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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기타 방탄소년단 정해인 변우석 더보이즈 세븐틴
l조회 1530l 3

*
넌 옛날 환웅이야기를 기억하니?
인간이 되고 싶었던 곰과 호랑이는 땅으로 내려온 환웅에게 인간이 될려면 어떻게 하면되냐고 물었었지.
환웅은 그 둘에게 100일간 빛이 들어오지 않는 동굴에 들어가 쑥과 마늘을 먹으면 사람이 된다고 말을 했어.
쑥과 마늘을 받아들고 동굴로 들어간 둘은 열심히 쑥과 마늘을 먹었지.
곰은 여자가 되겠다는 꿈과 호랑이는 남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채.
하지만 중간에 호랑이는 참지 못하고 밖으로 나가버렸어.
근데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할 한가지가 있어.
보통 호랑이가 동굴밖으로 나간 이유가 고기를 먹지 못해서지만 그 속사정은 달랐어.
자신이 남자가 되면 환웅을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이야.
뜬금없이 이게 무슨 소리냐고?
곰이 환웅과 결혼할 수 있었던 이유도 그 중 하나겠지.
왜 하필 그 수많은 남자들 중 결혼을 환웅과 했을까?
땅을 다스리기 위해 바쁜 사람인 환웅이 곰을 찾아갔을까?
아니, 곰이 먼저 환웅을 찾아갔겠지.
즉, 한눈에 반할 만큼 멋있고 아름다운 환웅을 호랑이도 남몰래 마음을 품었다는거야.
자신은 인간이 되면 남자가 되겠다고 했는데, 정작 자신이 마음에 품고있는 사람은 남자니까 얼마나 힘들었겠어.

자, 이제부터 나는 아직 끝나지 않은 환웅이야기를 할려고 해.
곰이 아닌 호랑이의 이야기 궁금하지 않아?
그럼 시작할게.

 

 

 

 

 

 


*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우두두두 바닥으로 비가 쏟아진다.
모두들 형형색색의 우산들로 비를 막으면서 거리를 거닐고 다닌다.
모두 똑같은 일상속에 고전관념으로 둘러쌓인 시선때문에 반짝 빛이나는 빛에도 그저 아무렇지 않게 지나쳐버린다.
비때문에 희미하게 보이는 북한산 한 곳, 분명하게 반짝 빛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우산에 가려 바닥을 쳐다본 채 걸어다닌다.
슬픈 생명하나가 탄생한 줄도 모르고 말이다.

 

 

 

 

 


"아, 오늘 더럽게 비 많이 내리네."

 

 

 

 

 

모두 고개를 숙이고 비를 피하기 위해 우산속에 숨어 다니고 자신의 길을 걷기 바쁠 때 단 유일한 한 남자만이 그틈에 우뚝 서서 우비를 쓴 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얼굴에 빗물이 떨어져 목을 따라 흘러 내림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맞고있던 남자는 기지개를 한번 쭈욱 피고는 빙그르 웃는다.

 

 

 

 

"아 시원해."

 

 

 

 

 

비속을 내달리는 차소리, 사람들의 질척거리는 발소리, 바닥에 수없이도 떨어지는 빗소리에 그의 목소리는 묻혔지만 꽤나 매혹적인 음색이였다.

 

 

 

 

 


"자, 그럼 장사 시작해볼까?"

 

 

 

 

 

남자는 고개를 내려 천천히 발걸음을 때 Close.라는 팻말이 걸려져있는 한 작은 카페에 선다.
그리곤 열쇠로 문 맨위에 있는 열쇠구멍에 꽂아 돌려 문을 연다.
그 안으로 들어가 비에 젖은 우비를 벗어 카운터에 올려놓고는 불을 킨다.
소규모의 카페의 안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꽤나 심플했다.
브라운계통으로 꾸며진 인테리어는 번과 커피가 잘 어울릴만 했다.
남자는 빙그르 웃고는 휴게실로 들어가 캐비닛을 열어 옷을 갈아입는다.
검은색앞치마까지 두른 뒤 밖으로 나온 남자는 대걸레를 집다가 아차하더니 다시 휴게실로 들어가 방금 열었던 캐비닛을 열어 금색의 명찰을 꺼내 가슴쪽에 단다.
그리고 "아자!!"하고 소리를 지르고는 웃는 얼굴로 휴게실을 나간다.
반짝 윤두준이라는 이름이 박힌 명찰이 반짝인다.

 

 

 

 

 

"오, 일찍인데?"

"왔냐?"

"아우, 오늘 왜 이렇게 비가 많이 온다냐?"

"내가 어떻게 알아. 왔으면 빨리 번이나 만들어. 장사 안할꺼냐?"

"해해. 아우 누가 사장님 아니랄까봐."

 

 

 

 

 


파란우산을 접어 우산꽂이에 꽂아놓는 또 다른 남자.
똑같이 휴게실에 들어갔다가 나온다.

 

 

 

 

 

"용준형, 이름표 달아."

"아, 깜빡했다."

 

 

 

 

 

두준의 말에 준형은 휴게실로 들어가 두준과 똑같은 색의 이름표를 가슴에 달고 나온다.
기지개를 쭈욱 피고는 조리실로 들어가버린다.
두준은 대걸레로 바닥을 청소하고는 아직도 Close.라고 적혀있는 팻말을 돌려 Open.으로 바꿔놓는다.

 

 

 

 


" 'peaceful' 오늘도 평화롭습니다."

 

 

 

 

 

그의 작은 카페인 'peaceful'는 오늘도 평화롭게 문을 열었다.
아침이라 사람도 별로 없는 시간에 딸랑하고 종소리가 울린다.

 

 

 

 

 

"나 왔어."

"우와, 바리스타님 늦었음."

"그럴수도있지. 오늘 비오잖아."

"용준형도 왔음."

"헐, 내가 용준형보다 늦다니."

"됐고 빨리 들어가서 옷이나 갈아입어."

"예압."

 

 

 

 


우산을 우산꽂이 집어넣고 가슴에 장현승이라는 이름표를 단 채 나오는 현승은 조리실 안을 빼꼼 들여다본다.
잔득 인상을 쓴 채 빵을 만들고있는 용준형의 모습을 한번 손가락질을 하며 놀려주고는 에스프레소 머신 앞에 선다.
자연스럽게 행주로 주변을 정리하고 필터를 열어 린넨으로 잘 닦아 끼운다.

 

 

 

 

"근데 넌 오늘도 우비냐?"

"어. 왜 또 무슨 태클을 걸려고?"

"아우, 무슨 말만 하면 태클이란다."

 

 

 

 


원두를 꺼내면서 두준의 반응에 혀를 끌끌차는 현승이다.
때마침 딸랑하고 첫손님이 들어온다.

 

 

 

 

 

 

"어서오세요."

