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라이스- 9Crimes
20150305
타쿠야가 그곳에 간지 4일이 지났다. 오랜만에 시부야에 나가고 싶어서 지하철을 이용하여 시부야에 도착했고 그를 처음만났던 그 카페가 문득 생각이 나서 그곳에 갔다. 하지만 거기에서 마시고 싶지않아 일하는 여자에게 테이크아웃컵으로 달라고 했고 나가려하니 갑자기 뒤에서 날 부르는 소리가 났다. 뒤를 돌아보니 옆집 아이 유타가 있었다. 나카모토 유타
내가 이곳 도쿄에 왔을 때부터 먼저 싹싹하게 알려주고 어린 나이고 귀여운 외모지만 속은 깊었다... 유타에게는 상대를 편하게하고 뭔가 힘이되는 면이 있다. 아마 이 땅에서 나를 잘 알고있는 사람은 아직까지는 이 녀석 아닐까 싶다.
나를 보며 손을 흔드는 그에게 난 웃어보였고 그 또한 날 보며 미소짓고 있었다.
그와 카페문을 나섰고 난 손에 든 커피를 마시며 걸었다. 하지만 말 한마디없이 걷다가 그 적막을 깬건 유타였다.
"배 안고파요? 이렇게 만나는것도 흔치않은 일이잖아요...거기 아오야마 맨션에서나 학교에서만 만나는게 대다수인데...에이 오늘은 내가 살게요. 알바비 나왔거든!
안색을 보니까 또 빵같은걸로 대충 떼운거죠? 그쵸?
딱 보면 알아요...그리고 주구장창 차만 마셨을게 뻔해."
"뭐 네가 산다면 사양은 안할께...어디가 좋을까? 조용한데 어디 없어?"
"저만 믿어요-"
그가 나를 데리고 간곳은 이탈리아음식전문 레스토랑이었다. 아마 파스타를 좋아하는 날 위한 그의 선택인 것같았다.
그가 먼저 들어갔고 뒤이어 내가 들어갔다. 그 순간 우리를 맞이하는 웨이터들이 바로 인사를 친절하게 하고는 자리 안내를했다. 가게 안은 조용했다. 큰 공간에 점심시간을 약간 지난시간이었고 평일이어서 사람도 적었다. 우리말고 중년부부로 보이는 커플이 보였다. 창가자리로 안내 받은 우리는 자리에 앉았고 유타는 입었던 반코트를 벗어서 의자에 걸었다.
창가에서 밝은 겨울 햇살이 들어왔고 난 말없이 유타를 바라보았다.
"지금 걱정하는거예요? 이런 비싼데 왜 왔냐구, 맘껏시켜. 그리고 걱정마요, 돈 모자르면 그냥 선생님한테 사라고 할건데. 뭐."
그의 말에 내가 웃어버렸고 그 또한 날 보며 웃었다.
"똑같다,선생님 그 표정...선생님은 모르죠? 그 미소가 되게 편안한거?"
"........."
"닭살돋을수도 있는데, 선생님은 늘 저한테 고맙다고 하잖아요. 나도 고마워요.
선생님은 항상 낙천적이고 밝아요. 그건 좋은거예요. 근데 왜그렇게 아파보일까...남한테는 그렇게 간이고 쓸개고 다 빼어줄듯 한데, 정작 자신한테는...
그러지말아요, 선생님..."
"...힘이된다, 너의 위로. 유타. 고마워"
"처음엔 사실 이제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어두운 사람인줄 알았어요, 낯설어서 그런거겠지만."
나는 유타의 말에 씁쓸히 웃었고 내가 대답했다.
"그럴만했잖아, 너도 알다싶이...내가 중국에서 어떻게 컸는지, 무슨 짓을 당해왔는지.
공부밖에 없었어. 그리고 일하는것밖에 없었어. 또 너희 부모님에게 감사해.
덕분에 내가 맨하탄에 갈 수있게 도와주셨고,거기에서 학교를 다닐 수있었어."
"우리 엄마는 선생님을 나같이 아들로 생각하시잖아요."
"알아..."
"형이라고 불러볼래요 오랜만에 대학교에서 실컷 교수님 선생님 하니까... 위안형 타쿠야형 얘기 알고있어요...
나는...믿어요, 형이랑 타쿠야 형 둘다 괜찮을거라고.
마음은 아프겠지만 금방 나을거라고. 난 아주 많은걸 믿어요...
타쿠야형이 거기에 있는 시간이 줄어들수 있다고도 믿어요. 난 믿어, 좋은소식이 형에게 전해질거라고.
나는...언제나, 우리 루카 누나가 나와 함께 있다는걸 믿고..."
루카의 이름을 얘기하며 우는 유타를 보며 나 또한 눈시울이 붉어지는걸 느꼈다.
