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져요, 우리."
"참 나. 그래,제발 헤어지자. 제발."
한 번만이라도 널 똑바로 봤어야 했다. 그랬다면 널 죽여서라도 내 곁에 두었을 것을.
아니, 한 번만이라도 날 똑바로 봤어야 했다. 그랬다면 날 죽여서라도 네 옆에 있었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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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17
뭐지. 왜지. 내가 널 위해서 갔으면 된 거 아닌가? 박지민 주제에. 박지민 주제에. 박지민 주제에. 나를, 거절해?
D+ 20
집 앞으로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야! 씨발 박지민! 나오라고! 거기 있는 거 다 알아 새끼야! 불은 켜져 있는데, 왜 넌 나와보지 않는지. 경비가 와서 날 쫓아낼 때까지도, 문은 미동도 없었다. 왜?
D+ 25
김남준이 날 찾아왔다. 병신같은 새끼. 너부러진 술병을 주섬주섬 치우며 하는 말에 그저 고개를 올려 쳐다봤다. 너같은 새끼는 약으로 쓰려도 못 쓸 거다. 병신. 지랄은, 하고 말하려고 했는데 벌써 사흘째 소리를 내보지 못한 목이 잠겨 기괴한 소리만 나올 뿐이었다. 네가 술병 사이에서 건져 낸 핸드폰을 내게 던지는 것에 가까스로 받아냈다. 3%. 제 주인에게서 버려진 채로 간신히 살아남은 그 꼴이 어쩐지 우스웠다. 부재중 전화 38통. 나를 찾는 이는 이렇게나 많은데, 왜 그 중에 너는 없는지.
D+ 32
한 달이 지났다. 학점은 이미 망했어도 가까스로 추슬러 학교를 나가기 시작했다. 이젠 아닌 척도 뭣도 없이 본능적으로 네 흔적을 좇는 나를 보며 김남준이 끌끌, 혀를 찼다. 포기하지. 박지민 애인 생겼던데. 뭐 씨발? 지가 놓쳐 놓고서 지랄은. 멀쩡한 애 그만 괴롭히고 잊어라. 너보다 백 배는 좋은 놈 만났으니까.
D+ 33
야, 박지민. 야. 씨발 선배가 부르면 대답을 해야할 것 아냐. 동아리방에 늘어져 그 때 봤던 그 남자 새끼와 붙어먹던 박지민을 찾아갔다. 네. 선배님. 시선을 비껴 제 관자놀이 어디즈음을 쳐다보며 하는 말에 열불이 났다. 그만 쑈 하고. 돌아오지. 씨발. 저딴 새끼랑 붙어먹으려고, 날 찼냐? 네. 선배님. 여전히 담담한 어조로 저와 시선을 마주쳐주지 않는 네가 미워 손을 올렸다. 퍽-, 소리와 함께 쓰러진 너에 네 옆에 붙어 있던 새끼가 달려들지만, 너는 그저 고개를 살살 저으며 밀어낼 뿐이었다. 괜찮아, 정국아. 선배님. 그제서야 내 눈을 마주쳐 오는 너에 흡족함이 뿌듯하게 차올랐다. 어. 왜. 이제야 정신이 들어? 이만 가 주시죠. 한 대 맞아드렸으니. 더는, 안 참겠습니다. 그제서야 네 눈이 보였다. 씨발스러운 눈이. 네게 돌아갈 일은 절대 없다 말하는, 그 씨발스러운 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