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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T/정재현/김도영] 그대에게 쓰는 편지 _ 01 | 인스티즈



그대에게 쓰는 편지

-w. 김대리가 누구야









※ 이야기에 앞서, 본 이야기는 허구임을 밝힙니다. ※









- 제 2화 -









"정선생님, 저 이간호사입니다."


"들어와요."



과연 얼마나 혼내실지, 겁을 잔뜩 먹은채 진료실 문을 열었다. 나카모토 병원의 진료실은 부유한 가정집의 서양식 서재와 큰 차이 없었다. 양옆으로 놓인 커다란 목재 책장들과 빼곡해 채워진 의학 서적들. 그 가운데 놓인 낡은 목재 책상과 그 위의 탁상용 전등. 그리고 그 뒤, 액자와도 같은 커다란 창문과 커튼. 단지 책상 옆에 의자가 하나 더 놓여있다는 것이 가정집의 서재와의 큰 차이라면 차이였다. 이, 책에서 풍기는 먼지 냄새가 아닌 소독 솜에서 나는 소독약 냄새가 더 진하게 풍긴다는 점 또한 달랐다. 비단 정선생님의 진료실뿐만 아니라 김선생님의 진료실 또한 마찬가지였다. 진료실 속 정재현 선생님은 창틀에 비스듬히 기댄 채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생각에 잠긴 듯 고개는 푹 숙인 채였다. 여주는 조심히 문을 닫고 그 앞에 두 손을 모은채 섰다. 긴장감에 얼마나 손가락을 꼼질거리고 있었을까, 침묵을 지키던 정선생님이 입을 열었다.



"이간호사가 우리 병원에 근무한지 얼마나 되었지요?"


"일년 정도 되었습니다. "



여주의 대답에 그제서야 정선생님은 고개를 들었다. 곧 다른 질문이 날라올거란 여주의 예상과는 다르게, 정선생님은 그러고도 한참을 말없이 서있었다. 정선생님과 이렇게 어색한 분위기 속에 놓인 것은 처음인지라 여주의 몸이 더욱 긴장으로 굳었다. 이윽고 계속 이어지는 침묵에 여주는 고개를 숙이고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곰곰히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오늘 실수한 것 외에는 크게 흠 잡힐 일이 없던 것 같은데... 얼마나 생각에 잠겼을까, 다시금 정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겁 많이 나요?"



 그의 말에 고개를 든 여주는 좌우로 고개를 저었다. 겁이 났지만 티내고 싶지 않았다. 우리가 하는 일들은 언제든지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여주는 잘 알고 있었다. 목숨을 잃는 것을 떠나서, 더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고문을 받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지금이야 평화롭지만 언제든지 이 평화는 깨질 수 있었다는 점 또한 알고 있었다. 자신과 함께 일하는 모두들 알고 있는 사실이며, 모두가 항상 가슴 한 켠에 불안감을 갖고 있는 이유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여주는 더더욱 남에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시선을 피하지 않는 여주의 곧은 두 눈이 의외였는지 정선생님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오늘은 다른 때보다 겁 먹은 거 같아서 불렀어요. 정말 겁 먹은 거였으면 사탕으로 잘 타일러보려고 부른건데, 사탕이 필요 없겠네요. 그의 말에 여주의 시선은 정선생님의 얼굴에서 천천히 내려와 그의 손으로 향했다. 선생님의 손에는 끈으로 묶인 자그마한 봉지가 올려져 있었다. 그래도 이 간호사 주려고 산거니까 이거 받아요. 말을 마친 정 선생님이 봉지를 던지자 여주는 얼떨결에 받아버렸다. 두 손에 놓여진 봉지의 무게가 유난히 무겁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받고 오늘 수술도 완벽하게 해주는 거예요?"


"네, 선생님."








