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1
쨍쨍할거라 그렇게 호언장담을 하더니,
"형 그 위에 작은 우산 좀."
"오늘 비 안 와."
"아 빨리! 엘리베이터 왔어."
"아, 걍 가. 절대 안 온다니까?"
그건 그냥 제 몸 하나 편하려고 한 말이었나 보다.
"아이씨.."
화면을 가득 채운 환한 미소 한가운데 굉음을 동반한 물방울이 튀었다. 놀란 눈을 뜨고 올려다본 하늘은 여전히 맑음, 말 그대로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었다. 해찬은 황급히 27동 건물 안으로 몸을 숨겼다. 밑도끝도 없는 소나기에 어제 새로 산 회색 후드티에 검은 반점이 찍혔다. 불쾌한 표정으로 어깨를 털어낸 해찬은 새어나오는 육두문자를 속으로 삼킨 채, 짙은 쌍커풀이 앉은 두 눈을 아래로 두었다가 슬쩍 들어 올렸다.
[좀 데리러 와]
[비온다고]
[형]
답장이 있을 리는 만무했다.
이동혁 이….
이해찬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우산 그거 하나 꺼내주는 게 뭐 그렇게 어렵다고 사람을 개고생을 시키고 난리야 동생 생각하는 마음이라고는 개밥에 말아서 고양이한테 던져줄 새끼, 내가 누구 때문에 집에도 못 가고 있는데. 지만 데이트한다 이거지 하여튼 정이라고는. 짜증스럽게 머리를 헤집은 이해찬은 이동혁이 절대 오지 않을 거라는 걸 너무나 잘 알아서 열받았다.
"이해찬?"
갑작스레 내린 비는 기칠 기미도 없이 한참을 내렸다. 억수같은 빗소리 사이로 누군가 뒤에서 얼굴을 빼꼼 내밀며 해찬을 불렀다. 아 여기 학군단 건물이구나. 해찬은 그제서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 수업 끝났냐?"
이제노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며 옆에 있는 자판기에 천 원 짜리를 밀어넣었다. 답지않게 그는 희한한 브로치가 달린 모자를 쓰고 있었다. 패션 뭐야.. 생각하는 이해찬의 옆에서 이제노는, 기계가 뱉어내는 천 원을 미련 없이 주머니에 꽂으며 고개를 슬쩍 숙였다. 비 와? 잔뜩 찡그린 눈으로 밖을 보며 말했다. 이해찬은 어. 하고 짧게 대답했다. 그 대답에 제노의 시선이 자연스레 아래로 떨어졌다. 환하게 웃고 있는 여자가 해찬의 휴대폰 화면을 가득히 채운 것은 언젠가 그의 통화가 종료된 이후로 계속이었다.
"..누구?"
그때까지도 이해찬은 밖을 살피는 중이었다. 머릿속엔 온통 이 생각 뿐이다. 집에 어떻게 가지, 빨리 짐 싸야 되는데,
"여자친구?"
넌지시 던져진 이제노의 물음에, 이해찬은 그제야 고개를 돌렸다. 제노와 시선을 맞추면서도 해찬은 주어를 알지 못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해찬에 제노가 시선을 슬쩍 내렸다. 동기화라도 된 것 마냥 그를 따라 도르륵 내려가는 이해찬의 검은 눈동자가 잔뜩 커진 눈에 의해 더욱 또렷하게 드러났다.
"아니야!"
황급히 휴대폰을 뒤로 숨겼으나 이제노는 기어코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린 채 해찬에게로 눈을 돌렸다. 그 시선의 끝이 날카로웠다. 이해찬은 그 눈빛에 크게 동요하지 않은 척했다. 이해찬의 떨떠름한 표정을 마주하고 나서야 제노는 해찬을 향한 날선 시선을 거두었다. 뭔가 대충 눈치 챈 표정이긴 했다.
"우산 있냐?"
"없어."
"그래? 잘 가라."
"응."
말을 돌리면 더이상 묻지 않을 것을 알았다. 지금이라도 자리를 벗어나야 이 압박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었다. 이해찬은 내키지 않는 걸음으로 유리문을 나섰다. 처마 아래로 굵은 빗물이 사정없이 튀었다. 이 비를 우산도 없이 온전히 맞아낼 자신은 없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또 돌아가는 건..
