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과 다정 그 사이
by. 워커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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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얼마전에 섭외된 뮤직비디오 촬영이 있는 날이다. 대충 콘티를 봤는데, 아주 키스신에 베드신에 난리가 났다. 그러고나서 액션씬까지도.
아무래도 힘든 촬영이 예상된다.
촬영장에 도착해 옷을 갈아입고 나온 현빈 옷 매무새를 정리해주는데 둘 다 괜히 어색한게 다 오늘 촬영때문이다.
"밥은 먹고 왔어?"
"네! 오빠는요?"
"난 키스신 있어서 안먹었는데 ㅎㅎ"
"?"
다른 사람들한테는 들키지않게 살짝 입술을 깨물고 위로 올려보자, '장난 ㅎㅎ' 하며 웃어보이는 현빈이다.
"좋으시겠네요"
"ㅋㅋㅋㅋ"
"뭘 웃어요ㅡㅡ"
"왜 화가 잔뜩 났어? 키스신 때문에?"
"아닌데요"
"베드신도 있던데"
"좋~으시겠어요"
"주연이랑도 안누워봤는ㄷ"
하다하다 누가 들을까 겁나는 장난까지 치는 현빈의 배를 살짝 주먹으로 때리자 '억'하고 살짝 뒤로 떨어진다.
"슛 들어갈게요~~"
감독님의 싸인에 촬영이 시작되고, 뭐 순조롭게 진행 되는 것 같다. 별다른 ng없이 쭉쭉 찍고 드디어 키스신 차례가 와버렸다.
새로 슛 들어가기전에 메이크업을 수정해주는데 계속 얄밉게 립밤 많이 발라달라는 현빈이 얄미워 손가락으로 살짝 꼬집어준다.
프로답게 '일은 일이다.' 생각하려 해도, 멘탈을 잡는게 쉽진 않다. 내 남자친구가 다른사람이랑 키스하는걸 눈앞에서 봐야한다니........
나와는 달리 현빈은 프로답게 키스신도 한번에 끝내버렸다. 그나마 다행인건가? 아주 한번에 제대로 해버리던데.
산 넘어 산이라던가.... 키스신이 끝나고 또 순조롭게 진행되는 촬영으로 순식간에 베드신만 남았다.
뭐, 진~한 베드신은 아니지만 현빈은 상의를 다 벗은채로 여자랑 끌어안고 누워있는다니ㅡㅡ 정말이지 억장이 무너진다.
슛 들어가기 전 막간의 시간을 이용해 몸 좋게 나와야 한다며 푸쉬업을 하고 있는 현빈이 너무 밉다.
촬영 직전에, 현빈이 입고있던 셔츠를 벗으면 주변 스텝들이 모두 몸을 보고 '오~'하며 감탄을 한다. 현빈은 부끄러운듯 '앟..'하고 말지만, 난 속으로 내심 뿌듯하다. 내거니까 ㅎㅎㅎ
걱정했던것보단 빨리 촬영이 끝났고, 이 씬을 마지막으로 이제 액션씬만 남겨두고 있다. 일단, 식사하고 다시 시작하자는 감독님의 말에 모두 대기실로 돌아간다.
그러면 난 재빨리 옷을 챙겨 현빈에게 간다.
현빈은 다음장면이 액션씬이라 부담되는건지, 밥도 거른채 액션 연습에 한창이다.
감독님이 위험한 장면은 대역을 쓰자했는데 전부 다 자기가 하고싶다며 고난이도 액션까지 연습중이다. 그러다 밥을 다먹고 주위에 서성거리는 날 발견한 현빈이 아무도 모르게 날 끌고 차 쪽으로 간다.
영문을 모른채 ㅇ_ㅇ? 하고 현빈을 쳐다보면 차문을 열고 그대로 날 밀어넣고 자기도 차에 타 옆자리에 앉는다.
"왜요???"
