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과 다정 그 사이
by. 워커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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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오늘..!"
"전참시?"
"네!!! 볼거에요?"
"ㅋㅋㅋ너는 볼거야?"
"당연히 봐야죠!"
마침 오늘은 얼마전에 촬영한 전참시 방송날이었고, 갑자기 생각난 내가 붙잡은 손을 콩콩 때리며 신나서 말하자 오빠도 웃으며 받아준다.
"같이 볼까?"
.
결국 같이 현빈 집에 들어와서 프로그램이 시작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얼마 안남아서 광고를 보고 있는데 하필이면 하정우 영화 광고가 나온다.
둘 다 아무말 안했지만 왠지 어색하고 민망한 기분에 허헣-하고 웃자, 현빈도 날 쳐다보며 웃는다.
"보고싶어?"
"네????? 아뇨!!!"
"ㅋㅋㅋㅋㅋ"
하정우에게 개봉하면 보러간다고는 했지만 사실 아직 마주 할 자신은 없다. 촬영을 한 2년전부터 했으니까, 바로 옆에서 다 지켜봐서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알지만.. 그래도 영화를 볼 자신은 없다.
"아직은 못보겠어요.. ㅎㅎ"
"영화보는거 좋아해?"
"음... 사실 영화는 잘 안봐요!"
"왜?"
"그냥.. 드라마나 예능은 많이보는데 영화는 잘.."
"내가 나온것도?"
"...ㅎㅎ..ㅎㅎㅎ"
"와~ 서운해.."
"그래도 드라마는 봤어요!!!!"
"됐네요"
"ㅋㅋㅋㅋㅋ큐ㅠㅠㅠ 이제 보면 되죠 ..ㅎㅎ"
별것도 아닌걸로 투닥거리는 사이 프로그램이 시작했고, 그럼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둘이 손을 붙잡고 tv에 집중한다.
오빠 분량은 길지 않아서 순식간에 끝나버렸고 마지막으로 인터뷰 영상만 남아있다. 아... 저거 나도 했는데......
먼저 매니저오빠의 영상편지가 지나가고 다음은 내가 나온다. 현빈이 볼거라 생각은 했지만, 내 옆에서 볼거란 생각은 안해봤는데.. 너무 민망해서 아악!!!!! 하고 현빈 눈을 가려버리자, 자기 손으로 쉽게 치워낸다.
"ㅋㅋㅋㅋㅋㅋㅋ왜"
"아ㅠㅠㅠㅠㅠ부끄럽단 말이에요ㅠㅠㅠㅠㅠㅠ"
"왜? 사랑고백이라도 했어? ㅋㅋㅋㅋㅋ"
"아뇨ㅠㅠㅠㅠ아 그냥 ㅠㅠㅠ아ㅠㅠㅠㅠ"
울었단 말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결국 내 영상이 나오기 시작했고 난 아.... 하고 테이블로 고개를 숙여버린다.
'어.... 제가 몇년만에 일을 시작하는거라 되게 걱정도되고 긴장도 했었는데.. 그게 무색할만큼..! 오빠가 잘해주셔서..ㅎㅎ..어....'
별로 말한것도 없는데 혼자 울컥한 장면이겠지..? ㅋ........ 너무 창피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어... 그냥 다 감사해요!! ㅎㅎ... 그리고 팬분들도...어.... 스타일 잘한다고 칭찬을 많이들 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구.... 음...'
그때, pd가 현빈한테도 한마디 하라고 얘기했다.
'오빠..! 킇ㅎ... 항상 잘 챙겨주셔서 감사하고.. 오빠가 챙겨주시는것만큼! 저도.. 잘해볼게요..킇.... 엏... 감사합니다.... 사...사랑해여.....'
진짜 1시간 같던 내 영상이 드디어 끝나자, 현빈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며 계속 웃는다.
"왜 웃어요ㅠㅠㅠㅠ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ㅠㅠ"
"귀여워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울었어?"
"아ㅠㅠㅠㅠㅠㅠㅠ안울었어요ㅠㅠㅠ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끝난줄 알았는데 이어서 현빈의 영상이 나온다.
역시 연예인답게 술술 말도 잘한다. 오~하며 보고 있다가 마지막에 '스타일리스트에게 한마디'라는 자막이 나오기에 집중한다.
'우리 주연이..! 스케줄이 많아서 힘들텐데 늘 밝게 지내줘서 너무 고맙고~ 예쁘게 스타일링 해줘서 고맙고~ 그냥 같이 다니면 힘이 되는것 같아서 너무 고마워 ㅎㅎ
그동안 많이 힘들었을텐데 앞으로 나랑 쭉~ 일하면서 서로 잘 됐으면 좋겠다 ㅎㅎ 우리 스타일리스트! 늘 고맙고 사랑합니다 ㅎㅎ'
와.. 그냥 고맙다고 인터뷰 하는건데 저렇게 스윗할 일인가... ㅋㅋ...
괜히 얼굴이 빨개지는 것 같은 기분에 현빈을 쳐다보면 같이 날 쳐다본다.
"감동받았어?"
"ㅎㅎ.. 조금..?"
"ㅋㅋㅋㅋ"
.. 이 방송이 서로한테 사랑 고백하는 방송이었나..?
서로 눈 맞아서 키스를 하고 난 후,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 이런 어색한 분위기가 싫어 내가 먼저 방송 반응 좋은지 같이 보자며 핸드폰을 켠다.
