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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헤븐라희 8 | 인스티즈




헤븐라희 8


– HAPPY WHITE DAY -













♬ Who (Remastered) - 웨터











화이트데이 기념 공연 D-DAY












공연은 두 시. 리허설 할 수 있는 시간은 열 시부터 한 시. 관객 입장이 한 시부터인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 리허설 시간이 그렇게 넉넉한 건 아니었다. 때문에 헤븐라희는 아홉 시에 연습실에서 모이기로 했다.




“다 챙겼어?”




졸음을 떨치지 못한 하품이 오가고, 남준이 뻑뻑한 눈을 비볐다. 프리랜서로 일하며 생활패턴을 마음대로 주무른 덕에 윤기와 남준은 유독 힘들어했다. 여주가 가방을 들쳐 메고 고개를 끄덕였다. 윤기 차에 남준과 정국이, 태형 차에 여주와 지민이 탔다. 잠을 깰 요량으로 신나는 음악을 틀자 제법 드라이브 느낌이 났다. 여주는 창문을 열어 바람을 쐬었다.




“왜? 여주 더워?”

“아니요.”

“그럼 차에 냄새 나나? 방향제 뒀는데.”




태형이 룸미러로 여주를 보며 물었다.




“그냥 바람 쐬고 싶어서요. 추우세요?”

“아니, 난 괜찮아.”

“김태형 네가 웬 일로 방향제를 뒀어. 내가 사라고 노래를 불러도 안 사드만.”

“내 맘이야.”




태형의 새침한 대답에 지민이 눈을 흘겼다. 여주가 창을 닫고 둘의 눈싸움을 잠시 쳐다봤다. 운전해야 하는 태형에 지민의 일방적인 흘김이었지만 입술을 비집고 나오는 웃음은 어쩔 수 없었다.


공연장은 밸런타인데이 공연장과 같았다. 다만 상금이 걸린 만큼 참가 팀이 는 관계로 관객석이 아닌 대기실에서 대기할 수 있었다. 헤븐라희가 가장 먼저 대기실에 들어가 소지품을 맡겼다. 덕분에 가장 먼저 리허설을 할 수 있었다.




“이팩터 어때?”

“원하는 소리가 없어서 우리 거 쓰려고요.”

“그래. 내가 스태프한테 말할게.”




악기를 연결하는 동안 남준이 이것저것 체크하며 전달사항을 들었다. 세팅이 얼추 되자 정국이 무대 위보다 객관적으로 들리는 관객석으로 향했다. 기타 소리 조금 줄이고 드럼은 조금 키워주세요. 그럼 노래 한 번 해 볼게요. 익숙한 음성이 들리고 남준이 신호를 주자 본격적인 리허설이 시작됐다. 다른 팀들이 들어오며 감탄하는 소리는 덤이었다. 소리를 체크하고 1절씩만 연주한 헤븐라희는 빠르게 무대에서 내려왔다. 다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컨디션이었다.




“어? 뭐야 너!”




그리고 여주가 기타를 메고 내려오던 때에 익숙한 목소리가 여주를 불렀다.




“선배?”




헤븐라희 회장이었다.




“여기서 보네! 우리 공연 보러 온 거……엥?”




회장이 반갑게 인사하다 말고 말을 끊었다. 여주 뒤에서 내려오는 헤븐라희. 그제야 여주가 메고 있는 기타가 보였다.




“아……아뇨. 공연하러 왔어요.”

“공연이라니?”




여주가 뒤로 스쳐지나가는 현준을 발견하고 눈짓했지만 현준은 여주 쪽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뭐지? 말 안 했나?




“못 들으셨어요?”

“뭐를……?”




여주는 무대로 올라간 현준을 다시 한 번 돌아봤지만 현준은 발견을 못 한 건지, 못 한 척 하는 건지. 그 어떤 신호도 주고받지 못하고 회장을 상대해야 했다.




“얘기하고 와, 밖에서 기다릴게.”




태형이 어깨를 두드리며 지나가지 않았다면 대화 주제가 붕 떴을지도 몰랐다.




“너 헤븐라희 들어갔어?”

“아뇨. 그건 아닌데.”

“방금 헤븐라희 베이스 아니야?”

“그건 맞는데.”

“언니 헤븐라희 들어갔어요?”

“어, 뭐야 누나! 오랜만이에요! 우리 보러 왔어요?”




