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과 다정 그 사이
by. 워커홀릭
"마라탕 좋아해?"
"네!! 저 진짜 좋아해요!"
"ㅋㅋ먹는거 엄청 좋아하나보네"
"헷.."
"카페가는것도 좋아해?"
"음.. 커피는 별로 안좋아하는데 예쁜카페 가는건 좋아해요"
"아~ 진짜? 나도 좋아하는데"
"근데 오빠는 카페 같은데 가면 사람들이 다 알아보지 않아요?"
"ㅎㅎ. 그래서 잘 안가"
"헐.."
"다음에는 나도 데려가~ 예쁜 카페 소개시켜줘"
"같이요???"
"싫어?"
"ㅋㅋㅋㅋㅋ아뇨... 그냥... 오빠랑 가면 사진 잔뜩 찍히는거 아니에요?"
"아 그정도 아니야 ㅋㅋㅋ.. 왜이래~"
"ㅋㅋㅋ전 좋습니다! 언제든 ㅎㅎ"
현빈이랑 같이 일하면서 통하는게 많아서 그런지 짧은시간내에 급속도로 친해졌고, 역시나 소문대로 다정다감했다.
놓칠수 있는것들도 하나하나 다 기억해줬고, 사소한것까지 챙겨주느라 누가 스텝인지 헷갈릴정도....는 오바고 쨌든. 이렇게 챙김 받아도 되나 싶을정도로 챙겨준다.
-
현빈은 워낙 비주얼도 좋고 피지컬도 좋아서 어떤 옷을 입히든 잘 어울리는 편이라, 나도 스타일링을 하는 재미가 있다.
"오빠, 오빠도 기사 댓글같은거 자주 봐요?"
"나는 그런거 잘 안봐"
"아.. 근데 오빠는 악플 별로 없지 않아요?"
"ㅋㅋㅋ 그냥.. 딱히 안보게 되던데? 팬카페만 들어가도 시간 훌쩍 지나"
"오... 팬카페... 오~ 팬서비스~"
"ㅋㅋㅋㅋㅋㅋㅋ요새 주연이 칭찬 엄청 많던데?"
"저요????"
"응. 스타일리스트 누구냐고. 옷 엄청 잘입혀서 평생 같이 일하라구~"
"앜.... 진짜요..?"
내가 안믿긴다는듯 현빈을 의심의 눈초리로 째려보자 곧바로 핸드폰을 켜서 자기 팬카페에 들어가 게시글을 보여준다.
'갓빈. 갓스타일리스트. 둘이 평생 협업하세요. 사랑합니다, 스타일리스트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연이 갓스타일리스트~"
"ㅋㅋㅋ아ㅠㅠㅠ 하지마세요ㅠㅠㅠ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 오빠가 잘생겨서 그런거죠, 뭐!"
"주연이가 예쁘게 입혀줘서 그런거지~"
"ㅠㅠㅠ아닙니다...ㅠㅠㅠ"
"나랑 평생 일할거지?"
왘... 그런 얼굴로 그런 스윗한 말을하면 나는 또 혼자 김칫국을 잔뜩 마셔버린다....
"오빠가 저따위랑 계속 해주신다면요....ㅠㅠㅠㅠ"
거의 뭐 울면서 얘기하는데, 현빈이 손을 들어 내 앞머리를 정리해주며 '평생 해야지'하고 말해준다.
-
"다시 일한다면서-"
"네"
"잘됐네"
정말 마지막으로 법원에서 서류에 도장 찍는일을 끝낸 뒤, 같이 차에 탔는데 또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다.
"먼저 가도 돼요?"
"..."
"..그래도, 지나가다 보면 인사정도는.. 해도 되죠?"
"그래."
"밥 잘 챙겨먹고.. 아프지 말구요..! 영화도 잘 될거에요.. ㅎㅎ.. 개봉하면 저도 보러갈게요."
"...응."
이 차에서 내리는 순간, 우리 사이가 정말 끝이 난다 생각하니 괜히 아쉬워 마지막으로 악수라도 하려 손을 뻗으면 하정우도 손을 내밀어 잡더니 깍지를 낀다.
순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그대로 가만히 있으면, 하정우가 깍지 낀 손에 힘을 한번 주었다가 먼저 풀어낸다.