 

 

 

 

 


잘생긴 두준의 외모와 틱틱거림이 매력인 현승과 하루종일 조리실에 있어 얼굴보기 힘들어 신비로운 존재로 남아있는 준형덕분에 'peaceful'의 손님의 70%가 여자손님이다.
이번에도 여대생 세명이 들어왔고 두준은 메뉴판을 들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본격적인 일상의 반복이였다.
점심시간이 됐다.
이 시간이 항상 피크였는데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조금 한가한 편이였다.
현승은 탬핑 하는 중 무심코 시선을 문밖으로 뒀는데 비를 쫄딱 맞은 채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 남자의 모습에 악!하고 짧게 소리를 지른다.
덕분에 모두의 시선이 현승에게로 쏠렸고 두준은 무슨 일이냐며 물었다.

 

 

 

 

"저,저기 왠 남자가."

 

 

 

 


현승은 손가락으로 그 남자를 가르켰고 두준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돌아갔다.
두준 역시 놀랐는지 움찔거리다가 우산꽂이에 꽂아져있는 준형이의 우산을 집어들어 밖으로 나갔다.

 

 

 

 


"자, 우산 쓰세요. 비맞으면 감기 걸려요."

 

 

 

 


어디서 이상한 옷을 입은 채 축 쳐져있는 남자 위에 우산을 쓰워주는 두준이다.
하지만 아무런 미동도 없는 남자때문에 두준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아무런 힘없는 팔을 잡아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우산을 다시 우산꽂이에 꽂아놓는다.

 

 

 

 

"건우야 잠시만 수고해줘."

"아, 네."

 

 

 

 


'peaceful'의 아르바이트생 건우에게 부탁을 하고는 휴게실로 들어간다.
의자에 남자를 앉히고는 수건을 꺼내 그에게 내민다.

 

 

 

 

 

"물기 좀 닦아요."

"....."

"하, 저기요."

"....환...웅님...."

"네?"

 

 

 

 


갑자기 뜬금없는 말에 두준은 살짝 인상을 찌푸리고는 남자를 바라본다.
남자는 잔득 가라앉은 목소리로 환웅이라는 말만 반복해서 뱉을 뿐이다.

 

 

 

 


"저기요. 죄송하지만 여기엔 환웅이라는 분 안계세요."

 

 

 

 


조금 특이한 이름에 피식 웃음이 났지만 이렇게 애타게 찾는거보니 웃을 수 가 없어 꾸욱 웃음을 참으면서 간신히 입을 여는 두준이다.
하지만 아랑곳하지않고 환웅을 찾던 남자는 갑자기 두준의 팔을 팍 잡더니 고개를 들어올린다.
그리곤 잔득 물기젖은 눈빛으로 두준을 바라본다.

 

 

 

 

"환웅님."

"...아...저..."

 

 

 

 

 

두준도 당황해 두눈을 동그랗게 뜬 채 바라봤다.
무슨 할 말이 있는 듯 하지만 자꾸 환웅이라는 이름만 말밖으로 내뱉는다.

 

 

 

 

 

"저기, 말을 할 줄 모르시는거에요?"

 

 

 

 

 


두준의 말에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할 줄 아는 말이 환웅이라는 단어밖에 없는건지 자꾸 환웅,환웅 거린다.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우물쭈물거리고 있다가 일단 이대로 냅두면 감기에 걸릴꺼 같아 수건을 남자의 손에 쥐어준다.
하지만 남자는 이게 뭔지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손에 쥐어져있는 수건을 그저 뚫어지게 쳐다보기만 한다.

 

 

 

 

 


"이게...뭔지 몰라요?"

 

 

 

 

 

고개를 들어 두준을 올려다보는 남자는 고개를 끄덕인다.
두준은 한숨을 깊게 내뱉고는 수건을 뺐어 남자의 머리위에 올려 머리를 탈탈 털어준다.

아니,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런 짓까지 하고 있는거야?

그 마음을 아는건지 모르는건지 기분 좋다는 듯이 웃는 남자였다.
어느정도 머리가 마른 것 같아 두준은 수건을 빨래통에 넣고는 남자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남자를 바라본다.
근데 그 순간 쫑긋하고 무언가가 남자의 검은머리 사이로 튀어나왔고 그게 뭔가 싶어 뚫어지게 쳐다보자 어디선가 낯익은 모양세의 물체가 눈에 들어온다.

 

 

 

 


"허,헐"

 

 

 

 


둥그런 귀에 고동색에 검은색 줄무늬.
두준은 두눈을 껌벅껌벅거리면서 지금 자신이 보고있는게 진짠지 가짠지 눈을 비벼도 본다.
그러다가 어느새 등뒤로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는 꼬리로 추정되는 물체에 두준의 입이 자연스럽게 벌어졌다.

 

 

 

 


"이,이게 뭐야."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남자를 위아래도 훑어봤고 빨리 이 곳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나니 두준의 팔을 잡는 남자.

 

 

 

 


"환웅님."

"이,이사람이 뭐,뭐래!!놔요!!"

"환웅님."

"아 미치겠네!!"

 

 

 

 


두준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준형이가 휴게실로 들어왔고 두준이는 잘 됐다 싶어 준형이에게 살려달라는 듯이 팔을 버둥버둥 거린다.

 

 

 

 

 

"뭐하냐?"

"으아아!!이,이 팔 좀 놓게 만들어봐!!안놓아아!!"

"아우, 생쇼를 다해요."

 

 

 

 

 


그러면서 두준의 한쪽팔을  잡아다 팍 잡아 당긴다.
그와 동시에 남자의 손에서 풀려난 두준은 가슴을 쓸어내리고는 남자를 쳐다봤다.
방금까지만 해도 있던 귀와 꼬리가 사라지고 멀쩡한 사람의 형태의 남자가 앉아있다.

방금 내가 본게 호랑이 귀랑 꼬리가 맞는겨 아닌겨?

눈을 껌뻑껌뻑거리다가 숨을 고르고는 남자를 잡아다 일으켜세우고는 준형의 우산을 손에 쥐어주고는 밖으로 내쫒아버린다.

 

 

 

 

 

"안녕히가세요."

"환웅님."

"우산드렸으니까 집에 조심해서 가세요."

 

 

 

 


그리고는 문을 닫아 밖에 서있는 남자를 찌릿 쳐다보고는 깊게 한숨을 내쉰다.
우뚝 선 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으니 말이다.
결국 다시 밖으로 나가 남자의 등을 떠밀었고 남자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천천히 발걸음을 땐다.

 

 

 

 

 

 

"야 손님을 그렇게 내쫒냐?"

"너 못봤어?"

"뭐 이놈아."

"저 사람, 사람이 아니야!!갑자기 귀랑 꼬리가...아우"

"그건 그렇고 내 우산!!"

"아, 몰라 이놈아."

 

 

 

 

 

두준의 말에 준형은 고개를 내저으면서 혀를 끌끌 찬다.
미쳤다고.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와 모든 손님들이 나갈 때 쯤 그들의 일도 모두 끝이났다.
하루종일 비가 오는 탓에 바닥은 엉망이 되어있었다.

 

 

 

 

 

"오늘 당번은 누구?"

"아, 젠장."

"킥킥 그럼 수고!!"

