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 - Sam Ock
(브금 없으면 안돼여ㅠㅠㅠ 필수필수 완전필수 ㅠㅠ)
푸른 밤 경수입니다
돌아갈 수 없는 추억이 그리워지는 순간이 오면
사람들은 그 추억을 잊으려고 한대요
하지만 여러분,
그런 추억이 있기에 우리는 각자 저마다 향기를 가지고 있는게 아닐까요
오래된 향기는 저희를 더욱 눈부시게 만드니까요
돌아갈 수 없는 추억이 그리워지는 계절을 맞으며
10월 4일
여기는 푸른 밤 입니다
노래 듣고 왔습니다
다가온 가을에 딱 맞는 분위기의 노래였는데
이 노래를 들으니 저마저 가을감성에 빠지게 되네요
오프닝에서 돌아갈 수 없는 추억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라고 말했는데요,
여러분들에게는 그런 추억이 있으신가요
오늘은 헤어진 남자친구와의 추억을 그리워하는 분의 사연으로 시작하겠습니다
- 됴디,
스치는 바람마저 쓸쓸한 가을이네요.
이맘때만 되면 습관처럼 떠오르는 사람때문에 매일 밤 잠을 설치다가
결국은 이렇게 펜을 잡았어요.
저는 2년 전에 남자친구하고 헤어졌어요.
사람들은 2년 동안 청승맞게 혼자 뭐하는 거냐고,
이제 그만 잊고 새로운 사람 만나라고 해요
근데요,
못 잊는게 아니라
잊지 않는거예요
제가 잊고 싶지 않아서요
그 사람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요.
종대가 제게 줬던 마음,
그 표정, 말투, 눈빛 전부..
4년 전 즈음의 저는 제 진로와 미래, 그리고 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힘들어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너무 힘들어서 견디지 못할 즈음이 되었을때에
어딘가로 그냥 떠나자고 생각했고
그렇게 무작정 떠난 유럽여행에서 종대를 처음 만났어요
파리에 머물 때였는데
아침에 느즈막히 일어나 에펠탑을 보러가서 에펠탑 앞에 한참을 앉아 있다가
그냥 무작정 일어나 생각없이 도시를 한참을 걸었어요
그러다보니 길을 잃은 거예요
길을 잃은 걸 깨달은 후에는 어떡해야 하나 발만 동동 굴렸죠
아무리 걸어도 같은 곳만을 맴돌고
사람들과 말이 안 통하니 길을 물어볼 수도 없고
난 정말 왜 이러나 싶어서 자책할 즈음에
눈이 마주쳤어요
종대랑
같은 동양인을 마주쳤다는 사실에 그때는 어찌나 반갑던지
그런데 종대 눈빛이 너무 날카로워서 선뜻 다가가지는 못했어요
그냥 주변만 맴돌았죠 뭐..
종대는 다시 저를 쳐다보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다가가서 물었어요
「...저기, 혹시 한국인이세요...?」
돌아오는 대답이 없었어요
한국인이 아닌가 싶어서 영어로 물어볼까 하는데 종대가 대답했어요
「 機車 」
(재수없어)
그리고 종대는 저를 등지고 빠르게 가버렸어요
그 당시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죠
중국인인가보다 하고 말았어요
그리고 한 2일 후쯤이 제가 파리에서 머무는 마지막 날이였어요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거리를 걷고 있는데
껄렁한 남자 무리가 저를 둘러싸곤 알아듣지 못할 말을 막 하더라구요
정말 무서웠어요
진짜 무서웠는데
우연히 거길 지나가던 종대랑 또 눈이 마주친거예요
저를 보던 종대가 제 상황을 보고는 머리를 헤집으면서 빠르게 다가왔어요
그리고 그러는거예요
「 멍청하게 그러고 서서 뭐해요. 」
그러고 종대가 제 손목을 잡고 빠져나와줬어요
그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저를 데리고 갔어요
근데 전 끌려가는 와중에도 '뭐야, 한국인이였어?' 계속 그 생각만 했어요
뭐, 그 후로는 뻔하잖아요
종대랑 만나게 됐어요
저는 비행기를 취소하고 계속해서 파리에 있었어요 종대랑
