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는 비소리가 조용하게 소란을 피운다.
퉁 부은 눈을 겨우떠 시계를 보니 벌써 11시가 훌쩍 넘었다.
휴가여도 이렇게 늦잠 안자는데..
아직 여름이지만 공기가 차가워 이불속이 특히 포근했다.꾸물대며 이불속으로 파고 들어가니 잠이 더 쏟아진다.
오늘의 휴일은 승철의 형의 조그만 배려였다. 조금만더 잘까..
COLOR BUS
소울메이트를 만나기 전까지는 세상이 흑백으로 보이다가 만난 후에 색깔이 보이는 세계.
컬러버스6[민규/지훈] 完
그렇게 어영부영 1시간이 흘렀다. 슬슬 배도 고프고 안하던짓을 하니까 허리가 아파와 그만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오전인데 밖이 우중충했다.
몸이 무거워 거실로 나오자 마자 또 소파에 드러 누웠다. 지난 한달동안에도 느꼈지만 집이 너무 컸다.
이번에는 훨씬 더.
일이라도 할까 싶어 피아노 앞에 앉아있었지만 머리속은 새하얗다.
쿠션을 껴안고 멍하니 있다 씻지도 않고 현관문을 나섰다.
패기롭게 옆집문 초인종을 눌렀지만 한참 대답이 없었다.
아 그러고 보니 민규 오늘 순영이 배웅해주러 간댔는데..
민규는 얼마전 면허를 땄다며 신나하면서 순영이한테 자랑했었다. 오늘을 위해 아버지 차까지 빌려왔다고.
내가 타봤는데... 밉기만한 권순영인데 조금 불쌍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다시 집에 들어가기도 싫어 품에 쿠션을 그대로 안고 비밀번호를 아무거나 꾹꾹 눌렀지만 열릴리가 없었다.
민규 생일? 0000?
아님 신민아 생일인가? 다시 집으로 들어가 핸드폰까지 들고와 검색까지 했는데 아니었다.
그렇다고 지금 전화해서 물어보기엔 지는거 같고...
꽉 입을 다문 도어락이 은근히 승부욕을 자극한다.
"아 근데 진짜 뭐지?"
"0218"
"와 씨!"
뒤에서 누가 어깨에 손을 턱하고 얹는다.
놀라 뒤돌아 보니 민규다. 벌써 다녀왔구나.
"여기서 뭐해요?"
"0..2..1..8"
어 됐다.
"뭐하냐니깐"
"근데 뭔 숫자야?"
"아 이석민 생일요. 원래 비번이 너무 쉽다고"
"원래꺼가 뭔데"
"1234요"
너도 참 단순하다.
권순영 만큼이나.
기억의 시작부터 순영이는 옆에 있었다. 또 알고있었다. 순영이한테는 부모님이 계셨다. 나와 달리 돌아갈 곳이 있었다.
불안했고 간절했다.
조금은 내 집착으로 이어가던 그 복잡한 이십년가량의 관계를 권순영은 한순간에 정리했다. 단순하고 깔끔했다.
나는 나였고 권순영은 권순영이었다.
긴 세월로 겨우겨우 모른척하던 남이라는 관계를 순영이는 순식간에 수면위로 끌어올렸다.
우리는 너무나도 서로에게 필사적이었다. 조금만 쉬어가자.
또 민규도 이제 나타났으니까.
순영이는 말했다.
조금은 매정했다.
매정했던 권순영이지만 역시 마음이 편치는 않았나 보다.
권순영은 아주 오랜만에 울었다.
아마 마지막은 내가 고등학교 자퇴했을때였나... 은근 어른스러운 권순영이 울때면 정말 어린애 같다.
정말 엉엉 울었다.
지보다 작은 나를 껴안고 몇시간을 울었다.
모순적이지만 권순영의 울음은 고마웠다.
너와 주고받은 많은 것들이 헛것은 아니었구나.
김민규네 소파는 엄청 크다.
내가 완전 드러누웠는데도 두사람은 앉을수 있을것 같다. 집주인이 커서 그런가..
우리집은 나나 순영이가 누우면 진짜 머리에서 발끝까지 딱들어 맞는데.
고개만 올려 부엌에서 열심히 설거지 하는 민규를 보다가 우리집 소파에서 다리가 덜렁 드러나온 김민규가 생각나 푹푹 웃었다.