슬쩍 돌아본 뒤쪽 자판기 옆엔 여전히 이제노가 서있었다. 뭐? 하는 표정으로 눈썹을 꿈틀거린다. 이해찬은 어색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고는 울며 겨자먹기로 빗속으로 뛰어들었다. 비를 맞으며 생각했다. 내가 지금 이 비를 맞고 있는 건 우산을 주지 않은 이동혁 때문일까, 난감한 설명을 요구하려던 눈초리의 이제노 때문일까, 아님 이제노에게 그 원인을 제공한..
| CHAPTER 2
입주를 해달란 연락을 받고 곧장 출발했는데도 불구하고 집안엔 사람 냄새가 났다. 문을 열고 들어간 이해찬의 시선에 꽂힌 것은 분주하게 움직이는 한 여자였다. 해찬은 그녀를 보자마자 그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소나기의 첫 방울을 직빵으로 맞았던 그 미소 만개한 프로필,
"어? 안녕하세요?"
시준희, 이해찬은 그 이름을 또렷하게 기억했다.
준희는 해찬의 인사에도 대답 없이 어두운 얼굴로 현관 옆에 걸쳐진 빨간 청소기를 들고 부엌으로 향했다. 사진과는 상반되는 지친 모습이었다. 그녀의 사진을 보며 여자친구냐 묻던 이제노가 어렴풋이 떠올랐다. 걔가 왜 떠오르는 건지, 이유는 이해찬도 몰랐다.
누구는 비까지 맞았는데.. 시준희에 관련된 질문을 피하려 비를 맞은 건 맞지만 사실 그게 시준희의 탓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냥 이해찬이 사진을 보고 있다가 들킨 거지. 그럼에도 심통이 나는 것은, 그냥 인사를 안 받아줬다는 것에서 비롯된 해찬의 어린 마음이었다.
"인사 안 받아주시네.."
해찬의 중얼거림에 준희는 뜨끔했는지 잠시 어깨를 움찔거리다가도, 또 종종걸음을 옮긴다. 한쪽에서는 남자 하나와 여자 하나가 쭈그리고 앉아 뭔가를 치우기 바쁜 모양이었다. 해찬은 현관 앞에서 잠시 그 모습을 지켜보다 우선 짐을 두고 오기로 했다.
"어, 안녕하세요! 아까는 바빠 보이셔서 잠깐 짐만 좀 두고 왔어요."
"아, 네. 안녕하세요."
해찬의 인사에 도영은 어색하게 대답했다. 이해찬은 그 토끼 같은 남자를 지그시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이름을 떠올렸다 김도영, 또 그 옆으로.. 아, 김혜교. 정갈하게 새겨져있던 이름들이 이해찬의 머릿속에 그대로 그려졌다.
"어, 먼저 와 계시네. 안녕하세요."
남은 사람이 누구더라,
이해찬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생각의 흐름을 곧바로 끊어버린 것이 지금 막 신발을 벗고 들어오는 정재현이었다. 와 오지게 잘생겼네. 해찬은 생각했다.
재현은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요란한 청소기 소리에 시선을 빼앗겼다. 하얀 반팔티를 바지 안으로 넣어입은 한 여자가 뒷모습을 보인 채로 청소기를 밀고 있다. 사전에 프로필을 대충 보고 넘긴 정재현은 그 여자가 누군지 알 턱이 없었다. 얼굴이라도 보일까 싶어 빤히 쳐다보는 것도 헛일이었다. 정재현은 '저 분은 저기서 뭐하시는 거예요?' 하는 질문을 하고 싶었다.
"안녕하세요?"
재현의 기회는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허무하게 허공으로 흩어졌다. 긴 머리를 쓸어올리며 숨을 훅 내쉰 한 여자가 가방을 들고 하우스 안으로 들어오며 고개를 가볍게 숙였다. 이해찬은 저 아름다운 여자의 이름이 송지현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았다. 제가 늦었네요, 말하는 여자의 말 끝으로 드디어 청소기 소리가 멎었다. 하우스가 이렇게 조용했었나, 해찬은 이유모를 웃음이 새어나올 것 같아 입술을 말아 물었다.
"어? 안녕하세요."
정재현이 가장 먼저 선수를 쳤다. 재현과 눈을 맞추며 엉성하게 청소기를 내려놓는 준희는, 어느 새 모여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자 꽤나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재현은 그녀가 서운해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청소기 돌리는 모습을 봤다는 말을 꼭 해야겠다 생각했다.
