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팬텀 - 얼굴 뚫어지겠다. 상큼한 브금 들으면서 소설 즐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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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그리고 상아씨와 저녁을 먹고 기성용에게서 한 새벽 1시쯤인가, 전화가 왔었다.얘가 이 야심한 밤에 무슨일인가 해서, 졸린 눈을 부릅뜨고 받았는데 다짜고짜
하는 말이 글쎄, 런던 갈때까지는 연락 못하니까 연락 기다리지 말고 이 집전화 번호는 절대 받지 말라는 그런말. 밑고 끝도 없는 말에 기가차서 무슨말이야, 하고 물었더니
" 아, 엄마 누나 잠들었으니까 말하는건데 엄마 난리 나셨어 "
" 응 ? 무슨 난리…. "
" 엄마가 진짜 널 사윗감으로 찍으셨나봐, 미치겠어 "
" 어 ? "
기성용 말은 즉슨, 어머님이 집에 가자마자 피곤한다고 방에 들어가는 기성용을 잡고는, 내가 엄청 맘에 드셨다고 꼭 상아씨랑 결혼하게 만든다고 말하셨단 그런 내용이었다.
여자친구, 아니 애인있다고 상아씨가 말도 했는데…. 그건 그렇고 이 전화번호는 받지도 말고, 연락을 못한다니 그게 무슨소리야. 내 말에 아니 그니까, 아 뭐라고 말해야하지,
하며 말을 더듬는 기성용이 답답해서 한숨을 폭 쉬고는 아무말을 안하고 기다렸더니, 한 1분 지났을까 심호흡을 하더니 말을 꺼낸다. 아, 엄마가 한다면 하시는 분이거든.
" 뭘 하신다면 하시는 분인데 "
" 그니까, 저번에도 엄마가 누나 사윗감으로 찍었던, 그 뭐래더라. 금용쪽 다니시는 분이 계셨거든 "
" 응, 근데 "
" 엄마가 일부러 선 보게 해서 괜찮으니까, 누나 말 다 무시하고 그 분이랑 둘이 만나서 결혼 생각 있냐고, 물어보시고 그랬나봐 "
" … 응 "
" 결국엔 누나 울고불고 싫다고 가출했다가 한 일주일뒤에 들어와서 엄마가 두손두발 들긴 했지만, 참 "
그랬구나…. 불길한 예감이 엄습해오기 시작했다. 우리가 사귄다고 말하면 나중에는 인정해줄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나오시는 분이라면 … 우리 어떡해야돼, 기성용.
한숨쉬며 말이 없는 나에게 기성용은 말했다. 엄마가 너한테 전화 할거야, 핸드폰은 안되는거 아시니까 집으로. 그니까 내일 모레 런던 갈때까지는 이 전화번호는 받지말고.
런던가서 보자. 나 약속 잡혀서 런던도 같이 못갈것같아, 미안해 하고. 뭐, 어쩌겠어…. 알았어, 힘 없이 대답하자 힘내라며,런던에서 보자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나중일은 다 자기가 책임진다고 말하긴 했는데, 좀 많이 무섭긴하다. 또 집에 박혀 있어서 어머니한테 들킬까봐 연락도 못한다는거 같긴 한데…. 어떻게든 연락하지, 나쁜 놈.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며 이틀이 지나, 런던에 도착했는데 공항에 기다리시던 감독님은 출국장에 나오는 나를 보자마자 말씀하셨다. 너, 우결 출현 좀 해야겠다. 우결이요 ?
" 네? 우결이요 ? "
" 그래, 우결 뭔지 몰라 ? "
" 아니요, 저번에 닉쿤씨랑 출현한적 있었잖아요 "
닉쿤씨랑 친분이 있어서, 출현한적은 있는데 갑작스럽게 왜 또…. 당황한 내 표정에 감독님은 웃으며 말씀하셨다. 너, 훈훈한 남남커플 1위로 뽑혔는데, 우결PD님이 너 다시 한번 보고 싶다고 우리 결혼했어요 남남커플 특집으로 진행하신대. 네 ? 이건 무슨 날벼락인가싶다 , 특집은 뭐고, 내가 누구랑 훈훈한 남남커플인가 그걸로 뽑혔다는 거지….