"고마웠어-"
조금이라도 더 있으면 울어버릴 것 같아 얼른 차에서 내린다.
[주연~~]
차에서 내린채로 멍때리고 서있는데, 알림 소리가 들리길래 핸드폰을 꺼내보니 현빈한테서 온 카톡이었다.
답장을 쓰고 있으면 그 사이를 못참고 전화가 걸려온다.
"여보세요!"
-바빠?
"ㅋㅋㅋ오빠 스케줄이 없는데 제가 어떻게 바쁘겠습니까~"
-ㅋㅋㅋㅋㅋ
"무슨 일 있어요?"
-밥 먹었어?
"아직이요!"
같이 밥이나 먹자며 데리러 온다는 현빈을 기다리고 있으면 10분도 안되어 내 앞에 차가 한 대 선다.
하정우 차는 담배냄새로 가득했는데, 현빈 차는 산뜻하면서도 옅은 향수냄새가 베어있다.
"데이트 하고 있었어?"
"네...? 아뇨...!"
"예쁘게 입고 나왔길래 ㅎㅎ"
"아...ㅎㅎ...ㅎ....."
"ㅋㅋㅋㅋㅋㅋ"
"근데 매니저 오빠는 어디가고 오빠 혼자 왔어요?"
"매니저도 오늘은 쉬어야지~"
"아.."
"아? 혹시 쉬는날인데 내가 불러서 짜증났나?"
"아뇨! 아뇨.. ㅋㅋㅋ... 그냥.. 신기해서"
"뭐가?"
"원래 스텝이랑은 이렇게 따로 잘 안다니잖아요...? 근데 그냥.. 밥 먹자 하셔서 ㅎㅎ"
"맨날 보다가 안보니까 보고싶어서~"
"진짜 오빠 여자 여럿 꼬시고 다녔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빠 혹시. 진짜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건데여"
"없어"
"에?"
"여자친구 없다고"
"와.... 어떻게 알았어요?"
"너 눈에 다 써있어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ㅠㅠ 죄송함다...... 그냥 궁금해서.."
"여자친구가 있었으면 여자친구랑 밥먹으러 가겠지?"
"아..!"
-
오늘은 화보촬영을 하는 날이다. 의류 화보라서 갈아입을 옷도 많고, 새벽부터 시작된 촬영에 지쳐가고 있던 중, 잠깐 휴식시간이 생겼고 난 바로 대기실 쇼파에 뻗어버렸다.
현빈 팬들이 커피차를 보내줘서 다른 스텝들은 거기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난 그럴 기운도 남아있지 않다. 잠깐 눈을감고 쉬고 있는데 '주연아' 하고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떠보면 현빈이 음료잔을 건낸다.
"아이스티"
"아이스티요?"
"커피 안좋아한다면서"
"네.."
"아직 애기네"
"아....ㅋㅋㅋㅋ"
흘러가듯 했던말인데 그걸 또 기억하고 아이스티로 골라서 챙겨 온 현빈이다.
저 얼굴에 저 피지컬로 이런 다정함이면 반칙이잖아.....?
짧은 휴식이 끝나고 다시 촬영을 위해 현빈에게 갈아입을 옷을 전달해주고 쇼파에 앉아 멍때리고 있는데 탈의실 안에서 '주연아'하고 부르기에 쪼르르 가 문을 열었다.
"으어!!!!! 죄송해요!!!!!!"
부른 줄 알고 문을 열었는데, 안에는 윗옷을 탈의한 현빈이 서있었다. 또 바로 닫았으면 되는데 잠시 사고회로가 멈춰서 문을 연채로 5초정도는 가만히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그 와중에 상체근육 장난 아니었다.
현빈이 당황해서 들고있던 옷으로 급히 몸을 가리면 그제서야 나도 문을 닫아버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주연이 변태였네"
"아니ㅠㅠㅠㅠㅠㅠ죄송해요ㅠㅠㅠ 진짜ㅠㅠㅠ 부르신건줄 알고ㅠㅠㅠ"
"ㅋㅋㅋㅋ"
왠지 나만 민망한 것 같은 이 상황이 어느정도 정리되고 셔츠를 정리해주는데 괜히 더 민망한거다. 매일 해주던 일인데, 날 내려다보는 눈빛도 괜히 이상하고 목에 내 손이 스치는것도 이상하고.