작전 1시간 전, 김선생님과 함께 수술 내용을 마지막으로 확인하기 위해 2층의 회의실로 향했다.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는 나무 계단을 올랐다. 소란스러운 1층과 달리 삐걱거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적막한 2층 복도에 도착하자 아까 정 선생님의 진료실을 들어갈 때와는 또다른 긴장감이 공기를 점점 더 무겁게 했다. 후우... 크게 숨을 내쉰 여주는 조심히 문을 두드렸다. 똑똑, 김 선생님. 들어가겠습니다. 문을 열자, 김 선생님은 창문을 열어놓아 휘날리는 새하얀 커튼 앞에 뒷짐을 진 채 홀로 서 있었다. 창문 너머로 향하는 선생님의 시선 끝에는 거대한 석조 건물이 있었다. 건물의 밝은 회색빛 석조과 방 내부의 진갈색의 목재들이 대비적으로 보였다. 조용히 문을 닫고 자리에 앉자 동영 선생님이 낮게 읊조렸다.



"난 저 건물이 싫어."



 그의 말에 내 시선도 밖의 건물을 향했다. 저 건물을 좋아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마는, 적어도 너와 내 친구들은 싫어하겠지. 이어진 선생님의 말에 나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의 시선이 머무는 저 건물은 조선총독부였다. 그거 아니? 나는 저 건물이 완공되기 전에 우리나라가 독립할 수 있을거라 믿었어. 김선생님은 그렇게 말하곤 뒤를 돌아 여주를 바라보았다. 이여주. 불리는 이름에 여주는 김선생님의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이번이 열번째 임무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에게 열번째라는 숫자는 시사하는 바가 컸다. 열번째 임무를 수행한 이후에는 직접적으로 현장에 참여하는 비교적 큰 역할들이 주어지기 때문이었다. 이는 스스로의 목숨을 걸고 책임져야 할 일이 늘어난다는 뜻이었다. 운이 좋았네.



"지난 일년간 운 좋게 그 누구도 잃지 않았잖아."



만약 일이 잘못 되었다면, 우린 지금쯤 저 건물 지하에서 고문 당하고 있었을지도 모르지. 여주는 그런 말을 하는 김 선생님이 의아했다. 지금 나를 겁 주시려는걸까? 그런 여주의 얼굴을 김 선생님도 마주본 채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굳이 우리가 아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이 지금도 저 아래에서 소리를 지르며 고문을 당하고 있겠지. 그의 말에 여주는 다시금 그의 너머로 보이는 조선총독부 건물을 응시했다. 망막에 맺히는 상이 살짝 흐릿한 탓에 여주는 인상을 쓴 채 보아야만 했다. 이제 건물은 김선생님에게 거의 가려져 높은 돔과 첨탑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마저도 흩날리는 커튼에 의해 보이다, 안 보이다 했다. 동영 선생님이 말한 지하 고문실은 보이지 않았지만 여주는 가만히 창 너머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런 여주에게 김 선생님은 말을 건넸다.



"우리가 지난 일년간 동지들을 잃지 않을 수 있던 비결이 뭐라고 생각해?"



 단지 운이 좋아서? 이어지는 그의 말에 여주는 고개를 저었다. 어느새 여주의 시선은 다시금 동영 선생님의 얼굴로 향해 있었다. 뭐라고 답해야할까. 김 선생님의 말대로 운이 좋아서일까? 어느정도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오롯이 운 덕분이라는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일본 순사들이 우리의 코 앞까지 쫓아온 적도 있지 않던가. 그렇다고 우리 지부에 훌륭한 사격수가 있던 것도 아니었다. 김선생님을 빤히 쳐다본 채 생각을 이어가던 여주는 곧 입을 열었다.



"서로가 맡은 임무를 책임지고 해냈기 때문에?"


"물론 너의 말도 맞지. 하지만 난 우리가 각자 맡은 임무를 해낼 수 있던 데에는 서로에 대한 믿음 덕분이라고 생각해."