" 아, 올림픽 기념으로 우결을 찍나봐 "
" … "
" 너 말고 구자철 선수랑,이청용 선수도 출현한다는데 ? "
" …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그 남남커플이라는게 "
" 아, 그거 기성용 선수인가랑 남남커플 1위로 뽑혔대, 너도 참 대단하다. "
감독님의 말씀을 멍하니 들으며 공항을 빠져나가는데 기성용, 이라는 세글자에 발이 우뚝 멈춰섰다. 기성용…? 도대체 누가 그런 투표를 한거야, 대체. 그런건 왜 있는거고.
놀란 내 표정에 감독님은 왜그러냐는듯, 쳐다 보시다가 아무렇지않게 말을 꺼내셨다. 왜, 너 기성용 선수랑 친한거 아냐 ? 그걸 어떻게 … 앞에서 티낸적 없었는데.
" 너 몰랐어 ? 인터넷에 너네 둘이 공원 같은데에서 축구하고 그런 사진 올라왔던데. "
" … 네 ? "
" 뭐야, 왜그렇게 놀라. "
그때 손잡고 놀았는데….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손이 조금씩 덜덜 떨렸다. 그런 사진은 괜찮은데,아니 기성용이랑 친구사이로 친해보이는건 괜찮은데 손잡고 그랬는데.
설마 다른 사진도 찍은거 아닐까, 우리 사이를 알게 된게 아닐까. 겁내지 않겠다고 해놓고선 다 잊은듯, 머리가 지끈거렸다. 기성용이랑 상의후에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당당히
사회에 밝히려고 했는데, 물론 매장을 당할수도 있고 욕도 먹겠지만 다 견디리라 했는데. 이렇게 밝혀질수도 있다고 생각하니까 어두운방에 혼자 있는듯, 무서워졌다.
" 왜 그래, 어디 아파 ? "
" … 아, 아니에요. 그냥 멀미가 있나봐요. 근데 다른… 사진은 없었죠 ? "
" 응, 뭘 놀래. 친하게 지내면 좋은거지, 내가 뭐라고 할까봐 ? "
아, 아니에요. 감독님의 말에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웃어보였다. 다른 사진이 없다니 다행인데, 이제 무서워서 어디 다니지도 못하겠네, 괜히 기성용한테 예민하게 굴까봐
내 자신이 무섭다. 그런데 그 투표는 어디서 한걸까…. 남남 커플로 엮는게 많다고 하더니. 사람 간 떨리게 별 투표도 다 하네, 사람들은 눈치는 엄청 빨라서 나랑 기성용을
엮을 생각도 하고.궁금해하는 내 모습을 보시던 감독님은 눈치를 채셨는지 웃으며 말씀하셨다. 그거, 우결 홈페이지에서 한거야.
" 감독님이, 특집 하나 하려고 하다가 남남커플로 하면 좋겠다, 해서 홈페이지에 투표란을 만드셨대 "
" 아, 그래서 제가 뽑힌거에요 ? "
" 응, 그때 한참 너랑 기성용 선수 사진이 돌아다녀서 사람들이 둘이 출현시켜달라고 했대. 이청용 선수랑 구자철 선수는 특별게스트 ? 이런거고 "
" 아… "
" 너 진짜 몰랐던거야 ? 너무 인터넷 안한다, 너도. "
좀, 해야겠어요. 멋쩍은듯이 뒷머리를 긁으며 웃는 내 모습에 감독님은 등을 한대 치시며 말씀 하셨다. 내일 찍는거야, 스케줄 없으니까 촬영하자, 심심한데.