"안녕하세요! 심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그 서운한 표정도 잠시였다. 곧바로 해맑게 웃음을 짓는 준희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아.. 네. 심..? 이 뭔가요? 별명?"
"아, 네 애칭이에요."
"아 애칭..."
이해찬은 더욱 세게 입술을 물었다. 그리고 티는 안 냈지만 정재현은 사실 웃음을 참기가 어려웠다.
"청소기는 왜 돌리고 계셨어요? 인사하러 가려다가,"
"제가 사고쳐서여"
"무슨..?"
"아, 별 거 아니에요. 준희 씨가 화병을 실수로 건드리는 바람에,"
의아함 가득한 재현의 목소리의 뒤를 이은 것은 울먹이는 시준희가 아닌 타인이었다. 정재현은 시선을 빼앗겼다. 그 타인은 저를 김혜교라고 소개했다. 웃는 모습이 참 예쁜 여자였다.
"안녕하세요 이해찬이에요!"
"이름 예쁘시네요."
해찬은 나서는 것을 원체 즐겨하는 스타일이었다. 이해찬의 자신만만한 자기 소개에 가장 먼저 호응을 한 것은 시준희였다. 이해찬은 준희를 보면 소나기가 생각이 났다. 그날 이해찬은 대략 7분 간 소낙비를 맞았다. 자판기 옆에 서있던 이제노가 또 생각이 난다. 여자친구? 하며 물었었다. 그렇게 이어지는 생각의 끝엔 여전히 인사를 씹힌 잔상이 남아있었다. 또 심통이 나는 순간이었다. 이해찬은 아 네? 아. 감사합니다. 하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러고도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자기소개를 대충 끝내니 파장을 알리는 메시지가 왔고 사람들은 짐을 챙겨 하나둘 층계를 올라갔다. 정재현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아무 생각 없이 정면을 바라볼 때에, 그는 시준희와 눈이 마주쳤다. 정재현은 웃었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습관이고. 그럼에도 시준희는 볼을 붉혔다.
"내일 봐요."
"오늘 반가웠어요!"
"저도요."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도 방방 뛰는 것만 같은 상기된 얼굴로 시준희는 정재현을 보며 웃었다. 고개를 살짝 끄덕인 정재현은 계단을 올라가며 힐끗 뒤를 돌아보던 이해찬과 눈이 마주쳤다. 해찬은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 이해찬은 실로 깜짝 놀랐음에도 제가 왜 깜짝 놀랐는지는 알지 못했다.
| CHAPTER 3
띠링-
[메시지함 - 하트시그널]
| 안녕하세요, 오늘은 첫인상 투표가 있는 날입니다.
해찬은 문자를 보고 오랜만에 엄지 손가락을 가법게 물었다. 조금 전 바른 스킨의 향이 진하게 입안으로 퍼졌다. 문자를 보니 실감이 났다. 나 진짜 이거 하는구나.
출연을 자처한 것은 이해찬 본인이었다. 사실 출연 의뢰를 받은 것은 이제노였는데,
"안 갈 거야."
"왜?"
"귀찮으니까."
"그걸 왜 안 가!"
냅다 소리를 빼액 지르는 이해찬에 이제노는 나쵸를 있는 힘껏 던졌었다. 귀 떨어지는 줄 알았네. 그럼에도 말투는 퍽 점잖았다.
"그럼 내가 나갈게."
"됐어."
"아니 내가 나가고 싶다고."
그 순간 이제노는 이해찬을 아주, 아주 아주 아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연예인하게?"
"사람 만나게 사람."
이해찬의 주변에 널린 게 사람이었다. 징하다는 표정으로 이제노는 이해찬을 바라보며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키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디 가? 후라이 해달라며. 그날따라 유난히 짜던 알탕 생각에 이해찬은 협탁 위에 놓인 보리차로 입을 적셨다.
"그런 거 나가면 임용 칠 때 불리하지 않나?"
이제노는 달걀 15개가 든 통 하나를 꺼내들고 가스레인지 앞으로 다가섰다. 기름때가 잔뜩 낀 그릴에 무심하게 프라이팬을 올리자 쨍그랑 차가운 소리가 공기 속으로 삽시간에 퍼진다. 해찬은 제노의 널찍한 등판을 바라보며 야, 하고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제노는 대답이 없었다.
"나 임용 안 쳐."