여주의 말이 자꾸만 끊겼다. 맞는 말에는 맞고, 아닌 말에는 아니라고 대답하는데 그 부가 설명을 하기 왜 이렇게 어려운지. 제대로 입을 열라 치면 저쪽에서 현준이 회장을 불렀다. 나중에 이야기 하자는 회장을 뒤로 하고 여주는 공연장 밖으로 나왔다. 찝찝한 감정이 목 뒤에서 질척거렸다.


공연장 근처에는 식당이 흔치 않았다. 조금 걸어야 식당가라 부를 만한 곳이 나왔다. 차를 타고 갈 거리는 아니라 여섯 명이 우르르 인도를 지나려니 길막이 따로 없었다. 윤기가 식당을 검색하는 동안 여주가 맨 뒤에 서서 길을 터줬고, 태형이 이따금씩 뒤 돌아 여주의 표정을 살폈다.




“여주는 뭐 먹을래.”

“아, 저는 이거요.”




식당에 도착하고서도 계속.


내색을 안 해서 그렇지 모두가 여주의 눈치를 봤다. 체인락에 말은 해놨다지만 여주의 상황을 아예 모르는 건 아니라. 체인락과 정통으로 마주친 후 미묘해진 여주의 표정을 모를 수 없었다.




“얘기가 잘 안 됐어?”




분위기를 읽은 윤기가 사이드 메뉴를 집어먹으며 아무렇지 않게 운을 띄웠다. 여주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모두가 여주를 보고 있었다.




“아. 그냥 대화를 잘 못했어요. 제가 여기 있는 게 전달이 안 된 것 같더라고요.”

“누구한테 얘기했는데?”

“이현준.”

“어이쿠…….”

“왜? 뭔데?”




남준이 현준의 이름에 탄식했다. 대충 시나리오가 그려지는 게 딱 봐도 일이 복잡해질 것 같았다. 이어 나오는 음식을 정국이 받으면서 묻고, 남준은 그런 정국의 입에 빵을 물렸다.




“와 이거 개맛있다.”

“왜? 뭔데?”

“이거.”




여자친구와 점심을 먹고도 연습실에서 또 점심을 먹었던 정국과, 선재를 몰아낸 가장 큰 이유가 저녁을 편하게 먹고 싶었던 게 이유였던 여주는 입맛이 잘 맞았다. 정국과 똑같이 묻고는 빵을 받아내는 손에서 조금 전의 미묘함은 사라져 있었다. 그에 모두가 웃으며 수저를 들었다. 태형과 지민은 제 몫의 빵을 여주에게 건네줬다.


여주는 어쩌면 오늘 체인락의 눈칫밥과 빵을 먹고 숨 막혀 죽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하나의 대기실에는 두 팀이 대기했다. 의상이나 소품, 메이크업 도구들이 즐비 하는 게 아니라 공간은 널널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헤븐라희와 체인락이 한 대기실을 쓴다는 것. 여주는 아까 먹은 게 턱턱 걸리는 것 같았다.




“여주야. 잠시 나가서 얘기 좀 할래?”




체인락 회장이 조심스럽게 얘기했을 때는 목 끝까지 턱 걸려서 대답도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모두의 시선이 여주와 회장에게로 향했다. 철컥. 문 닫히는 소리가 났음에도 문을 뚫고 시선이 날아오는 것 같았다. 여주는 재빨리 입을 열었다.




“이번 공연만 하기로 한 거예요. 신경 안 쓰셔도 돼요.”

“내 말은 그게 아니라. 혹시 이 얘기 누구한테 했었어? 나한테 못 들었냐고 물었잖아, 아까.”

“아……현준이한테 얘기했는데. 걔가 깜빡했나 봐요.”

“…….”

“…….”

“아까 애들 말로는…… 네가 헤븐라희에 들어가려고 나갔다던데.”

“네?”

“……아니야?”

“아닌데요……? 걔가 그렇게 말했다고요?”




여주는 현준을 만났을 때, 그 가로등 밑에서 그가 취했었는지 떠올렸다. 개총 초반만에 취하기란 어렵다. 여주가 고개를 갸웃했다.




“뭐, 우리는 밴드 동아리고 그쪽은 밴드니까. 네가 동아리를 나가서 밴드를 들어가든 말든 그건 네 자유아. 우리가 뭐라 할 자격도 없고.”

“…….”

“근데 애들 입장에서는 조금 그렇지. 아무래도…… 공부 때문에 나간다고 말해놨는데, 갑자기 다른 밴드에서 나타나면.”

