고 애꿎은 손톱만 뜯고 있자, 선생님도 아무말없이 내 손을 잡는다. 한참을 말없이 손만 쓰다듬던 선생님이 먼저 입을 연다.
"아~ 프로포즈 빈손으로 해서 안받아주는건가"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안해요ㅠㅠㅠㅠㅠㅠㅠ"
"ㅋㅋㅋㅋㅋㅋ장난이야"
"ㅠㅠㅠㅠㅠㅠ"
미안한 마음도 들고 기다려준다는 말에 고맙기도 해서 붙잡은 손만 쳐다보고 있는데 선생님이 '여름아'하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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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여름이 환영해~"
그냥 같이 살면서 천천히 생각해보면 안되겠냐는 선생님의 말에 나는 나쁠건 없다고 생각해서 짐을 챙겨 선생님 집에 들어오기로 했다.
집에서 대충 필요한 짐만 챙겨서 왔는데 수백번은 드나들었던 쌤 집이지만 왠지 부끄럽고 쑥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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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야?"
"바디워시요!!!"
"비누로 하면 되는거 아닌가"
"아!!!!!!! 아니에요!!!!! 쌤도 이제 저거 써야돼요!!!!"
"나는 왜? ㅋㅋㅋㅋ"
"아 이런거 로망이었단 말이에요.. 남자친구랑 같은 바디워시 써서 막 몸에서 같은 향 나는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해줄거죠?"
"같이 씻으면?"
"아"
"ㅋㅋㅋㅋㅋㅋㅋ"
.
먼저 씻고 나온 선생님을 뒤로하고 나도 후딱 씻고 나왔는데 침대에 엎드려서 날 기다리고 있는 선생님이랑 눈이 마주쳤다.
"머리 말려줄까?"
"헿.."
화장대 앞에 앉아있으면 뒤에 서서 부드럽게 머리를 말려주는 선생님 손길이 너무 좋다.
"쌤-"
"응."
"맨날 이렇게 살면 진짜 행복하겠죠?"
"ㅋㅋㅋㅋ"
"이제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볼 수 있고 밤에 잠 안오면 쌤 괴롭힐수도 있고"
"음.."
"이제 보고싶으면 맨날 볼 수 있겠네요"
"좋아?"
"완전!!"
"나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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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지내다보니 서로 안맞는 사소한 부분들이 많았다. 치약 짜는법이라던가, 신발정리라던가 정말 사소한것들이 다 달랐지만 선생님은 늘 말없이 나한테 맞춰줬다.
선생님은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하다며 내 방도 따로 내어줬다. 진짜 이사람을 어떻게 안 좋아할수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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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같이 산다고???"
집에 놀러온 지훈삼촌이 우리 얘기를 듣더니 깜짝놀라서 묻는다.
"네!!!"
"좋겠다 ㅎㅎㅎ"
"오빠는 여자친구 없어요?"
"없어.. 소개시켜줄래?"
"와... 오빠를 감히 제 친구따위한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름아 나는?"
"삼촌은 나이가 많잖아요"
"야 니네오빠랑 나랑 동갑이거든"
"에베베베ㅔ"
"와.. 김태평은 젊고 나는 늙었냐?"
"오빠는 잘생겼잖아요~"
"야 나도 잘생겼어"
"ㅋ.."
"됐다. 너랑 말 안해"
"ㅎ.. 어쩔 수 없지"
"진짜 너무 짜증나는데 잘생겨서 더 화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태평 저 기세등등한 모습이 난 너무 싫어."
.
뭐 내집은 아니지만 나름 시끌벅적하게 우리가 같이 사는 기념으로 집들이를 하고 삼촌이랑 오빠가 떠난 뒤 나랑 선생님만 남은 집은 고요하다.
"피곤해?"
"네..."
"ㅋㅋㅋ 들어가서 자자, 그럼"
"이거 치워야 되는데.."
"내일 치우면 되지"
"그래도.... ㅠㅠㅠ"
"눈이 반은 감겼는데?"
"ㅋㅋㅋㅋㅋ...ㅠㅠㅠㅠㅠㅠㅠ"
결국 선생님 손에 이끌려 침대에 나란히 누워 선생님을 끌어안는다.
"저 요새 진짜! 행복해요"
"행복해?"
"네!! 완전!"
"다행이네-"
"그리구!! 있자나요..."
"응"
"그리구....."
"응~"
"이제!! 쌤이라고 안부를래요!!"
"그럼?"
"ㅎㅎ.. 오빠.....?"
내 머리를 쓰다듬던 선생님의 손길이 멈추고 '뭐라고?'라며 되묻는다.
"오빠"
"..."
"아니... 이제 쌤도 아닌데.. 자꾸 그렇게 부르는것도 이상하구! 그리고 평~생 그렇게 부를수는 없잖아요...ㅎㅎ.."
여전히 선생님은 아무말도 없지만 꽉 끌어안는탓에 더 가까이 붙어 같이 끌어안으면 터질것 같은 선생님의 심장이 느껴지고 쿵쿵 뛰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암호닉]
루나 / 연어초밥 / 밈밈 / 망고 / 블리 / 예그리나 / 모건 / 자자 / 토깽 / 찜니 / 토르 / 소소 / 우유 / 꾸 / 샬뀨 / 지그미 / 헬로키티 / 빵아미 / 희재 / 시카고걸 / 감쟈 / 히히 / 챠챠 / 복슝 / 쵸코애몽키 / 뚜뚜 / 팽이 / 곰돌이
♥
혹시 여러분.... 워커홀릭 불맠 보고싶으세요...? 전 갑자기 그들은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리고 다음소재는.... 하저씨랑 이혼하고 김태평이랑 연애하기 어때여...? 아련 넘치는.... 둘 다 포기 모태.......
근데 그 둘이 다 연예인인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