종대는 날카로우면서도 다정한 사람이었어요
음악을 한다고 했는데
노래를 만들고 가사를 쓸때는 그 누구보다 날카롭고 또 냉정했어요
그치만 제 사진을 찍어 사진첩을 만들어 선물해줄줄 알고,
제가 그냥 가만히 있어도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눈빛으로 절 바라봐주고,
못난이 인형이 저랑 닮았다고 놀리긴 하지만,
다음 날 귀여운 곰인형을 선물해주는 따뜻한 사람이였어요
전 그런 종대가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종대랑 사이가 깊어질수록 궁금한 점들이 늘어갔어요
그래서 제가 하루는 종대한테 물어봤어요
왜 파리에 왔냐구요
종대가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러는거예요
유학을 왔대요 여자친구랑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안했는데 종대가 그래요
여자친구랑 1년 전에 유학을 왔는데
온 지 한달도 채 안돼서 여자친구한테 새 남자친구가 생겼대요
그 후로 한국으로 돌아가려했는데 도저히 꿈때문에 돌아갈수가 없어서
악으로 남아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저를 만난거래요
됴디, 종대가요
처음엔 저랑 그 여자친구랑 많이 닮아서 싫었대요
처음 만난 날 저한테 중국어로 그렇게 말했던 이유가 너무 닮아서 그랬던거래요
처음엔 여자친구와 마주친 줄 알았다고..
그래서 제가 전 여자친구랑 닮아서 나 좋아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종대가 되게 수줍게 웃으면서 그랬어요
네가 더 이뻐,
하구요
아, 그 후로 종대랑 파리에서 유명한 레스토랑에 갔다가
그 여자친구를 한번 마주친 적이 있어요
저랑 닮긴 진짜 닮았더라구요
그 여자친구도 저를 보고 놀라더니 종대한테 그러는거예요
나 닮은 사람 찾은거냐구요
많이 화가 났어요
그래서 울컥 화를 내려는데
「 말 가려서 해. 얘가 너랑 닮았으면 난 얘 절대 안 만났어. 」
그리고 그 여자를 쫓아냈어요
그 말이 얼마나 감동이였는지
그날 하루 종일을 울었네요
근데요 됴디,
그런 저희가
헤어졌어요.
제가 파리에서 돌아오던 날 공항에서요.
종대가 옆에 있어줄 수 없어서 미안하다고
한국에서 자기보다 더 좋은 남자 만나라고 하면서요
울면서 싫다고 했는데
종대가 한국에 도착하면 자기를 다 잊으라고 했어요
뭐, 그 후로는 잘 기억이 안나요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전 계속 종대를 그리워 했고,
종대는...
몰라요.
모르겠어요.
아직도 파리에 있는지,
한국에 왔는지.
좋아하던 음악을 계속하고 있는지,
아니면 다른 일을 하고 있는지.
돌아갈 수 없는 추억이 그리워지면
사람들은 잊으려고 한다고 그랬잖아요.
하지만 됴디,
전 아마 종대를 오래 추억할 것 같아요.
오랫동안 기억하고
아릿한 그 첫만남의 눈빛을 그리워도 해보고,
목소리를 몇 번이고 곱씹어보기도 할 거예요
온전히 앓고 난 후에야
전 종대를 제 향기로 남길게요.
혹시 만약 이 라디오를 종대가 듣고있다면
이 말을 꼭 전해주고 싶어요
너를 정말 좋아했다고
그래서 나도 참 좋았더라고
가을이 오면 쓰려고 꼭 벼르고 있던 푸른 밤 |
가을이 오면 꼭 바로 쓰겠다고 벼르고 벼르다 썼습니다 드디어!! 푸른 밤 가을편 주인공은 종대였슴다 ㅎㅎ
이번 편은 짤보단 이야기 위주였는데 괜찮았나요 가을은 뭔가 사연 깊은 이야기가 잘 어울리는거 같아서.. 그리고 종대가 평소에 굉장히 밝은 성격인거 같지만 뭔가 또 사연을 가진듯한 그런 분위기가 있는거 같거든여 제가 보기에ㅠㅠ
그래서 종대로 낙찰! 쓰고보니 역시 종대... 넘나 잘 어울리는 것... ㅎㅎㅎㅎㅎㅎ다음 푸른 밤은 겨울에 마지막 편으로 돌아올게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