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종이 땡땡땡
w.1억
주지훈이 그렇게 도와주고나서 그래도 애들이 좀 조용해졌다.
그래도.. 내가 오늘 첫수업이라서 그런가 애들이 잘 들어주는 것 같기도 하고.....
수업을 10분 남기고 끝내버렸다! 남은 10분 동안 자유시간을 줬는데.. 애들은 뭐가 그렇게 궁금한지 나한테 계속 질문을 하다가 이젠 다른 질문을 한다.
"쌤! 주지훈쌤 잘생기지 않았어요? 솔직히 쌤들중에 주지훈쌤 좋아하는 쌤 있다에 내가 내 모가지 건다."
"모가지를 왜 걸어엌ㅋㅋㅋ..."
"솔직히 주지훈쌤이 엄청 막 빡세서 그렇지 애들이 열라 좋아해요."
"아, 그래?"
"왜 쌤은 연예인 안 하고 쌤응 하실까요...진짜 키도 크고 비율도 좋고 잘생겼고....못가진 게 없는데..진짜................. 의문이에요. 주쥰쌤이 조금만 더 젊으셨어도! 제가 성인 되면!"
남학생들이 지랄~ 하고 욕을 했고, 여학생은 닥치라며 막 소리를 지른다. 애들 노는 걸 보면서 웃는데.
아까 날 도와준 주지훈이 생각났다..엄청 무심해서 내가 마음에 들지 않은 건가 싶었는데...그건 ..또 아닌가?.. 한참 멍때리며 애들 구경을 하는데.
이들 중에서도 인기가 있는 친구가 한명쯤 있다. 아까 교무실에서 배쌤이랑 손쌤이 얘기한 학생.
"……."
최보민이다. 남자,여자 안 가리고 모두와 친한 것 같았다.
아따... 거.. 벌써부터 잘생겼네 보민이 쟤는.. 서울대 썼다고 했나? 근데 이 학교에서 서울대 갈 수 있는..애가 나올리가 없지...그럼 그럼..
한참 최보민을 바라보다가 눈이 마주쳤고, 나는 어색하게 웃어주었다.
그럼 최보민도 날 보고 웃어주고선 다른 곳을 본다. 하.... 이렇게 벌써부터 힘든데... 또 내일부터 수업은 어떻게 하지..진짜.. 진빠져..
제2화
이상한 나라의
평범한 선생님들!
"첫 수업은 어땠 킇ㅁ..."
"ㄴ..ㅔ..? 왜 웃으세요 ㅠㅠㅠ...."
"한시간만에 사람이 이렇게 늙어서 올 수가 있나....?"
"ㅎ..ㅎㅎ.ㅎ핳...하..그래도..나름!...너무..좋았ㅇ.....습니다.."
"괜찮어~ 교무실에선 그냥 솔직하게 말해도 돼요. 여기서 한 번 거짓말 하기 시작하면 허언증 말기 찍는다. 진짜.."
"네?하...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쌤이랑 하쌤이랑 둘이 막 키득키득 웃기 시작한다. 그래요..여기선 진짜 솔직하게 말해도 되는 거 맞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닌 것 같은데..
그러다 하쌤이 어딘가를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한다.
"근데 우리 교무실에도 허언증 말기 환자가 있지."
그 말에 교무실에 남아있는 쌤들과 나는 그 사람을 바라보게 되었고, 그 사람은 우리의 얘기를 듣다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에? 저요? 저?"
"그래. 조쌤 너. 맨날 애들 말 너무 잘 듣는다고. 근데 그 잘 듣는 이유가 더 소름이야. 얘는 학생들을 조련 한다니까? 조쌤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
자연스레 내게 말을 놓는 쌤들.. 그중에 이쌤이 날 바라보았고, 나는 네? 뭔데요오..하고 조심스레 묻는다.
그럼 이쌤이 조쌤이 미쳤다며 손짓으로 또라이- 하고선 말한다.
"자는 애들, 떠드는 애들 한 번씩 경고하고 그 다음은 그냥 바로 벌점이야. 진짜 학교 내신 포기한 학생들 빼고 다 조쌤 수업 잘 듣잖아.
막 공부 안 하는 녀석들도 대학은 가야겠으니까, 조쌤 수업시간엔 안 자고 버틴다니까. 어휴.. 난 조쌤이 제일 무서워."
