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콜라와 검은 포카리스웨트
:
" 어…. 한빈아 안녕 "
" 안녕 못한다면? "
갑작스런 한빈이 등장에 헉하고 숨을 들이쉬고 손을 들어 어색하게 인사하니 한빈이는 삐딱한 말투를 툭 내뱉고는 교문을 지나쳐 갔다.
민망해진 손이 갈 길을 잃어 큼큼 헛기침만 하며 나도 교실로 향했다. 민망하네.
교실로 들어오자 역시나 진환이는 자고있었다. 요즘 들어 더 피곤해하는 진환이가 걱정되어 자양강장제라도 사줄까 하다가 왠 오바인가 싶어 관뒀다.
진환이는 수업 시작 종이 치자 부스스 일어나 나에게 먼저 인사하고 수업을 듣는둥 마는둥 꾸벅꾸벅 졸며 시간을 보냈다.
한빈이는 하루종일 찾아오지않았다. 화난걸 대놓고 표현하는 듯 했다. 내가 뭘 잘못한거지? 뭐 무서워서 도망치던 나는 나름 이득이라고 생각했지만
한번도 마주치지 않은 한빈이의 모습에 괜시리 신경이 쓰였다.
결국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나서도 한빈이는 모습을 보이지않았다. 진환이는 한빈이에게 전화해 왜 안내려오냐며 물었지만 이미 혼자 집에 가고있다는 한빈이의 대답에
진환이는 나를 보며 갸우뚱했다. 둘이 싸웠냐며 물었다.
" 아니 싸운건 아닌데. 오늘 아침부터 기분이 안좋더라구…. "
" 그래? 우리 가는 길에 카페하나있잖아. 거기서 기다리라고 했거든? 얼른 가보자. "
아, 아니 난 딱히. 당황해 말을 더듬는 나의 손을 덥석 잡은 진환이가 교실을 나섰다. 심장 뛰는게 손을 타고 전달될까 걱정되 심호흡을 하며 걸어야했다.
주위에서 사귀는 거냐며 반 애들이 물어보며 궁금해하자 그제서야 얼굴이 붉게 물든 진환이가 내 손을 놨다.
그런게 아니라며 변명하는 진환이의 모습을 보자 마음이 착잡하고 아팠다.
" 그렇게 보일 줄은 몰랐는데. 민망하네. "
진환이는 하하. 하며 민망한 듯 웃었고 나는 억지로 입술을 비틀어 웃어야했다. 가는길내내 진환이가 잡은 손을 바라보다 한숨을 폭폭 쉬기만했다.
카페에 도착한 진환이는 한빈이를 찾았는지 한빈이에게 다가가 많이 기다렸냐며 묻자 한빈이는 핸드폰만 바라보다가 아니. 라는 말을 내뱉고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치자 한빈이는 얼굴을 굳히고는 바로 인상을 찌푸린다.
" 너네 둘 싸웠어? "
" 싸우고 뭐고 그딴게 어딨어. 우리가 무슨 사이라고. "
한빈이의 비꼬는 듯한 말투에 나는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뭘 잘못한건가. 약간 억울해져 울컥했지만 울음을 꾹 참았다.
진환이는 한빈이의 태도에 당황해 왜그러냐며 한빈이를 툭툭 쳤지만 한빈이는 날 뚫어져라 쳐다보며 계속 말했다.
" 안그래? 어? "
학기 초기의 한빈이의 모습이였다. 그 때도 이렇게 상당히 불량스러운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났었는데 지금도 그렇다.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내려다 보는 한빈이를
진환이가 겨우 달래 앉히고 진환이는 한빈이 옆에 앉았다. 난 그 맞은편에 앉게 되었고.
