쑨양이 잠깐 멈칫하긴 했지만 바로 다시 그르렁 거리며 내 목으로 달려들었다. 쑨양의 입술이 내 어깨에 닿자마자 와삭- 하는 소리와 함께 강렬한 고통이 느껴졌다. 너무 아파서 비명을 지르고 싶었는데, 소리를 지르려는 순간 쑨양의 큰 손이 내 입을 막아버렸고 이젠 숨마저 쉬기 곤란했다. 게다가 귓가에 울리는 그르렁 거리는 소리때문에 공포심이 커져 처음엔 저항을 하기도 힘들었다.
"읍- 으읍!!"
쑨양은 꿀꺽거리는 끔찍한 소리를 내며 정신없이 내 피를 마시기 바빴다. 온몸이 쥐가 난듯 저릿해져갔다. 몸에서 점점 피가 빠져나갈 수록 내 시야는 흐려졌고, 호흡까지 곤란해져 이젠 죽는건가 싶은 생각에 울음이 터져나왔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쑨양은 내게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고, 점점 몸에 힘이 빠져나가던 나는 그대로 기절했다.
**
시간이 얼만큼 지났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 방이였고, 내 옆엔 쑨양이 잠들어있었다. 뭐지.. 나 어떻게 된거야?.. 손을 들어 확인하니 난 아무래도 살아있는 듯 했다. 옷도 다 입혀져 있었고, 목을 만져보니 상처도 없었다.
"으.. 일어났어요?"
쑨양은 인기척이 느껴지자 꿈틀거리다가 슬쩍 한 눈을 뜨고 날 바라봤고, 금세 눈을 부비며 날 껴안는 쑨양에게서 어렴풋한 피비린내가 느껴졌다.
"야.. 너 나 물지 않았어?"
"음.. 그랬던 것 같기도?.."
"정확하게 말해."
"마셨어요."
"그럼 나..?"
나도 뱀파이어 된거야 설마? 경악스런 표정으로 바라보니 쑨양은 피식- 웃어보이며 내 가슴에 얼굴을 부볐다.
"작정하고 뱀파이어 만들거 아니면 물어도 뱀파이어 안되거든요-"
"아.. 깜짝이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니 쑨양은 다시 큭큭 웃어댔다. 아, 웃지마. 내 품에서 꼼지락 대는 쑨양을 툭- 치니 쑨양이 날 힐끔 올려다보고는 내 입술에 짧게 입맞췄다. 쑨양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비릿한 혈향이 맘에 들지 않아 인상을 찌푸리니 쑨양은 슬쩍 입술을 손으로 닦고는 말했다.
"아, 피냄새 나는구나.."
눈을 굴리며 뭔갈 생각하던 쑨양은 다시 씨익- 웃어보이며 말했다.
"나 그래도 배 채워서 기분 째지는데 오늘은 같이 데이트 할래요?"
"데이트는 무슨. 나 씻을래 건들지마."
"네-"
쑨양은 고분고분하게 날 놓아주었고, 난 화장실로 걸어가면서도 혹시나 따라들어올까봐 노심초사 하면서 힐끔힐끔 눈치를 보며 들어갔다.
**
허리가 아파서 서있는게 꽤 힘들긴 했지만 충실하게 목욕을 끝마치고 나오니 쑨양은 창틀에 기대 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새 본래의 갈색으로 돌아와 있는 쑨양의 눈은 비가 내리는 회색빛 하늘이 비쳐 어렴풋한 회색을 띄고 있었고 훤하게 드러난 탄탄한 상체는 빛을 받아 더 희게 보였다. 어울리지 않게 분위기를 잡고 있길래 저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 가까이 다가가니 쑨양이 내가 다가가는 걸 눈치채고 하늘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채 말했다.
"下雨了。(비온다)"
쟤가 뭐라는거지. 인상을 확 찌푸리니 큭큭 웃던 쑨양은 하늘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비 온다구요 비."
"어? 진짜? 나 그럼 훈련 어디서 하지?"
"그러니까 나랑 데이트 하자구요."
"아, 싫어. 실내 들어가서 훈련 할거야."
"아, 데이트-!"
발을 동동구르며 데이트만 외치는 쑨양을 어이없이 쳐다보던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거실로 나갔고, 거실에는 코치 형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 일어났냐. 근데 방에 누구 있어? 말소리가 들렸는데?"
"저 혼자인데요."
힐끔 내 방을 보니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창문으로 나갔나.. 비 맞을텐데 괜찮으려나 모르겠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창 밖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난 다시 방으로 들어가 훈련에 필요한 물건들을 가방에 챙겨넣기 시작했다. 허리 아픈데.. 뭐.. 마사지 받으면 괜찮겠지.
**
"태환아, 부상 때문인지 원래 기록이 안 나온다."
"아.."
쑨양 이 자식이 얼마나 마셨는지 빈혈 증세까지 겹쳐서 머리도 어질거렸다. 수영하는데는 별로 지장이 없었지만 물 밖으로 나오는 순간 완전 앞이 두 개로 보여서.. 끝내 내 컨디션 난조로 훈련은 조금만 하고 끝났고, 난 샤워장에서 샤워를 끝마친 뒤 라커룸에서 내 물건을 챙기기 시작했다.
"아.. 머리야.."