"그래도 저렇게 단호한 게 낫죠.. 나는 그래도 벌점 먹이려고 해도.. 안쓰러워서 안 하게 되더라구.. 난 포기했어.."
"뭘 포기해. 손쌤이 자꾸 애들 오냐오냐 하니까 더 개기는 거지. 내가 조만간 손쌤 수업시간 때 감독 해줘요? 어?"
"됐거든요 ㅎㅎ. 애들이 하선생님 싫어해요."
"저봐 저렇게 착해서 어떻게 선생님 하냐구. 손쌤이 담임 맡았으면 그 반은 망했을 거야."
"^^ 망하긴 뭘 망해요~ 사랑으로 보듬어줘야지~~"
"소름. 선생님 말고 엄마 하시지 그래요."
"……."
대충 알겠다. 조승우 저 조쌤은..되게 말 없는 사람임이 분명하다. 우리 얘기를 들으며 웃기만 하는? 살짝 그런 건가...? 정색할 때는 되게 무서운데 웃으니까 되게..막... 엄청 달라지네..분위기가..
그리고 이선균쌤, 하정우쌤, 유해진쌤이 분위기 메이커 같은 느낌.
교무실이 항상 이렇게 시끄럽지는 않다. 수업준비는 항상 해야 되고, 할 것도 많아서 계속 일을 하면서 가끔씩 잡담을 하는 거다.
주지훈쌤도 수업 간 건가.. 괜히 주지훈쌤 자리를 보고 있다가, 손쌤이 이거 먹을래요? 하고 초콜렛을 주길래 너무 좋아서 네! 하면, 손쌤이 귀엽다면서 마구 웃는다.
주쌤이 왔을 때.. 고맙다고 말하는 게 맞는.. 건가.. 모르겠네...에휴... 덕분에 살았는데 말이야..
학교가 끝나기 10분 전에, 주쌤이 배쌤에게 다가가 핸드폰을 건네주며 말한다.
"현욱이 핸드폰이요. 공기계 낸 것 같던데."
"아, 정말요...? 아.. 이놈시끼....정말.. 미안해요.."
"아니에요. 내 수업시간 아니었어요. 그냥 지나가다 봤어요."
"아, 그래요?.."
종례를 해야 하기에, 배쌤과 이쌤이 올라갔고.. 나는 턱을 괸 채로 주쌤을 보았다. 아까 도와준 게 계속 떠올라서 말이다.
남은 일들을 다 마치고 퇴근 시간이 되었을까... 모두가 퇴근할 준비를 한 것 같았다.
근데 갑자기 크흠- 하고 유해진 쌤이 일어서서 큰 목소리로 학주쌤에게 말한다.
"근데 우리 이주하쌤도 왔는데.. 회식 안 하나, 회식???성쌤 안 하나요?"
"당연히 해야지~ 요즘 술을 안 마셨더니 온몸이 쑤신다, 쑤셔."
갑자기 생긴 회식............원래는 날을 잡는 거 아닌가요? 이렇게 갑자기 당일에..? 이래도 되는 건가요..? 나머지 쌤들은........?
"주하쌤한테 물어봤어요? 주하쌤 오늘 돼요?"
"네? 아, 네?"
"주하쌤만 콜하면 우린 다 콜이야. 우리 쌤들 일심동체거든."
"왜 부담을 줘요. 주하쌤 안 되면 다음에 해도 돼요. 주하쌤 온 거 축하해주려고 그러는 거니까."
"주하쌤.. 술 약하면 그냥 콜- 하고 집 가도 돼요. 이분들 술고래들 밖에 없어서 거기 가면 죽습니다.."
"말 서운하게 하네 배쌤~~?"〈- 유해진 쌤
"저번주에도 저 집에 안 보내주셨잖아요. 나 진짜 지금까지도 토할 것 같아요. 초록색만 봐도 토할 것 같고..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론은 나다.
모두가 나를 바라본다. 모두가 무슨 미어캣 처럼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내가 여기서 노!를 외친다면..
모두가 진짜 축구 경기 진 것 처럼 아쉬워할 것 같아서.. 나는 결국 고갤 끄덕이며 대답한다.
"넵..! 회식.. 좋습니다!! 너무...!!!...."
솔직히 회식 궁금하기도 했고.. 우리 교무실 사람들도 너무 좋은 것 같아서..! 친해지고 싶기도 하고....!
다들 오예~ 하고 막 환호를 했고, 오랜만에 술마신다~~ 하는 쌤들의 목소리에 주지훈쌤이 말한다.