감독님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 어, 근데 여긴 런던인데 어떡하자는거야…. 내일 또 서울로 귀국해서 찍고 오라는 그런 어이없는 소리는 아니겠지, 지금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힘든데. 내일, 우결 찍으러가서 기성용 얼굴 제대로 볼수있을지 잘 모르겠고, 무엇보다도 신경쓰여서 안 엮이려고 행동하면 눈치 빠른 기성용 다 알아차릴거고.
" 아, 근데 한국에서 찍어요 ? "
" 뭐 인마 ? 하하,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올림픽 특집이라니깐, 런던에서 찍는거야. "
" 뭐 하는건데요 ? "
" 런던에 사는 한국인 부모 애기들, 하루 맡아서 돌보고 그런거래. "
별걸 다 한다…. 여자 남자가 해야 신혼분위기도 나고 재밌는거지. 애기는 맡아서 돌본다던가, 그랬던 적이 없어서 잘 할수 있을지 모르겠다. 울리지만 않으면 성공한건데,
물론, 기성용은 뭐 맨날 하는게 그 아인이인가, 애기 돌보고 트위터 올리고. 심지어 예비 딸아들 바보 소리도 듣는 앤데 애기들 보면 좋아서 달려들거야. 그건 장담할수 있다.
하여튼, 이제 발도 못 빼는 상황이고 그러니까, 최대한 즐겁게 방송 해야겠다. 기성용도 자기보다 내 걱정 하느라 신경 많이 쓸텐데…. 괜히 미안하게 안하려면 최대한 웃고,
*
" 감독님, 저 핸드폰 좀 빌려주세요 "
" 왜, 연락할 사람 있어 ? "
" 아,네…. "
숙소로 돌아왔는데, 아직 기성용은 안온듯 숙소 문이 잠겨있었다. 언제 오려고…. 같이 짐을 풀어준다며 내 숙소로 들어가는 감독님을 잡고 휴대폰 좀 빌려달라고 하니까
흔쾌히 빌려주신다. 얘는 연락 못한다더니 진짜 한통도 없네, 맨날 보고 싶다고 난리칠땐 언제고, 밀당하나. 괜히 서운해지면서 울적하다. 연락 못한다고 했지만 공항에서
한통 정도는 할수도 있을텐데…. 사람이 연애를 하면 유치해진다고 했나, 별거 아닌 일에 괜히 짜증나고 툴툴 거리게 된다. 기성용도 일부러 전화 안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서, 전화번호를 누르고는 기다리는데 받을 생각은 안하고 신호음만 들린다. 계속 전화를 부여잡고 있었는데, 안 받길래 끊어야겠다 하고 종료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딸깍, 하더니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어, 받았다….
" 여보세요 "
" 나야, 기성용 "
" 이용대 ? 이 번호 뭐야 ? "
" 아, 감독님 번호. 너 어디야 "
" 도착했나보네, 나 이제 출발하려고 그러지. 12시 비행기야, 가면 다음날 새벽에 도착하겠다 "
" …그래 ? "
나도 진짜 주책인게, 기성용의 목소리에 애라도 된듯이 떼 쓰고 싶어진다. 아까는 별일 아니라고 , 기성용한테 괜한 걱정하게 하지 말자하고 다짐 했는데 마음과는 상관없이
눈물이 꾹 감은 내 눈 사이를 비집고 나오기 시작했다. 우는거 들키기 싫어서 입을 막고 가만히 있는데, 전화가 끊긴지 안듯한 기성용은 내 이름을 불렀다. 이용대, 끊은거야 ?
" … 아, 아니야. 안 끊었어 "
" … 너 울어 ? "
" 아니, 안울어 "
" 왜 우는데, 무슨일 있어 ? "
내 목소리에 울음기가 느껴졌는지, 기성용은 내게 재차 물었다. 이용대, 왜 우냐니깐. 무슨일 있어 ? 기성용의 다정한 목소리를 들으니까 아까보다 더 많은 눈물이 흐른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원래 이런일에 기죽어있고 울고, 안 그랬는데. 나도 무섭긴 무섭나봐, 부모님은 물론이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우리한테 등 돌릴까봐 두려워.
