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벼락을 동반한 거센 비가 와서 그런지
창만 열어뒀을 뿐인데 귀뚜리미 소리까지 어울려 아주 시원하다.
자, 그럼 이어서 써볼게.
그리고 들른 곳은 다름이 아니라 대학교였어.
훈남이는 PD가 꿈인데 이 학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 번쯤 와보고 싶었다는거야.
나는 그때 하고 싶던게 없었을 때라 꿈을 향해 한 발자국 내딛는 훈남이가 부럽고 멋져보이더라.
꿈을 이룬것도 아니고 그저 꿈만 꾸고 있을 뿐인데, 그게 어찌나 부럽던지.
그동안 나는 뭘 위해 살아왔나 잡생각도 들고.ㅋ
좌우지간, 학교가 넓기는 되게 넓대? 다 돌아볼 엄두도 못내고 도서관을 더불어 몇 군데 들리고는 금방 나왔어.
시간이 어찌나 빨리 가던지, 대학로를 걷는데 하늘은 금방 쪽빛색을 띄더라고.
밤이 깊어지기 전에 우린 근처 찜질방에 들어갔어.
와,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훈남이가 꽁꽁 싸맨 옷을 하나씩 벗기 시작하는데, 마지막 셔츠를 벗을 때 살점이 드러나는데 어찌나 섹시하던지.
또 바지와 팬티를 훌렁 벗어보이고는 나의 시선이 느껴졌는지 멋쩍게 웃는데 그게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어.
애가 머리는 정전기 때문에 헝클어져서는, 나보고 빨리 벗으라며 요란법석을 떨며 야단치는데,
나는 볼 거 다 보고 막상 훈남이 앞에서 벗기는 좀 민망해서리 먼저들어가있으라 했지 금마는 신나서 곧바로 들어가더라구.
나는 마음 단디 먹고서 샤워실로 들어갔다.
문열고 훈남이가 어딧나 둘러보는데, 저쪽에서 훈남이가 샤워기 틀어두고 고개 숙여 물 세례 받고 있더라.
갈색빛 감도는 머리서부터 허리선을 타고 물줄기가 흘러 내리는데 나는 그 모습에 홀려서는 잠깐 넋 놓고 말았다.
그러고 조용히 기척없이 옆으로 가서 물 틀고 머리를 감는데, 대뜸 훈남이가 내 옆구리를 콕콕 찔러보이며 웃는거 있지.
나도 따라서 장난친다고 비누 거품 손에 잔뜩 묻혀서 사심 살짝 담고 몸을 이리저리 쓰다듬었는데 정말 부드럽더라.
그렇게 다 씻고는 따뜻한 온탕에 들어갔는데 그제서야 새삼스레 옆에서 훈남이가 벌거벗고 있다는 야릇한 생각이 만연하더랬지.
풀죽어있던 내 아랫도리는 조금씩 조금씩 커져가는가 싶더니 어느샌가 고개를 빳빳하게 세우고,
나의 속은 검게 타들어갔지. 어떻게든 죽여보려고 애쓰는데, 하필이면 그때 또 훈남이가 슬금슬금 내 옆으로 다가오더라.
다행이도 위에서 보면 별로 티가나지 않는 터라 나는 태연하게 웃으며 맞이해주었고
훈남이는 내 옆에 바짝 달라붙어 앉아서는 별 시덥잖은 얘기를 하는데,
간혹가다 맞닿는 살갗과, 고개만 돌리면 보이는 훈남이의 티없이 깨끗한 몸이 나를 현혹시켰고
나는 내 머리카락만큼이나 검은 욕정을 떨쳐내려고 무진장 골머리를 싸맸다.
그렇게 난 위기의 순간(?)을 무사히 모면하고 훈남이와 찜질복으로 갈아입고 2층인가 3층인가 로비로 갔다.
로비에는 가족이나 친구, 연인으로 보이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어.
우리도 찜질방 하면 빠질 수 없는 맥반석 계란과 조금의 간식거리, 음료를 사들고서 적당한 위치에 자리잡고 앉았지.
가위바위보로 서로의 머리에 계란을 깨먹는 도중, 훈남이가 어디서 배워왔는지
어깨에 두른 수건으로 양머리 모자를 만들어쓰더니 "잘 어울려?" 하고 날 보며 미소짓더라.
와, 어떻게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있는지 이대로 훈남이와 함께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앉아서 놀기만 십여 분, 이제 배도 채웠겠다,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어.
소금방, 아이스방, 오락방 어디하나 빼놓지 않고 이리저리 원정다니다 보니 시간이 후딱 지나더라고.
깊은 밤이 되자 여기저기 대부분 자리잡고 눕거나 앉아있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였어.
우리도 인적 드문곳에 자리잡고 앉았는데, 조명도 얕고 시끄러움도 잦아드니까 잔잔한 분위기가 절로 무르익더라고.
이렇게 분위기가 고조되니까 괜히 서로 비밀스러운 얘기를 꺼네놓기 시작했지.
전개가 지루해서 재미없지?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