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했다. 항상 나의 말에는 웃기지 않아도 배꼽이 빠지도록 웃어주던 너인데, 이제는 그를 웃기려 의도적으로 노력을 해도 웃지않는다. "아,안웃겨..? 하하 난 재밌었는데..." 한껏 주눅든 나의 모습에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응. 안웃기네" 예전같았으면 주눅든 나의 모습이 보기 싫다며 나를 안아주고 웃어주던 너인데, 이제 나와 함께 있으면 웃지 않는다는걸 알았다.
"호원아, 이번 주말에 동물원 놀러갈래?! 나 이번에 카메라 산거 가지고가서 사진찍자!" 계속 휴대폰만 보고있는 너의 모습에 어렵게 꺼낸 말인데 너의 표정은 한없이 나를 추락시킨다. "피곤해, 요즘 바쁘다고 했잖아."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대답하는 이호원에 나도 더이상은 못참겠다 싶은 마음에 질러버렸다. "그럼 너 나 왜만나? 그렇게 피곤하고, 바쁘면 나랑 왜 만나냐고. 우리 만난지 3시간짼데 지금 네가 내 얼굴 몇번이나 쳐다본지는 알아?" 쏘아붙이는 나의 말에 이호원은 더이상 할말이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대로 한마디도 없이 카페를 나가버린다. 호원이 변한지는 꽤 된것같다. 그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고있지만 저런 태도에 결국은 화를 내며 끝나버리는 우리. 호원이 나간지 한참 후 혹시나 호원이 연락을 했나 확인을 하기 위해 잠금을 풀고 들어간 휴대폰 배경화면은
네가 나에게 첫 선물을 받고 지은 표정을 찍은 것인데 나는 이 배경화면 속 표정을 가장 좋아한다고 호원에게 말한 후 호원은 내가 삐질때마다 내 앞에서 이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를 해주곤했는데.. 이제는 이 표정을 볼수가 없다. 오로지 배경화면 속에서만 존재하는 표정에 나는 더욱 초라해져가는 것을 느낀다. 호원이 가버린 카페를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데 예전 생각이 새록새록 나기 시작한다. 데이트를 마치고 나면 항상 네가 나를 데려다 주고는 집앞에서 헤어지기 싫다며 내 손을 잡고 수십번이고 뽀뽀를 해대는 통에 입술에 발라놓은 틴트와 립밤이 입술경계를 벗어나기 일쑤였는데
너의 뽀뽀세례가 끝나고 뒤를 돌면 "뚜기야!" 하고 나를 부르는 너의 목소리에 다시 너를 보면 안아주고 가라며 두팔을 벌리고 서있는 모습을 보며 나는 정말 사랑받고 있구나, 느꼈는데.. 택시를 타고 집에가는 내내, 나는 너의 생각을 떨칠수가 없다. 지나쳐가는 거리마다, 가게마다 너와의 추억이 쌓여있었고 이제 그 추억들이 너무나도 멀어보여 가슴이 미어진다.
그렇게 네가 나를 두고 가버린후 우리는 서로 약속이라도 한듯 연락을 하지 않았다. 1주일이 지난 지금 너무 우울해 바람이라도 쐴겸 우리가 자주가던 산책길을 걷는데 멀리서 다정하게 웃고있는 네가 보이는데, 그 옆엔 처음보는 여자가 함께 웃고 있었다. 내가 얼마나 보고싶어 애쓰던 웃음인데, 그 웃음이 내가 아닌 다른사람을 향해 있는 모습을 보니 네가 너무나 미워진다. 너로 인해 너무나도 많이 울어버린 나이기에 더이상 눈물도 나오지 않아 멍하니 너를 응시하고 서있자 그제서야 너는 고개를 들어 나를 본다.
나를 보자마자 굳어지는 얼굴에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을 피하기 위해 나는 뒤를 돌았고, 너는 나를 부르지 않았다. 더이상 내가 아는 너는 없었고, 나를 향한 너도 없었고, 우리를 위한 우리도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