“……죄송해요.”

“사과 들으려고 하는 소리는 아니고. 현준이는 네가 자기 때문에 나간 거라고 생각하다가 헤븐라희에서 널 보니까 조금 화가 났나 봐.”

“그게 무슨 소리예요?”




여주가 인상을 찌푸렸다. 헤븐라희에서 공연한다고 말해뒀는데 화가 왜 나?




“아니면 다행인데. 네가 나중에 현준이랑 얘기를 해 봐. 애들한테는 내가 다시 잘 얘기해놓을게.”

“하……네. 고마워요.”

“뭘. 너도 고생 많다.”




회장이 들어가고, 여주는 지끈거리는 머리에 잠시 근처 의자에 앉았다. 현준이 고백을 했을 때 제가 여지를 줬는지 고민했던 것처럼, 현준에게 헤븐라희를 말할 때 오해할 만한 것이 있었는지 고민했다. 전부 이해하는 것처럼 말했는데. 공연에서 나를 보는 게 기쁘다고도 했고. 아련했던 현준의 표정이 떠오르자 더 복잡해졌다. 어떻게 된 일인지 분간도 안 갔다. 관객 입장이 시작됐다는 방송이 골을 울렸다.




“너 왜 여기 있어?”




그때 남준이 대기실에서 나왔다.




“안에 상황이 조금 안 좋던데. 무슨 일이야?”

“이현준이 오해를 좀 했나 봐. 아니, 이현준은 제대로 말했는데 애들이 멋대로 해석한 걸지도 모르겠다.”

“무슨 오해?”

“내가 헤븐라희 들어가려고 체인락 나왔다는.”




남준이 목을 긁었다. 생각했던 시나리오대로 흘러가는 게 썩 좋지는 않았다.




“일단 저쪽으로 들어가자.”

“응?”




뒤이어 나오는 헤븐라희 멤버들에 여주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우리 대기실 바꿨어!”

“네? 왜요?”

“안에 분위기가 좆같……아니. 좀 그지 같아서. 옆 방 쓰면 된대.”




태형이 웃으며 말했다. 여주 기타는 정국이 메고 있었다. 앰프를 연결하지 않은 기타 줄이 정국의 손가락에서 드르릉거렸다. 여주는 그를 따라가며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 생각할수록 조금 화가 났다. 취한 것도 아니고. 나 좋아한다면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흘러가는 걸 막지도 못하고 입장을 곤란하게 만들어? 그것도 공연 전에? 정확한 앞뒤 상황을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끝나고 무조건 현준을 잡아야 한다는 것.


여주의 속이 끓는 와중에도 공연은 시작됐다. 마이크 소리가 둥둥 울리자 윤기가 대기실 내 연결된 모니터를 켰다. ‘화이트데이 기념 공연’ 현수막을 배경으로 사회자의 공연 안내가 이어졌다. 여주가 카탈로그를 훑었다. 밸런타인데이와 비슷한 라인업이었다. 게 중에는 태형이 다니는 학교 중앙동아리도 있었다. 졸업한 것도 아닌데 헤븐라희에서 활동하는 이유가 뭘까. 여주는 문득 이곳 사람들이 어떻게 모이게 됐는지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차피 오늘 이후로 볼 일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남준 빼고.


모니터는 싱크가 조금 안 맞았지만 무대를 감상하는 데에 큰 문제는 없었다. 화면에서는 분명 기타 솔로가 이어지고 있는데 사회자가 멘트 치는 소리가 들리는 건 조금 웃기긴 했다.




“헤븐라희, 무대 밑에서 대기할게요!”




스태프의 말에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주가 기타를 메고 피크를 챙겨들었다. 조율은 이미 마쳤고, 혹시 몰라 피크 여분을 주머니에 넣어놓은 채였다.


공연 순서는 하필 체인락 다음이 헤븐라희였다. 때문에 헤븐라희는 체인락이 무대에 올라가 있는 동안 무대 아래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했다. 관객석에서 체인락 파이팅! 하는 응원소리가 들려왔다. 여주가 눈을 감았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묘했다. 그리고 들려오는 전주에 눈을 떴다.




“어.”

“뭐야?”

“이거……”

“우리랑 같은 곡이네?”




심지어 헤븐라희가 마지막으로 연주하려 했던 곡을 체인락에서는 첫 번째로 선보였다. 곡 선정에 제재를 하지 않은 주최 측의 문제였지만 헤븐라희는 어쩐지 결의에 불타올랐다. 여주를 제외한 모두가 눈빛을 교환했다. 무조건 우리가 더 잘해야 된다.