타이레놀 먹어야 하나.. 아, 근데 그건 단순 두통이고 빈혈은 아닐텐데..? 고기라도 막 먹어야 하나? 한참 빈혈을 없앨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날 가볍게 껴안아왔다. 이젠 돌아보지 않아도 누군지 다 알 정도였다.
"그러니까 같이 데이트 하자니까, 몸만 힘들고 이게 뭐예요?"
"하.. 나 좀 그만 놔두면 안되냐?"
"걱정되니까.."
걱정은 무슨. 다 너 만나고 나서 입은 피해다 이거? 투덜대며 날 붙잡은 팔을 툭- 치니 쑨양은 입을 삐쭉 내밀고는 투덜거렸다.
"太过分了。(너무하네)"
"아, 진짜 내 앞에서는 중국어 하지 말라고."
"싫은데요."
나.. 아무래도.. 얘 한테서 벗어나는건 힘들지도 모르겠다..
**
끝내 나는 그 데이트란 걸 하기 위에 끌려나왔다. 언제 이야기를 했는지 라커룸에서 나오니 전담팀 형들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들며 잘 놀다 오라고 인사를 하고 있었고, 쑨양은 웃으며 목례를 살짝 하고는 날 끌고 나왔다. 나.. 진짜.. 데이트하기 싫은데..
"쑨양."
"?"
"나 그냥 숙소 들어가서 쉬면 안되냐?.."
"숙소 들어가서 뭐하게요?"
"자야지."
"나랑?"
"뭐?"
큭큭거리며 웃던 쑨양은 거리로 나가 쓱쓱 둘러보더니 한 음식점으로 날 무작정 끌고 들어갔다. 점심 시간이긴 하지만 나 아직 배 안 고픈데.. 쑨양은 이미 예약이라도 해놓은 듯 자연스럽게 직원의 안내를 받아 옆 공원의 호숫가가 보이는 자리에 날 앉혔다. 그러고는 능숙한 영어로 뭐라뭐라 주문을 하기 시작했고, 직원은 연신 끄덕대더니 사라졌다.
"너 영어 못하는 것도 연기한 거였어?"
"아, 솔직히 처음부터 잘 하는거 티내고 싶었는데 형이 너무 영어를 귀엽.. 풉-"
"아, 웃지마!"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던 쑨양은 웃음을 참으려다가 끝내는 고개를 숙이고 끅끅대며 어깨를 들썩였다. 난 잔뜩 심통이 나서 뚱한 표정으로 쑨양을 바라봤고, 그 와중에 내 앞에는 스테이크가, 쑨양의 앞에는 와인잔 한 개와 와인병 한 개가 놓여졌다.
"음? 스테이크?"
"고기 먹어야 빈혈 덜 할거 같아서요."
"근데 넌 그게 다야?"
"네, 뭔지 보여줄까요?"
씨익- 웃어보이던 쑨양은 자연스럽게 와인잔에 와인을 따랐다. 그런데 와인의 색이 유난히 붉었다. 너.. 그거 설마?.. 경악스런 표정으로 쑨양을 쳐다보니 쑨양은 어깨를 한 번 으쓱- 하고는 자연스럽게 그 붉은 액체를 꿀꺽꿀꺽 넘겼다. 와인잔을 다 비운 쑨양은 잔을 내려놓고는 입가에 묻은 붉은 액체를 한 번 혀로 훑어 깨끗하게 처리했다.
"너 어제 마신거로는 배가 안 차?"
"갈증을 달래는 정도?"
"그만큼 마시고도.. 아.. 잠깐, 속 울렁거려 나."
어렴풋이 흐르는 피비린내에 우욱- 헛구역질을 하니 날 물끄러미 바라보던 쑨양은 와인잔은 멀리 치우고 상 위에 올라와있던 내 손을 부드럽게 잡더니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형, 설마 입덧하는거예요?"
야, 이 빌어먹을 놈아.
**
그렇게 데이트 같지 않은 데이트를 하고 저녁에서야 숙소에 돌아온 나는 바로 피곤함에 기절한 듯이 잠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쑨양이 저녁에 날 찾아오는 횟수가 점점 많아지고 재미들려 한다는 것.. 덕분에 씻고 나오거나 다른 일을 하다가 내 방에 자연스럽게 들어와 있는 쑨양을 보고 깜짝 놀랄 때가 한 두번이 아니였고, 종종 애가 넘치는 힘을 제지하지 못하고 나한테 달려들때는 정말 내가 뱀파이어여서 얘를 한 대 때려보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혔다.
아.. 나도 저녁에 편하게 잠 좀 자자.. 이 위험한 놈아..
***
아궁 힘드네요 ㅠㅠ 체력의 한계가..! 으어얽... 흙.. 이번 작품은 너무 힘들게 써서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 같네요 ㅠㅠ
메일링 시작합니다아.. 덧글 써주세용~ 비회원분들도 보내드리니 주저하지 말고 덧글을 주thㅔ요!
다음 작품도 구상이 되고 있긴 한데, 귀요미한 쑨양의 모습을 부각시켜볼까 합니다 ㅎㅎ
시간을 살짝 돌려 다시 런던때로~ 인형 좋아하는 귀욤귀욤 쑨양의 모습! 태환의 앞에서 부끄부끄 하는 쑨양의 모습!
그럼 다음 작품에서 다시 만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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