무엇보다도, 지쳐서 너가 나한테 등 돌려서 나 혼자 남을까봐 그게 제일 무섭다, 정말. 흐르는 눈물을 대충 닦고는 말을 잇기 시작했다.
" 아니, 아무일 없어. 나 괜찮아 "
" 미안해, 너도 소식 들은거 같은데…지금 옆에 있어줘야 하는건데 "
" 아니야, 미안할거 없어 "
" 우선, 가서, 좀 있다가 가서 말하자. 울지말고, 마음 굳게 먹어 "
" … 응 "
" 비행기 안이라서 전화 꺼야겠다, 좀 있다가 봐. "
기성용과의 전화를 끊고는 대충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또, 또 걱정시켰다. 부모님은 별로 신경쓰지 않겠지만 기성용은 상아씨랑 어머님 때문에 더 힘들고, 답답할텐데.
신경 안쓴다고, 괜찮다고는 했지만 은근 마음 여린애라서 나보다 더 힘들거 아는데, 바보같이 울어버렸네, 어제 걱정말라고 괜찮다고 듬직한척 했었는데. 진짜 바보같다.
기성용은 나를 만나 행복하다고 했지만, 날 만나서 더 불행하게 된건 아닌지 걱정된다. 물론, 이 소리도 기성용이 들으면 발악을 하면서 그딴 소리 하지말라고 난리치겠지만.
전화기만 쳐다보고 가만히 서있는데 뭐해, 얼른 들어와. 하는 감독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맺혀있던 눈물을 다 닦고 들어갔더니 감독님은 내 모습에 놀라신듯 말씀하셨다.
" 너 울었어 ? "
" 아니에요 "
" 울었구만, 무슨 일있어 ? "
" 아니에요, 부모님이랑 통화해서 그런거에요 "
으이구, 그런걸로 우냐. 괜히 눈시울이 붉어지길래 일부러 눈에 힘 주고 감독님을 향해 웃어보였더니 감독님도 눈시울이 붉어져있다. 쎈척 하시면서 은근 여리시다니깐,
감독님은 왜 울려고 하세요. 웃으면서 살짝 밀었더니 눈에 뭐가 들어가서 그래 인마, 하시며 웃으신다. 이런 모습을 재성형이나 정은 누나가 보면 컬쳐쇼크라고 놀릴텐데,
말하고 싶긴 하지만 뒷감당이 안되니깐 입 다물고 있어야겠다…. 감독님도 민망하신지 고개를 돌리시고는 짐만 열심이 푸신다. 그 모습에 웃으며 짐을 푸는데 누가 들어오는
소리에 뒤를 돌았더니, 재성형이 웃으며 서있었다. 형, 하고 부르려는데 내 말을 가로채고는 말한다. 어이구, 내 파트너 용대 왔네 ! 언제 왔어.
" 언제 왔어 ! "
" 방금요 "
" 인마, 왔으면 형한테 연락을 했어야지. 정은이한테 소식 들었네 "
" 죄송해요, 짐 푸느라 하하."
" 에이, 죄송할건 없고. 짐 다 풀었으면 형이랑 놀러가자 "
" 재성이 너 연습해야지, 무슨 놀러가자야. 연습하라고 보냈더니 또 언제 왔어 ? "
" 아 감독님, 올림픽도 끝났는데 … "
역시 둘이 최고의 콤비다. 맨날 환상의 짝궁이라고 하면 서로 싫다고 난리 치지만, 저렇게 잘 맞는 사람도 없을거다. 만약 감독님이 좀 젊으셔서 내 나이 정도였다고 하면
둘이 파트너해서 있는 금메달을 다 쓸어왔을정도 라고 하면 이해할수 있으려나… 물론 이제 재성이형이 나랑 파트너를 그만두긴 하지만 감독님도 아쉬우신지 같이 연습을
시키신다. 하여간,하여튼 둘다 표현을 못해서…감독님과 재성형이 싸우는 모습을 웃으며 쳐다보는데 문득 기성용 얼굴이 떠올랐다. 이것도 병이다, 시도때도 없이 생각나고.