"쉬는시간이잖아~"
"누가 보면 어떡해요"
"이상할건 없지않나? 그냥 차에 있는건데"
"...그래도.."
계속 누구한테 걸리면 어떡하나, 불안해하는 날 보던 현빈이 다가와 짧게나마 입을 맞춘다.
짧게 입을 맞춘 현빈이 '서운한것 같아서-'하고 말하기에 나는 들킨게 너무 부끄러워 '아니거든요!!!!!!'하고 큰소리를 낸다.
"아까보니까 입이 저~~~~~기 까지 나와있던데"
"저도 프로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날 뭘로 보는건지 모르겠는데!!!! 저도 다 이해하거든요?"
"그럼 베드신 더 찍자 할까?"
"ㅡㅡ"
"ㅋㅋㅋㅋㅋㅋㅋ"
"그거랑은 말이 다르죠"
"왜?"
"몰라요ㅡㅡ"
"ㅋㅋㅋㅋ내심 서운했으면서"
"아, 아니거든요"
"알았어. 그럼 방금은 그냥 내가 하고싶어서 한걸로 해 ㅎㅎ"
"아!!!!!!"
"ㅋㅋㅋㅋㅋㅋㅋ"
.
1시간쯤 지났을까, 촬영이 다시 시작되었고 이번엔 액션씬인만큼 어려운것들이 많아서 딜레이 되는게 많았다.
중간중간 위험할뻔한 상황도 많았고 촬영이 길어질수록 주변 스텝들이랑 내 걱정은 늘어만 갔다. 저러다 현빈 다치는거 아니냐고.
.,,말이 씨가되는걸까, 결국 상대배역이랑 합이 안맞아서 상대가 휘두른 각목에 현빈은 허리를 맞았고 그대로 넘어졌다.
주변에서 다 달려가 괜찮냐고 물으면 역시 괜찮다며 웃으며 일어나는 현빈이었고, 정말 괜찮은 줄 알고 촬영은 바로 재개되었다. 그 후로도 2시간은 더 찍었을까, 드디어 끝이 났다.
대기실에 들어와 옷을 갈아입는데 얼핏 옷 밑으로 허리에 상처가 보이기에 달려가 들춰보면 아까 맞았을때 생긴 상처인지, 살짝 까지고 멍이 들었다.
인상을 쓰고 현빈을 쳐다보자 또 '괜찮아-'하며 옷을 내리길래 뭐가 괜찮냐며 화를 내버린다. 주변에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지, 누군가 있었다면 분명 우리 사이를 눈치 챘을거다.
"아니, 그냥 살짝 멍든거야. 안아파"
안아프다는 말에 내가 손으로 멍든 부분을 만지면 '아아-'하며 자기도 모르게 몸을 피해버리는 현빈이다.
"아프잖아요"
"괜찮아"
"아니.. 아픈데 뭐가 괜찮냐구요, 자꾸. 아까 아프다고 했으면 되잖아요"
"어차피 촬영은 해야되는데 아프다고 해서 뭐해. 진짜 괜찮아"
분명 아프면서 자꾸 괜찮다고만 하는 현빈이 너무 짜증이났다.
예전에 하정우도 그랬었다. 영화 촬영하다 다쳐서 들어와서는 괜찮다고. 내일이면 괜찮아질거야. 괜찮아. 괜찮을거야. 매일 이런소리만 반복하다 결국 병원에 갔고, 최근까지도 특정 자세를 하면 아프다고 난리가 났었다.
다쳤을때 바로 치료받고 조심했으면 되는데, 남들 생각해서 괜찮다고 하다가 정작 본인 몸이 망가져버리는거다.
그때처럼 현빈도 그럴까봐 걱정반, 짜증반 섞인 말투로 짜증을 내버린다.
"아, 알아서해요"
.
같이 퇴근을하고 같이 현빈집에 들어왔지만 아까 내가 짜증을 내서 그런가, 어색해서 한마디도 안하고 있다.