"나 먼저 간다?"

"수고하셨습니다!!두준이형 마지막까지 수고하세요!!"

"야!!!!"

 

 

 

 


준형, 현승, 건우 순으로 말을 주르륵 내뱉고는 두준이 잡기도 전에 밖으로 쏜살같이 사라진다.
 
정없는 놈들.

두준은 대걸레를 집어다 열심히 바닥을 청소하고는 Open.을 Close.로 바꾼 뒤 우비를 뒤지어 쓴 채 밖으로 나와 문을 걸어잡그고는 빙그르 웃는다.
그리고 발을 때 몇번 걷다가 발걸음을 우뚝 멈춘다.
천천히 옆 골목으로 고개를 돌리니 쪼그라 앉아 세워져있는 무릎을 손으로 감싼 채 벽에 기대있는 남자.
두준은 지금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 있다.
분명 저 벽에 세워져있는 우산은 자신이 오늘 그 남자에게 쥐어준 준형의 우산.
그렇다는건 그 남자가 저 남자라는 건데.

 

 

 

 

 

 

"와, 미치겠다."

 

 

 

 

 


하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호랑이 귀와 꼬리에 두준은 침을 꿀꺽 삼키고는 그 남자에게로 다가갔다.
그냥 지나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칠 수 없는 어떠한 끌림에 어쩔 수 없었다.
두 무릎사이에 고개를 묻고있던 남자는 두준의 발자국 소리에 고개를 들어올렸고 두준의 모습에 남자는 빙그르 웃었다.

 

 

 

 

 


"환웅님."

 

 

 

 

 

계속 비를 맞은 건지 온몸이 다 젖어있다.
두준은 머리를 긁적이고는 벽에 기대어 서있는 우산을 집어다 펼쳐 비를 막아준다.

 

 

 

 

 


"집이 어디에요?"

 

 

 

 

 

두준의 말에 남자는 고개를 내젓는다.
두준은 두눈을 감았다 뜨고는 "집이 어딘지 몰라요?"라고 물었고 남자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남자의 반응에 미쳐가는 두준이였다.

 

 

 

 


"하, 일단 일어나봐요."

 

 

 

 

 

그렇게 자신의 집까지 남자를 끌고 온 두준은 자신의 방에 들어가 자기에게 작아진 옷들을 꺼내 속옷과 함께 남자에게 내밀었다.
남자는 멀뚱멀뚱 보고 있다가 일단 받아들더니 어떻게 해야할 줄 몰라 초조하게 발을 동동 구르면서 두준을 힐끔힐끔 눈치를 본다.

 

 

 

 

"하...만세 해보세요."

 

 

 

 

 

두준의 말에 만세라는 단어가 또 뭔지 몰라 멍하니 있다가 두준이 두손을 높게 들어올리면서 자신을 따라하라는 말에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위로 높게 든다.
옷을 벗기자 그의 뽀얀 속살이 들어났고 조금 민망했는지 두준은 헛기침을 두어번 하고는 급하게 그 위에 옷을 입혀줬다.
문제는 하체였다.
상체야 뭐 남자끼리 휙휙 보여줄 수 있어도 하체는 아무리 친한친구도 보여주기 민망한, 그렇지 않은가.
두준은 곰곰히 생각하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푹 내쉬곤 두눈을 질끔 감고 바지를 벗겨 순식간에 속옷과 함께 바지를 입혔다.
그리고는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아서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쉰다.

아이고 내 심장아.

 

 

 

 


"이름이 뭐에요?"

 

 

 

 


어느 정도 진정이 됐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수건으로 남자의 머리를 말려주던 두준은 이름을 물었다.
하지만 남자는 가만히 아무런 대답도 행동도 하지않았다.

 

 

 

 

"이름...없어요?"

 

 

 

 


두준의 말에 남자는 고개를 살짝 틀어 두준을 한번 힐끔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남자의 반응에 저절로 미간이 좁혀진 두준은 "제가 이름 지어줘도 괜찮을까요?"라고 묻자 남자는 방긋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음, 뭐가 좋을까?

그렇게 고민을 하고있던 도중 자신도 모르게 이름 하나가 지나갔다.
빛날 요(曜)자에 불꽃 섭(燮).
불꽃처럼 빛나라는 뜻이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남자를 보자 문득 머리 한곳에 자리잡은 이름이였다.

 

 

 

 

"요섭, 어때요?"

"...오...스..업"

"오섭이 아니라 요섭."

"오..요...스업"

 

 

 

 

 

어눌하게 두준이 한 발음을 따라할려고 노력을 하는 이제 요섭이라는 이름을 갖게된 남자를 보며 두준은 픽하고 짧게 웃음소리르 냈다.

 

 

 

 

"빛날 요자에 불꽃 섭자 괜찮죠?"

"요스업!!요스업!!"

"요스업 말고 요.섭"

"요...섭!!"

"맞아요 요섭."

 

 

 

 

요섭도 맘에 들었는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방방 뛴다.
그때 갑자기 또 무언가가 검은색 머리칼 사이론 나왔고 등 뒤로 살랑살랑 무언가가 움직인다.

 

 

 

 

"으아악!!"

 

 

 

 

그것이 호랑이 귀와 꼬리라는 것을 알게된 두준은 쇼파에 벌러덩 넘어져버렸고 그 모습을 본 요섭은 급하게 손으로 자신의 귀와 꼬리를 가린다.
하지만 이미 두준이 봤는지 자신을 진정시키기라도 하는 듯이 두눈을 감은 채 깊게 숨을 고르고 잇었다.

 

 

 

 

"...진정해 윤두준. 너가 지금 너무 피곤해서 헛게 보이는거야."

 

 

 

 


자신을 진정시키고 요섭을 바라보니 아직도 쫑긋 세워져있는 귀에 두준은 두 눈을 감았다.

엄마, 지금 우리집에 호랑이가 있어요.

 

 

 

 

"자,잠시만요."

"......"

"그거 지,진짜 귀에요?"

 

 

 

 


두준의 말에 요섭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두눈을 감고 있는 두준이기에 요섭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모르기에 슬쩍 두눈을 떴다.

 

 

 

 


"그럼 다,당신이 뭐 호,호...하....호랑이라도 된다 뭐, 그런 소린가?"

 

 

 

 


두준이의 말에 요섭이는 고개를 끄덕이다.
그때 갑자기 요섭의 옆으로 희미한 형체가 생기더니 한 남자가 생겨났다.
두준은 이건 또 뭔가싶어 멍하니 그 남자를 쳐다봤다.

 

 

 

 

"와, 이런 멍청한 놈이 환웅이라니. 너도 참 안됐어."

《환웅님이 뭐가 멍청해!!내 이름도 지어주셨어!!》

"이름? 뭔데?"

《요섭!!빛날 요자에 불꽃 섭!!》

"너랑 너무 안어울리지 않냐?"

《죽어. 너가 아무리 신일지 언정 내가 못 물 줄 알아?》

"이게 은혜를 웬수로 감을려고 하네?"