" 빈아. 너 내가 말투 예쁘게 하라고했잖아. "
" 씨발. 몰라. 얘 데리고 올거였으면 너 안기다렸어. 나 간다. "
" 야! 김한빈! "
한빈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성큼성큼 카페를 나간다. 진환이가 급하게 나가 한빈이를 붙잡아 무언가를 말하는 듯 했다. 나만 멍하니 앉아 유리밖에
둘을 쳐다보기만 했다. 내 잘못이 정말 뭐지. 워낙 말투가 거칠고 틱틱거리는건 알았지만 저렇게 화낸적은 처음이라 당황스럽네.
손가락만 꼼지락거리고 고개만 푹 숙이고있는데 따듯한 손이 내 머리를 덮었다. 고개를 들자 진환이가 환하게 웃으며 가자. 라고 말했다.
-
잘 풀린건가. 이게. 결국 셋이 카페에서 나와 집으로 향하고 있긴한데 분위기가 오묘하다. 한빈이는 우리 둘 앞을 앞서 걷고있고 진환이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나는 멍하게
집으로 향하는 중이였다. 갈림길이 나오자 진환이는 한빈이를 내 옆에 던지듯이 밀더니 잘가! 라며 뛰어간다.
진, 진환아…. 처음으로 너가 원망스럽다, 가지마 빵꾸똥꾸야! 어색한 상황에 민망해서 어떻게 할까 머리를 잘 굴리고 있는데 한빈이가 안갈꺼야? 하며 우리 집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 한빈아. 오늘 나한테 왜 화났는지 알 수있을까? "
" 알빠야? "
" 그래 그치? 내 알빠가 아니지. 하하. "
한빈이는 악마의 모습을 하고있어 더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결국 우리 집 앞까지 도달했다.
" 어…. 데려다 줘서 고마워. 조심히 들어가고 내일 학교에서 보…. 악! "
한빈이에게 어색하게 인사하는 도중에 누가 내 등짝을 강하게 내려치는 아픔에 소리를 질렀다. 무표정에 한빈이도 조금 놀란 눈으로 날 보다 내 어깨 너머에 있는 사람을 보고는 잔뜩 인상을 썼다.
" 야 이 기집애야. 지금이 몇시야. 야자 끝나고 오면 삼십분도 안걸리는 년이! "
송윤형. 으즈슥으…. 엄마마냥 폭풍 잔소리를 시전하던 윤형이가 뒤늦게 한빈이를 발견했는지 눈빛으로 쟨 뭐야. 하고 쳐다본다.
" 뭐야? 쟤. "
" 내 친구야! 떄리길 왜 때려! 아파죽겠네! "
" 그니까 누가 늦게 들어오래? 저 새끼랑 있느라 늦게 왔냐? "
야 한빈이한테 저새끼라 하지마…. 화나면 너 뒤지게 쳐맞을 수 있다구 또르륵.
" 아까 아침에 걔네. "
조용히 우리 둘이 투닥거리는걸 지켜보던 한빈이의 말에 둘은 한빈이에게 집중했다.
" 내가 왜 화났나. 궁금하다 했나? "
" …어? 응, 뭐 그렇지. "
니 눈앞에 있는 새끼 때문이지. 한빈이는 그 말을 끝으로 윤형이의 얼굴을 내려치고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발을 돌려 사라졌다.
놀란 나는 볼을 부여잡고 있는 윤형이를 보느라 한빈이에게 화를 내고 자시고 할 여유가 없었다. 다급하게 윤형이의 얼굴을 살펴보자 이쁜 입에서 피가 터졌다.
" 하. 한국 오자마자 쳐맞네. 그것도 모르는 새끼한테. "
" 으헝…. 윤형아 괜찮아? 응? 괜찮아? "
" 야 왜 니가 울어! 아픈건 난데! "
김한빈 나쁜새끼. 라고 엉엉 울며 윤형이의 볼을 감쌌다. 괜찮다고 웃으며 나중에 데리고 와서 두 대 더 때려줄거라며 장난스레 오버하는 윤형이의 모습에
안도해 겨우 눈물을 그치고 집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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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제일 친한 친구를 때려놓고 뻔뻔하게 미안하다는 말도없는 어제자 김한빈때문에 화가 잔뜩 나있는 상태로 등교를 하고있었다.
