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그 말 들었어? 옆 학교에서 얼굴로 이름 좀 날리던 놈 있었잖아."
"나보다 더?"
"네 정도는 아닌데 코도 좀 오똑하고 아씨, 지금 그러니까 내가 하려던 말은……."
김지욱, 김성규한테 1단계서부터 까였대!!!!!! 기가 막힌 타이밍에 내지른 반장의 소리에 성열이 맞장구를 치며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말이 그 말이라며 어찌나 열성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던지 안쓰러워진 명수가 성열의 목을 툭 치자 그제서야 관두고 자리에 앉는다. 김지욱이면 꽤 근방에서 소문난 미남이라 2단계까지 갈 줄 알았다며 아쉬워하는 성열의 한숨소리에 명수가 읽고 있던 책을 덮고는 성열의 어깨를 지그시 누른다. 말이 지그시 였지 성열은 아프다며 방방방 손을 휘젓고 명수는 그게 또 재밌는 모양인지 성열의 머리를 한껏 흐트려놓았다. 지나치게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 명수를 보면 참 쟤도 별 놈이다 싶다.
"이 형아가 나서보리? 절세미남 김명수 님께서 나서신다면 천하의 김성규라도 껌뻑 할텐데."
"어지간히 할 일도 없나보네. 책이나 다 읽어!!!! 같은 책을 1년째 읽는 새끼는 너 밖에 없을거다."
"어이고, 왜 이렇게 까칠해? 이 형아가 너랑 안 놀아줄까봐 삐졌나보네."
"아니거든? 얼탱이가 터진다, 터져."
"작작 티격태격해라. 너희 그럴 때마다 보는 내가 지친다. 둘 다 똑같아가지고."
쓸데없는 체력 소비 중인 친구 녀석 둘을 구제한다는 심산으로 한 마디하자 발끈한 성열이 내가 물고있던 빵을 저 멀리 던져버린다. 하여간 성격은 드럽게 쳐먹어가지고. 성열의 머리를 크게 쥐어박고 빵을 찾아 나서는데 복도 저 멀리서부터 웅성거리는 소리가 영 불안하다. 고개를 드니 혹시나가 역시나. 김성규 납셨다. 나도 그렇게 사고방식이 앞 뒤로 꽉꽉 막힌 놈은 아닌데 도처에 많은 여고 학생들을 놔두고 같은 것 달린 남자에 목 매는지 영 이해를 할 수 없다. 게다가 오는 남자 족족 막아버리는 저런 애가 뭐가 좋다고. 소식에 빠삭한 성열의 말에 의하면 김성규에게는 5단계의 벽이 있다는데, 5단계는 고사하고 2단계만 진출했다하면 온 동네가 들썩들썩 하니 가히 김성규의 튕김질은 가히 申급이라 할 수 있겠다.
"붙어있어려거든 뒤에 붙으라고. 거슬려 죽겠으니까."
게다가 입은 저렇게 거칠어 빠진 녀석이 뭐가 좋다고 입이 귀까지 째져서는 선물 공세인지. 빵의 먼지 묻지 않은 부분을 물고 심각한 고뇌에 빠져 있는데 김성규 찬양 무리 중에 한 놈이 엉덩이를 몰상식하게 들이밀더니 무지막지하게 나를 눌러버린다. 아이고. 안 그래도 큰 덩치에 눌린 몸 여기저기서 신음이 터져나오는데 김성규 뒷꽁무늬 쫓아가느라 사과도 안 하고 가버리는 덩치. 덕분에 차오르는 분노로 귀까지 붉어졌지만 참자 싶어 뒤로 돌아섰는데 눈에 딱 띄어버린 나의 크림빵. 그것도 처참하게 일그러져 크림이 다 튀어나와 버린 나의 불쌍한 나의 나의 일그러진 나의 영웅……………….
"야!!!!!!!!!!!!!! 거기 돼지새끼!!!!!!!!!!!!!!!"
꼴에 자기 부르는 건 아는 모양인지 한번에 돌아 본 덩치가 어울리지도 않게 앙증맞은 손짓으로 자기 가슴을 푹 찌르며 나? 하고는 멈춰선다. 그래, 뚱뚱보거스. 급의 차이는 나지만 한 번 붙어볼 심산으로 덩치에게 다가서는데 덩치가 다시 휙 돌아 뛰어가버린다. 사람이 시비를 걸면 시비를 맞받아서 엎치락 뒤치락 하는게 인지상정아니니? 아무리봐도 덩치는 김성규가 가면 가고, 서면 서나보다. 어이가 없어져 참아줄까 하다가 도저히 이렇게는 억울해서 밤에 잠이 안 올 것 같아 큰 맘 먹고 소리 한 번 질렀다. 것도 아주 학교가 떠나가라.
"야!!!!!!!!!!! 김성규!!!!!!!!!!!!!!!!!!!"
전혀 멈출 것 같지 않던 도도한 캣워크의 김성규가 고개만 까딱 돌려 뒤를 돌아봤고 추종자들의 무서운 눈빛이 뒤따랐다.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몰린 탓에 잠시 멈칫하다 김성규, 하고 다시 한 번 부르자 이번엔 김성규의 몸 전체가 돌아간다. 삐죽하게 올라간 눈 모양새가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김성규의 가치를 말해주는 것 같다. 어우, 꼭 드라마 속 악당들을 보는 듯한 서늘한 기운에 어깨를 흠칫 떨자 김성규가 고개를 옆으로 꺾는다. 심기가 매우 불편하단 표시라도 내듯이. 정말 성격이 더럽게 쳐 먹은 것이 틀림없고 반드시 틀림없다.
"불러 놓고 입 다물고 있는 저의가 뭔데."
정말 할 말은 없는데 불렀으니 무슨 말은 해야겠고 그냥 돌려보내자니 옆에 새끼들의 눈빛이 장난이 아니고. 손에 묻은 크림만 만지작 거리다 재빨리 뭉개진 크림빵을 들어올려 김성규에게 내밀자 김성규가 고개를 까딱하더니 크림빵을 발로 차 버렸다. 나의 일그러진 영웅이 저 멀리 날아갔고 난 마음이 매우 속상했다. 나쁜 자식. 네가 그렇게 꼬장을 부리니까 저런 뚱뚱이보거스 같은 것들이 들러붙어서 니 속을 뒤집어놓지. 속으로 한껏 비꼬면서 교실로 은근슬쩍 들어가려는데 이번엔 김성규가 나를 부른다.
"색다르긴 하네. 1단계 허락해줄테니까 다시 부르지마. 사람 귀찮게."
나 너한테 고백한 거 아니거든? 그리고 일단계든 억단계든 시작할 마음도 없거든? 나 아무한테나 막 들이대는 그런 남자 아니거든? 완전 어이없거든?
완전 어이없져? |
그냥 혼자 완전 어려운 남자 김성규랑 혼자 말려드는 남우현을 적고 싶었으요ㅋㅋㅋㅋㅋㅋㅋㅋ 약간 친구인데 멜랑꼴리한 김명수 이성열도 좋곸ㅋㅋㅋㅋㅋㅋㅋ 아련한 이호원 장동우도 써보고 싶어가지고 혼자 망상 속에 넣어둘껄 그랬져? 완전 어이없져? |