《뭐뭐!!》

"그렇게 환웅님 보고싶다 보고싶다해서 기회를 줬더니 콱시!!"

《쳇, 치사한 놈》

 

 

 

 


서로를 바라본 채 요섭은 그 남자를 뚫어지게 쳐다만 보고 남자는 말을 하며 손짓을 한다.
그런 둘을 번갈아보던 두준은 이건 또 무슨 상황인가 싶어 멍하니 쳐다만 본다.
뒤늦게 두준이 생각난 남자는 빙그르 웃으면서 가벼운 목례로 인사를 한다.

 

 

 

 

"안녕하십니까?"

"아,네."

"전 손동운이라고 합니다."

"아,네."

"부디 이 불쌍한 영혼에게 다시 한번 더 기회를 주십쇼."

 

 

 

 

그리고는 두준의 앞에 무릎을 꿇는 동운.
갑작스런 행동에 두준의 자리에서 일어나 동운을 일으켜세웠다.

 

 

 

 


"저,저기 갑자기 무슨..."

"어이 호랭이"

《뭐 이 후토(后土)야.》

*후토란-중국 신화에 등장하는 오제 중 한 사람인 염제의 자손. 공공의 아들. 땅의 신이며 명부의 통치자. 손에 끈을 들고 사면팔방을 모두 관리한다네요.

"이게, 내가 그땅을 관리하고 있어서 다행이지 그 땅 관리하고 있지도 않았으면 너 지금 환웅도 못 만나고 있었어."

《아우, 왜 불렀어?》

"저 사람 지가 환웅이라는 걸 모르고 있는거냐?"

 

 

 

 


동운의 말에 두준은 두눈을 동그랗게 뜬 채 동운을 바라봤다.

환웅이라니?혹 지금 내가 생각하는 그 환웅이 맞단 말인가?

두준은 눈을 천천히 감았다 떴다를 반복하며 지금 이게 꿈인지 생신지 구별을 하고 있는 중이다.
꿈이길 바라며 자신의 팔을 꼬집어 봤더니 눈물나게 아픈지 종이장 마냥 구겨지는 두준이 인상.

쓰읍, 아플 줄 알았으면 조금 살살 꼬집는건데.

 

 

 

 


《아마 모르시고계실꺼야.》

"쯧쯧, 불쌍한 호랭이."

 

 

 

 

 

아주 조금은 슬픈 표정을 짓는 요섭이였다.
그 표정을 읽었는지 동운은 혀를 끌끌 차면서 요섭을 위로해줬다.

 

 

 

 

 

《그리고 호랭이라고 그만 불러. 나 이름있어.》

"오냐 오냐 요섭아."

"저기, 말씀 중에 죄송하지만 상황 설명 좀 해주시겠습니까?"

 

 

 

 

 


두준이의 말에 동운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닥에 풀석 주저 앉아선 어디서 나온지 모를 호리병을 바닥에 쾅하고 나둔다.

 

 

 

 

 


"일단 한잔 하십쇼."

"예,예"

 

 

 

 

넙쩍한 접시에 쪼르륵 맑고 투명한 유하주(流霞酒)를 따라 두준에게 건낸다.
두준은 동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 술을 받아 입 안 가득 부어넣었다.
요섭은 그런 둘을 바라보다 쭈뻣쭈뻣 그 둘 사이에 앉았고 살짝 동운의 옷깃을 잡아 당긴다.

 

 

 

 


"안돼."

《왜에..조금만 줘봐. 나도 땅속에 있을 땐 유하주 자주 마셨어.》

"지금은 사람의 모습이잖아."

《그게 뭐, 무슨 문제있어?》

"딱히 없는데 안돼."

《좋은 술을 다 혼자 먹을려고.》

"말 이쁘게 써라. 환웅 유하주 한잔 거하게 하셨다."

 

 

 

 

동운의 말에 요섭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두준을 바라봤다.
꽤나 당혹스러운 눈빛으로 요섭을 쳐다보고 있는 두준에게 슬쩍 말을 걸어본다.

 

 

 

 

《화...환웅님?》

"어!!모,목소리가 들린다."

"유하주란 신선들만 마신다는 아주 좋은 술이지. 그걸 마시면 한낯 호랑이 목소리 하나쯤은 쉽게 들리지."

《한낯이라니!!》

"어허, 말 이쁘게 하래도."

《이씨...》

"자, 그럼 이제 이야기 해드리겠습니다."

"아,네..."

 

 

 

 

갑자기 들려오는 요섭의 목소리에 당황한 듯 하지만 신선이 마신다는 유하주덕분에 정신이 맑아진 느낌에 살짝 입꼬리를 올린다.
그리고 생각보다 이쁜 요섭의 목소리에 한층 더 입꼬리가 올라간다.

 

 

 

 


"환웅이야기를 아십니까?"

"그럼요."

"그 이야기속에서 기억하고 있는 인물이 있습니까?"

"당연하죠. 환웅과 곰 그리고 호랑이요."

"네, 맞습니다, 잘 기억하고계시네요. 자, 그럼 제가 이 얘기를 왜 꺼냈을까요?"

 

 

 

 


동운의 말에 두준은 천천히 두눈을 감았다 떴다를 반복하다가 머리속을 쓰쳐지나가는 장면.
요섭의 머리에 쫑긋 솟아올라와 있는 귀와 살랑살랑 리듬을 타는 것 마냥 좌우로 흔들리는 꼬리.

아, 호랑이.

 

 

 

 

"그럼 요섭이가...호랑이?"

"그렇습니다. 그럼 두준군은 무엇이겠습니까?"

"....ㄱ..곰?"

 

 

 

 

 

두준의 말에 동운은 유하주를 따르던 손이 움찔했고 살살 웃으면서 고개를 내젓고는 "환웅이옵니다."라며 말을 한다.
그말에 두준은 입을 턱하고 벌어졌고 말도 안된다며 소리를 내젓는다.

 

 

 

 


"그럼 제가 곰이랑 결혼을 해요?"

"꼭 과거에 옮매어있지마세요. 항상 미래는 바뀌는 법입니다."

 

 

 

 


동운 자리에서 일어나 요섭을 한번 보고는 두준을 한번 쳐다본다.

 

 

 

 


"이 호랑이가 왜 환웅을 찾아왔겠습니까?"

"......"

"잘 부탁드립니다."

 

 

 

 


동운은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는 모래처럼 쓰르륵 사라졌다.
고요해진 집안에 요섭은 쭈뻣 두준의 눈치를 본다.
꽤나 복잡해보이는 두준의 표정에 요섭은 침을 꿀꺽 삼킨다.

 

 

 

 


《화,환웅님.》

"그러니까 지금 사람이 되고 싶어서 날 찾아왔다고?"

 

 

 

 

 

조금은 차갑고 무뚝뚝한 두준의 말투에 요섭은 고개를 끄덕이기가 미안해졌고 그냥 아무런 행동없이 이름 앙 다문에 바닥을 쳐다만 봤다.

 

 

 

 

 

"하..."