둘이 머리를 맞대고 먼저 현빈 팬카페에 들어가보면, 역시나 난리가 났다. 일상을 잘 보여주지 않는 현빈이기에 난리가 났지만, 그보다 더 뜨거운건 역시나 마지막 인터뷰 영상이었다.
누가 스타일리스트한테 저렇게 스윗하게 얘기하냐며 둘이 좋아하냐고 난리가 났다. 괜히 민망해서 핸드폰을 빨리 내리자, 현빈이 천천히 좀 보라며 잔소리를 한다.
다행히 방송에 대한 반응이 다 좋아서 뿌듯하게 보고 있는데, 갑자기 하정우한테 전화가 온다.
나도 너무 놀랐지만, 이젠 현빈의 눈치부터 살피게 된다. 나랑 똑같이 갑자기 말이 없어진 현빈을 쳐다보자,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그러더니, '받아봐'하고 말하기에 눈치는 보이지만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어디야
"...왜요..?"
-....
"..."
-...
아무말도 안하기에 그냥 전화했나 싶어, 끊으려는 찰나에 목소리가 들린다.
-보고싶어.
...바로 옆에 있으니까 현빈도 들었겠지?
"...끊을게요"
-잠깐만 보면 안돼?
"..."
-진짜 잠깐만. 죽을 것 같아서 그래
"......"
내가 아무말도 안하자, 또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였는지 '집으로 갈게'하며 막무가내로 전화를 끊어버린다.
"...."
"..."
"연락 하지 말라 그랬다면서"
"....."
내가 잘못한건 하나도 없는데 왠지 눈치를 보게 된다. 더 웃긴건 그러면서도 하정우가 걱정된다. 평소에 이런 표현을 한적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끊어내야 하는 건 알면서도 걱정되는건 어쩔수 없나보다.
"안가면 안돼?"
"...."
"가고싶어?"
"..잠깐만 갔다올게요.. 진짜 잠깐만.."
"..."
"......"
"..같이 갈까."
현빈도 나름 최선을 다해 배려하고 있다는 거 나도 잘 안다. 그치만,
"아뇨. 그냥 혼자 갈래요"
".... 그래."
결국 집에서 옷을챙겨 혼자 나온다. 택시를 타고 집에 도착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하정우가 비밀번호를 치고 들어온다. 술에 찌들어서 .
"..."
"...연락하면 안되는거 아는데."
"..."
"아는데.. 그냥. 그냥 지금 안보면 죽을 것 같아서-"
진짜 너무너무 미운데. 또 너무 안쓰러워 보이는. 나도 모르는 감정들에 이끌려 결국 내가 먼저 다가가, 하정우를 안아버린다.
"그냥요, 나는 없었던 사람인 것 처럼. 그렇게 살면 되잖아요"
"..."
"어차피 우리는 다시 만날수도 없구."
"왜?"
"네?"
"..."
"...."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냥 입을 다물었다.
술에 취한 사람을 또 바로 내쫓기가 미안해서 한숨 자고 가라 한 후, 내가 집을 나와버렸다. 현관문을 나서자마자 현빈에게 전화를 건다.
-...
"..."
분명 연결음이 끊기고 전화를 받았는데 아무말 않는 현빈에 나도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한다.
"...어디에요..?"
-집 앞
"집 앞..? 왜요?"
-나도 너 보고싶어서
1층으로 내려가 밖으로 나가면 멀지 않은 곳에 현빈의 차가 서있다.
조수석 문을 열고 타도 현빈은 날 쳐다보지 않는다. 나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가만히 있는다.
한 10분정도 그렇게 아무말도 없이 있었을까, 이번에도 현빈이 먼저 손을 내민다. 대신, 이번엔 붙잡지 않고 손바닥을 펼쳐보이기에 내 손을 올려 붙잡는다.
그렇게 손을 붙잡고 있는것도 한참이 흘렀을까. '내가 너무 급했나-'하고 말을 걸어온다.
"아직 정리 안된건 당연한거잖아."
"...죄송해요..."
"뭐가 죄송해~"
"..화난거 아니에요?"
"내가 화가 왜 나?"
"..."
"뭐, 서운하긴 했는데. 생각해보니까 내가 너무 내생각만 한 것 같아서."
"..ㅠㅠㅠ"
충분히 기분 나빴을텐데 이번에도 내 생각을 먼저 해주는 현빈에 울컥해버렸다.
갑자기 아무말도 안하는 날 쳐다보다, 눈물이 그렁그렁한걸 발견한 현빈이 'ㅋㅋㅋㅋㅋ또 울어'하며 놀린다.
"ㅠㅠㅠㅠㅠㅠ아니ㅠㅠㅠㅠㅠ저는 ㅠㅠ오빠ㅠㅠ화난줄알고ㅠㅠㅠ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제 대놓고 우는 날 구경하며 웃는 현빈이다.
"울보네 ㅋㅋㅋㅋㅋㅋ"
"....아니이.... 오빠가..ㅠㅠㅠ"
"내가 뭐 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손으로 내 눈물을 닦아준 현빈이 다시 손을 잡아온다.
"하나만 물어봐도 돼?"
"...네.."
"나 좋아해?"
..좋아하는건 맞는데, 돌직구로 물어오는 현빈에 당황해서 훌쩍거리고만 있자 '안좋아하나-'하고 손을 놓으려 하기에 급하게 '좋아해요..!'하고 답한다.
"됐어, 그럼"
"...뭐가요?"
"천천히 정리 해. 기다릴게"
"..."
"방금 진짜 멋있었다. 그치 ㅎㅎ"
"ㅋ...."
"울지말고."
"웃은건데요"
"까불지말고"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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