연애 해본 사람이라면 상사병이 제일 무서운 병이란걸 알것이다, 진짜. 얼른와 기성용. 나 씩씩하게 웃으면서 너 기다릴게.
*
" 너 내일 우결 출현 한다면서 ? 그것도 남남으로 "
" 네, 저도 듣고 놀랐어요 "
" 참, 너도 힘들겠다. 가서 푹 쉬고, 잘 찍고 와. 끝나고 오면 맛있는거나 먹자 "
" 네, 형 들어가세요 "
벌써 12시반이네. 아까 재성이형한테 끌려가서 런던일주하고 온거같다. 별별 음식점 다 가보고, 유명하다 싶은 곳은 다 가고. 물론, 걸어다닌건 아니지만 약 10시간 정도
돌아다니고 오니까 녹초가 된것만 같다. 재성이형도 이제 무리인지 반쯤 감긴 눈으로 들어가서 쉬어, 하며 1층에 있는 자신의 숙소로 터덜터덜 들어갔고, 내 숙소는 5층이니까
그냥 걷자, 하고 계단으로 올라오는데 괜히 그랬다. 진짜 발에 1t 짜리 짐을 한덩어씩 걸어놓은거 같고.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올라갔더니 이제야 5층이다,50층인지 알았네.
다행이다, 하고 내 복도를 걷는데 내 숙소 앞에 누군가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며 서있었다. 복도는 어둡고 핸드폰 불빛만 보이는데 누군가, 해서 봤더니 다름아닌 기성용.
" … 기성용 ? "
기성용, 하며 조용히 부르는 내 목소리를 들은건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짐도 그대로 들고있는데 안들어가고 여기서 뭐하나 싶어 기성용 앞쪽으로 걸어갔다. 너 안들어
가고 여기서 뭐해, 내 말에 대꾸할 생각이 없다는듯 내 눈만 쳐다본다. 얘가 왜이래…. 이렇게 쳐다보다가 날 새겠네. 내일 촬영도 있는데. 우선 들어가자, 하며 문을 열려는데
내 팔을 잡아당기더니 나를 꽉 끌어안는다.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안되는데… 발버둥치는 나를 더 꽉 끌어안고는 말했다. 어두우니까, 괜찮아.
" 왜그래 "
" 아까 … 많이 힘들었지, 나도 다 들었어. "
" … "
" 괜찮을거야, 많이 무서웠어 ? "
" … 괜찮아. 아깐 무서웠는데 이제는 , 이제는 괜찮아 "
괜찮다는 내 목소리에 등을 토닥여주는데 내가 위로받는게 아니라 기성용이 자신을 위로하는 느낌을 받았다. 나야, 형도 있고 아버지도 무뚝뚝한편이시라 거칠게 자라왔다면
그렇다고 할 수 있는데 기성용은 집안 가족들 사랑을 듬뿍 받고 살아왔는데 사람들의 시선이 무서울수도 있겠다, 아니. 무서울거야. 나도 이렇게 무서운데 기성용도 같겠지.
안 그래도 힘들텐데 아까 내가 울어서 티는 안냈지만, 여기까지 오면서 많은 생각했을것이다. 자신도 안쓰럽지만 나 보호하느라 표현도 못하고 혼자 끙끙 앓으며 웃어보이는
기성용이 너무 안타까워서 손을 들고는 똑같이 등을 토닥여줬다. 괜찮아, 나는 괜찮으니까 신경쓰지마.