 

 

 

 

깊게도 내려가는 두준의 한숨소리에 요섭은 두눈을 질끔 감았다.
하지만 요섭의 걱정과는 반대로 두준의 크고 따뜻한 손이 요섭의 머리통 위에 턱하고 올려진다.
깜빡깜빡 눈을 감으면서 두준을 쳐다보니 두준은 얕게 미소를 지은 채 요섭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 까짓꺼 속는 셈 치자."

《환웅님...》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요섭씨."

《편하게 불러주세요.》

"아, 그럼 그럴까?"

 

 

 

 


바로 말을 놓는 두준에게 요섭은 더 없이 행복한 미소를 띄웠다.

 

 

 

 

 

"그럼 뭐 어떻게 해야 너가 사람이 되는거야?"

"......"

"말하고 있니?"

 

 

 

 

 


두준의 말에 요섭은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들리지 않는 요섭의 목소리에 두준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유하주의 기운이 다 달았나 보다.
두준은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눈을 때구르르 굴리다가 다시 동운이 나타났으면 하는 바램이 생겼다.

 

 

 

 

 

"아무 말이나 해봐."

"환웅님, 요섭?"

"다른건?"

 

 

 

 

 


두준의 말에 요섭은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덕분에 두준의 고개는 바닥을 톡 떨어졌고 에잇 모르겠다 배도 고픈데 야식이나 시켜먹자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그런 두준을 따라 일어난 요섭은 두준의 뒤를 졸졸 따라간다.

 

 

 

 

 

"왜 이렇게 따라와?"

"....."

"아, 말을 못하는구나."

 

 

 

 

 

저절로 한숨이 푹 내쉬어진다.
전화기를 들어 익숙하게 양념반 후라이드반 치킨을 시키고는 쇼파에 푸욱 주저 앉는다.
그 옆에 따라 푸욱 앉은 요섭은 푸히히하고 웃는다.
왜 웃는냐는 듯이 요섭을 쳐다봐도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는 요섭의 목소리에 두준은 피식하고 웃었다.

언제 한글을 가르쳐서 말을 배우게 하냐?

곧 띵동하고 치킨이 두준의 손으로 넘어왔다.
부엌에 있는 테이블 위에 치킨을 놓고는 요섭을 부르니 요섭은 총총총 뛰어와 두준을 쳐다본다.

호랑이도 이렇게 눈이 반짝이나?

자신을 올려다보는 요섭의 눈에 짧게 감탄을 하고는 의자를 꺼내 요섭에게 앉으라는 말을 하고는 그 맞은편에 앉는다.
잠시 요섭은 가만히 있다가 두준을 한번보고는 두준을 따라 앉는다.
아무래도 어떻게 앉는지 몰랐나보다.

 

 

 

 

 

"이게 치킨이라는거야."

"티키."

"티키 말고 치.킨."

"티.....킹"

"치.킨"

"치....킹"

"닭!"

"닭!!"

"잘했어.닭을 치킨이라고 하는거야."

 

 

 

 

 


두준은 요섭의 손에 후라이드 치킨의 다리하나를 손에 쥐어줬다.
입에 앙하고 문 요섭은 처음 먹어보는 치킨의 맛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 후 한참동안 치킨을 놓지 않았다는 소문이.
야식을 다 먹고 화장실로 요섭을 끌고와 일단 밤이 늦었으니 자야겠다싶어 대충 손에 물을 묻쳐 요섭의 얼굴을 닦아주고 손을 씻겨주고는 수건으로 얼굴을 북북 물질러버린다.

 

 

 

 


"우헙어허버..."

"쉿, 빨리 자고 일어나야지."

 

 

 

 

 

제대로 정신도 차리지 못한 요섭의 팔목을 잡고 끌어다 자신의 방 침대에 눕혀 목끝까지 이불을 끌어다 준다.

 

 

 

 


"푹 자고 내일 보자."

"....."

"이럴 땐 네라고 대답하는거야."

"네."

"그래. 잘했어."

 

 

 

 

 

강아지 한마리 키우는 기분이 든 두준은 빙그르 웃으면서 누워있는 요섭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는 거실로 나간다.
문이 쾅 닫히고 나서야 요섭은 깊게 한숨을 내쉬고는 눈을 감는다.
하지만 영 익숙하지 않은 잠자리에 몸을 뒤척이던 요섭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멍하니 천장만 바라본다.

잠이 안와.

자신에게 다시 기회가 왔다는 것과 환웅인 두준과 함께 있다는게 믿지기 않는 요섭이다.
몇분이나 지났을까, 슬그머니 침대에서 내려와 굳게 닫혀있는 문을 살짝 열어본다.
그 문틈 사이로 보이는 쇼파에 쪼그라 누워 자고 있는 두준의 모습에 요섭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환웅님."

"......"

"환웅님."

"...으음...왜에..."

 

 

 

 

 

총총총 걸어나가 쇼파에 누워있는 두준을 흔들어 깨우는 요섭이다.
힘겹게 눈을 떠 요섭을 바라보는 두준을 잡아 끌어 비몽사몽인 두준이를 침대에 밀어버린다.
포옥 침대에 엎드린 채 떨어진 두준은 그대로 골아떨어졌고 요섭인 빙그르 웃고는 두준이 자신에 게 해준 것처럼 이불을 끌어올릴려고 했으나 두준이 누워버려 이불이 끌어올려지지 않아 옆에 있는 이불을 접어 두준의 등을 덮어주고는 거실로 나가 방금까지 두준이 누워있던 쇼파에 누워버린다.

**
눈을 뜨니 자신의 방에 자고있는 자신의 모습에 어제있었던 일들은 다 꿈인가 싶어 주위를 둘러보는 두준이다.
하지만 일상과 전혀 다를게 없는 풍경에 꿈이라는 걸 깨닫고는 거실로 나오니 꿈이 아니였더라.
쇼파에 쪼그라 앉아 꾸벅꾸벅 졸고있는 요섭이 눈에 들어왔기때문이다.
뒤에서 비춰들어오는 빛이 요섭을 감싸안았고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있던 두준은 괜히 깨웠다간 유리마냥 부서질까봐 살금살금 욕실로 들어가 씻는다.
씻고 나오니 언제 깨어난건지 주위를 휙휙 둘러보고있는 요섭이 눈에 보였다.

 

 

 

 

 

"일어났어?"

"환웅님!!"

 

 

 

 


쫄랭쫄랭 뛰어와 두준의 품에 푹 안기는 요섭.
꽤나 당황한 듯 우물쭈물거리던 두준은 피식 웃고는 요섭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잘잤지?"

 

 

 

 

 

말을 할 수없는 요섭이기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두준을 올려다본다.
두준은 그런 요섭에게 미소를 띄워주고는 밥 먹자며 요섭을 때워놓고는 부엌으로 발을 돌린다.
대충 밥을 다 먹고 요섭을 씻기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왔더니 물에 닿는게 싫은건지 두준의 팔에 매달린 채 찡찡 앓는 소리를 낸다.