뒷모습이 평소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컸다. 밤에 안길때도 느꼈지만 품이 정말 크구나.
이제 저사람이 내옆에 있는거구나.
마음이 복잡했다.
"오늘 수업 없지? 권순영은 금요일에 쉬던데"
"있죠. 복학생이 공강이 어떻게 있어"
"공강이 뭐야?"
응?
민규는 고개를 들어 나를 한번 쳐다보고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강의 없는날?
짧은 정적이 조금은 못마땅했다.
뭔가가 아차 싶은지 멋쩍게 웃는 민규를 보다 한숨을 한번 푹 쉬었다.
"그럼 언제 마쳐?"
"저 오늘 개총..아 그러니까 개강이라고 술먹어서.."
"알았어"
"네.."
새로 시작하는 관계는 맞춰갈게 너무 많다.
"형"
"너 벌쓰 화음 다짰냐?"
"아 다했거든요?"
"그래,왜"
승철이 형은 평소에 안그러다가 일할땐 참 짤없다.
나도모르게 입이 툭 튀어나왔는지 형은 웃으며 입을 탁탁 쳤다.
"나 학교 다닐까요?"
"뭐하러"
돈도 잘벌면서. 애들 사이에서 학점이나 까먹게?
"돈이 뭔상관이야"
"게다가 너 수능 친다고 문제집 끼고 다니는거 너무 어울려서 안돼"
"...나 애처럼 생겼다고.."
"응 놀리는거야"
형은 손뼉을 치며 꺄르르 소녀처럼 웃어댔다.
몸짓이 제법 앙증맞아 기분이 더러웠다.
눈이 빠질듯이 째려보는데 나이먹어서 얼굴만 두꺼워졌나 몰라.
꿈쩍도 안한다.
"왜, 연하남이 너 학벌 별로라고 따지든?"
"아니"
"그럼 왜 갑자기 학교야?"
"그냥.."
오늘도 늦는다길래 얼마나 바쁘나 볼려고.
형은 말이 끝나자 마자 또다시 깔깔대며 웃기 시작했다.
"이야.. 이지훈 연애 제대로 하네?"
큰손으로 머리를 툭툭 쓰담어 오는데 툭툭 치는 내 손을 요리저리 피하면서 끝까지 손바닥이 정수리에 맞 닿아있다.
기왕 쪽팔린거 더 팔리기로 했다.
"형, 형네 집 비번 뭐에요?"
"나?"
"응. 도어락"
"본가에서 쓰던거 그대로 쓰는데?"
그래. 보통은 자기한테 중요한거 아님 익숙한거. 그게 보통이지.
쌩뚱맞게 친구 생일이 뭐냐고.
은근 사소한거에 신경써대는 나랑 권순영은 도어락 번호 설정에만 하루 반나절이 걸렸다.
며칠 꿉꿉하던 마음이 이거 때문이었나.
아 그래도 짜증이 안가신다.
"왜 걔 비번이 뭐길래?"
"그런거 아니에요"
"걔가 순영이 만큼 신경안써주냐?"
"누가?"
뜨끔하는 마음에 턱을 괴고 꿍얼대는데 뒤에서 끼어드는 목소리에 놀라 턱이 미끄러졌다.
원우였다.
오늘 녹음하러온 아이돌이었는데 데뷔 전부터 자주 작업했던터라 승철이 형도 나도 친근했다.
원우는 겉옷도 안 벗고 실실 웃으며 의자에 앉아 가까이 다가왔다. 얘도 이런거 안놓치고 놀려대는 애다.
괜히 기분이 더 꿀꿀한거 같아 발로 의자를 꾹 밀어내는데 전원우가 슬쩍 당겨오니 다시 원상복귀였다.
짜증나게 다 키가 크다.
순영이 보고싶게.
"넌 인사도 안하냐"
"우리사이에 무슨. 근데 누가요? 지훈이형 연애해?"
"고럼고럼.지랄도 그런 지랄없이 연애중이지"
대에박!
이제 스물 언자락을 넘긴 나이라 그런지 리액션이 엄청 컸다.
그 찢어진눈이 똥그래지더니 내쪽으로 얼굴을 드리민다. 부담스러워서 볼펜 끝으로 쭉 미니 승철이형을 향해 따발따발 떠들어댄다.