"저기.. 선생님들? 저번주 금요일에 회식 했었던 것 같은데? 3일만에 또 회식을 하는데. 오랜만인 거 확실한가요?"
"으이그.. 내 말이. 술 좀 줄입시다. 아주.. 우리 교무실만 매일 술이에요, 술. 무슨 다른 교무실 쌤들은 한달에 한 번 할까 말까 하는 회식을... 난 무슨 대학교 엠티 온 줄 알았네요. 쌤들 몸에서 술 냄새 나는 건 알고 있어요?알코올 중독도 아니고 무슨.. "
"어우.. 김쌤 화났는데. 어떡하지. 무서워.."
"하선생님이 제일 문제가 커요. 난 하선생님이 제일 무서워."
"헉. 왜죠?"
"학생들한테 뺏은 만화책은 언제 돌려줄 겁니까?"
"다 읽고? 상당히 재밌던데."
"어이고..."
"같이 봐요."
"됐어요. 참나 ㅋㅋㅋ."
주지훈쌤을 힐끔 보았다. 퇴근 준비를 하면서 쌤들 얘기를 들으며 웃는 모습.. 진짜 잘생겼다... 학생들 말대로 왜 연예인 안 하고 여기 계시지...
그나저나... 나이가 제일 궁금하다.....30중반? 그 정도? 되려나....흐음..
"그럼 매일 가는 고깃집으로 갑시다."
학주의 말에 모두가 '네엡!'하고 대답을 한다.
아, 그리고 나는.. 면허는 있지만 아직 차는 없다! 그래서 택시를 타고 가려고 콜을 부르려고 하는데... 옆에서 힐끔 내 핸드폰을 본 손쌤이 웃으며 말한다.
"뭐예요? 택시 부르게요?"
"아, 넵!!"
"우리 차 있어요. 같이 가면 되지, 왜 택시를 타 ^^~"
"아, 그래도 되나요!?!?!?"
"당연하죠 ㅎㅎ 우린 이제 식구잖아요. 가족!"
"식..구....가족이요..? 저...껴주시는...거예요.....?"
"뭘 껴줘~~같은 교무실 쓰면 가족이지! 진짜 너무 귀여워."
"감사합니다아 ㅠㅠㅠㅠㅠ."
"자!ㅎㅎ 그럼 갈까요??"
손쌤은 진짜 천사임이 ... 분명..해... 혼자 막 뭉클해가지고는 입을 틀어막고 손쌤을 보면, 손쌤이 막 눈웃음을...하...심장 터져..뿌셔..
먼저 나가는 하쌤과,이쌤,주쌤,조쌤.. 넷은 되게 친해보였다. 넷이서 막 일상 얘기를 하며 나가는데 괜히 또 주쌤에게 시선이 막 갔다.
'안 가요?'하고 내 어깨 위에 손을 올리는 손쌤에 나는 고갤 끄덕이며 일어선다.
그리고.... 학교 학생들에게도 무리가 정해지듯이.
"자, 그럼 가위바위보에서 내가 이겼으니까. 우리 막내 주하쌤은 내가 모시고 갑니다아~"
"아니이.. 이게 뭐라고 막 승부욕이 불타오르지... 주하쌤! 내일은 나랑 같이 퇴근해요! 내가 태워줄게요."
일단 배쌤과 손쌤 무리에 내가 끼게 된 것 같았다. 그리고.
"근데 저는 남편이랑 영화 봐야 되가지구.. 일찍 가봐야 될 것 같아요."
"남편 출장 벌써 갔다왔어?"
"네. 프랑스에서 선물 왕창 사갖고 왔대요. 귀걸이, 목걸이, 옷, 구두.. 진짜 안 그래도 되는데.. 사오지 말라고 해도 말도 안 듣구우..."
"그래?"
말도 되게 많으신 것 같고.. 은근히 막 자랑을 하시는 전쌤 옆에는 아주 완벽하게 부러워 하는 거 하나도 없이 리액션만 작게 해주는 김쌤이 있다.
근데 그런 거 있지.. 전쌤이 막 자랑하고 그러는 게. 기분 나쁘게 자랑하는 게 아닌 거!아직 쌤들을 정확히 아는 건 아니지만.. 그냥 내 눈엔 모두가 착해보인다.