마지막 곡은 전 곡보다는 밝고 힘찬 노래였다. 객석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여주가 무대 멤버를 눈으로 훑었다. 회장을 포함한 간부들이 오디션까지 해가면서 뽑아놓은 자칭 ‘엘리트 팀’ 멤버였다. 실은 여주 실력에 견주기 위해 만든 맞춤 팀이나 다름없었다. 여주가 빠지고 나서는 오디션이고 뭐고 그냥 여주 다음다음으로 잘하는(다음으로 잘하는 애는 이미 들어가 있었다) 멤버를 넣었다. 두 곡을 모두 엘리트 팀이 하는 것에 여주가 의문을 품었다. 그 이유에는 여주의 부재가 있었지만 뭐. 여주는 알지 못했다.




“헤븐라희 올라 가실게요.”




스태프의 말을 따라 모두 발걸음을 옮겼다. 여주는 내려오던 현준과 눈이 마주쳤다. 다급하게 고개를 돌리는 게 영락없이 피하는 모양새였다. 여주가 다시금 끓는 속을 애써 가라앉혔다. 차라리 헤비메탈 곡이었다면 이 속을 그대로 가지고 무대에 올라가도 됐었을 텐데, 탄식하며.




“안녕하세요, 헤븐라희입니다.”




정국이 마이크를 잡자 환호성이 쏟아졌다. 헤븐라희는 꽤나 팬 층이 두터웠다. 라이브 카페에서 공연도 하고, 버스킹도 하고,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밴드경연대회라든지, 락 페스티벌 공연을 돌았기에 인지도도 높은 편이니. 때문에 여주는 객석 중간에 보이는 익숙한 이름들의 플랜카드에 눈을 의심했다. 심지어 플랜카드가 곳곳에 들린 것을 보고 이번에는 입을 벌렸다. 눈도 의심하고 입도 벌렸으니 이제는 코를 벌름거려야 하나.




“처음으로 보여드릴 곡은 데이브레이크의 <단발머리>인데요. 원곡자인 조용필 선생님의 곡을 리메이크한 것이기 때문에 모두가 즐길 수 있으실 거예요.”




정국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객석이 반응했다. 씩 웃는 정국의 얼굴이 코딱지만한 전광판에 잡히자 일동 소리를 질렀다. 익숙한 일인 듯, 정국이 조용해질 때까지 기다리고 세션을 한 바퀴 쭉 훑었다. 마지막으로 남준에게 사인을 보내고 남준의 스틱이 박자를 굴렸다. 헤븐라희의 첫 번째 무대. 그리고 여주가 체인락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오르는 첫 번째 무대가 시작됐다.





















“수고하셨습니다!”




이변은 없었다. 여주가 없는 체인락은 2등에 그쳤다. 여주가 없어도 1등을 하던 헤븐라희는 여주를 얻고 당연지사 1등을 거머쥐었고. 게다가 인기상까지. 남준이 트로피를, 윤기가 상금 명패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단체사진촬영이 끝나자 곳곳에서 인사가 터져 나왔다.




“어디 가?”




그리고 여주는 체인락 대기실 앞에서 현준을 기다렸다.




“나랑 얘기 좀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여주야.”




둘은 자리를 옮겼다. 화장실 앞이라 대화소리가 울렸지만 대기실과는 떨어져 있으니 다행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현준에게만 다행이었다. 이 상황에서 잘못한 사람은 여주가 아니었으니.




“나 좀 서운하다.”




서운한 게 아니라 화가 났지만 여주는 부러 살살 말했다. 죄책감을 자극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네가 오늘 나 만날 걸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길래, 미안한 마음 가지고 있었어.”

“아…….”

“우리가 잘 맞았으면 체인락에서 더 재밌었을 텐데. 그치?”




잘 안 맞아서 그런 거냐고 떠보는 질문이었다. 정확히는 너 내가 고백 안 받아줘서 복수하는 거냐고. 현준은 순간적으로 저가 뭐 됐음을 느꼈다. 잔잔하게 분노를 표출하는 것만큼 무서운 분노는 없었다. 무조건 빌어야 했다.




“……미안해.”

“나 아직 말 안 끝났다.”




여주에게는 씨알도 안 먹혔지만.