"퍽이나. 뭐 먹고 살게?"
"..나 다시 탁구 할 거야,"
이번엔 이해찬이 소주를 잔 끝까지 따라 마셨다. 조금도 벅찬 기색이 없었다. 당황한 기색을 속으로 삼켜낸 이제노는 여전한 무표정으로 달걀 하나를 집어들어 프라이팬 가장자리에 툭 내리쳤다. 껍데기가 쪼개지는 소리를 잇는 지글거림이 꽤나 경쾌했지만, 제노는 상황과 동떨어진 그 소리가 퍽 달갑지만은 않았다. 손목은? 묻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어차피 대답 안 해줄 것이었다.
"그러려면 미국 다시 가야 되잖아."
"가지 뭐."
"너무 간단한데 대답이."
"생각은 복잡한 거 알잖아."
"짜증 나네."
너무 잘 알지 내가. 이제노는 안경을 고쳐쓰며 머리를 한 번 쓸어넘겼다.
"그러니까, 가기 전에 재밌는 거 한 번 하고 가자."
응? 나 나가게 해주라, 나 제작진 만나만 볼게. 결국 의도는 그거였다. 제노는 그 속내까지도 속속들이 알았다. 그래서 짜증났다.
"안 돼."
"왜?"
"..."
수차례 거절을 했는데 다시 연락해서 남을 소개해주는 건 아무래도 모양새가 좀 그랬다. 예의가 아니기도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제노는 이해찬이 그 프로그램에 나가게 되면 임용도 못 치게 됐다는 명목하에 일말의 미련도 없이 미국으로 떠날 것만 같았다. 그럴 것만 같은 게 아니라 그럴 것을 알았다. 이제노는 속에 있는 마음을 밖으로 드러내는 법이 없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해찬은 대답을 보채었다. 이제노는 대답 대신 뒤집개 모서리로 세 알의 노른자를 퍽퍽퍽 터트렸다. 이해찬은 아 반숙! 하고 짜증을 내었다.
"처먹어."
던지듯 내려놓은 계란에 이해찬이 눈을 흘겼다. 너 가스레인지 청소 좀 해, 제노는 타박하는 해찬을 신경도 쓰지 않았다. 내가 알아서 한다. 맨날 알아서 한다고만 하지 말고 진짜 좀 알아서 하라고. 제노는 질린다는 표정으로 남은 맥주를 털어 마시고 화장실로 향했다. 분명 양치를 하러 갔겠지, 대략 3분 정도는 나오지 않을 것이 확실했다. 해찬은 곧바로 이제노의 휴대폰 패턴을 능숙하게 풀고 인스타 디엠을 뒤졌다.
그러면서 얻어낸 게 11자리 번호였다. 이해찬은 망설임도 없이 연락했다. 저 그 프로그램 하고 싶어요! 사실 제작진 입장에선 섭외에 난항을 겪고 있던 터라, 먼저 해오겠다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얼굴이 빠지길 하나, 학벌이 빠지길 하나,
잠시간의 회상을 마친 이해찬이 정신을 차리고 이 사이에서 엄지를 빼내었다. 첫인상, 누구 찍지? 누구? 이제노의 기억을 떠올렸던 탓인지 시준희의 얼굴이 봉긋 솟아올랐다. 해찬은 또한번 생각에 빠졌다. 시준희의 프로필 사진, 그 사진을 보다가 비가 왔지. 비를 피하러 들어갔다 이제노를 만났고, 그 사진 때문에 이제노한테 들킬 뻔했어. 들키기 전에 난 뛰쳐나가면서 비를 맞았고.. 그런데도 인사를..
결국 또 이런 유치한 생각이었다. 해찬은 저도 모르게 어이없는 웃음이 튀어나와 입을 꾹 물었다.
그 시간에 정재현은 이미 투표를 마쳤다. 투표를 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의 외모 취향에 가장 맞는 사람이 김혜교였다. 재현은 그녀의 첫인상이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에게 투표했다. 그의 논리는 간단했다.
"음 저기... 혹시 누구 찍으셨어요?"
조용하던 방에 이해찬의 목소리가 울렸다. 해찬은 2층 침대에서 몸을 반쯤 걸치고 있었다. 그 아래에 누운 정재현은 이해찬의 움직임을 따라 그대로 흔들려대는 매트리스를 느끼며 혹여나 2층 협탁에 올려진 저 유리컵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지현 씨요."