배쌤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어색하지 않았다. 별로 말이 없을 것만 같았던 배쌤이 나에게 심심하지 않게 말을 계속 걸어주었기 때문이다.
"술 잘 마셔요?"
"어....음.. 한병 까지는 마실 수 있어요!.."
"그래요? 나랑 손쌤도 비슷한데.. 같이 마시고 빠지면 되겠다ㅎㅎ."
"오오! 좋아요오...!"
"ㅋㅋㅋ어딜가나 예쁨 되게 많이 받겠다, 주하쌤. 엄청 귀여운 것 같아."
"히엑...아니에요! ㅠㅠㅠㅠ하..감사합니다아..그리고.. 말 편하게..하셔도 되는데에..."
"그래애? 그럴까?"
"헣ㅎㅎ 나이 차이 얼마 안 날 것 같은데요오오~~~.."
"엥?ㅋㅋㅋㅋ그릉가?나 되게 나이 많은데~~?"
"네에???에이이이...한 삼십..중반.!!!??!!"
"ㅋㅋㅋ내가???어머."
"네!!"
"아닌데. 나 마흔둘인데."
"네!?!?!?!?!?!??!!?!??!"
진짜 내가 보는 눈이 없는 건 아닌데............어떻게 저 얼굴이 마흔둘.......이야.........? 너무 당황해서 입을 틀어막고 가만히 있으면 배쌤이 운전하면서 힐끔 나를 보고 웃는다.
와 진짜 진짜........마흔..둘........
"손쌤은요.........?"
"예진이는 서른아홉."
"…허어어어어업..."
"ㅋㅋㅋㅋㅋ근데 대부분 우리 교무실 사람들은 동안인 것 같아. 조승우쌤이 나보다 한살 어리고.. 하정우쌤은 나보다 한살 더 많고, 이선균쌤은 마흔여섯인가..?
주지훈쌤이 예진이랑.. 아, 손쌤이랑 동갑이다. 유쌤이랑 성쌤은 50대인 것 밖에 기억 안 나. 두분 나이 비슷하실 걸."
세..상에.......너무 충격적인 나이에 여전히 나는 입을 틀어막고서 있고, 배쌤이 돌이냐며 막 웃기 시작한다.
아니이.. 어떻게 나이를 듣고 안 놀래요..진짜...
회식은 꽤 길어졌다. 그리고 나는 확실한 건.. 다른 쌤들이랑 얘기는 나눠봤어도. 주지훈쌤이랑은 한마디도 못해봤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어쩌다보니...
"주하쌤 애인 없다고 했나?? 왜? 20대 청춘엔 연애가 절반이어야지! 그래야! 어? 나중에 좋은 남자 만나서 결혼도 하고 그르는데에. 우리 조카중에 변호사 있는데. 소개 시켜줄까??"
"…에? 어유 뭔 소개예요. 주하쌤은 주하쌤이 알아서 사겨요. 주하쌤 나이대는 소개 말고, 자연스러운 게 좋은 거라구요. 그치?"
"헣..ㅎㅎㅎㅎㄴ..네에.."
"…나 진짜 진짜 주하쌤이랑 잘 어울리는 친구 있는 것 같은데에.."
"누구???"〈- 배쌤
"모르겠어요 배쌤?"
"누구..설마.."
"흥흐흐흐흥..오늘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그쵸오~"
"ㅋㅋㅋㅋ어제 출장 가셨잖아."
다들 취한 거 맞다. 그리고 나도 취한 것 같다. 근데.. 주지훈쌤만 멀쩡하다. 뭐 무슨 약을 먹고있어서 오늘은 못마신다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자리에 앉아서 선생님들을 힐끔 보다가도 주지훈을 보았다. 진짜 아따...거.. 너무 잘생겼네... 계속 혼자 감탄이나 하는데. 또 눈이 마주쳐버린다.
민망해서 고개를 돌리려고 할 즈음에.. 하쌤이 주쌤에게 말을 건다.
"주지훈이 혼자 멀쩡하니까 우리 한명씩 집 좀 데려다줘. 대리비 아까워 죽겠으니까."
"저라고 대리비 안 받겠습니까. 대리비 10만원씩 받아요."
"쓰레기새끼."
"ㅋㅋㅋㅋㅋㅋ 2차 가게요?"
"가려고."
"내일 화요일인데."
"우리가 언제 평일이라고 2차 안 갔나. 2차는 노래방 갈 거고, 3차는 볼링치러 간다. 주지훈이 갈 거지?"