"진짜? 언제부터.와"
"내가 연애하는게 그렇게 놀랍냐?"
"놀랍지.그 이지훈이 연애한다는데. 난 순영이 형이랑 진짜 사귀는줄 알았지"
쟤는 참 싸가지가 없어.
나보다 한참 어린 놈이지만 처음 볼때부터 툭툭 반말을 써왔다.
나한테는 존댓말쓰기 억울하다 어쨌다나.
발로차고 때리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귀엽다고 머리까지 쓰다듬는 만행을 질러왔다.
지금도 이새끼 팔꿈치가 내 어깨위에 올려져 있다.
"그 14년 짜리 누나랑?"
"어...그치"
"이야 근데 잘 안해줘? 왜? 어쨌길래 저 쿨한 형이 저래 뚱해 있어?"
"쿨은 개뿔이"
승철이 형이 다시 웃어재끼자 원우는 눈을 반짝이며 다가온다.
뭐 하나 물었다 그거다.
"녹음 안해요? 시간 많아?"
"넌 많지. 걔가 학교다닌다고 너랑 안놀아주잖아"
"아 형!!"
"진짜? 그래서 형 삐진거?"
"아까도 입이 대빨 나와가지고~"
헐 미쳤어.진짜로?.이지훈이? 진짜?
저게 자꾸 형한테.
전원우는 그 낮은 목소리로 큭큭거리며 어깨에 머리를 기대는데 몸이 들썩일때마다 복슬복슬하게 세팅된 머리가 볼을 쿡쿡 찔러와 기분이 더 더러워졌다.
팔꿈치로 명치를 세게 쳤는데도 아파서 부들대는 와중에도 웃음은 끊이질 않았다.
"학생? 대학생?"
"아 원우 너 성수대 다니지? 걔도 거기래"
"아 진짜? 휴학하긴 했죠."
그럼 나중에 나랑 같이 가볼래?
응?
"아니 학교때문에 바쁘시다며, 그럼 형이 가도 되는거지"
"와"
"왜 싫어? 나 모레쯤에 학교 나갈 일 있는데"
멍하니 있는 내 머리를 다시 쓰다듬어 오는데 쳐낼 생각은 못하고 그대로 내주고 있었다.
"공대는 저기 저 건물"
"넌?"
"예대는 여기"
원우의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돌리는데 정말 끝과 끝이라 쭉 뻗은 목이 조금 아려왔다.
저번에 순영이 데리러 온다고 교문까지는 온적있었는데 캠퍼스 안까지는 처음이었다.
엄청 넓네. 주차장도 있고.
잠시 과실에 다녀오겠다던 원우 뒷모습을 보다가 하늘도 한번 보다 아까 알려준 공대 건물로 시선을 올렸다.
쩰 높은데 있네. 맨날 힘들어서 어떡해.
"잠시만요"
"아, 죄송합니다"
길 가운데에서 멍때리고 있자 방해가 됐는지 툭 치며 지나간다.
미안하다는 말도 채 끝나기 전에 빠르게 멀어져간다.
그러고 보니 다 바쁘게 어디로 가고 있다.
괜히 뻘쭘해져 근처 벤치에 가서 털썩 앉았다. 다 바쁘네 다 바빠.
권순영도 민규도 저러고 학교 다니겠지.
아 재미없어.
"김민규 보고싶다.."
"나 보고 싶었어요?"
생각하는 말을 입으로 뱉고는 속으로 몰래 쪽팔려하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즐겁다는 티를 내며 튀어 나온다.
뒤에서 떡하니 얼굴을 내보이는 민규에 놀라 티가나게 몸을 움찔거리니 환하게 웃는다.
뭐야. 진짜맞아..?
"여기 왜 있어요? 진짜 나보러 온거?"
"아니거든.."
아니라곤 했지만 딱히 덧붙일 말은 없었다. 쟤 보러 온거 맞으니까.
얼굴에 열이올라 고개를 숙이니 기분좋은듯 흥흥 거리며 웃는다.
오늘도 김민규는 많이 잘생겼었다.
특히 학교와 민규는 정말 잘 어울렸다. 진짜 드라마에 나오는 애 같아.
"복학생이 이래도 되는거야.."
"응? 뭐라고요?"
"아니야, 수업 끝난거야? 밥먹으러 갈까?"