 

 

 

 

 


"안돼, 씻어야돼"

"잉잉...."

"아무리 그렇게 찡찡거려도 안돼."

 

 

 

 

 


그래도 죽어도 싫다는 듯이 뻐팅기는 요섭때문에 두준은 깊게 한숨을 내쉬고는 수건에 따뜻한 물을 묻혀 얼굴을 벅벅 물질러준다.
머리는 또 어떻게 감기나 싶어 수건을 손에 쥔 채 고민을 하던 두준은 에라 모르겠다 하루 안 감는다고 죽는것도 아닌데.라며 그냥 요섭을 끌고 거실로 나온다.

 

 

 

 

 

"자, 이거 입어."

 

 

 

 

 


그리곤 자신에게 작아진 청바지와 평범한  검은색 박스티를 요섭에게 건냈고 요섭은 어제의 기억을 다듬어 주섬주섬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걸 또 보고있자니 민망에 두준도 옷을 갈아입기 위해 방으로 쏙 들어가버린다.
평범한 캐주얼복으로 입고 나온 두준은 옷을 똑바로 입은 채 쇼파에 앉아있는 요섭이를 보고 빙그르 웃어보인다.

습득력이 빠른데? 한글도 금방 배우겠어.

 

 

 

 

 


"자, 나가자."

"....."

"어디가냐고?"

 

 

 

 

 


앉아있는 요섭이의 팔목을 잡고 일으켜 세우는 두준이다.
어디가는지 궁금한건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두준을 올려다본다.
요섭의 마음을 읽은건지 두준의 물음에 두준은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일하는 곳."

 

 

 

 

 

 


두준의 말에 요섭은 눈을 때구르르 굴려 무언가를 곰곰히 생각을 하더니 이내 방긋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래도 어제 자신이 서있던, 두준이 나왔던 그 건물을 생각한 듯 싶다.
요섭에게 조금은 큰 자신의 신발을 신겨주고는 밖으로 나왔다.
큰 신발이 불편한건지 조금 걸음걸이가 이상했지만 두준의 가게에 간다는 생각에 신이 났는지 곧 잘 쫄래쫄래 두준을 잘 따라온다.
어린애 같은 요섭의 모습에 혹 길이라도 잃어버릴까봐, 자신을 놓쳐버릴까봐 살짝 걱정이되 요섭의 고사리만한 손을 꽈악 잡는다.

 

 

 

 

 

"잘 따라와."

"ㄴ..네!!"

"말 잘하네."

 

 

 

 

 

 

두준의 말에 요섭은 싱긋 웃으면서 자신의 손을 감싸고 있는 두준의 따뜻한 손을 꽈악 잡는다.
오늘은 왠일인지 먼저 열려있는 가게문에 두준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왠일로 일찍 왔냐?"

"아우, 말도 마. 부부싸움한다고 동네방네 소문내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하루종일 그렇게 싸우냐고. 보이냐? 내 눈밑에 대롱대롱 달려있는 다크서클이. 죽겠어 정말.그건 그렇고 옆에 있는 꼬맹이는 누구?"

 

 

 

 

 

 

입을 크게 찍으면서 크게 하품을 하고는 퀭한 눈밑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면서 입을 놀리던 현승은 두준의 옆에 꼬옥 붙어있는 꼬맹이, 요섭을 발견하곤 언제 피곤했냐는 듯이 눈을 반짝이면서 요섭을 바라본다.
그럴수록 요섭은 두준의 팔에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두준의 등 뒤로 숨어버리기도 했다.

 

 

 

 

 


"무서워하잖아. 얼굴 치워."

"에이에이, 너무 그러지말아. 나처럼 이렇게 멋있는 남자가 어디있다고. 꼬마야 이름이 뭐야?"

 

 

 

 

 

 

두준과 요섭의 앞으로 다가와 살짝 허리를 숙여 두준의 등 뒤에 찰싹 붙어 고개만 간단간단 내밀고 있는 요섭과 눈높이를 맞춘다.
현승의 말에 요섭은 두준을 한번 올려다보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요...요섭."

"음, 성은?"

 

 

 

 

 


현승의 말에 요섭도 두준도 당황한 듯 우물쭈물거리다가 급하게 두준이 "양양, 양요섭이야."라며 말을 했고 현승은 짧게 '아'라고 감탄사를 내뱉고는 허리를 쫘악 핀다.
그리곤 시계를 보면서 "용준형 또 지각. 오기만 해봐 아주 얼굴을 다 갈아버릴테다."라며 이를 부득 간다.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딸랑 종소리와 함께 준형이가 들어왔다.
반갑게 인사하나 싶더니 역시 두준의 옆에 찰싹 붙어있는 요섭일 보고 반갑게 인사는 커녕 소리를 꽥 지르고 만다.
그렇게 시끄러웠는지 현승인 두 귀를 손으로 막았고 두준은 잔득 인상을 쓴 채 왜 오자마자 소리를 지르냐며 타박아닌 타박을 했다.

 

 

 

 

 

 


"윤두준이 여자에 관심없다는 건 알고있었지만 이런 취향일 줄이야."

"상상은 자유라지만 너무 한다?"

"괜찮아. 그렇게 숨길 필요없어. 난 다 이해해주마."

"아우, 저 미."

 

 

 

 

 

 

두준의 말은 싸그리 씹어버리고 자기 할 말을 하는 준형이를 향해 미이라며 욕을 씹어주는 착한 현승이가 있었다.
그런 셋을 바라보던 요섭은 어째서인지 현승이 했던 미이라는 단어를 입을 오물오물 거리며 따라하더니 습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근데 어쩌자고 여기에 데리고 온거야?"

 

 

 

 

 

 


현승인 이제 귀찮다는 듯이 눈을 비비면서 머신 앞에 섰고 준형도 옷을 갈아입고 나와 궁금하다는 듯이 두준을 바라본다.
일을 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냥 의자 하나를 끌고 와 카운터 옆에 나두고는 요섭일 의자에 앉힌다.

 

 

 

 

 

 

"여기에 가만히 앉아있어야해 알았지?"

"(끄덕끄덕)"

"그래그래. 절때 뭐 만지거나 건들이면 안돼."

"(끄덕끄덕)"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는 요섭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휴게실 안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왔는다.
근데 이건 또 무슨 상황인지 유리를 통해 의자에 앉아 발장난을 치고있는 요섭을 쳐다보고있는 대규모의 여대생들.
현승도 준형도 당황했는지 급하게 블라인드를 내려 가려버린다.

 

 

 

 

 

"아우, 대박. 야, 윤두준 얘 서빙 시켜라."

"맞아. 요섭이 서빙시키면 우리 카페 폭발할거야."

"미쳤냐?"

 

 

 

 


현승이랑 준형이 주변에 와서 알짱거리던 말던 자신의 발에 집중을 하던 요섭은 뒤에서 들려오는 두준의 목소리에 휙 고개를 들어 눈을 반달로 접어 빙그르 웃는다.
두준은 와이셔츠의 소매 단추를 풀면서 요섭에게로 다가갔다.