"음. 저는 오늘 빠지려구요. 어우 피곤해."
"그래 술도 안 마시는 놈은 가라. 제일 잘 마시는 게 빠지니까 좀 섭하네."
"ㅋㅋㅋㅋㅋ다음에 마셔요."
"어우 야!!!!!!!!!!!!!!!!!!!!!!!!!!!!!!!!!!먹고 뒤지라는 거냐아아!!! 엄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전쌤이 우리 성쌤을 엄청 생각해주시는데."
전쌤이 가봐야된다며 남은 술을 성쌤의 잔에 다 퍼붓자, 성쌤이 막 소리를 질렀고.. 모두가 빵터졌다.
그리고.. 주지훈쌤도..
"성쌤 학교에서도 유명하잖아. 성쌤이 술 짝사랑한다고. 학생들이 그러던데."
웃고있다.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얘기도 많이 한다. 아주 많이.
"아니 진짜? 근데 성쌤이 되게 술을 사랑하시긴 하잖아.. 이젠 성쌤한테서 나는 술냄새가 향수같이 느껴져...^^ 그쵸 조쌤 ㅎㅎ."
"…아, 네."
주지훈쌤과, 손쌤이 동갑이라서 그런지 둘은 같이 앉아서 좀 친해보였다.
손쌤 머리에 뭐가 붙어있자, 주지훈쌤이 떼어주지를 않나.. 아주 잠깐이나마 주지훈쌤이 잘생겨서 호감이 갔었는데.
손쌤이랑 뭔가.. 잘 어울리기도 하고.. 확실히 저렇게 예쁜분이 동갑이고, 같은 직장 동료면 반할 것 같기도 하고.. 나는 그냥 새로 들어온 쌤으로만 보일 거란 생각에 포기를 하기로 한다.
포기라고 하니까.. 내가 무슨 짝사랑 오지게 한 것 같이 느껴지네. 그런 거 절!!대 아니다.. 절대...........
그리고 나는 주쌤과 손쌤이 둘이서 러브러브 할 거라고 생각을 하고선 또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른분들은 러브러브가 없을까....? 하다가....
손쌤 옆에 앉은 조쌤이 보였다. 조숭우선생님이 가끔 힐끔 손쌤을 바라본다. 에이.. 아닌가?..그러네.. 아니네.. 다른 쌤들도 힐끔 보는 거 보니까..
아니네.. 그냥 나랑 똑같이 사람 구경하기 좋아하시는..그런..분이시구나...하고 말이다.
"주하쌤 취했나? 눈이 풀렸네?"
"네? 아, 아니요! 괜찮은데에ㅔ.. 좀 취한 것 같기도 하고오...ㅎ하핳.."
"우리 2차 갈 거야. 주하쌤 집 가요. 2차는 이 술고래분들만 갈 거라, 주하쌤 가면 죽어."
"아, 네!!"
"대리... 아, 차 없다고 했죠. 택시 태워줄게. 가자."
"네?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저 혼자 갈 수 있어요 ㅎㅎ!!"
"막내 혼자 보내면 우리 마음이 어떻겠어요."
"에? 아냐 아냐. 주쌤 술 안 마시고 그냥 간다고 했으니까. 주쌤 차 타고 가. 주쌤이 우리 막쌤 좀 데려다줘."
막쌤...? 모두가 막쌤이 뭐예요- 하면, 유쌤이 막내쌤~하고 웃는다. 아, 줄임말 ㅎㅎ...
그럼 모두가 그거 좋다! 막쌤이라 불러야겠다~ 하며 막 웃기 바쁘다. 그리고....
"그래요. 막쌤 데려다줄게요."
"아, 네..! 감사합니다...!"
"가요. 이거 비싼 고기니까 하나 더 주워먹고 가."
"넵!..."
주쌤이 일어났고, 나도 일어나면... 먹어 먹어- 하고 배쌤과 손쌤이 내 입 안에다가 고기를 하나씩 넣어주었고.. 가려고 하면, 하쌤이 잠깐만!!!하며 날 붙잡는다.
쌈을 막 싸서는 내게 건네주길래 받아 먹긴 했는데.
"얽!!!"
마늘이랑 청양고추가 왕창 들어갔을 줄이야.............. 내가 앍!하고 막 괴로워하면 모두가 막 웃는다.
"…진짜 너무 귀여워. 주쌔앰~ 우리 막내쌤 잘 모셔!!"
