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첫 출근날은 그렇게 말아먹고, 연이은 스케쥴로 인해 정신없이 수일이 지났다. 한 이주 남짓 지난 시간동안 해외 스케쥴도 있었지만 나는 말단이라 패스. 그동안 뭐했냐고? 뭐하긴, 한국에서 열심히 의상 리폼했지…. 오늘도 어김없이 한국에 같이 남은 언니들과 함께 밤 늦게까지 남아서 작업중이다. 아까 낮에 멤버들이랑 스탭들 다 입국했다던데 이거 내일까지 다 하려면…… 오늘 퇴근은 어림도 없을 것 같다. "어휴, 이거 언제 다 끝내지? 끝이 없네." "제가 뭐라도 좀 사올까요?" 짧지만 이주동안의 막내생활로 개념이 조금 다져진 탓에 혜원언니의 넋두리에 슬금슬금 자리에서 일어서며 물어보니 언니가 고개를 젓는다. 아니, 괜찮아. "잠도 좀 오는데 내가 갔다올게. 너도 갈래?" 내 어깨를 양 손으로 꾸욱 누르며 반동으로 일어난 혜원언니는 민아언니에게 물었고, 민아언니도 마침 잘됐다며 몸을 일으킨다. "아니, 언니! 제가 갔다올게요!" "막내는 일하세요~ 막내, 뭐 마실래?" 이미 작업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고개만 빼꼼 들이민 민아언니가 내게 물었고, 아이스아메리카노요! 하고 대답하니 오키~ 하며 완전히 작업실을 빠져나간다. 하던거나 마저 하고 있어야겠다, 해서 작업물을 돌아보니 이거 완전 답이 없다. 언니들…… 튄거구나. 손을 뻗어 자켓 하나를 집어들기가 무섭게 갑자기 작업실 문이 벌컥 열렸다. 언니들이 뭔가 놓고갔나 싶어 고개를 휙 들어 '엥?' 했는데 생각치도 못한 인물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엥은 무슨 엥이야, 뭐야?" "아니, 저, 그게…… 언니들인줄 알고…" "나와, 왜 문 앞을 막고있어." 제 집에 들어서듯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안으로 들어서는 지드래곤씨로 인해 들고있던 자켓을 꼭 쥔 채로 자리에서 일어나 문 반대쪽 끄트머리로 멀찌감치 떨어져 앉았다. 왜 하필 언니들도 없을때…. "근데 왜 너 혼자야. 이거 너 혼자 다하래? 지은누나가?" "아뇨, 언니들은 잠깐 커피 사러……" "나는?" "아…… 전화해볼게요." 대화를 해도 마치 아무말도 안하는 것 처럼 어색한 기분에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민아언니 번호를 누르고서 통화버튼을 누른지 한 30초정도 지났나……? 응, ㅇㅇ야. 하고 받는 민아언니의 경쾌한 목소리에 언니! 하고 불렀다. "언니, 주문 하셨어요?" ㅡ 어? 아니, 아직. 가는중이야. 밤이라 그런지 문 연 카페가 별로 없네. "아, 그러면…… 지드래곤씨 오셨는데…" ㅡ 아, 지용오빠 뭐 마시고 싶대? 뭐 마신대? "지드래곤씨, 어떤거 드실거예요?" "아메리카노 샷 추가. 아이스. 시럽 두 번." 으엑, 뭘 그렇게 쓰게 마신디야. 내색은 안했지만 참…… 새로운 사람이다. 민아언니에게 지드래곤씨의 요구사항을 그대로 전하니 반대편에서 작은 목소리로 '아오 진짜 이 오빠…'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말은 안했지만 나도 민아언니외 같은 마음이었다. 전화를 끊고서 할 것도, 그렇다고 딱히 할 말도 없어서 하던거나 마저 하려고 잡고있던 자켓을 펼쳐드니 옆에서 지드래곤씨가 자켓을 휙 뺏어든다. 그러더니 구석구석을 살펴본다. "…너 배우고온거 맞아? 바느질이 왜 이래?" "어… 이거 제가 한 거 아닌데……" "아…… 야, 그래도! 이거 보니깐 내 거 같은데! 열심히 좀 해라." 적막감과 어색함은 동시에 다시 우릴 찾아왔다. 아니 이 분은 대체 여길 왜 찾아온거야…… 진짜 어색해 죽겠다. "너 근데 왜 나 지드래곤씨라고 부르냐?" 갑작스레 물음을 던져오는 지드래곤씨로 인해 어깨가 화들짝 떨렸다. 왜냐고 물으신다면… 대답을 해드리는게 인지상정. "그럼 뭐라불러요… 지드래곤씨한테 지드래곤씨라고 부르는데…" "어쭈, 이게 좀 적응됐다고 말대답도 하네?" ??? 난희... 여쭤보시길래 이유를 대답해드렸는데 이건 무슨 상황? 곧 꿀밤이라도 놓을 기세로 입을 앙 다문채 나를 째려보는 지드래곤씨 때문에 말을 얼버무리며 '그건 아닌데…' 하고 작게 중얼거리니 '너무 길잖아, 다섯글자 언제 말할래?' 라며 타박을 준다. "왜요… 전 이게 편해요." "듣는 내가 불편해. 딴 거로 불러." 연신 손사래를 치며 다른거 다른거 하고 외치길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지디씨?' 하니 '아, 그놈의 씨! 씨 좀 떼면 안돼?' 하며 버럭 소리를 지른다. 아니.. 어쩌라는거야 8ㅅ8 "그럼… 지디?" "…미쳤지? 더 이상 안나오고싶어? 너랑 나랑 같은 급이야? 이제 곧 친구먹겠네?" "그럼 뭐라 불러요…… 권지용님?" "내가 니 고객이냐? 어?" 아무리 생각해봐도 진짜 새로운 캐릭터다. 살면서 이렇게 깐깐하고, 불평불만 많은 사람은 처음이다. 고객은 고객이죠ㅠ.. 하고 눈치를 보며 대답하니 어금니를 꽉 깨물고 '아오 이걸 그냥 콱!' 하며 눈을 부릅뜬다. "그런거 말고 어? 여자가 자기보다 나이 많은 남자를 뭐라고 불러!" "미스터지디." "내일이 없지? 왜 그러는거야?" 저진짜모르겠는데요ㅠㅠㅠㅠㅠㅠㅠㅠ그냥 지드래곤씨라고 부르면 안될까요?ㅠㅠㅠㅠㅠㅠ 곧 울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자켓을 내려놓으며 지드래곤씨를 쳐다보니 '아 그 왜 언니말고 딴거 있잖아!' 하며 발을 구른다. "……누나?" 내 대답을 들은 지드래곤씨의 얼굴에 잠시 어이없음이 비춰지더니 '야 77ㅓ져;;;' 하곤 이내 자켓 더미를 뒤집어놓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순간 너무 당황해서 일어서는 지드래곤씨의 팔을 손을 뻗어 급하게 잡으니 고개를 휙 돌려 나를 내려다본다. 왜. "저, 저기… 커피는…" "오면 너가 들고 스튜디오 찾아와." 하고 작업실에서 쌩 나가버렸다. ^^..... ㅁㅇㅇ 의 극한직업 : 빅뱅편 화이팅!^^.... 오늘은 지드래곤씨 한 명이지만, 내일은 다섯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