 

 

 

 


"그래도 얘 인기 짱이야."

"인기 짱이던 뭐던간에 안돼."

"왜?이유라도 되보지요?"

 

 

 

 


얘는 호랑이라서 안돼.

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자꾸 추궁해오는 둘때문에 진땀을 빼는 두준이다.
더군다가 아직 말도 제대로 못하는데 어떻게 하라는 건가?
현승은 슬쩍 미소를 띄우고는 의자에 앉아있는 요섭이와의 눈높이를 맞춰 허리를 숙이고는 "여기서 일해볼래?"라고 물었고 요섭은 눈을 깜빡깜빡거리다가 두준을 쳐다본다.

 

 

 

 

 

"윤두준 보지말고, 그냥 니 생각을 말해봐."

"......"

"응?"

 

 

 

 


현승의 말에 요섭은 자리에서 일어나 쪼르르 두준의 옆으로 가 두준의 팔을 감싸안는다.
그 모습에 현승은 어이없다는 듯이 허하고 짧게 웃음소리를 냈고 두준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요섭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강요시키지마."

"내가 언제 강요시켰다고 그래?"

"방금. 됐고 빨리 준비해. 밖에 손님들 기다리잖아."

"에잇, 알았다고."

 

 

 

 

 


조리실로 들어갈려는 준형에게 "준형아, 딸기 무스케익하나만 만들어줘."라며 소리를 쳤고 준형은 귀찮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현승이에게는 "라떼부탁" 이라며 아주 짧게 말을 한다.

 

 

 

 

 

"윤두준 개쓰레기. 나한테는 왜 그렇게 짧게 말을 하는건데?"

"너라서."

"죽어."

"너보다 빨리 죽도록 노력은 해보겠지만 지금 죽진 않을게."

 

 

 

 

 

 

두준의 말에 현승은 입주변에 욕을 씹고는 이리저리 분주히 움직인다.
두준은 급하게 대걸레로 바닥을 닦고 테이블을 닦아내고는 팻말을 바꿔낀다.
그 순간 딸랑하는 소리와 함께 여대생들이 들어섰고 두준은 빙그르 웃으면서 그녀들을 맞이했다.
그 모습을 보고있던 요섭은 살짝 볼에 바람을 불어놓고는 주문을 받고있는 두준을 바라본다.

 

 

 

 

 


"지금 케익이 준비되지 않아서요."

"그럼 카페오레 두개랑요, 카페모카 하나랑 아메리카노 하나요."

"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두준은 빙긋 웃고는 뽑아져나오는 영수증을 끊어 여성에게 주고 주문내역은 현승과 준형의 작업실 사이에 꽂아놓았다.
그걸 익숙하게 빼내 주문내용을 보고는 자연스럽게 머신을 만지기시작한다.
그때 준형이 손에 딸기 무스케익은 들고 나왔거 두준은 빙그르 웃고는 포크와 함께 케익을 집어다 요섭에게 내밀었다.

 

 

 

 

 


"먹어."

"....."

"맛있어. 용준형이 생긴건 저래도 빵이나 케익같은건 더럽게 잘 만들거든."

 

 

 

 

 

요섭을 안심시킨다고 말을 한건데 전혀 미동조차하지 않는 요섭을 보던 두준은 이내 포크 사용법을 모르는걸 알아차리고는 자신이 포크를 집어다 매끄럽게 케익을 잘라 요섭이에게 "아"라고 말을 했고 요섭은 입을 아-하고 벌렸다.
그리고 그 입에 케익을 넣어준다.

 

 

 

 

 

"맛있지?"

"(끄덕끄덕)"

"자, 이제 너가 먹어봐."

 

 

 

 

 

 


고사리만한 요섭의 손에 포크를 쥐어주니 요섭은 어색하게 꼼지락꼼지락 손가락을 움직이더니 자기의 손에 편하게 손가락을 쥔다.
하늘을 향해 삼지창을 세워 쥐고는 케익 맨위에 탐스럽게 뉘어져있는 딸기를 꾸욱 눌러 입에 앙-하고 문다.
어린애마냥 포크를 집는것도 모자라서 맛있다는 듯이 보조개가 쏘옥 들어가게 웃는다.

 

 

 

 

 

 

"그렇게 잡는거 아니야."

 

 

 

 

 

 


요섭의 손에서 포크를 뺏어들고는 똑바로 포크를 집어주니 또 손가락을 꼼지락 꼼지락거리다가 자기 손에 불편한건지 금세 돌려 하늘을 향해 잡는다.
그 모습에 두준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허리에 손을 턱 올려 피식하고 웃는다.
그리고는 부드럽게 요섭의 까만머리카락 사이사이를 헤집고 다닌다.

 

 

 

 

 


"그래. 니 마음대로 해라."

 

 

 

 

 


곧 주문한 커피가 나왔고 두준은 자연스럽게 쟁반을 들어 자리잡고 수다를 떨고있는 그녀들에게 다가가 친히 잔들을 그녀들 앞에 하나씩 놓고는 돌아온다.
*
점심시간이 지나고 해가 질 무렵 가만히 앉아있던게 심심했던건지 꾸벅꾸벅 졸고있는 요섭이다.
그 모습은 현승은 귀엽다는 듯이 엄마미소를 띄운 채 요섭을 바라보고 있었고 요섭을 위해 쉬폰을 만들고 갖다주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준형과 그의 어깨위에 조심스럽게 갈색의 담요를 덮어주는 두준이 있었다.

 

 

 

 

 

"아아, 완전 귀여워!!!사진 찍어둬야지!!"

"쉬잇!!장현승 조용히 해."

"에잇, 생긴거랑 다르게 귀여운건 좋아해서."

"시끄러워."

 

 

 

 

 


한가한 타임인지라 테이블을 닦고 온 건우도 꾸벅꾸벅 졸고있는 요섭을 쳐다본다.

 

 

 

 

 

 

"근데 요섭씨는 나이가 어떻게 되요?"

"아, 그러고보니 아직 모르네."

"뭐어?"

"왜?모를 수도 있지."

"매정한 놈. 그럼 어디에 사는데?"

"아, 나랑 같이 살아."

 

 

 

 

 

 


두준의 말에 현승은 입을 살짝 벌린 채 두준을 바라봤고 준형은 그저 아무것도 모른 채 꾸벅꾸벅 고개숙여 자고 있는 요섭을 안타깝게 바라봤고 건우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런 반응들에 두준은 자기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 싶어 그들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왜 그렇게 보는건데?"

"요섭이가 안타까워서."

"어째서?"

"그냥 왠지 그래."

 

 

 

 

 

 


그말을 남긴 채 현승을 유유히 사라졌고 준형고 따라 사라졌다.
그게 무슨 말인지 몰라 건우를 바라보니 건우는 어색하게 미소를 띄우고는 달아나듯이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아씨, 저놈들이 뭐라고 하는거야.