" 기성용 "
" 응 , "
" 아까 운건 신경 쓰지마, 그냥 잠시 약해져서 …그래서 그런거야 "
" … "
" 나 이제, 안울거야. 아까가 마지막이였어. 이제 힘든일 더 많을텐데 이런일로 울면 나중에 못 버틸거아니깐. "
" … "
" 그니까, 너두 나 신경쓰지말고 힘내. 나 괜찮으니깐… 내일은, 아니, 12시 넘었으니까 좀있다가는 씩씩하게 웃으면서 보자, 우리 "
기성용이 내 말에 나를 안고있던 손을 풀고는 나를 쳐다보았다. 힘내, 말은 하지 않았지만 기성용에게 닿을거라 생각하고 웃으면서 눈을 마주쳤다. 그러자 기성용도
알겠다는듯 끄덕이며 나를 향해 웃어보였다. 우리, 약해지지 말자. 말은 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같이 보낸 시간중 제일 서로에 대한 진심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
" 안녕하세요 "
" 용대씨 오랜만에 보네 , 아. 금메달 축하해요 "
" 하하,감사합니다. "
" 촬영 준비중이니까 잠시 앉아 있으세요 "
우결 촬영장으로 갔는데, PD님과 스태프 분들이 반갑게 인사를 해주시길래, 인사를 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야, 너 이제 내가 안을 차례라니깐. 아, 기다려 구자봉같은 놈아.
어디서 목소리가 쩌렁쩌렁 들리면서 시끄럽다 했더니, 내 예감을 적중했다.애기 4명이 출현한다고 들었는데, 아직 1명 밖에 안와서 그런가 이청용 선수, 구자철 선수, 그리고
기성용은 서로가 애기를 안으려고 난리를 쳐대고 있었다. 친구는 닮는다더니 그 말이 딱 맞네… . 애기 저러다가 울겠네, 가 아니라 우네. 내가 이럴줄 알았다.
야, 니 왜 애 울려. 미친, 내가 울렸냐, 니가 울렸지.애기가 우니까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서로 욕만 해대는 꼴이 아니꼬와서 다가가서 애기를 안았다. 그러자,
나한테 시선집중. 기성용은 놀란듯 내게 물었다. 너 언제왔어. 언제오긴, 방금왔어.
" 안녕하세요, 저번에 뵙고 또 뵙네요 "
" 안녕하세요, 이청용입니다. 처음 뵙네요 "
" 하하, 안녕하세요 "
" 구자철 너 왜 이용대한테 친한척이야. "
쟨 왜 또 시비야, 기성용의 말에 쳐다봤더니 나를 쓱 쳐다보더니 구자철 선수를 노려본다. 그러고 뻔하지 뭐, 서로 때리고 난리났다. 경기장에서는 엄청 카리스마 있는척 하고
그러더니 밖에 나오니까 24살이 아니라 무슨 14살이네, 한대 때리면 두대 때리고. 두대 때리면 또 세대 때리고. 옆에서 지켜보던 이청용 선수는 어이없는지 웃기만 한다.
쟤네 왜저러니 진짜… . 보다가 나도 어이가 없어지길래 애기를 달래고선 데리고 PD님 쪽으로 갔다. 이용대 너 어디가. 가든 말든 넌 계속 놀기나 해.
" 아, 어디가 "
" 가서 놀라니깐 "
" 왜그래 , 삐졌어 용강아지? "
" 야 ! "
얘가 사람들 있는데에서 용강아지가 뭐야, 용강아지가 . 애기가 너 쳐다보는거 안 느껴지냐 . 애를 데리고 나가는데 가는 나를 잡고는 밖으로 데리고 나온다. 야, 기성용 !
뒤에서 구자철 선수가 뭐라고 외쳐대는데도 다 씹고. 니가 이러니까 일진 소리를 듣는거야, 이러고 지내는데 어떻게 안 싸우고 잘 지내는지 나도 의문이다, 진짜.