“오늘 일로 엄청 실망했어. 뭐 때문에 그렇게 와전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네 마음 존중했던 게 이걸로 돌아오는 것 같아서.”

“그게 아니라……”

“말 안 끝났다고.”

“…….”

“회장 선배가 그러더라. 동아리 나가서 팀에 들어간다고 뭐라 할 수 있는 거 아니고, 자기는 그럴 자격도 없다고. ……여기서 더 선 그어줘?”

“아냐. 미안해.”

“…….”

“그러려고 한 건 아니고. 말하다보니까 이리저리 부풀려져서.”

“그래서?”

“네가 그때 그 사람 차에서 내리는 거 보고 질투 나서 그랬나 봐. 나도 모르게……. 그래서 애들이 잘못 이해한 것도 정정 못했어.”




현준의 말이 사실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여주는 그럴 것 같다고 생각했다. 발화자가 여기 있는데도 이런 저런 말들이 붙어 의도와는 다르게 와전되는 것. 그게 사람이 많은 체인락의 특징이었다. 여주가 연습과 공연을 제외하고는 다른 행사에 참가하지 않은 이유기도 했고.




“그래. 이제 선 넘지 말자. 나 네 얘기할 때 욕 붙여서 얘기하기 싫어.”




잘 지내. 여주는 현준을 등지고 돌아섰다. 현준과의 끝인데, 체인락과의 끝 같아서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미련이 뚝뚝 떨어졌던 동방 앞에서의 걸음이 되새김질 됐다. 하지만 뒤돌지는 않았다. 말 그대로 끝이니까. 센치한 ‘마지막’을 넘어서, ‘끝.’


여주는 대기실을 지나 출구로 향했다. 태형이 문 옆에 기대 있다가 여주를 발견하자 몸을 세워 다가왔다.




“얘기 끝났어?”

“아……혹시 다 기다리고 있어요?”

“예약시간이 있어서 윤기형 차는 먼저 출발했어.”

“무슨 예약시간이요?”




태형이 여주가 들고 있던 기타를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 트렁크가 닫히자 뒷좌석 문이 안에서 열렸다. 지민이었다.




“회식해야지. 1등 했는데.”

“저도요?”

“그럼?”

“저는……”




헤븐라희가 아닌데.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아직 선 긋기에는 애매한 시간이었다.


여주가 차에 타고, 차는 서면 고깃집으로 향했다. 먼저 올라가 있던 셋이 고기를 굽고 있었다. 제일 늦게 와서 제일 꿀 빤다며, 다 익은 고기를 넘겨주던 정국이 가볍게 투덜거렸다.


노릇하게 익은 고기냄새가 코를 찔렀다. 창밖이 조금 어둑해지자 윤기가 술을 시켰다. 테이블별로 맥주와 소주가 종류대로 놓였다. 취향별로 잔을 채운 멤버들 사이로 남준이 팔을 높이 들었다.




“오늘 다들 고생 많으셨고요. 여주야, 네 덕분에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고마워.”

“아니……뭘.”




남은 돈이나 입금해줘요. 여주는 또 말하려다 말았다.




“몇 달 동안 연습 나오느라 고생 많았어. 1등 축하한다, 헤븐라희!”




그리고 남준이 선창하면.




“Heaven like!”




멤버들이 후창한다.




“Here!”




여주는 그제야 헤븐라희의 의미를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Heaven like here. 이곳과 같은 천국. 그리고 喜, 기쁠 희. heavenli喜.


얼버무리며 건배한 여주에게 지민이 무언가를 건넸다. 얼결에 그것을 품에 안은 여주가 지민을 쳐다봤다.




“이게 뭐예요?”




시중에서 가장 다양한 종류로 가장 요란하게 포장된 사탕바구니였다. 여주가 바구니를 만지작거리다 고개를 들었다. 모두가 여주를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헤븐라희에 처음 들어왔을 때처럼.




“오늘 화이트데이잖아.”




노릇한 고기냄새가 왠지 조금 달게 느껴졌다.






















2020 헤븐라희 화이트데이 기념 공연 리스트

1. 단발머리 – 데이브레이크

2. 옥탑방 - 엔플라잉





 
독자1
오늘도 잘 보고 가요!!! 다음 편도 기대하겠슴닿ㅎㅎㅎㅎㅎ
4년 전
육일삼
꺄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4년 전
독자2
아우 간질간질한게 너무 좋아요
4년 전
육일삼
그렇다면 제가 긁어드리겠습니다 (?)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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