윤형이가 오늘은 학교에 같이 못가준다는 말에 내가 웬일로 라고 묻자 예쁜 여고생들이 자기 얼굴 다친거 보면 속상해한다며
진지하게 말하는 윤형을 보고 한숨을 쉬고 나왔더라지.
혼자 어제자 김한빈에게 어떻게 화내야 할까 하고 생각하고있는데 뒤에서 누가 톡톡친다. 윤형인가 싶어 고개를 돌려보니 진환이다. 그리고 그옆에 한빈이까지.
막상 화나서 뭐라할까 했는데 얼굴보니 내가 쫀다. 쪼다같은 나년….
" 등교길에서 만난건 처음이네! 잘잤어? "
진환이의 아침 꽃미소에 기분이 스르륵 풀리려는 찰나에 김한빈이 내 목덜미를 턱하니 잡는다.
" 노랑머리는 오늘 왜 같이 안왔냐? "
" 노, 노랑머리? 아 윤형이? 지금 우리집에서 자고있어. 어제 걔 늦게 잤거든 누.구.덕.분.에. "
나름 반항의 의미로 누구덕분에의 악센트를 넣어서 한빈이를 째려보며 말했는데 진환이랑 한빈이가 놀란 눈으로 날 쳐다본다. 심지어 진환이는 마시던 오렌지주스를 뿜었다.
" 왜? 뭐 문제 있는거야…? "
" 너 동거해? "
한빈이의 물음에 뭔 개소리지. 하고 생각하다가 아 내말을 오해했구나 싶었다.
" 아냐! 외국에서 살다가 잠깐 우리집에 있는거야. 어렸을때부터 친구여서. 그리고 집에 엄마도 계셔! "
진환이가 오해하는게 싫어 열심히 변명하자 그제서야 둘은 표정을 풀었다. 그리고는 한빈이가 뭘 말할듯 안말할듯 입술을 꼼지락 거리길래 할말이 있냐고 물었더니
빽! 하고 화를 내며 자기 혼자 앞서간다.
" 어제 미안하다고! 친한 친구 때려서! "
한반이의 모습에 화났던 감정이 풀리고 웃음이 나왔다.
한빈이는 다시 쉬는시간마다 우리 반으로 놀러왔다. 대신에 올때마다 윤형이와 무슨사이인지 자세하게 설명해야했고 그날 등교날에 왜 둘이 포옹하고 있었으며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었는지도 매 시간마다 시달리듯 설명해야했다. 진환이는 나중에 되서야 빈이가 질투하는거야. 라며 큭큭거려 나도 뒤늦게 꺠달았지만 뭐.
***
어릴 때 한빈이가 갖고싶은건 무조건 내가 가져야했고. 꼭 김한빈 손을 거쳐야했다. 한마디로 김한빈에게 줄 듯 하다 뺏는게 좋았다. 엿먹이는것.
그때마다 상실감이 잔뜩 서려있는 한빈이를 볼때면 스트레스가 풀렸다. 어차피 친해서 붙어있는 것도 아니고 아버지가 친해지길 바라셔서 붙어있는 거니까.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만. 인정받는 길만 가고싶다. 멍하니 생각에 빠질때 쯤 또 정신없이 울리는 핸드폰을 들어 전화를 받았다.
"…그 건은 한빈이한테 부탁해볼게요 아버지. 네…. 알겠습니다. 네네. 걱정마시구요. "
아버지의 전화를 끊고 갑갑한 넥타이를 신경질적으로 풀었다. 시발. 언제까지 아버지 입에서 김한빈 소리가 안나올까. 한숨을 쉬며 마른세수를 하고는 자리에 털썩 앉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수많은 빌딩들 회사들. 넥타이를 좀 더 풀었지만 답답했다. 유리창에 언듯 비치는 내 모습에 고등학생이 맞나 싶어 비웃음이 절로나왔다.