애기를 데리고 나와서는 나한테 줘, 하길래 애기를 넘겨줬더니 안고선 좋다고 실실 웃어댄다. 이름이 유진 이랬나, 이쁘네. 애기는 뚫어져라 쳐다보기만 하는데 자기 혼자
묻고 대답하고. 진짜 세계에서 딸바보로는 1등이다. 아니지, 다른쪽으로 바보도 1등이지. 어떻게 저렇게 웃어댈수 있냐. 어이없어서 한심하게 쳐다봤더니, 이번엔 내쪽을
쳐다보면서 실실웃어댄다. 왜 웃어 자식아. 삐졌어 ? 삐지긴 개뿔…
" 삐졌구만,뭘 "
" 또 뭔 소리야. 아니야 "
" 맞네 ! 입 삐죽 튀어나와서는 "
" 아, 아니라니까 !! "
삐진거 아니라는데, 자꾸 실실 웃으면서 놀려댄다. 쟨 나 놀리는게 그렇게 재밌나. 하루에 4번 나를 놀리고 8번 웃고 … 기성용이 장난스럽게 불렀던 노래가 생각난다.
비밀번호 486인가 뭔가… . 유진아, 이 오빠 질투하는거 같지, 그치. 애기는 뭔소린가 쳐다보기만 하는데 자기 혼자 웃으면서 나를 놀려댄다. 아 삐진거 아니라니까, 글쎄.
어제 그렇게 헤어져서 아침에 만나면 좀 자상하게 아침인사 해주고 웃으면서 촬영할줄 알았는데. 는 무슨, 어이없어서 헛웃음만 나온다. 얘한테 뭘 바란 내가 등신이지, 진짜 !
" 아, 됬어 , 나 들어갈거야 "
" 야, 야 ! 이용대 어디가! "
" 들어갈거야 ! 촬영하러 갈거니까 너는 애기랑 지지고 복든 뭘 하든 놀아 .이 딸바보야 ! "
기성용이랑 이러고 있음 열받아서 촬영이고 뭐고 다 펑크내고 집에 갈것같아서 무시하고 뒤 돌아 촬영장으로 돌아가려고 하니까 날 끝까지 불러댄다. 시끄러, 둘이 잘놀아.
짜증나서 일부러 쿵쿵 거리면서 가는데 기성용이 뒤에서 크게 외쳐댄다. 왜, 질투나 ? 그럼 우리 애기 입양해서 잘 키우자. 내가 그까짓거 딸바보, 이용대 바보 하지. 뭐.
… 뭐? 지금 쟤 뭐라고 짓껄이냐. 사람들 들으면 어쩌려고… . 순간 기성용의 패기넘치는 소리에 놀라서 뒤 돌아봤더니 웃으며 내쪽으로 다가온다. 야, 너 사람들 들으면… .
" 야… 야, 너 … 너 지… 금 "
" 왜 ? "
" 보… 볼에 무… 뭐한거야 "
" 뽀뽀했지 "
" 미쳤어 ? 너 일로와 진짜 오늘 제삿날 되고 싶지 ! "
지금 제가 사람도 많은데 볼에… .다행히 본 사람은 없는거 같긴 한데. 쟤가 어머님한테 한번 당하고는 미쳐서 동네방네 우리 사겨요, 하고 광고를 하려고 작정 했나보다.
순간 볼에 닿는 감촉에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렸더니 기성용은 눈웃음을 치며 나를 쳐다본다. 근데 더 웃긴건 옆에 애기도 웃는다는거… . 볼이 활활 불타오르는 느낌이다.
기성용, 너 진짜 ! 기성용을 노려보며 한대 때리려고 손을 뻗는데, 누가 축구 선수 아니랄까봐 순발력도 엄청 빠른지 얄밉게 피하고는 애기를 안고 촬영장 안으로 뛰어간다.
" 야, 너 거기안서 ? "
" 싫어, 나잡아 봐라 한번 할까 ? "
" 잡히면 진짜 제삿날이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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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분위기가 바뀐거 같죠 ㅋㅋ 노래도 깔고 ㅋㅋ ㅋ그냥 문득 바꾸고 싶어서 바꿨어요 ㅋㅋㅋㅋㅋㅋㅋ
둘이 우결에 출현했는데 자세한 내용은 다음편에 쓸게영 ! 모두 소설 즐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