그 순간 덥썩 무언가가 자신의 손을 잡는 듯한 느낌에 시선을 밑으로 내리니 언제 일어난건지 북북 한손으로 눈을 비비며 자신의 손을 잡고있는 요섭이 눈에 들어왔다.
왠지 자신들이 깨운 듯한 기분에 두준은 미안하게 웃어보였고 곧 요섭은 빙그르 웃으면서 두준을 올려다봤다.
방금 자고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초롱초롱한 눈동자에 자신도 모르게 짧은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잘잤어?"

"(끄덕끄덕)"

 

 

 

 

 

 

무슨 말을 해야겠는데 말을 하지 못하는 요섭덕분에 두준은 끙 고민을 하다가 자신의 허리에 둘러져있는 앞치마를 풀어 카운터에 올려놓고는 "나 먼저 갈게, 마무리 잘해줘!!"라고 크게 외치고는 요섭의 손목을 잡고 밖으로 나간다.
뒤로 현승이 애타게 두준을 부르는 목소리가 울러퍼졌음에도 불구하고 두준은 그 말을 잘근잘근 씹어먹고는 거리를 거닌다.
어느 새 해는 뉘엇뉘엇 잠겨 노을이 멋지게 퍼져 세상을 덮고있었다.

 

 

 

 

 


"오늘부터 한글공부다."

"....."

"알았지?"

 

 

 

 

 

 

두준의 말에 요섭은 싫은 표정 가득이지만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여본다.
그들이 들어선 서점엔 꽤나 사람들이 바글바글 거렸고 그들 틈을 지나쳐 아무렇지 않게 아동 한글 학습지를 집어든다.
눈치보일만한데도 요섭이에게 이게 괜찮니 저게 괜찮니 의견을 물으면서 꼼꼼히도 고른다.

 

 

 

 

 

 

"아우씨, 몰라 다 사자."

 

 

 

 

 

 


다 괜찮다고 고개만 끄덕이는 요섭의 반응때문에 두준은 에라잇 모르겠다 3세용 부터 7세용까지 모두 하나씩 뽑아들어 구입을 하곤 밖으로 나온다.
곧장 집으로 달려온 둘은 첫 시작은 3세용으로 시작했다.
귀엽게 노랑색 병아리가 그려져있는 그림을 넘기자 손바닥만한 크기의 글자따라쓰기 칸이 나왔다.
아주 크게 '가'라는 글자가 쓰여져있었고 두준은 자신의 방에서 연필을 집어다 요섭의 손에 쥐어줬다.

 

 

 

 

 


"따라쓰는거야. 이걸 '가'라고 읽어. 따라해봐."

"가"

"잘했어."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요섭은 자신이 잘하면 두준이 칭찬을 해준다는 것을 깨닫고는 두준이 설명해주는 것과 따라쓰기를 열심히 따라했고 그만큼 두준의 칭찬도 많이 들었다.

 

 

 

 

 


"자, 오늘은 그만하고 자자."

 

 

 

 

 


단지 입밖으로 어떻게 소리내어 말을 하는건지 머리로는 모든 문장은 만들어서 말하지만 입 밖으로 내뱉을때 어떻게 만들어서 내야할지 몰라 말을 못하던 요섭인지라 금방금방 3,4,5세용은 금방 끝을 냈다.
6세용부터는 단어가 나오는데 그것 역시 이젠 마스터 단계에 이르렀다.

 

 

 

 

 

 


"요섭아. 이게 뭐라고?"

"트레비전"

"트레비전이 아니라 텔레비전."

"ㅌ,텔레비전!"

"그럼 이건?"

"문!"

"잘했어. 그럼 이건?"

"칫솔."

"옳지, 자 아."

"아-"

 

 

 

 

 


이것저것 복습차원으로 손가락으로 사물들을 가르키며 요섭을 화장실로 유인했다고 칫솔에 치약을 찌익 짜 아-하고 입을 벌리고있는 요섭의 입에 넣어 손수 칫솔질을 해준다.
그리고는 자신을 따라하라는 듯이 컵에 물을 받아 입을 헹구고는 세면대에 뱉어낸다.
요섭은 빤히 쳐다보고있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똑같이 컵에 물을 받고는 입에 넣어 헹구고는 세면대에 푸하-하고 뱉어낸다.
그 모습이 귀여워 푸하하-하고 웃고는 한번 더 라고 외치니 요섭은 또 입을 헹궈 뱉어냈다.
그 행동을 두어번 반복 후 떡진 요섭의 머리를 감겨주기 위해 요섭을 끌어당겼다.

 

 

 

 

 

 

"자, 이제 머리감자."

"....실..실어요."

"뭐?"

"시,시러요!!미..놈아!"

 

 

 

 

 


싫어요라는 말에 감동받아 다시 한번 더 물었더니 뒤따라 들려오는 미이라는 단어에 두준의 인상은 구겨졌다.
어디서 저런 말을 배웠지라는 생각에 곰곰히 생각하고 나니 그 생각의 끝은 현승이에게로 다달았고 욕을 곱씹으면서 내일 두고보자는 식으로 아랫입술을 잘근 씹었다.

 

 

 

 

 

 


"미이라는 말은 나쁜말이야."

"나..픈말."

"응. 나쁜말 그래서 사용하면 이제 내가 요섭이 혼낼꺼야."

"혼...내?"

"응. 혼낼꺼야 그러니까 그런말 쓰지마 알았지?"

 

 

 

 

 


두준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잔득 움츠러들어선 고개를 끄덕이는 요섭의 표정이 너무 귀여워 방긋 웃어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금세 빙그르 웃어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샤워기를 틀고는 요섭에게 "그래도 방금 못됐말 썼으니까 혼나야지?"라며 샤워기를 들고있는 손을 살짝 흔들어보인다.
요섭은 기겁을 하면 도망갈려고 했지만 혼냈다고 말했기에 금세 또 풀이 죽어 순순히 허리를 숙인다.

 

 

 

 

 


"시원하지?"

 

 

 

 

 

 

머리를 감기고 나와 요섭의 머리를 말려주면서 한 소리다.
자신의 머리에서 두준과 똑같은 향이 올라와서 그런지 입고리가 귀에 걸릴 정도로 해맑게 웃은 상태로 열심히 고개를 끄덕인다.
드라이기로 대충 물기만 말린 뒤 요섭을 이끌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침대 눕힌다.

 

 

 

 

 

 

"이제 자자."

"...."

"그래야지 내일 개운하게 일어나지."

 

 

 

 

 

 

또 다시 뒤돌아 나갈려는 두준의 옷깃을 잡아세우는 요섭.
두준은 뭐 말할꺼 있냐는 듯이 요섭을 보니 요섭은 잔득 인상을 쓴 채 입술을 오물오물거린다.

 

 

 

 

 

 

"



 
독자1
재밋어요ㅋㅋㅋㅋㅋ나만그런가?
13년 전
독자2
재밋어요ㅎㅎ
13년 전
독자3
조카재밌다.와....대박언니더써줘빨리
13년 전
독자4
헐진짜레알재밌는둡ㅋㅋ
13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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