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ㅇㅎ
아, 또다.
또 눈이 마주쳤다.
요즘 들어 김정우랑 눈이 너무 마주친다.
처음엔 우연이겠지.
두번짼 나한테 무슨 볼 일 이있나.
세번째부터 슬슬 짜증이
그리고 하루에 수십번 이상 눈이 마주칠땐
혐오가.
김정우는 반에서 너무나도 조용한 아이였다.
같이 다니는 친구 하나 없었고, 아마 그의 이름을 모르는 애들도 있을 것 이다.
그만큼 눈에 띄지 않게 행동을 한다.
쉬는시간이면 엎드려 자고, 점심시간에는 급식실에 오지도 않는다.
걔가 어디서 밥을 먹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수업시간에는 뭐, 필기도 하고 열심히 듣는 것 같기도하다.
성적이 반에서 꽤 좋은 편 이니까.
조용하고 내성적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그의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뭐 그도 친구가 필요한 것 처럼 보이지는 않다만.
근데 그런 녀석이.
요즘 들어 자꾸 내게 시선을 준다.
앞자리에 앉은 내가, 쉬는 시간에 뒤를 돌아 친구들과 얘기를 할때도,
체육시간에 애들과 피구를 할때도,
수업시간에 노트필기를 할때도.
처음엔 나를 좋아하나 싶었다.
근데 좋아하는 사람과 눈이 마주친다면 창피해서라도 또는 부끄러워서라도 눈을 피하는게 정상아닌가?
걔는 나랑 눈을 마주쳐도 눈을 피하지 않는다.
계속 뚫어져라 쳐다보기만 하지.
그래서 오늘 말할 것 이다.
걔한테 직접.
학교에서 말을 걸면,
우리반 애들이 그리도 좋아하는 남녀 엮기를 선두할테니 김정우 뒤를 밟기로 했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변태 같지만.
*
종례를 하자마자.
김정우는 가방을 싸고 나간다.
나도 서둘러 김정우 따라 같이 나가고.
김정우는 긴 다리로 빨리도 학교를 빠져 나간다.
빠른 걸음으로 들키지않게
이리 저리 차 뒤에도 숨어보고,
건물 뒤에서도 숨어보고.
마치 영화를 찍듯이
김정우를 미행했다.
근데 어째 집에 가는 것 이아닌, 허름한 골목으로 가는 것 같냐.
그를 따라갈때마다 한 낮에도 으슥으슥한 골목들이 소름끼친다.
그렇게 김정우를 계속 따라갈까.
김정우가 걸음을 멈춘 곳은
막다른 벽이다.
길을 잘못 들어 온걸까?
그럴리가.
내가 김정우를 미행한게 아니라,
김정우가 날 유인한 거다.
"성이름."
한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던 김정우는 뒤를 돌아 내이름을 부른다.
화난걸까.
그의 표정은 아무것도 담겨져 있지않다.
분노도, 행복도.
"내가 어디사는지 궁굼했어?"
"무슨 말도 안되는 ㅅ.."
"계속 따라 오길래."
이건 내 잘못도 있었다.
학교 밖으로 빠져나오면 물어보기로 맘 먹은건데,
어쩌다 보니 학교랑 꽤 멀어져 있는 곳 까지 와도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정말 내가 저자식의 집을 궁금해 했던 걸까.
"됐고. 물어볼거 있어."
"듣기 좋은 말 이였음 좋겠네."
"너, 왜 자꾸 나 쳐다봐. 할 말 있으면 지금해."
소심한 나였지만,
나름 맘 먹어서 한 말이다.
나 지금 화났다는 것 도 보여주기 위에 인상을 팍 쓰면서 까지.
하지만 그런 나를 쳐다보는 김정우의 표정은 그저 무 그자체였다.
"그거 말할려고, 여기까지 따라온거야?"
"그래! 그니까 빨리 대답해."
"나 좋아해?"
미친놈이다.
미친 아이였다.
저런 말 을 하면서도 아무런 감정도 없는 얼굴을 하니,
슬슬 무서워 지기 까지 한다.
"아니다. 그냥 내가 무시하고 살래, 쳐다보든 말든."
"난, 너 좋아해."
좋아한다는 애가,
그런 표정으로 얘길하나.
"아니야 너 나 안좋아해. 우리 친하지도 않았고, 말도 섞지 않았고, 음 또...."
"내가 좋아한다는데, 무슨 그런 이유를 대."
최대한 부정을 할려고 말도 안되는 말 들을 털어놓으니, 김정우는 심기 불편한 표정을 들어낸다.
드디어 그의 아무런 감정없는 표정이 달라져.
눈썹을 꿈틀 거리며, 인상을 쓰지.
"내가 쳐다보는게 불편했어?"
"....."
"나는 너가 이렇게 미행을 해도 좋은데."
"....."
"너가 나때문에 이렇게 신경을 쓰는 것도"
행복해.
김정우가 입을 열며 나오는 소리마다
소름이 끼쳤다.
김정우가 한발짝 한발짝
나에게 걸어 와도 가만히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이내 내 코앞까지 김정우가 와도,
김정우를 노려볼 뿐 다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머리색이 갈색인 것도 예쁘고."
그의 손이 내 머리칼을 귀 옆으로 조심스레 넘긴다.
"머리 묶을때 잔머리도 예쁘고."
내 목덜미에 손을 넣어 머리칼을 쓰다듬는다.
"도톰한 입술도 예쁘고."
내 입술을 자신의 엄지로 꾹 누른다.
"그리고, 이렇게 노려보는 눈마저 예뻐."
김정우와 눈이 마주쳤을때 보인 그의 표정은
사랑스러움 이였다.
정말 나를 좋아하는 걸까.
"이렇게 예쁜데 안좋아 할 이유가 어디있어."
*
오늘은 학교를 나오지말까 고민했지만,
그럴 여유는 없기 때문에 억지로 라도 발을 옮겼다.
그리고 오늘은
김정우는 날 한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수업시간에도 몰래 뒤를 돌아 김정우가 앉아있는 자리를 흘끗 보고,
쉬는 시간에도 친구랑 얘기하는 척 하며 김정우 자리를 쳐다보고.
김정우는 예전처럼 엎드려 자기만 할뿐이다.
점심시간에
나는 급식실에 가지 않았다.
김정우를 찾을려고.
그가 어디서 밥을 먹는지는 모르지만,
급식을 먹지 않는 그이기에
학교를 이리저리 쑤시고 다녔다.
반에는 그가 없었다.
설마 화장실에서 혼자 밥을 먹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러면 들어갈 수 도 없는데.
다른 반 도 전부 돌아다녔지만, 김정우는 없었다.
뭐, 예상한 결과지만. 김정우는 친구가 없으니까.
우리반에 다시가보면 있을까.
내가 이리저리 돌아 다닐동안,
그가 반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기에.
빠른 걸음으로 반으로 다시 걸어갔다.
그리고 반 문을 열었을때
아무도 없었다.
허탈한 마음에 한숨만 푹 쉬고있었을까.
"나 찾아?"
바로 뒤에서 들려오는 김정우 목소리.
뒤를 돌아보자마자, 머리하나 차이나는 김정우를 올려다 볼때,
나를 내려다보는 김정우를 보자마자 인정했다.
신경쓰였다 그가.
오늘 하루종일.
대체 쟤 매력이 뭐길래.
이리도 신경쓰였는지.
참 이상한 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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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은 외전 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