"손쌤도 집 가야되는 거 아닌가. 갈게요."
잘가- 하고 나와 주쌤에게 손을 흔드는 손쌤에 난 여기서 또 확실해졌다.
주쌤이랑..손쌤은... 뭔가가 있다...............................................백퍼!!!!!!!!!!!!!!!!!!!!!!!!!!
고깃집에서 나오자마자 엄청 어색해졌다. 고깃집 앞에 세워둔 차를 가리키며 잠깐 차에 타있으라는 말에 나는 뻘쭘하게 혼자 주쌤의 차에 타있는다.
조수석에 앉아서 막 차 안을 구경했다. 그냥 딱.. 남자 차....블랙체리 향 디퓨저에다가...흐음... 손쌤이랑 사귄다는 증거가 차에는 없군.....
혼자 코난처럼 막 턱을 매만지며 차를 둘러보는데 주쌤이 운전석에 타서는 내게 무언가를 건네준다.
"……!?"
"마셔요."
"네?"
"매운 거 아냐?"
"네!...감사합니다."
보리차.. 물을 사다준 것이다. 편의점에서 말이다.. 내가 매워하니까 사온 거야..? 뭐야.. 이 쌤...? 꾸벅- 감사하다고 하고선 물을 벌컥 벌컥 마셨을까.
또 어색해졌다. 아까 막 하쌤이랑 얘기할 때는 얘기도 많이 하더니.. 지금은 엄청 조용해진 것도 신기하고..
"어디 살아요."
"원마트쪽이요..!"
"그래요? 나도 그쪽 사는데."
"아, 정말요??"
"아파트 살아요. 막쌤은."
"저는 그..빌라요!"
"아아 우성빌라?"
"네!"
"택시타고 출퇴근 하나? 버스타면 한참 걸어 올라가야 되는데."
"어.. 음.. 오늘은 택시 탔어요! 어차피 막 돈이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니구요.."
"기본요금에서 조금 더 나오긴 할 건데."
"네네......"
또 조용해졌다. 그리고 난 창밖을 보며 다른 생각을 하는 척 한다.
아니지! '척'아니야!.. 난 진짜 생각중이야... 너무 어색해서 여기서 뛰어내릴까...하다가도.
수업중에 나를 도와준 게 떠올라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 아까 수업시간에요.."
"응."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네."
"고마우면 그거 한입만."
"네? 아, 네!!!"
물을 가리키며 말하길래 급히 주려고 하니, 장난이라며 웃는데. 난 더 뻘쭘해졌다.
"……."
그렇게 우리는.. 조용..히... 집까지 가게 되었고.
"감사합니다아..."
"내일 비온대요."
"네?"
"우산 챙기라구요. 갈게요. 이웃."
"…아, 네!!"
주지훈이 갔고.. 나는 제자리에 멈춰서서 한참 멍을 때린다. 우산..챙기라고....?
다음 날.. 나는 3교시에 수업을 해야 했고, 어제보다는 그래도 덜 떨리긴 하지만... 어제 술을 마셔서 그런가? 아니면 감기인가..
머리가 좀 따갑고 어지럽고 해서 교무실에 앉자마자 머리 마사지를 하는데 손쌤이 말한다.
"응? 막쌤 어디 아파? 안색이 되게 안 좋은데..?"
"네? 아아아, 머리가 조금!..어지러워서요.. 감기인가아..."
"아구우... 지금 감기 걸리면 엄청 고생할 텐데..ㅠㅠ~ 보건실 가봐!"
"앗.. 보건실...그럴까요오.."
"응. 보건실 가서 약 좀 먹고 와."
"아, 네엡...! 지금..가면 있으시려나요오.."
"가만있어보자.... 방금 보건쌤 왔으니까. 지금 가봐."
손쌤이 같이 가자 ^^하며 내게 팔짱을 낀다. 우리 교무실 바로 옆에 있는 보건실에 손쌤이 노크를 하고선 문을 열었고.. 난 또 컬쳐쇼크다..컬..쳐쇼쿠...우우우..
"쌔앰~~ 우리 막내쌤 머리 아프대요오~~ 빨리 봐줘요! 빨리 약줘요오~ 우리 새로운 쌤이니까! 잘봐주셔야 돼!"
"아, 맞아.. 어제 오셨다고 들었는데. 어제는 제가 없었어서..ㅎㅎ 안녕하세요."