다른 말로 하면 '신뢰'겠지? 김 선생님의 말에 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그동안 다른 작전들에 참여할 때도, 다른 사람들이 맡은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고 돌아올 것이라는, 어쩌면 근거 없는 믿음을 토대로, 나도 그들을 위해 내가 맡은 임무를 책임지고 해내겠다는 의무감이 들었었다. 그렇게 서로를 믿고 믿으니 서로를 지킬 수 있던 것이다. 무언가 깨달은 듯 조용한 여주에게 동영 선생님이 한마디를 덧붙였다. 우린, 완벽한 톱니바퀴와도 같은거지.  여주도 동의했다. 모두가 불안해하지만, 그래도 서로가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으니 해낼 수 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여주가 겁 먹은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여주 뿐만 아니라 오늘 현장에 나가는 김 선생님과 정 선생님, 아침의 동혁이마저 흔들리게 만들 수 있었다. 여주는 정신이 번쩍 드는 듯 했다.



"감사합니다. 이제 정말 정신 차린 것 같아요."



그런 여주의 모습에 이번에는 김 선생님이 고개를 까닥였다. 사실, 내 친구 중에 너와 같은 대답을 한 친구가 있었어. 어찌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지. 물론 그 친구는 현장에서 뛰어본 적도 없기에 서로간의 믿음이 더 다가오지 않았는지도 몰라. 근데 둘이 정말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같은 대답을 하니 신기하네. 김 선생님의 말에 여주는 의문이 들었다. 우리 지부에 내가 모르는 사람이 있던가? 벌써 독립청년회에 들어온 지 일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같이 몸 담그고 생명을 공유한지 일년이란 시간이 흘렀단 뜻이었다. 여주는 그 의문의 친구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그리고 그런 궁금증을 눈치 챘는지 동영 선생님이 말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소개시켜줄게. 자, 이제 이여주도 정신 차린 것 같으니 정말 회의 시작하자.




_




"자, 이제 이여주 네가 마저 집도하고 마무리 해. 배운대로만 하면 된다. 알았지?"



김 선생님에게 메스와 집게를 건네받으며 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이 반이라고, 이미 어려운 부분은 대부분 진행된 후 였다. 여주가 수술을 마저 집도하는 동안 수술방 한 구석에서 수술복을 잽싸게 벗은 김 선생님은 급하게 수술방 뒷문으로 뛰쳐나갔다. 작전시간인 유시까지 삼십분도 남지 않은 시간이었다. 곁눈질로 김 선생님이 나가는 것을 확인한 여주는 다시금 크게 숨을 내쉬었다. 자신은 이제 삼십분 이내에 수술을 마무리한 다음, 작전을 수행하고 돌아오는 김 선생님을 확인하고, 또다른 수행원들을 챙기면 끝이었다. 여주는 다시금 손을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 선생님이 나간 수술방은 환자와 이여주 뿐이었다. 병원 내에 믿을 사람이 없을 뿐더러, 여럿이 들어오면 소란스럽고 방해만 된다는 이유로 평소에도 항상 여주만을 데리고 수술을 진행하는 두 선생님 덕분에 병원의 그 누구도 이러한 상황을 의심하지 않았다. 덕분에 여주와 환자의 숨소리만이 들려오는 적막한 수술방 속에서 어느덧 수술도 마무리가 되어가고, 이제 수술부위를 봉합하는 일만 남겨 놓았다. 여주가 바늘에 봉합사를 연결하고 있을 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여주는 혹시나 누군가 김 선생님을 찾아 온건가 싶어 저절로 숨을 들이삼켰다. 어떡하지, 뭐라고 말해야할까? 여주가 숨도 못 쉬도 이리저리 핑곗거리를 생각하고 있을 때, 이윽고 들려오는 목소리에 여주는 다시금 숨을 내뱉을 수 있었다. 이 간호사, 저예요.  문을 살포시 연 정 선생님은 웃는 얼굴로 여주에게 말을 건넸다. 수술은 어때요? 지금 봉합 중 입니다. 그래, 역시 잘 해냈구나. 전 지금 나가보려고요. 그의 말에 여주는 그제서야 그가 의사 가운을 입고 있지 않음을 알아차렸다. 여주가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자, 정 선생님도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문을 닫고 나갔다. 이제 곧 있으면 정말 작전이 시작될 터였다.