현빈도 나름 생각해서 그랬을텐데 내가 너무 짜증냈나..싶어 슬쩍 말을 꺼내본다.
"안피곤해요.....? ㅎㅎ..."
내 말에 옆에서 눈치만 보던 현빈이 '졸려?'하고 바로 받아준다.
"아니.. 뭐.. 그냥...."
"잘까?"
"..."
살짝 피곤한감이 있어 고개만 끄덕이자, 현빈이 침대가서 자- 하며 방으로 날 끌고간다. 와, 방에는 처음 들어가봐..
깔끔히 정리된 침대에 이불을 걷어내고 누우라는 현빈말에 바로 누워 옆자리를 팡팡 쳐보인다.
내 옆에 누워 또 아무말이 없는 현빈을 끌어안고, 멍이 든 허리 위로 손을 올려 살살 만지며 '짜증내서 미안해요'하고 용기내어 사과한다.
내말에 대답이 없기에 화난건가.. 싶어 쳐다보면 그대로 입을 맞춰온다.
확실히 평소의 키스랑은 달랐다. 키스라해도 그냥 짧은 입맞춤 정도 였는데, 침대에 누워서 그런가. 분위기도 눈빛도 숨결도 확실히 달랐다.
계속 입을 맞추면서 현빈은 자연스레 허리에 올려뒀던 손을 가슴으로 옮겨 옷 위로 가슴을 만진다. 순간 움찔한 내가 '아아-'하고 몸을 움직이며 입을 떼자, 또 아무말 없이 날 쳐다본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아예 내 위로 올라와 다시 입을 맞춘다. 이번엔 나도 한 손을 올려 목에 두르면 이번엔 옷 안으로 손을 넣어 속옷을 풀어버리는 현빈이다.
그대로 그 큰손으로 가슴을 주무르며 계속 입을 맞춘다. 한참을 그렇게 입을 맞추던 현빈이 살짝 내려와 이번엔 목에 입을 맞춘다.
낯선 느낌에 내가 숨을 가쁘게 쉬자, 그에 맞춰주듯 살짝씩 목을 깨물며 키스마크를 남긴다.
한참을 물고빨던 현빈이 고개를 들어 날 쳐다보며 '남기면 안되나-'하고 묻는데, 눈빛이며 목소리며 너무 섹시해서 난 뭐에 홀리기라도 한듯 괜찮다며 웃어보인다.
괜찮긴 뭐가 괜찮아.....
내 말에 안심이라도 한 듯, 아예 윗옷을 벗겨버리고 속옷까지 벗겨 낸 현빈이 고개를 숙여 쳐다보다 이내 가슴 밑에 있는 내 타투를 발견한다.
가슴 바로 밑 갈비뼈쯔음 있는 타투를 본 현빈이 내 얼굴과 번갈아 보더니 '타투?'하며 묻는다.
타투있는거 싫어하는건가 싶어 'ㄴ..ㅔ....'하고 개미 기어가듯 대답하자, '아무나 못보는거네 ㅎㅎ' 하며 아까처럼 섹시한 목소리로 말한다.
"나만 볼 수 있는거잖아 ㅎㅎ"
그 섹시한 목소리로 신나서 얘기하는게 너무 귀여워 '흫-'하고 소리내어 웃자, '맞지?'하고 확인하는 현빈이다.
"맞아요!"
무슨 생각을 하는지, 타투를 한참 구경하던 현빈이 다시 가슴을 만지며 입을 맞추는데 머리맡에 둔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한다. 처음엔 무시했는데 계속 끊어졌다가 다시 오는 전화에 현빈이 입을 떼고 핸드폰을 확인한다.
화면을 먼저 확인한 현빈이 핸드폰을 들고 아무말없이 내게도 보여주면 화면에는 '하정우'가 떠있다. 왜 하필이면 지금.
현빈 손에서 핸드폰을 받아 무시하려는데 현빈이 통화버튼을 누른 후 스피커폰으로 바꿔버린다.