메신져가 왔다는 소리에 핸드폰을 열자 웃음이 지어졌다. 문득 한빈이가 가지고 싶어하던 한정판 자동차 미니어쳐를 내가 가졌을때,
그걸 눈앞에서 부셨을 때에 기분이 들었다. 숨이 막힌게 풀린다.
ㅇㅇ이의 메세지였다. 한빈이 핑계로 시내에서 같이 불러 놀다가 급하게 회사로 들어온 이후로 ㅇㅇ의 걱정의 메세지가 와있었다.
한빈이에게 마음을 돌려야한다. 그리고 한빈이가 좋아할때쯤 뺏어야한다. 상상만해도 숨이 턱하니 트이는것 같았다.
집에 들어가는 길에 장미꽃을 샀다. 한빈이가 줬다고 생각하게끔 만드는건 쉽다.
우연히 갤러리에 들어가 사진을 보자 오늘 놀다가 같이 찍은 ㅇㅇ이와 내 사진을 보다 장미꽃을 보았다. 후련하지 못하다. 또 답답해져간다.
-
" 한빈아 꼭 그럴필요는 없어. 나 혼자 갈 수 있. "
" 닥쳐. "
응. 그래. 닥쳐야지 뭐. 근데 배아파서 조퇴하는건 난데 왜 너는 같이 나오세요? 병원으로 향하는 내 발걸음을 굳이 같이 동행해 주신다며 바락바락 우기는
한빈이와 그옆에서 빈이가 같이 가주면 좋지 않냐는 바보같은 진환이의 넉살 덕분에 같이 가고있다.
배가 심각하게 아픈건 아니고 그냥 수업듣기도 싫고 기분도 밍숭맹숭해서 나온건데 병원을 꾀병으로 가게 생겼다.
결국 병원에서 진찰서까지 받아 가방에 넣자 김한빈은 나를 보며 비웃는다.
" 언제까지 아픈척할꺼야. 모른척 해줬더니 계속 연기하네. "
한빈이의 정곡 찌르는 말에 괜히 민망해져 아프다고 낑낑거리는 태세를 접었다.
" 안아픈거 알면서 왜 따라나왔냐? "
" 그래도 혹시 아플까봐 걱정되서. "
한빈이의 깊은 눈길에 괜히 얼굴이 붉어져 그런게 어딨냐며 손을 휘휘 젓고는 이제 집에가자고 말했더니 싫다며 뻐팅긴다.
" 뭐야. 싫으면 혼자 서있어. 나 들어갈거니까. "
타이르듯이 말했지만 꼼짝도 않는 한빈에게 등을 돌리자 한빈이가 내 팔을 잡고 휙 돌리더니 나를 안는다. 특유의 한빈이 체취에 숨을 훅 들이켰다.
" 사랑해. "
" 뭐, 뭐야. 갑작스럽게…. "
" 뭐 그새끼도 하는데 내가 못할게 뭐있나 싶어서. 집에 데려다줄게 가자. "
김한빈은 정말로 알수 없다. 훅 치고 훅 빠져나가고 사람을 정신없게 한다. 한빈이의 태도에 내 알수 없는 감정도 자꾸만 고개를 내밀었다.
너무 떨려서 심장이 멎을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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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루~~~~~~~~~~~~~ 아이콘이 데뷔한다 씬난다!!!!!
열심히 글을 찌고싶은데 시간이 안나서 매번 핸드폰 메모장에 대충 쓰고 글을 자세하게 옮겨적게 되네용..ㅠㅠ
(예를들어 메모장에 한빈이가 핵싫어하는 티냄 여주는 기분이 꽁기함 하지만 진환이가 설렘설렘행동해서 풀림 이런식으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대충 쓰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글로 찌려닠ㅋㅋㅋㅋㅋㅋㅋㅋ어휴)
벌써 또 새벽 세시라니...
항상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
짧게 끝날 글이여서 얼른 다 쓰고 다른 글도 쓰고싶어요!
다음편에서 또 뵈요 (찡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