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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T/정재현/김도영] 그대에게 쓰는 편지 _ 00 | 인스티즈



그대에게 쓰는 편지


- w. 김대리가 누구야








'땡땡땡-'


울리는 전차소리에 여주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재빨리 전차에 몸을 실었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다니는 경성의 한신백화점 앞 거리. 이제는 옛스러운 한복보다는 모던-걸, 모던-뽀이들의 양식 양장이 더 눈에 많이 들어오는 그런 거리. 소와 키 큰 나무 대신, 땡땡거리는 전차와 키 큰 가로등이 즐비한 거리.  벌써 경성에 도착한 지 4년이 지났는데도, 어째 이 거리는 익숙해지질 않는다. 여주는 아직까지도 전차를 탈 때면 전차를 처음 탔을 때, 그 때의 기억이 불쑥 찾아오곤 했다. 처음 보았던 경성의 모든게 신기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모든 것이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빈 자리에 앉은 여주가 맞은 편에 앉아 소란스러운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그 때의 이야기가 또다시 새록새록 떠오른다.



"형, 형! 우리 지금 어디 가는거야?"


"우리는 지금 학교에 가는 거야. 형이 누나 학교 끝나는 시간에 맞춰 데리러 올게. 누나랑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알았지?"


"응!"


"여주도 대답해야지?"


"응."



우리의 대답을 들은 오빠는 양손에 잡은 우리 손을 다시금 꽉 쥐었다. 처음 온 경성에서 행여나 놓칠세라. 동혁이와 나 둘 다 10살이 훨씬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빠는 우리가 아직도 보통학교 학생인 듯 행동했다. 마치 자신이 이 어린것들을 책임져야하는 부모님인 마냥. 오빠는 부모님 없이 자라 온 우리가 자라서 부족함을 느끼지 않도록 자신을 희생해가며 우리를 학교에 보냈다. 우리를 학교에 보내놓고 오빠 자신은 하루종일 밖에서 일을 했다. 누군가의 편지를 배달하고, 또 어느 날의 신문을 팔고, 어느 높으신 분의 구두를 닦으며. 오빠는 우리를 경성에 있는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고향에서 열심히 일했다. 경성에 와서는 우리의 학비를 위해 열심히 일했다. 나와 동혁이가 그런 오빠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학업에 열중하고 어긋나지 않게 자라는 것이었다. 그런 오빠를 보며 자란 나는, 나도 우리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나는 오빠의 도움으로 여학교를 졸업했고, 간호사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일할 병원을 알아보던 지난 해, 우편 배달을 하던 오빠가 일본 순사의 눈에 띄어 아무런 잘못도 없이 구타를 당하던 것을 나카모토의 한 의사 선생님이 구해주셨었다. 경성에서 제일 가는 병원은 아니지만, 훌륭한 두 의사 선생님이 계시는 병원이었다. 그리고 나는 곧장 나카모토 병원에 지원을 했고, 다음 날부터 바로 병원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누나 또 옛날 생각해?"

"옛날은 아니고, 그냥, 세월 참 빠르다 싶어서."



곧이어 동혁이는 혀를 찼다. 그렇게 옛날 생각 자주하는 것도 중증이라니까, 중증. 그렇게 말하는 동혁이의 얼굴을 나는 빤히 바라보았다. 누나, 우리는 앞을 바라봐야해. 형과 누나의 노력이, 그리고 나의 노력이 가져올 밝고 행복한 미래를 봐야지, 도대체 어딜 보고 있는거야. 동혁이의 말에 나는 웃으며 말했다. 아니, 그동안 우리가 참 잘 버텼구나 싶어서. 그러자 동혁이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암, 우리가 고생을 좀 하긴 했지. 입가에 미소를 걸친 채 으스대듯 말하는 동혁이를 보자니, 지난 세월이 더욱 실감이 나는 듯해 나는 그만 웃어버렸다. 땡깡만 부리던게 언제 저렇게 컸나 싶다가도 저렇게 뺀질거리는 모습을 보니 동혁인 변하질 않았구나.