'?????????' 소리를 내지 못하고 표정으로 왜????하고 쳐다보자, 현빈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핸드폰을 침대에 내려둔다.
전화 너머로, 아무말 없는게 이상한지 '여보세요??'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면 현빈은 고개로 얼른 대답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에 '여보세요.....'하고 대답하면, 예상외로 하정우가 아닌 다른 목소리가 들린다.
"아. 주연씨 미안해요. 진짜 미안한데, 저도 어쩔수가 없어서.."
하정우만큼 익숙한 목소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까먹을수는 없는 목소리. 하정우 매니저였다.
"아.. 네.... 왜여..?"
상대방이 '그.. 아 진짜 죄송한데요..-'하고 말을 안하자, 현빈이 다시금 내 목에 얼굴을 묻는다.
아까 남긴 키스마크 위로 입술로만 건들다 '그 정우선배가 지금 쓰러져서 응급실인데요, 주연씨만 찾아서-'하는 소리에 행동을 멈춘다.
-혹시 지금 와주실수 있어요?
...그 말을 들은 현빈이 순간 목을 그리 세게는 아니지만, 갑자기 깨물기에 놀라 '아!'하고 소리를 내면 전화기 너머에서 반응한다.
-네??
"아.. 아뇨, 제가 다시 연락드릴게요."
내가 전화를 급히 끊으면 그제서야 현빈이 고개를 들어 날 쳐다본다.
둘 다 아무말도 하지 않지만, 눈빛으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다 느껴진다.
"그..."
"싫어."
"..."
역시나 또 하정우에게 가겠다는걸 눈치챈건지 이번엔 먼저 싫다고 말해버리는 현빈이다.
특히 이 상황에 전화를 받고 간다는게 나도 진짜 미안하고 쓰레기같은거 아는데... 진짜 잘 아는데, 그래도 쓰러졌다는 얘기를 들으니 마음이 편치않다.
결국 착해빠진 현빈은 또 내 표정을 보고, 다녀오라며 내 위에서 내려와 옆에 앉는다.
"...."
다녀오라는 말에도 미안해서 쉽게 일어나지 못하자, 직접 내 손을 잡고 일을켜 옷도 입혀준다.
"내가 기다린다구 했잖아."
말은 예쁘게 하면서도 씁쓸해보이는 표정에 '가~ 다음에 제대로 하면 돼 ㅎㅎ'하고 농담으로 또 내 기분을 풀어주는 현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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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가 보내준 병원주소를 찍고 찾아가면, 1인실에 누워 자고 있는 하정우와 그 옆을 지키는 매니저가 있다. 날 보더니 간단히 인사만하고 자리를 피해주는 매니저다.
침대 옆에 앉아 누워있는 하정우를 보고 있자니 별 생각이 다 든다. 이렇게 오래 얼굴을 보고있는것도 오랜만인 것 같은데, 살이 많이도 빠졌다. 수염정리도 안하는지 얼굴도 지저분하고.
내가 수염정리는 아침마다 꼬박꼬박 하라며 그렇게 잔소리를 했었는데. 눈썹정리도 샵에서 따로 안해주는지 지저분한게 참 손이 많이 가는 스타일이네..하고 혼자 생각에 잠기다보니 괜히 침대 위에 놓인 손에 눈이 간다.
내가 저 손 엄청 좋아했었는데. 나보다 두마디는 더 큰 손크기에, 손등에 있는 힘줄까지. 진짜 손조차 완벽한 내 이상형이었다. 근데 오늘따라 그 손도 초라해보여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괜히 한번 잡아본다.
아, 핸드크림도 안바르나보네. 남자 손은 거친게 매력이라며 이상한 소리를 해댈때마다 내 가방에 있는 핸드크림을 짜서 내 손으로 발라줬었는데. 이상하게 왜 자꾸 이런 기억들만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양손으로 잡아도 큰 손을 붙잡고 괜히 만지작 거리다 나도 모르게 침대에 고개를 숙이고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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