기대에 찬 눈빛으로 물어보자 곤란한 얼굴을 한다.
"수업은 끝인데.. 오늘 동아리 회식이라서 늦는데.."
"..."
"...삐졌어요?"
"넌 돈버는 사람보다 바쁘다?"
진짜 섭섭해서 뱉은 말이거늘 김민규 저 놈은 아주 좋아 죽는다.
푹푹 웃더니 지훈아! 하며 껴안다가 굳이 한대 맞는다. 눈치가 없어. 진짜.
"누가 반말쓰래"
"형이 연하남은 그래야 된다면서요."
"너 그 얘기 하지 말랬지"
들은 척도 안하고 세게 껴안는다.
이러다가 소문나면 어쩔려고. 끈질기게 붙어오는 민규를 미는데 꿈쩍도 안한다.
조금만 더 컸으면 가능성 있었을까.. 없겠지..
"형 뭐하냐?"
포기하고 사실은 조금 즐기면서 가만히 안겨있는데 민규가 휙하고 떨어져 나간다.
갑자기 사리진 체온에 조금 떨면서 올려다보는데 원우다.
멍청하게 주저 앉은 민규를 뒤로하고 내 손목을 잡고 일으켰다.
이 새끼는 또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그와중에 김민규 얼굴도 점점 굳어간다.
"형은 내가 간지 얼마나 됬다고 삥을 뜯기고 있냐"
"또 지랄하지."
"누군데요"
김민규는 가끔 가다 정말 무섭게 생겼다.
진한 인상이라 인상까지 쓰고 있으면 진짜 곧 사람하나 죽일듯이 무서운데 지금 딱 그거 두배 만큼 얼굴이 더러웠다.
팔을 잡는 손에도 힘이 들어가 저리기까지 했다.
"형 아는사람?"
"아 어, 순영이 동아리 후배야"
"아이고 내가 오해를 했네, 안녕하세요"
원우가 웃으며 인사를 했지만 받아줄 생각은 없다는듯 여전히 얼굴이 사나웠다.
쟤 지금 좀 많이 빡친거 같은데.. 그러고 보니 내 한쪽팔은 여전히 원우가 꽉 잡은 채였다.
아,이거 때문인가?
"누구냐니깐요"
"아 형이랑 같이 작업하는 동생이에요"
"그쪽한테 안물었는데요"
맞구나.
"쟤 말맞아"
"...저사람 따라온거에요?"
"어, 너 바쁘다며 가야지?"
"형!"
"너무 늦으면 전화하고.나도 오늘 녹음때문에 늦어."
"가지마. 말했어."
"반말하지 말고. 가자 원우야"
"..어..어"
그래도 아까 일에 아직 마음이 상해있어서 굳이 화를 풀어주지는 않았다.
오히려 약을 올리면 올렸지.
멀어져 가는 와중에도 끝까지 원우 머리통을 노려보는 탓에 조금 쫄았다. 너무 세게 갔나.
다녀와서 무슨 소리를 또 할지.
"너 지금 시위하는 거지"
"어"
"니네집 가라"
"싫어"
단단히 삐진건지 연락도 없다 새벽에 문을 쾅쾅두드리는 김민규였다.
막 퇴근해서 씻고 자려는데 무슨 매넌지. 할수없이 문을 열어주니 술냄새 풀풀 풍기며 말대꾸를 해온다. 반말 까지 찍찍.
들이지도 않았는데 성큼성큼 들어오더니 소파에 앉아 옆자리를 팡팡 친다.
한숨을 쉬며 옆에 앉으니 아까 처럼 노려봐 약간 쫄았었다.
때리진 않겠지.. 얘한테 나 맞으면 죽을지도 모르는데.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데 어깨를 잡아 몸을 돌려 마주보곤 그 큰덩치로 안겨온다.
아 술냄새.
"형 아까 진짜 너무 했던거 알죠"
"뭐가"
찔리는 맘에 괜히 김민규 머리칼을 쿡쿡 찔렀다.
술에 취해서 눈도 뻘게져놓고 발음은 똑바르다. 안취한거 아닌가 뺨을 툭툭 때리는데 맞은지도 모르고 껴안겨 있다.
"나보고 반말하면 그렇게 뭐라고 하면서, 응?"
"아 그게 문제 였냐"
"응?"