-




"아니, 아프다니까요? 아 선생님! 아파요! 아프다고요!"

"아프니까 낫게 해준다잖아요 지금. 상처를 소독을 안하면 치료를 어떻게 해요, 제가."


오늘도 나카모토 병원은 들어가자마자 소란스러웠다. 아니나 다를까 이 소란의 근원은 동영 선생님이었다. 언제쯤 환자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시려나. 정선생님 반만 따라 하셔도 병원이 조용해질텐데.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시면서도 그 원인인 자신의 태도를 결코 바꾸지 않는 김선생님이었다. 그런데, 보통 소독은 우리가 하는데 왜 선생님이 직접 하시는 거지. 의아함이 들어 주변을 쳐다보자, 아, 아마도 환자의 난폭함에 간호사들이 도망간 것 같았다. 다들 기둥 뒤에 숨어 나에게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고 있었으니 말이다. 들고 있던 가방을 복도 의자에 내려놓고, 선생님 옆에 다가가서자 어떻게 아신건지 귀신 같이 섭자와 집게를 나에게 넘기셨다. 으, 소독약 냄새. 솜에 잔뜩 묻은 소독약이 코 끝을 아리게 만든다.



"이간호사, 환부 소독 좀 꼼꼼히 해주시고, 붕대는 대강 감아 돌려보내세요."

"네."

"아니, 선생님 약은요!!"

"...환자분 논두렁에서 구르셨다네요."



끝내 환자분에게 직접 말하지 않고 나에게 넌지시 말하시곤 자리를 뜨신다. 가벼운 타박상이니 소독하고 붕대만 감아서 보내면 된다. 아마 대강 감으라고 하신 것은 환자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로 사소한, 동영선생님 나름의 복수였을 것이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으신 척 하면서 은근슬쩍 복수하시는 선생님의 태도에 입가에 웃음을 짓고 있자니, 환자분이 성을 낸다. 아니, 간호사! 나 약은 안 먹어도 돼? 그런 환자분께 차분히, 내일 아프시면 또 오셔서 진료 받고 약을 받아가시면 된다고 말씀 드렸다. 물론 내일 다시 진료 받게 되시면 한동안 다리는 못 쓰실 수 있다는 경고와 함께. 그러자 환자분의 입이 꾸욱- 닫혀버렸다. 그 이후 수월하게 붕대까지 다 감아드리고 돌아서자, 내 가방을 들고 웃으며 서 있는 재현 선생님이 보였다. 선생님! 종종 걸음으로 뛰어가자 원내에서 뛰지 말라며 눈을 흘기신다. 머쓱하게 웃으니 나에게 가방을 쥐어주며 얼른 옷 갈아입고 오라고 하신다. 이간호사, 우리 10분 뒤 회의.


가방을 받아들곤 탈의실로 향하는 길, 동료 간호사들이 아까 일이 미안했는지 괜시리 나에게 말을 건넨다. 료코상은 어쩜 그리 환자들을 잘 다뤄? 그러자 다른 간호사가 받아친다. 맞아. 게다가 환자들 뿐이야? 선생님들도 제법 다루잖아, 료코상. 정도를 모르는 듯한 발언에 그녀를 빤히 쳐다보자 괜히 무안한지 덧붙이지 말아도 될 한마디를 덧붙인다. 뭐.. 조선ㅈ,아니 조선사람들은 조선사람들끼리 통하고 그런가 보지. 그 한마디에 다른 동료들마저 입을 다물어버렸다. 아마 그녀가 무슨 실수를 할 뻔 했는지 다들 눈치챘기 때문이라. 한두번도 아닌 일에 나는 그냥 고개를 돌리곤 탈의실로 향했다. 조선 땅에서 조선인이라고 무시 당한다니, 아직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은 험난함이 분명했다.