"와, 이렇게 바로 말한다고?"
당연히 아무도 대답하지 않을거라 생각했던 이해찬은 놀란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저 당당함.. 해찬은 박수라도 치고 싶었다. 저렇게 바로 말할 수 있다는 건 둘 중 하나였다. 크게 마음이 없어서 상관 없는 것이거나, 처음부터 영역 표시를 해두는 것이거나. 김도영의 당당한 대답에 놀란 건 정재현도 매한가지였으나 별 티를 내지는 않았다.
"저는 누구 찍었게요?"
이해찬은 투표도 안 했으면서 남을 또 떠봤다. 김도영은 심드렁하게 그저 이해찬을 힐끔 쳐다보고 말았다. 하나도 안 궁금한 표정이었다. 나 같음 송지현 이름이라도 나올까 조마조마할 텐데, 그런 생각을 하는 해찬은 도영이 아마도 전자의 케이스일 것이다, 생각했다.
"누구 찍었는데요?"
되물은 것은 김도영이 아닌 정재현이었다. 정재현은 이해찬의 선택에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저는 알지 못했다. 그냥, 누구 찍었게요? 하니까 예의상으로 누구 찍었는데요? 하고 묻는 거지. 그게 정재현의 생각이었다.
"비미이일."
정재현은 그 대답을 듣는 순간 맥이 탁 풀렸다. 그게 안도라는 것을 이번에도 알지 못했다. 정재현은 이해찬에게 누굴 찍었냐고 제가 묻긴 했지만 사실상 그 대답을 듣고 싶진 않았던 것이다. 남이 먼저 마음을 밝혔다는 이유 하나로 제 마음을 포기하고 숨기는, 말만 선의의 경쟁이지 혼자만의 전쟁터인 곳에 처음부터 자신을 내버려 둘 순 없는 노릇이니 어쩌면 당연지사다. 삐걱거리며 두어 번 흔들거리는 나무 협탁을 바라보던 재현은 그 움직임이 멎고 나서야 시선을 돌렸다.
결국 이해찬은 송지현을 선택했다. 선택의 순간에 끝까지 발목을 잡은 것이 첫만남의 기억이었다. 이해찬은 그 선택으로 통쾌함을 느낀다는 점에서 또한번 제가 어리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이해찬은 우선권을 얻지 못했다. 그말인즉슨 첫인상 투표에서 1위를 하지 못했다는 말이었다. 띠링- 소리에 무엇을 기대한 것인지 순간적으로 밝아졌던 두 눈은, 이윽고 다시금 시들었다. 입술을 비죽 내민 이해찬은 있는 힘껏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정재현은 그런 이해찬의 심통을 고스란히 느꼈다.
침대 좀 바꿔줬으면.. 짧은 생각을 마친 정재현이 우선권을 획득했다는 문자를 다시금 보았다. 기분은 그냥 그랬다. 정재현은 아주 어릴 적부터 인기가 참 많았다. 원래 가진 게 많을 수록, 아는 게 많을 수록 더 큰 자극을 원하는 법이니까, 이정도는 정재현에게 당연한 수순과도 같았다. 협탁에 조심스럽게 휴대폰을 내려놓은 재현이 불을 끄고 누웠다. 앞으로 길어질 하루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잠시 설레다가도, 정재현은 금세 잠에 빠졌다.
여러분 비하인드 줄글로 한 번 써봤어요,,! 투표했을 때 댓글 연재가 더 길긴 했는데 너무너무너무나 길어질 것 같아서 틈날 때마다 줄글로 써서 올릴까 싶긴 해요 길게는 말고 좀 짧게 짧게? 글솜씨가 없어서 줄글로 쓰려니까 부담감이 어마어마하긴 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힘들면 중간중간에 댓글 연재로 올 수는 있어요..ㅎㅎ 일단 한 번 돌아가는대로 가봅시다 중간에 IF도 한 번씩 하고 또 새 게임 구상중이니까 그것도 해보고..
힘들다고 잠수는 안 탈 테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약속한 건 끝까지 가봐요
그리고 여러분,, 전 댓글로 먹고 사는 거 아시죠 ㅋ.... 댓글 없으면 저 울면서 나갈지도 몰라요..... 혼자 있는 느낌 절대 싫어.........^^......
아무튼~~~ 즐거운 한가위 보내세요~!
즐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