근데 이게 괜히 내 기분탓은 아닌 것 같다. 왠지 현빈도 평소랑 다르게 내 눈을 더 오래 쳐다보고 있는 것 같은데.. 아닌가.
.
"수고하셨습니다!"
10시간이 넘는 촬영이 끝나고 대기실로 들어왔는데 현빈이 들어오자마자 셔츠를 벗어버린다. 항상 탈의실에 들어가서 혼자 갈아입고 나오던 사람이었는데 왜저러나 싶어 아..? 하고 혼자 눈길을 피한다.
"어차피 주연이가 다 봤는데 가릴게 뭐 있겠어"
"ㅋㅋㅋㅋㅋㅋㅋ..아ㅠㅠㅠㅠㅠㅠㅠ큐ㅠㅠㅠㅠㅠㅠ진짜ㅠ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씻고 나와 침대에 누워서 유튜브를 보고 있는데 카톡이 온다.
[자?] - 현빈 선배님
-아뇨~
[뭐해?]
-방금 씻고 나와서 유튜브 봐요 ㅋㅋ 왜용?
[그냥. 오늘 고생했다구~]
-ㅎㅎ 오빠가 고생하셨죠~!! 푹 쉬세요!!
금방 마무리 될 줄 알았던 카톡은 새벽 2시까지 쓸데없는 말들을 주고받으며 계속 됐다.
-
오늘은 백상 시상식이 있는 날이라 또 정신이 없다. 방송국에 도착해, 차에서 짐을 잔뜩 들고 가는데 신발끈이 풀려버렸다. 근데 두 손 가득 짐을 들고 있어서 다시 묶지도 못하고 계속 걸어가는데 옆에서 가던 현빈이 '아 주연이 칠칠맞아' 하며 바로 무릎을 꿇는다.
내 신발끈을 직접 묶어주며 '누가 스타일리스트야~ 주연이가 연예인이야?'하며 장난을 쳐오기에, 민망해서 '아니에요ㅠㅠㅠㅠㅠ'하자 '주연이가 연예인해~'라며 그 큰 손으로 내 머리를 헝클어버린다.
이번 시상식에는 정말 웬만한 배우들은 다 모이는 자리라, 분명 하정우도 와있을텐데 아직 마주치진 않았다. 정말 다행이라 생각한다.
레드카펫을 무사히 마치고, 시상자로 나가야 하는 부문이 있어 무대 뒤에서 대기를 하고 있다. 센 조명때문에 계속 땀을 흘리는 현빈의 메이크업이 지워질까 휴지로 계속 닦아주고 핸드선풍기를 들고 바람을 쐬어주면, 현빈은 키 때문에 내가 불편할까 다리를 벌려 자세를 낮춰주고 선풍기도 뺏어가 자기가 들고 내쪽으로 향하게 해준다.
무대 뒤쪽은 어두운 편이라 잘 안보이는데, 내가 한발 뒤로 물러서다 살짝 휘청하자 곧바로 팔로 내 허리를 감싸 넘어지지 않도록 잡아준다. 그러면서 둘 사이가 엄청 가까워졌는데도 현빈은 아랑곳않고 '괜찮아?'하며 바로 나를 챙긴다.
"오빠 오늘 진짜 잘생긴 것 같아요!"
"어두워서 얼굴도 잘 안보이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딱 걸렸네"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네'하며 내 이마를 살짝 때리는 현빈에, '왜 때려요!!!!'하며 나도 손을 뻗어 이마를 때리려 하면 현빈은 곧바로 내 손목을 잡고 놔주지 않는다.
이건 반칙이라며 반대손을 올리면 그 손 역시 현빈의 손에 잡혀버린다. 엉겁결에 양손을 들고 벌서는 자세로 현빈에 붙잡혀 니가 먼저 사과해라, 오빠가 먼저 사과해라. 아웅다웅 거리고 있는데, 옆으로 누군가 지나간다.
분명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같이 지낸 시간이 있지 않은가. 누가봐도 하정우였다. 눈이 마주친것도 같은데.. 기분탓인가.
현빈이 무대에 나갈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조금 더 남아서 계속 무대 뒤에 있는데, 하정우도 멀지 않은 곳에 서있다. 그래도 지나가다 보면 인사는 하자고 했는데, 막상 현실이 되니 먼저 인사 할 용기는 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