"해인쌤~ 우리 주하씨~ 애인 없대~~ 우리 해인씨도 없으니까 잘해봐~~"
"아.. 손쌔앰.. 왜 그러세요오..."
"ㅎㅎ 약 먹고 와. 막쌤!"
손쌤이 가고, 진짜 어제와 다른 어색한 상황이 또 왔다. 주지훈과는 정말 정말 너무 다른 정반대 스타일의 훈남이 내 앞에 서있다...
아따 이 학교 무엇인가,,,도대체???????????
"ㅎㅎ수업은 할만해요??"
"아, 네!! 아 맞다.. 저는 이주하입니다."
"정해인입니다 ㅎㅎ."
"ㅎㅎㅎ하하.."
"근데 어디가 아프신 거예요? 어디 다쳤어요?"
"아.. 아니요! 머리가 따끔따끔 하고.. 어지럽고 그래서요..."
"으음...요즘 감기 때문에 그런 거일 수도 있고.. 열은요? 없어요?"
"네! 열은 없고오.. 어제 술마셔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스트레스 받으면 가끔 머리 따끔따끔 하거든요. 그래도 수업도 하셔야 되고~하니까. 약 먹어요."
"네에...!"
"되게 젊어보이시는데. 몇살이세요?"
"스물여섯입니다아....쌤은요..? 20대 아니세요..? 저랑 별로 차이 안 날 것 같은데..."
"에? ㅋㅋㅋ 아닌데에~ 저 서른셋인데요오~ ㅎㅎ."
"헤에에에에!?!?!??!!"
날 여러번 놀라게 하는 이놈에 학교..... 내 반응이 재밌다는 듯 약을 꺼내서 물과 함께 주는 쌤에 일단 감사하다며 받긴 했는데.......
"근데 대박...진짜 교무실 쌤들 나이 들었을떄보다 더 놀랬어요.."
"제가 한 동안 합니다아."
"악...!.."
"ㅋㅋㅋ악? 토할 것 같아요? 소화제 줄까욬ㅋㅎㅎㅎ."
"네에...ㅎㅎㅎㅋㅋㅋ"
"어어~ 잘 받아주시는데에~"
뭔가 되게 사람 편하게 해주는 것 같고.. 또래 친구랑 얘기하는 것 같고... 기분이 좋아졌다.
근데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겼다. 내 손목에 팔찌.. 그리고 해인쌤 손목에 팔찌를 한 번씩 보고선 입을 열었다.
"어...?"
"네?"
"팔찌!! 똑같아요 우리!!"
"어, 그러네 ㅎㅎ!! 어린이재단!!"
"네에!! ㅋㅋㅋ허얼..."
"색도 똑같네요. 뭐예요~ 저 따라하지마요."
"네에??ㅋㅋㅋㅋ아니이이.."
"ㅎㅎ."
얼결에 커플팔찌가 되어버린 것이지이... 만난지 5분도 안 돼서 벌써부터 친해진 느낌이 강해져서 뿌듯해졌다.
핳....좋타...아아...그것도...훈남..이야......
그리고 하루 사이에 느낀 게 있는데.
처음엔 그냥 이분들이 이상한 학교에 있는 이상한 선생님들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는데.
그냥 이상한 학교의 평범한 선생님들이었다.
이번 수업은 어제보다 나았다. 내 수업에 집중해주는 애들도 많았고! 첫사랑 얘기 해주세요는 무슨 유행어인가 ㅎㅎ.. 해주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오늘도 10분 남기고 수업을 끝냈다. 그럼 애들이 '쌔애애앰~'하고 나를 부른다.
"응?"
"쌤 남자친구 없어여??"
"ㅋㅋㅋ응..."
"왜 없어요? 쌤 진짜 예쁘신데에!?!?! 순두부같이 생겼어요..순두부랑 병아리 섞은 느낌........."
"ㅋㅋㅋㅋㅋ순두부 뭐야ㅏ...아니야.. 너네가 더 예쁘지! 진짜!"
"아닌데에..쌤.....인기 되게 많으실 것 같은데에에엑........아 쌤 쌤 쌤! 주지훈쌤이 좋아요~ 정해인 쌤이 좋아요??"
"에엥에???"
"솔직히 딱 보면! 딱 보며어어언!!"
"누구..시더라.."
일단 이럴 땐 시치미를... 모르는 척을 해야 돼....괜히 여기서 대답 했다가 말 많아진다고.. 사실 두분 다 잘생겨서 기권이긴 하지만...