_




옷을 갈아입고 회의실 앞에 섰다. 낡은 나무 문 너머로 느껴지는 인기척이 적다. 아무래도 방 안에는 정 선생님과 김 선생님만 계시는 듯 하다. 그렇다는 건... 여주는 숨을 크게 들이쉬곤 문손잡이를 돌렸다.


"정선생님, 부르셨어요?"

"우리 이번 일정 나왔다, 여주야."


자리에 앉자 옆에 있던 김선생님이 서류뭉치를 건네주신다. 알지? 읽고 태워야 하니까 얼른 외워. 여주는 서류를 찬찬히 훑어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내일 유(酉)시, 한신백화점 뒷쪽 골목에 있는 주유소에서 주유하는 친일파 대표 이완식을 처단할 것. 내가 해야할 일은 작전을 수행하러 간 김선생님을 대신하여 환자를 수술하여 알리바이를 만드는 것. 그리고 병원에 안전하게 수행원들을 숨기는 것.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비교적 안전한 두 개 였다. 아, 혹시나 위급 상황이 발생하여도 나는 흔들리지 않고 병원을 지킬 것. 작전 시간이 되면 뒷처리를 돕기 위해 정선생님 마저 병원을 비울 터였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수행원들의 위치와 주변 약도까지 외운 여주는 미련 없이 서류를 벽난로에 던졌다. 그래서요, 김선생님. 제가 내일 도울 수술은 어떤 수술이죠? 들고 온 파일을 펼치며 입을 열자, 곧장 수술에 대해 설명해주시는 정선생님과 김선생님이었다. 내일 할 수술 별로 어렵지 않아. 김두식 환자인데, 맹장 수술하면 돼. 그동안 많이 봐 와서 알지? 정 선생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맹장 수술이면, 이미 비슷한 이유로 두세번 해왔던 터다. 그런 내 모습에 김선생님은 그렇게 자만하면 못 쓴다며, 나에게 수술 과정을 세세하게 하나하나 물어보았다. 김선생님이 이러시니까 다들 같이 수술방 들어가는 걸 피하는 거라구요. 내 말에 김선생님은 나를 흘겨 보면서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어쨌든, 내일도 잘 부탁한다, 이여주.




_




작전 당일, 오늘도 동혁이와 함께 전차에 오른 여주는 불안했다. 동혁이 손을 꽉 쥔 채, 계속해서 말했다. 동혁아 너 진짜 조심해야돼. 너 잘못되면 오빠랑 나랑 둘 다 못 살아, 알지? 그런 여주에게 어째 내가 다치길 바라는 것 같다? 라고 말했다가 동혁은 뒷통수를 한 대 맞았다. 맞은 건 뒷통수가 분명한데 괜히 동혁의 입이 삐죽 튀어나온다. 너 시간 지났는데도 안 오면, 누나 뛰쳐나갈거야. 각오해. 그렇게 말하는 여주의 손을 동혁이 부여잡고 말했다. 누나, 나도 이제 곧 어른이야. 걱정하지마. 이따가 다시 만나면 꼭 끌어안기나 해줘. 맑게 웃으며 얘기하는 동혁을 보며 여주도 결국 웃음을 지었다. 그래, 오늘 밤에는 우리 다 같이 맛있는 거 먹자.

말은 그렇게 했어도, 여주의 불안함은 사라질 기미가 없었다. 병원에 도착해서도 계속 불안한건지 자잘한 실수를 반복하다 김선생님한테 결국 혼나고야 말았다. 이여주! 정신 안차려? 염산이 소독제야?! 그리고 그 다음엔 정선생님의 개인 호출. 이간호사, 저 좀 보죠. 다른 날보다 낮은 그의 목소리가 지금 꽤나 진지하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었다. 하아... 여주는 두 손에 고개를 묻은 채 정선생님의 의료실로 따라 들어갔다. 오랜만에 정선생님께 혼날 생각을 하니까 더욱 더 정신이 아득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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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한 글 속 재현, 도영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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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 작가님 필력이....ㅠㅠ 묘사 하나하나가 숨막히게 예뻐요
4년 전
김대리가누구야
감사합니다..^*^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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