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슬(Chained up)
: 원식 x 학연
01.누가 목을 내어주었나?
차분하게 내 목으로 손을 뻗는 그는 거침없었다.
거침없다 표현한 이유는
첫 째 내 목으로 향하는 그의 손은 망설임이 없었으며
둘 째 그의 눈은 올곧게 내 눈을 바라보고 있었고
셋 째 점점 목을 쥔 손에 힘을 실었기 때문이다.
그가 즐거워 보였나?
아니다.
그가 슬퍼 보였나?
그것 역시 아니다.
그의 눈에는 무엇인가 일렁이는 것 같았다.
파도다. 조금씩 거세게 일렁이는 파도.
마치 곧 큰 파도가 몰아칠 해안의 전조처럼.
나는 그것을 [소유]라 부르기로 했다.
사랑이라기엔 부족하고
증오라기엔 이 또한 애정이니
집착이라기엔 가볍고
방관이라기엔 모순이다.
_
숨이 막히는 그 순간 내 입안에 들어찬 말은 하나였다.
"...사랑한다고"
그의 눈에 일렁이던 파도가 순간에 가라앉았다.
그는 점점 손에 힘을 풀었다.
나를 가두던 시선은 쉽게 풀어진다.
그럼 나는 다시 그의 손을 잡고 내 목에 가져가 댄다.
"사랑...한다고"
아, 그의 눈이 공허해졌다.
그 공허함 속 홀로 서있는 내가 보인다.
등신.
_
-학연아.
-...
-차학연.
-어?
-왜 이렇게 멍 해? 나 다녀온다고.
-아, 응 미안 잘 다녀와.
-...
-...
-사랑해
-...나도.
02. 그가 목을 내어주었나?
차분하게 그의 목으로 향하는 손은 거침없다.
거침없다고 표현한 이유는
첫 째 그의 숨이 온전히 내 것이길 바라기 때문이며
둘 째 그가 오로지 나의 목표이기 때문이고
셋 째 그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알고 있다. 이 모든 게 단순한 앙탈일 뿐이란 걸.
점점 숨이 막히는 듯 보였지만 그의 눈은 뭐랄까.
강단이 있었다. 그럴만도하지.
네가 내 주인이자 종착인걸.
그게 개같이 사랑스러웠던 거지.
내게 일렁이는 이 감정들이,
네 표현을 빌리자면 그 [소유]가
나를 좀먹이고
너를 좀먹이고
우릴 좀먹어서
뜨뜻무레한 후회 하나 남기고 사라지겠지만
그래, 그 후회마저 개같이 사랑스럽다고.
-...나도.
원식아
-...
-나도.
-...
-...사랑한다고.
-...
-사랑...한다고.
사랑한다라.
그를 가뒀던 손을 거두고,
시선을 거두고
숨을 거둔다.
그는 목을 내어주겠노라 말하지만,
결국 목을 내어주는 건 나일테니
내 안에 자라난 네가
곧 나를 좀먹고
너를 좀먹고
우리를 좀먹는데도
기꺼이 후회하겠다면
나 역시 기쁜 마음으로
천천히 잠식당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