"있어요오... 주지훈쌔이랑 정해인쌤 우리 학교 아이돌이라니까여..진짜 개잘생겼어. 아파서 보건실 가는 애들 다 꾀병일 정도고...
주지훈쌤 수업 시간에는 쌤이 무서운 것도 있지만 웬만해서 여자애들 다 쌤만 본다니까요...."
"진짜..?"
진짜 인기 많기는 많은가보구나.. 수업을 마치고선 교무실에 와서 종이 자를 게 있어서 커터칼로 자르고 있었을까..
핸드폰 진동 소리에 그만 놀라버려서 손을 살짝 베였고.. 이 정도 베인 건 별 거 아니어서 휴지로 손가락을 움켜쥐고 있는데.
"어... 뭐야. 다쳤어요? 베였어?? 어떡해.. 보건실 가요!.. 아프겠다아....어떡해..."
"아, 괜찮아요! 이러고 있으면 멈추긴 하는데에.."
"에이이이! 보건실 가요오....커터칼에 베이는 게 제일 아픈데..증말...!"
"그냥 물로만 씻고 올게요!.."
"으이그으으 미련해! 그냥 보건실 가지이..."
괜찮습니다아아.. 하고 웃으며 교무실에서 나왔을까..마침 보건실에서 나온 해인쌤이 나를 향해 묻는다.
"손 왜 그래요??"
"아, 조금 베였어요! 근데 괜찮아요! 물로 씻으면 돼요ㅎㅎ!!"
"아, 그래도..약 바르는 게 나은ㄷ.."
곧 어떤 학생이 쌔앰.. 저 배아파요..하고 해인쌤의 팔을 잡았고, 난 목례를 하고선 화장실로 들어섰다.
대충 씻고오니 피는 멈췄고, 교무실로 들어와 자리에 앉았을까...
"오잉..?"
내 책상 위에 있는 반창고에 이게 뭔가 싶어서 주위를 둘러봐도.. 아까 있었던 주쌤은 어디 가고.. 전쌤만 있기에..고개를 갸웃하다가도 웃음이 나왔다.
아, 참.. 괜찮다니까아...해인쌤도 참 ㅡ//////////ㅡ
점심시간이 되어서 손쌤,배쌤과 같이 급식실로 향했다. 오늘으으으은 미니 햄버거 ㅠㅠㅠ맛있겠다아.. 반찬도 소세지 반찬인데.
선생님이라고 많이 주시기에 감사합니다아- 하고 해맑게 웃으면, 옆에 손쌤과 배쌤이 날 보고 키득키득 웃는다.
그리고 우리 옆으로 음식을 받는 남학생이 막 자기들끼리 웃다가 말한다.
"주하쌤! 얘가 쌤 좋아한대욬ㅋㅋㅋㅋ"
그 말에 얼굴이 붉어져서 '뭐래..애..'하면 배쌤이 어휴.. 하고 한숨을 내쉬더니 고갤 막 젓는다.
"얘네 장난이 원래 심해. 근데 막쌤이면 가능할 것 같기도..?"〈- 배쌤
"ㅎㅎㅎ그러게에~"〈- 손쌤
"아아아 아니에요오....! ㅠㅠㅠㅠ"
선생님들 자리에서 밥을 먹고 있었을까.. 내 손가락에 붙여진 데일밴드를 본 배쌤이 내게 묻는다.
"뭐야? 다쳤어??"
"아아!.. 네! 아까 종이 자르다가..!"
"조심 좀 하지... 으이구.."
"ㅎ헿..해인쌤이 반창고 주고 가셨나봐요.. 원래 베여도 안 붙이는데... 감사하다고 해야하는데...타이밍이..하하.."
"응??? 아닌데."
마지막에 응? 아닌데. 는 배쌤이 아니라 손쌤이다.
네? 하고 손쌤을 바라보면, 손쌤이 웃으면서 저쪽 끝을 젓가락으로 한 번 가리키고선 말한다.
"그거 막쌤 나가자마자 주쌤이 막쌤 책상 위에 두고 나갔는데~ 바보."
"네에에에에에에??주쌤이요오..!?!??!"
"응. 주쌤이 말 안 해? 난 둘이 얘기 한 줄~~ ^^."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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읏흥! 바보!! ^^!@
오타수정은 쳔...쳔히 헤헤헿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