"아냐 마저 말해"
"또, 누구냐고 물어보는데 형 입으로는 말안해주고, 딴놈 입으로 듣게 하고"
"아니 그ㄱ..야!"
술이 거하게 오른터라 민규 몸이 따땃해 마치 대형견 안고있는 기분이어서 등을 쓰담고있는데 볼을 잡고 뽀뽀를 해온다.
술에취해 위치도 제대로 못잡고 코에 입을 맞춰놓고 좋다고 헤헤 웃는다.
진짜 개 키우는거 같다.
덩치는 산만한데 아직 덜 자란 새끼 강아지.
"또! 내가 순영이형 아는 동생이야? 적어도 형 아는 동생이라던가"
아 그것도 문제였구나..
"알았어 미안해"
"으응, 나도 미안해요"
"니가 뭘?"
"형 순영이 형가서 엄청 외롭잖아. 티는 안내도"
"..아니거든"
"근데 남자친구라는 놈은 학교간다고 신경도 안써주고"
알긴 아나 보네.
새카만 정수리가 참 한결같다.
이제껏 나빴던 기분이 싹 가신다.
"우리 형이 얼마나 학교 가고싶어했는데.."
"그래서 오늘 갔잖아"
"내가!"
먼저 데려가고 싶었다고요.
발끝까지 따뜻해짐을 느낀다.
품안의 그가 너무도 포근했다.
고아원에서 느꼈던 하늘이 품안에 가득이다.
혼자 남은 휑한집에 이제서야 온기가 돈다.
난 대체 뭘 불안해 했었을까.
"자?"
한참 말이 없던 민규가 숨소리만 내기에 물었더니 고개를 젓는다. 볼에 닿는 느낌이 간지러웠다.
"너 내일 기억 못할거 같으니까 해주는거야"
손이 작은 편인데 두손으로 거의 감싸질만큼 김민규 머리통은 작았다.
속으로 감탄하고 한번 숨을 크게 내쉬고 입술을 조심스럽게 물었다.
민규는 취했어도 곧 반응하고는 주도권을 가져갔다. 입안가득 술냄새였지만 기분 나쁘진 않았다.
평소에 못해서 싫어하는 키스지만 오늘은 안해주고 못배기겠으니까.
앞에 사람은 취해서 정신도 없는데 혼자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게진다.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숨을 크게 들이쉬니까 피로가 절로 풀린다.
얜 이제 아예 자는지 불러도 반응도 없다.
"내가 널 얼마나 오랫동안 좋아했는데, 아냐?"
목소리가 떨려 온다.
"14년 전부터 너만 좋다."
"..."
"처음에 못알아봐서 미안해"
"..."
"니가 먼저 다가오게 해서 미안해"
나는
"고마운데"
"..야!"
죽은듯이 가만히 있던 애가 갑자기 손을 잡아온다.
진짜 놀라서 뿌리치려는 손을 더 세게 잡는다.
"너 안잤으면 말을.."
"형이 날 그렇게 오래 좋아한지는 몰랐네"
"..."
"다가갈때 받아줘서 고마워요"
꽉 껴안은 탓에 맞다은 가슴께에 심장소리가 섞여 들린다.
담담한 목소리가 눈물나게 듣기 좋았다.
"우리 엄청 특별하잖아요"
"..응"
"얼마나 귀해요. 서로가 준 게.."
우리 오래가요.
뭐가 외롭다고 그렇게 살았을까.
권순영이 그렇게 가면서 알려주고 싶었던게 이거였구나.
어깨에 얼굴을 묻고 눈가에 맺힌걸 슬쩍 닦아냈다.
눈감아도 아른거리는 하늘이 포근하다.
"그래도 그 사람한테 반말쓰라고 하지마요"
"응"
"나만 쓸거야"
맞잡은 손이 기분좋게 두근댄다.
막편입니다~ 불맠 함 달아볼라했는데ㅎㅎㅎㅎ
오글거리네요 유독... 개강하고 정신없이 썼더만 특히 빈약하네요ㅠㅠㅠ
가을 조심히 보내시고 다음작으로 뵈요.
암호닉을 항상 잊네요ㅠㅠㅠ
마지막까지 감사했습니다~~
[규훈섹쇼]/[규훈행쇼]/[봉봉]/[예쁜작가님]/[양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