'탕-'



홀로 수술을 마치고 수술방을 정리하던 와중, 총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이번 작전이 병원 근처에서 진행되다보니 총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듯 했다. 이윽고 이어지는 총소리 세례에 여주는 행동을 멈추고 수술대를 짚고 섰다. 여주는 눈을 감은 채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노력했다. 혹여 저 총소리의 목표물이 자신이 아는 사람일까 두려웠다. 하지만 내가 겁을 먹어서는 안 돼, 곧 있으면 김 선생님과 동무들이 이곳으로 올거야. 여주는 수술대를 붙잡은 두 손에 더욱 더 힘을 실었다. 그녀의 손이 하얗게 질릴 정도였다. 내가 겁을 먹으면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더 위험해져. 여주는 침착하기 위해 애썼다. 거의 다 끝나가, 이여주. 좀만 더 견디자. 


이윽고 십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총소리는 멈추었다. 여주가 감았던 눈을 뜬 그 때였다. 수술방 문 너머가 시끄러워진 것은. 문제는 김 선생님이 돌아오기로 한 수술방 뒷문이 아닌, 수술방 정문이 소란스러워지고 있단 사실이었다. 이윽고 밖에서 다른 간호사가 여주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료코상! 큰일 났어요! 나와봐야 할 것 같아요! 여주의 두 눈은 흔들리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뭐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거지? 여주는 망설이다 장갑을 벗고 수술방 밖으로 나갔다. 그곳에는 일본 순사들이 총을 든 채 서 있었다. 무슨 일이시죠?  여주가 최대한 차분하게 말하자 한 순사가 여주에게 총을 겨누며 말했다. 의사 데려와.










-











< 참고한 조선총독부 청사 사진 >



[NCT/정재현/김도영] 그대에게 쓰는 편지 _ 01 | 인스티즈


조선총독부 청사는 일제시대에 경복궁 내에 흥례문과 같은 건물들을 철거하고 지어졌다고 합니다. 완공 후에는 청사 앞의 광화문까지 이전합니다.

(국민들에게 정신적, 심리적 타격을 주기 위해 경복궁을 철거하고 경복궁이 보이지 않도록 위치를 지정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1993년, 김영삼 정부 때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사용되던 본 건물을 철거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실제로 지하의 고문실들이 나타났습니다.


[NCT/정재현/김도영] 그대에게 쓰는 편지 _ 01 | 인스티즈[NCT/정재현/김도영] 그대에게 쓰는 편지 _ 01 | 인스티즈




- 참고 기사

http://m.hani.co.kr/arti/culture/religion/856701.html#cb


- 사진 출처

구글 및 상단 첨부 기사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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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리가누구야
컴퓨터로 볼 땐 몰랐는데 폰으로 보니 문단이 지나치게 길다는 생각도 드네요...!!! 내일까지 수정해놓겠습니다...^^;

글 중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면 틈틈히 수정 중입니다. 수정된 부분이 있다면 다시 알림을 보내고, 댓글을 달아드리겠습니다...ㅎㅎ

4년 전
독자1
제발 무사히 얼굴 보게 해주세요..ㅠㅠ
4년 전
김대리가누구야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용이 크게 바뀐 부분이 있으니 확인해주세요!
4년 전
독자2
와.. 이 작품 진짜 몰입감 대박이에요... 임무수행하러 간 아이들이 무사 귀환하기를 ㅠㅠㅠ
4년 전
김대리가누구야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ㅎ💚💚
4년 전
독자3
진짜 대박이네요ㅠㅜㅜ 너무 재밌어요ㅠ
4년 전
김대리가누구야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ㅎㅎ💚💚💚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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