유타의 친누나였는데 유타보다 9살많은 누나. 나이차이가 얼마나지 않았던 그녀가 나한테 일본어를 처음 가르쳐준 사람이기도 했다. 내가 오고나서 2년후에 그녀는 교통사고로 떠났다.
유타는 눈물을 닦으며 계속해서 말했다.
"아이스크림 한통을 내가 다 먹어버려도 아무도 날 못봤다면 그건 살로 안간다는걸 믿어요."
그말을 하며 그는 애써 웃었고 그의 표정은 다시 진지해졌다.
"형이 괜찮을거라고 타쿠야형도 괜찮을거라고 모두가 괜찮아질거라고 난 믿어.
이렇게 믿는것이...내가,우리를 강해지게 살아남게 하는 힘이라고 나는 믿어."
그의 말에 난 고개를 작게 끄덕였고 나 또한 그의 말에 울어버렸고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울고 웃었다.
그리움이란 모든것이 달라진 후에야 비로소 싹트는 것이다.
- 요시모토 바나나의 '아르헨티나 할머니' 중...-
드디어 면회날이 돌아왔다. 그가 지난주에 가고부터 그의 생각뿐이었다. 이대로 끝내버릴까 하는...
내 욕심때문에 바쁜 앞으로 바빠질 그에게 신경쓰이고 싶지가 않았다...
일어나보니 5시였다. 그가 오는시간은...10시.
7시면 전원 기상이었고 간수들이 우리와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곤 한다.
교도소 방 하나 하나엔 둘씩 짝을 지어 생활을 하게 되는데 블레어 윌리암스라는 녀석이 나의 룸메이트였다.
내가 들어오고 그 다음날 들어온 녀석.
그 녀석또한 나와같은 범행을 저질러 2년을 선고받았다고 한다.
침대는 2층침대를 쓰는데 내가 아래였고 그가 위를 쓰고 있었다.
가만히 일어나 쿠사나기 상이 주고 간 책들을 보려고 했지만 아직 겨울인지라 5시는 너무 이른 시각이라
불이 없어서 다시 침대에 누워버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말을...해야하는건지.
웃는 그의 모습이 좋았다.
그의 까만머리가 좋았다. 아니,정확하게는 어두운 갈색머리...
그의 눈빛이 좋았다. 그의 쇄골이 좋았다.
그의 마른 다리마저도 나는 좋아했다.
아니,좋아하고 있다.
만약에...그가 힘들다면,나는...그를 보내줄것이다.
복수도 뭐도 꿈꾸지 않고 그저...
처음에 면회를 온 그가 내 앞에서 우는데, 당장이라도 나가서 그냥 안아주고 싶었었다.
울지말라고 그 눈물들 내 손으로 닦아주려고 하고싶었는데...
불가능했다. 그래서 나는 그때 손을 가만두지 못하고 미친듯 수갑을 풀려고 애를 써보았다.
그 순간 만큼은...내 뒤에있던 야마시타상이 미웠다.
함께한지 두달뿐이었지만 그 시간들이 너무나 행복했는데.
한 순간의 나의 큰 실수로...
우리는 교도소에서 일주일에 두번뿐이었다.
두달의 배도 넘는 그 시간동안...
유리를 가운데에 두고 우리는 얘기해야 했다.
그게 싫었다...
내가 잘못한것 다 알지만 그가 괜찮다면.
내가 괜찮지않아도 그가 버틸수있다면...
내가 그에게 상처를...줄 수도 있다.
헤어지자고...말한다면.
{나를 더러운 쓰레기 더미 위에 두고 가세요.매정해도 좋으니 그냥 날 버리고 떠나가세요.이건 내가 하려는게 아니에요.
차마 나는 못하겠어요 이곳은 당신을 생각하기에 좋은 장소가 아니에요,누군가 새로운 이를 만나기에도 적당한 시간은 아니죠.
우리는 서로 새로운 사람을 만날수있는 의지도 없잖아요. 이건 단지 작은 범죄이지만, 난 변명할 생각이 없어요.
헤어짐도 상처를 준다면 범죄라고 할수있지만, 변명하지 않을께요.그래도 괜찮을까요? 그래도 괜찮은거겠죠?
총을 쏠 준비가 되면 내 총을 건네줄께요.그래도 괜찮나요? 내 마음의 준비가 되면 당신이 헤어지자는 말을 해주세요.그렇게 해줄수있죠?
당신이 방아쇠를 당길수없다면 , 어떻게 나라고 총을 쥐고 있을수있겠어요? 당신도 헤어지자는 말을 할수없는데 나라고 어떻게 그런 힘든 말을 할수있나요?
이래도 괜찮은걸까요? 마음의 준비가 되면 당신에게 선택권을 넘길께요. 당신과 함께해도 괜찮은걸까요?
No...안되겠죠...
-Damien Rice의 9crimes 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